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e스포츠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이 서로 협력하며 노력하고 있습니다. 리그 브리핑과 선수 인터뷰를 진행하는 여성 아나운서 역시 e스포츠에서 빠질 수 없는 구성원입니다. 시청자를 사로잡는 매력으로 리그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여성 아나운서들은 그 존재만으로도 무대를 더욱 빛나게 합니다.

최근 박진감 넘치는 명경기가 이어지고 있는 카트라이더 듀얼레이스 리그에서도 두 시즌 동안 리그를 빛내고 있는 여성 아나운서가 있습니다. 그녀는 바로 뛰어난 분석력으로 카트라이더 팬들에게 ‘차잘알’이라는 별명을 얻은 김수현 아나운서입니다.

활기찬 인터뷰로 카트라이더 선수들과 팬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는 김수현 아나운서는 게임과 e스포츠에 대한 애정이 깊어 보였습니다. 방송이 끝나면 풀 메이크업이 된 상태로 좋아하는 FPS 게임의 클랜전을 하기 위해서 PC방으로 달려갈 정도였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게임을 일로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고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게 웃으며 말한 김수현 아나운서, 그녀와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스포티비 게임즈에서 카트라이더 듀얼레이스 시즌2의 인터뷰를 맡고 있는 아나운서 김수현입니다. 게임을 사랑하는 아나운서입니다.


Q. 최근에 어떻게 지내셨나요?

카트라이더 선수들과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해서 선수들의 개인 방송과 리그 VOD를 보면서 인터뷰 준비에 몰두하고 있어요. 평소에는 게임을 워낙 좋아해서 집에서 밤을 새워가며 게임을 해요. 제가 FPS 게임을 잘하고 좋아하거든요. 서든어택을 오래전부터 했는데 소장까지 찍었어요(웃음).


Q. e스포츠 아나운서는 주로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가요?

방송과 시청자를 이어주는 매개체라고 볼 수 있어요. 캐스터와 해설자가 리그를 진행한다면 e스포츠 아나운서는 시청자의 의견을 수렴해서 선수에게 직접 전달하고 시청자가 궁금해하는 부분을 선수에게 질문하는 역할을 해요. 여느 스포츠 아나운서가 공통적으로 하는 일인 것 같아요. 그래서 시청자들이 선수들에 대해서 어떤 점을 궁금해할지 항상 고민해요.



Q. 게임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신 것 같아요. 원래 게임을 좋아하셨나요?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정말 많이 좋아했어요. 패미콤 시절부터 동생이랑 다퉈가며 게임을 했죠. 그러다가 컴퓨터 게임이 나오면서 당시 여자아이들이 즐겨하는 게임이었던 프린세스 메이커, 심즈같은 게임을 많이 했어요. 스타크래프트는 치트키를 쳐가며 많이 했었죠.


Q. 게임에 흥미를 갖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제가 남성성이 조금 있는 것 같아요(웃음). 어렸을 때부터 음악이나 미술처럼 일반적인 여자들이 잘하는 것은 잘 못 했고, 남자들이 좋아하는 운동이나 활동적인 분야를 더 좋아했어요. 놀이터에서 남자아이들과 노는 것도 좋아했어요. 완전 골목대장이었죠. 그러다가 대학교에 입학한 뒤 본격적으로 PC방에 다니게 되면서 게임에 대한 흥미를 더 많이 갖게 됐어요.


Q. 아나운서를 꿈꾸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머니의 혜안 덕분에 아나운서가 된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말하는 것을 좋아했고, 글 쓰는 것을 좋아했어요. 어머니가 그런 저를 보고 "너는 나중에 아나운서 하면 되겠다"고 말씀하셔서 어렸을 때부터 아나운서를 꿈꾸며 살았어요. 이렇게 어려운 길이었다는 것을 알았으면 아마 안 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Q. 카트라이더 리그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요?

예전에 단기 리그를 함께했던 스포티비 게임즈 권석우 PD님이 같이 일을 해보자는 제의를 했어요. 제의를 받고 너무 감사했어요. 첫 번째 장기 리그를 맞게 돼서 카트라이더 리그에 애정이 많이 생겼어요.


