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밸리.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IT 단지다. '산 호세(San Jose: 새너제이)'를 중심으로 북쪽으로는 '레드우드 시티', 동쪽으로는 '프레몬트'까지 감싸는 드넓은 영역. 엄청나게 많은 IT 업체들이 모여 있는 '산 마테오'와 '팔로 알토'를 포함하는 미국 첨단 산업의 요람이다.

'서브드림'의 정직한 대표(Chief Dreamer 라는 칭호를 사용한다)는 이 실리콘 밸리 한복판에 둥지를 틀었다. 세계 유수의 개발사들을 거쳤고, 일본의 VR 전문 기업인 '코로프라(Colopl)'의 미국 대표까지 지냈던 정직한 대표. 그런 그가 스타트업 VR 개발사를 차렸다. 이름만으로도 마치 장벽과 같은 실리콘 밸리. 그 쟁쟁한 개발사들 사이에서 '서브드림'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VR EXPO의 둘째 날, 정직한 대표가 강단에 올랐다.

▲ 서브드림 스튜디오, 정직한 대표


먼저, 정직한 대표는 간단히 '서브드림 스튜디오'에 대해 설명했다. 서브드림 스튜디오는 VR 멀티플레이 위주의 VR 게임을 개발 중으로, 자동 매칭이 아직 힘들다는 점을 고려해 로비 시스템을 도입한 작품이다. 서브드림 스튜디오는 샌프란시스코와 산 호세의 중간 지점인 '산 마테오'에 있다.

간단히 서브드림 스튜디오에 대한 소개를 한 정직한 대표는 현재 실리콘 밸리 내에서 VR에 대해 어떤 말이 오가는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VR 시장을 열어나갈지에 대한 고민은 실리콘 밸리 또한 한국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 정직한 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약간은 다른 시선도 있었다. 정직한 대표는 VR 관련 빅데이터를 취급하는 '골드만 삭스'의 데이터를 인용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보다는 보급 속도가 완만한 편일 것"이라 예측하며, VR이 개인 소비자 중심의 문화로 굳어지기까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2~3년 이내에 VR 개인 시장이 완성될 거라 말하는 이들과는 조금 다른 의견이었다. 반면, VR 시장의 규모 자체는 개인기기 보급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해 2020년경에는 300~400억 달러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는 게 정직한 대표의 견해다.

▲ 태블릿, 스마트폰에 비하면 보급이 느린 편

또한, VR 시장이 아직 '장래를 확신할 수 없는 시장'이라는 국내 인식과 다르게 국제적으로는 VR 관련 투자가 적극 이뤄지고 있으며, 엄청나게 많은 돈이 업계로 흘러들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AR만 해도 국내에서는 적극 달려드는 기업이 거의 없지만, 이미 실리콘밸리 내에서는 AR 관련 상품들과 투자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온다는 것이었다.

이어 정직한 대표는 본격적으로 '왜 실리콘 밸리에다가 회사를 설립했는지'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 실리콘 밸리의 수많은 기업들

그는 객관적으로 생각했다. 좋은 회사의 입지 조건을 종목별로 분류하고, 나름의 점수를 내 본 것이다. 업무 환경, 주변 경관, 문화 활동, 가정생활, 그리고 '양육'에 이르기까지. 그는 여러 조건을 꼼꼼히 검토한 끝에 객관적으로 입지를 결정했다. 그렇게 그는 '로스 알토스'에 둥지를 틀었고, 서브드림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 그가 3개월 이상 거주한 모든 지역에 대한 점수를 냈다.

하지만 실리콘 밸리라 해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었다. 바로 '비용'의 문제였다. 실리콘 밸리를 포함한 미국 서부의 물가는 결코 싼 편이 아닌데다,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일상생활만을 영위하는 것보다 더한 비용이 요구된다. 실제로 그 때문에 본사만 이 지역에 둔 채 개발 스튜디오는 캐나다나 아시아권에 두는 기업들도 종종 있다고 정직한 대표는 덧붙였다. 해당 지역의 로컬 마케팅을 노림과 동시에 비용도 절감하는 방법이다.

