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참 빠르다. 내가 LoL에 입문한 지도 벌써 6개월, 브론즈 생활을 청산하고 천상계로 올라가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브론즈가 마음만 먹는다고 쉽게 탈출할 리도 만무한지라, 6개월 전이나 지금이나 내가 머물고 있는 곳은 여전히 심해의 끝자락이다. 과연 나는 심해를 탈출할 수 있을까?

비록 몸은 여전히 브론즈에 있지만, 마음은 더 높은 곳에 있다. 지난주에 추천받은 판테온을 통해서 희망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대로 판테온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판테온보다 나에게 더 잘 맞는 챔피언이 아직 많이 남아있을 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나는 지난주에 했던 판테온에 이어서 나에게 걸맞은 새로운 챔피언을 찾고 있었다. 제드처럼 화려한 암살자를 하고 싶었지만, 현실을 직시하기로 했다. 르블랑과 라이즈의 승률이 30% 이하라는 것은 짧은 시간에 여러 가지 스킬을 사용하는 챔피언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뜻했다. 나는 스스로 소위 말하는 '똥 손'이라는 것을 인정하며, 유저들에게 압도적인 추천을 받은 말파이트를 선택했다.



[나는 브론즈다 2화] '파괴 전차' 말파이트




그동안 방어력이 낮은 대신 공격력이 강한 챔피언 위주로 플레이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체험하게 될 말파이트는 생긴 것만 봐도 아무리 때려도 흡집도 안 날 것처럼 단단해 보였다. 왠지 투박해 보이고 촌스러운 느낌을 지울 수 없었지만, 말파이트에 알 수 없는 끌림을 느꼈다.

말파이트는 나 같은 LoL 초보자들에게 추천하는 챔피언으로 자주 손꼽힌다. 스킬 메커니즘이 단순하고 궁극기 의존도가 높아서 궁극기만 잘 사용하면 브론즈가 쓰든 다이아가 쓰든 큰 차이가 없다. 말파이트의 궁극기 '멈출 수 없는 힘'을 적이 뭉쳐있는 곳에 제대로 적중시킨다면 말파이트는 그야말로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되는 것이다. 그만큼 말파이트의 궁극기는 한타에서 대 승을 만들 수 있는 엄청난 위력을 가졌다.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팀원들끼리 똘똘 뭉쳐있다가 말파이트의 몸통박치기 한 방에 전멸했던 적이 있었다. 말파이트의 위력을 직접 겪은 뒤부터 상대 팀에 말파이트가 있으면 습관적으로 산개하는 버릇이 생겼다. 하지만 기억을 꺼내봐도, 한타를 제외한 상황에서 말파이트에게 두려움을 느꼈던 적은 없었다. 나는 작은 불안감을 뒤로하고 부담 없는 가격 1350 IP로 녀석을 구입했다.

말파이트는 뜻밖에 다방면의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챔피언이었다. 탑과 미드뿐만 아니라 서포터까지 수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캐리 병' 말기 환자인 나에게 서포터는 끌리는 포지션이 아니었다. 나는 탑과 미드를 선택하고 솔랭 큐를 돌렸다. 잠시 후, 매칭이 완료됐다. 나의 말파이트가 출격할 첫 무대는 '그들만의 리그' 탑으로 정해졌다.



■ 쉽고 단단한 말파이트, 궁극기로 모든 것을 뒤집을 수 있다!




탑에서 만난 첫 상대인 야스오에게 타겟팅 스킬인 Q를 이용해서 견제했다. 비록 마나 소모가 있는 편이었지만 패시브 재사용 대기시간이 돌아올 때마다 딜 교환을 하니 점점 우위에 섰다. 야스오가 방심한 틈을 노려 R-Q-E를 사용해서 야스오에게 흑백 화면을 선물했다. 오늘도 '야필패' 공식을 성립시켜서 기분이 좋았다.

말파이트는 생긴 것처럼 단단했다. 최대 체력의 10%의 피해를 흡수할 수 있어서 쉽게 죽지 않았다. 그동안 유리 몸 챔피언 위주로 게임을 하면서 한 방 맞을 때마다 포션을 마실지 말지 고민했던 나에게 말파이트는 엄청난 안정감을 줬다. 태양 불꽃 망토를 첫 코어 아이템으로 선택할 경우 웬만해선 죽지 않을뿐더러 불꽃 데미지와 E를 이용해서 손쉽게 라인 클리어도 할 수 있었다.