Q. 카트라이더 게임 실력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네요.

정말 못해요. 저는 제가 카트라이더를 잘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제가 했던 카트라이더는 카트라이더가 아니었다는 것을 느꼈어요. 요즘 카트라이더 초보 서버에도 고수들이 정말 많아요. 스피드 전은 항상 리타이어에 걸려요(웃음). 아이템 전도 잘 못 해서 아이템을 항상 못 먹고 놓쳐요. 아이템 전은 정말 실력이 중요하는 것을 알게 됐죠.


Q. 처음 카트라이더 선수들의 경기를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지난 듀얼레이스 시즌1에서 데스크 분석을 하게 됐어요. 그런데 분석이 불가능할 정도로 게임 속도가 빠르더라고요. 선수들이 모든 맵을 외워서 드리프트를 쓰는데, 경기의 흐름이 그렇게 빠를 줄 몰랐어요. 처음에는 이렇게 빠른 게임을 어떻게 분석해야 하나 난감했죠. 계속 경기를 보다 보니 카트라이더가 선수들 간 역할 분담과 협동심이 중요한 게임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두 시즌 동안 경기를 꾸준히 보니 이젠 어느 정도 보는 눈이 생긴 것 같아요.



Q. 어떤 점을 중점으로 두고 인터뷰를 진행하시나요?

카트라이더 리그가 어느덧 10년 가까이 진행되면서 선수마다 캐릭터나 스토리가 있는 경우가 많아요. 저도 처음에는 자세히 몰랐지만, 커뮤니티를 탐방하면서 많은 것을 알게 됐어요. 시청자가 선수의 캐릭터나 스토리를 알고 경기를 볼 수 있도록 제가 미리 파악해서 재밌게 전달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선수들과 더 많이 친해져야 할 것 같아요.


Q. 매주 현장의 열기를 느끼는 관계자로서 카트라이더 리그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카트라이더는 이 게임을 모르는 사람이 봐도 재밌어요. 접근성이 정말 좋은 게임인 것 같아요. 남녀노소 누구나 게임을 몰라도 쉽게 재미를 느낄 수 있잖아요. 저희 어머니도 카트라이더 리그를 챙겨보세요. 처음에는 제가 나온다고 해서 보셨는데, 점점 재미를 붙이시더라고요. 카트라이더 리그는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찰나의 승부가 정말 짜릿해요. 짜릿한 반전이 가득한 것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가끔 극적인 경기를 펼치고 울음을 터트리는 선수도 있을 정도예요. 그만큼 매 순간 경기가 긴박하게 진행돼서 더 재밌고, 스트레스가 풀려요.


Q. 선수들과 많이 친해졌나요?

지난 시즌까지 선수들이 저를 많이 무서워했어요. 저 무서운 사람 아닌데... 그래도 이번 시즌에는 많이 친해진 것 같아요. 권순민 선수가 귀엽게 장난을 잘 치더라고요. 조다훈 선수는 저랑 동년배인 줄 알았는데 21살이라고 해서 많이 놀랐죠(웃음). 그 밖에도 항상 친절하게 인사를 잘 해주는 세다 레이싱 선수들과 조용하면서도 예의가 바른 제닉스 스톰 선수들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Q. e스포츠 캐스터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고 들었습니다.

사실 저의 최종 목표가 e스포츠 캐스터가 되는 거예요. 선배들이 하는 것을 옆에서 볼수록 캐스터가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느껴요. 감히 '어떤 선배처럼 되겠다'는 절대 아니고, 부족하더라도 팬의 마음으로 즐기는 캐스터가 되고 싶어요. 사실 작년 겨울에 대만에서 진행된 카스온라인 월드챔피언십 온라인 중계의 캐스터를 맡았던 적이 있어요. 주변에서 잘했다고 격려를 많이 해주셨는데, 개인적으로 정말 많이 아쉬웠어요. 제가 생각했던 목표치의 반도 채우지 못했죠. 정말 노력이 많이 필요한 곳이라고 느꼈어요. 그래도 앞으로 성장할 여지가 남아있다는 거니까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Q. 앞으로 어떤 종목에 도전하고 싶나요?