회사를 설립하기로 한 직후, 정직한 대표는 가장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했다. 회사를 세우려면 돈이 필요하다. 자기 자신의 돈이든, 대출을 받든, 혹은 투자를 받아 자금을 마련해야 했다. 앞서 말한 대로 실리콘 밸리의 물가는 만만치 않다. 그 상황에서 회사를 설립할 자금이 필요했다.

한국에서 회사를 세웠다면 매우 큰 장벽이 될 수 있는 일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검증된 벤처 캐피털 회사를 통해 투자를 받는 것인데, 국내 투자업계는 검증되지 않은 분야에 대한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해외 시장이 아무리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해도, 아직 VR 시장의 미래가 결정되지 않은 국내에서는 썩 달갑지만은 않은 투자처인 셈이다.

▲ 북미권의 VR 분야에 대한 투자는 굉장히 많이 증가했다.

하지만 영미권에서 투자는 굉장히 자주 일어나는 일이고, 드물게는 1~2장의 사업 설명서만 가지고도 투자를 받는 일이 발생하곤 한다. 투자받기에는 정말 좋은 환경이 아닐 수 없다. 정직한 대표 또한 운이 좋게 좋은 투자사를 만나 자금을 얻을 수 있었다.

투자사를 찾는 일까지는 어렵지 않다. 중요한 건, 투자를 받아내는 과정에서 원하는 조건을 빠르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북미 시장에서 투자를 받는 과정은 굉장히 많은 요소의 조건을 정해야 하는 일이다. 정직한 대표는 이 과정에서 투자사의 의문에 최대한 빠르게 답변해줘야 하며, 명확하고 흔들림 없는 조건을 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복잡한 계약서 양식이 어렵다면 '세이프'나 '컨버터블 노트'처럼 규격화된 양식도 존재하므로 이 양식을 따르는 것이 좋다고 첨언했다. 덧붙여, 투자사들 중(한국 투자사도 포함해)에는 VR을 전문적으로 바라보는 투자사들도 존재하기 때문에 이들과 이야기를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 간단하게, 하지만 명확하게 계약 조건을 정해야 한다.

물론 투자를 받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투자를 받기 전에, 아니 회사를 세우기 전에 명확한 비전이 있어야 하며, 어느 정도 기존 업계에서 성과를 내는 것도 필요하다. 투자사는 기업의 미래를 보고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지 아무에게나 돈을 주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투자사를 찾는다 해도 '게임'은 다른 분야에 비해 투자를 얻어내기가 다소 힘든 분야이다. 타 업종보다 성공 가능성을 가늠하기 가장 힘든 분야가 바로 게임이기 때문이다.

정직한 대표는 이 부분을 말하며,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투자사들은 할리우드의 영향 때문인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관련된 투자가 적극 벌어지곤 하니 참고하면 좋다고 말했다. 일본계 투자사들 또한 명확하게 본인들의 의사를 밝히기 때문에 좋은 투자사가 될 수 있다. 또한, 투자는 연말연시에는 잘 일어나지 않으니 3월에서 9월 사이가 투자받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라고도 첨언했다.


▲ 3월 기준 투자 규모는 전 세계에 걸쳐 골고루 나뉘어져 있다.

마지막으로 정직한 대표는 '인재'를 끌어오는 방법을 설명했다. 영미권에서는 '링크드인'이라는 구직, 구인 전문 SNS가 있으며, 이를 통해 다양한 인재들을 알아볼 수 있다. 또한, SVVR이라는 이름의 무료 구인, 구직 서비스 또한 존재하니 여의치 않다면 SVVR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연의 끝에서, 정직한 대표는 실리콘 밸리의 인재 중 가장 많은 직종이 '아티스트'고 가장 드문 분야는 '프로그래밍'이라며, 자신이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인 프로그래머이고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생각이 있으면 실리콘 밸리의 기업들을 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말하며 강연을 마무리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