말파이트의 진정한 힘은 한 타 때 발휘됐다. 뭉쳐있는 적들에게 궁극기를 적중시키면 한타는 대부분 압승으로 끝났다. 최대한 많은 적에게 궁극기를 사용하는 것이 최고지만, 그게 아니라도 최소한 원딜에게 궁극기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했다. 말파이트의 궁극기를 맞은 원딜은 종이가 찢기는 것처럼 불쌍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 팀의 핵심 딜러를 순식간에 끊고 시작하면 압도적으로 유리한 쪽은 우리 팀이었다.

그렇게 궁극기를 사용한 뒤 열심히 재사용 대기시간이 될 때마다 Q와 E를 섞어가며 딜을 하다 보면 어느덧 한타가 끝나있었다.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순식간에 5연승을 거뒀다. 승리가 이렇게 쉬운 것이었다니. 말파이트를 잡은 순간부터 깊은 고민 따윈 필요 없었다.





■ '캐리 병'이 있는 사람에게 말파이트는 어울리지 않았다.


▲ 이날 다리우스에게 신나게 얻어맞았다.


말파이트는 기본적으로 탱커이기 때문에 팀을 위한 헌신이 필요했다. 내가 조금이라도 AP 아이템을 올리려고 하면 칼같이 "말파님 딜 템 말고 탱 템으로 가주세요"라며 핀잔을 받기 일쑤였다. 그럴 때마다 '팀을 위한 헌신도 LoL의 재미다'며 자신을 타이르고 방어 아이템을 올렸다. 하지만 6개월 동안 미드에 머물면서 생긴 '캐리 병'을 쉽게 고칠 수 없었다. 나는 팀원들의 말을 무시하고 어느덧 AP 아이템을 올리기 시작했다.

AP 말파이트는 생각보다 훨씬 쓸모가 없었다. 일단 라인전이 정말 약했다. 일명 'Q짤'은 마나 소모가 극심해서 여러 번 사용할 수 없었고, 방어력이 낮아 라인전에서 절대 우위를 점할 수 없었다. 나서스같은 '뚜벅이' 챔피언들의 파밍도 쉽게 막을 수 없었다. 맞딜이 강한 판테온, 다리우스, 이렐리아 같은 녀석들을 만나면 딜 교환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다.

라인전에서 얻어맞아도 한타에서 빛을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며 후반을 갔지만, 다들 바보가 아닌지라 말파이트의 궁극기를 쉽사리 맞아주지 않았다. 일반적인 말파이트보다 궁극기 의존도가 훨씬 높은 AP 말파이트는 궁극기를 맞추지 못할경우 미니언만도 못한 하찮은 존재가 됐다. 설령 궁극기를 맞춰도 바로 산화하기 때문에 지속해서 아군이 안정적인 딜을 넣을 수 있도록 탱킹을 할 수 없었다. 스스로 이니시 각이 나온다고 해서 들어갔는데 팀원이 같이 들어오지 않으면 남은 것은 허무한 죽음뿐이었다.

AP 말파이트를 그만두고 다시 평범한 말파이트로 돌아왔다. 그렇게 말파이트만 10판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을 찾을 수 없었다. 게임은 모름지기 재미를 얻기 위해서 한다. 하지만 말파이트는 재미와는 거리가 먼 챔피언이었다.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기본적으로 라인 전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라인전 단계에서 상대를 찍어누르는 쾌감을 느낄 수 없었다. '궁 셔틀' 말고는 말파이트가 딱히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나는 고구마 100개를 먹은 듯한 답답함을 느끼며 말파이트와 빠른 작별을 고했다.



[나는 브론즈다] 2주차 성적


▲ BRONZE 2 75LP (↑75점)


일주일 동안 말파이트로 10전 6승 4패를 기록했다. 승률 60%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그렇다고 좋은 성적도 아니다. 무엇보다 나의 성향과 맞지 않아서 말파이트를 계속할 생각이 없었다. 오랜만에 탱커를 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말파이트를 봉인했다.

비록 나의 성향이 말파이트와 맞지 않았지만, 말파이트가 초보 유저들에게 어울리는 챔피언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반론의 여지가 없었다. 게임을 하면서 1인분을 못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던 유저라면 자신 있게 말파이트를 추천하고 싶다. 짐작하건대 1인분 하기 가장 적합한 챔피언을 만나게 될 것이다.

브론즈2 0LP에서 연승을 한 덕분에 브론즈1로 올라갔지만, 다시 연패를 하는 바람에 브론즈2 75LP 떨어지고 말았다. 브론즈1은 브론즈 탈출을 눈 앞에 둔 유저들이 모여있기 때문에 대부분 필사적으로 게임에 임하고 있었다. 나도 섣부른 각오로는 브론즈1에서 실버5로 넘어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주부터 정신을 바짝 차리고 필사의 각오로 마의 구간인 브론즈1을 뚫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카드맨의 티어를 책임질 3주차 챔피언을 추천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