FPS 쪽은 정말 자신이 있어요. 다른 장르의 게임도 잘할 자신이 있어요. 카트라이도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점점 하면서 애정이 쌓이더라고요. 다른 종목의 리그도 들어가게 된다면 애정을 갖고 열심히 할 생각이에요.


Q. e스포츠 아나운서로서 자신의 강점은 무엇일까요?

게임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점과 편한 이미지라고 생각해요. 처음 스포티비게임즈 아나운서 채용 공고가 떴을 때 저의 지인들이 가장 먼저 채용 공고를 저에게 알려줬어요. 다들 제가 게임을 정말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하루의 반 이상을 게임하면서 보내요. 밤새는건 기본이에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게임이라서 너무 행복해요. 집에서 게임을 해도 엄마가 일하는 걸로 아셔서 너무 좋아요. 그리고 다른 아나운서들이 여신 이미지를 갖고 있다면 저는 조금 더 편한 이미지를 가진 것 같아요. 게임 팬들의 누나 같은 편한 이미지의 아나운서가 되고 싶어요.



Q. e스포츠 아나운서를 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카트라이더 듀얼레이스 시즌1의 데스크 분석을 했을 때, 저의 분석이 잘 맞아떨어져서 커뮤니티에서 저보고 '차잘알'이라고 불러줬을 때 정말 행복했어요. 너무 뿌듯해서 캡쳐까지 했을 정도로요. 일하기 전부터 커뮤니티에 안 좋은 반응이 올라올까봐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제가 노력한 것을 알아주셔서 너무 뿌듯했어요. 인터뷰에서 질문을 던졌을 때 관중들의 반응이 바로 와요. 제가 질문했을 때 관중들이 집중하면 굉장히 뿌듯해요. 최근에는 저를 보러 와주시는 분들도 조금씩 생겨서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Q. 반대로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리그나 선수들에 대한 스토리를 전혀 모르는 상태로 분석해야 했어요. 정말 덜덜 떨면서 진행했던 기억이 나요. 끝나고 긴장이 풀려서 손을 떨면서 밥을 먹었어요. 처음이라 많이 힘들었는데, 성승헌 캐스터, 김대겸 해설, 정준 해설이 정말 많은 도움을 줬어요. 덕분에 빠르게 적응한 것 같아요.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라서 항상 실수할까봐 걱정하는 점을 제외하면 힘든 점은 딱히 없어요. 방송하러 올 때마다 일하는 것 같지 않고 놀러 오는 기분이에요.



Q. e스포츠 아나운서를 꿈꾸는 지망생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진심으로 게임을 좋아한다면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저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게임을 좋아한다는 것을 많이 표현하고 알리면 기회가 더 찾아올 확률이 더 높을 거예요. 물론 그에 걸맞은 노력이 필요하죠. 저도 3년 이상 아나운서 준비를 했어요.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수없이 고민한 끝에 이 자리에 선 것 같아요.


Q. e스포츠 팬들에게 하고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유튜브를 통해서 봤는데, 우리나라의 특색 중 하나가 e스포츠가 문화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발전했다는 점이더라고요. 다같이 서로 협력하면서 e스포츠 문화를 성숙한 문화로 발전시켰으면 좋겠어요. 저도 e스포츠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함께 호흡하면서 즐겁게 문화를 형성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앞으로 부족하더라도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게임을 좋아하는 편한 누나처럼 여러분에게 다가갈 수 있는 아나운서가 되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팬분들께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넥슨 아레나에서 재밌는 게임 리그가 많이 열리니까 자주 찾아와주세요. 서로 얼굴을 보고 반갑게 인사를 나눴으면 좋겠어요. 끝으로 날씨가 많이 추운데, 다들 감기 걸리지 않도록 건강 관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