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블리자드는 '정규전'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면서 다양성이 넘치는 하스스톤을 예고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정규전의 뚜껑을 열어보니, 적어진 카드 풀과 빠른 메타 고착화 현상으로 다양성과는 거리가 먼 하스스톤이 됐습니다. 기대를 모았던 신규 확장팩 '비열한 거리의 가젯잔'까지 어그로 성이 짙은 해적 덱이 범람하면서 많은 유저들이 실망감을 표현했습니다.

최근 하스스톤에 닥쳐온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밴브로드를 비롯한 많은 블리자드 관계자들이 하스스톤을 살려보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신규 확장팩 '운고로를 향한 여정'의 출시와 함께 48개국의 대표 팀이 총상금 30만 달러를 놓고 경합을 벌이는 팀 대회 '하스스톤 글로벌 게임(HGG)'까지 개막을 앞두면서, 블리자드는 하스스톤에 실망한 유저들의 마음을 다시 사로잡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하스스톤에 대한 위기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지금, 인벤은 하스스톤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 깊은 '따효니' 백상현, '슬시호' 정한슬 선수를 만났습니다. 두 사람은 평소의 유쾌함을 잠시 내려놓고 진지한 표정으로 현재의 하스스톤에 대한 진심 어린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하스스톤이 가야 할 길에 대해서 두 선수가 허심탄회하게 전하는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Q. 안녕하세요. 최근에 어떻게 지내셨나요?

백상현 : 저는 다들 아시는 것처럼 방송만 하면서 잘살고 있습니다.

정한슬 : 저는 가장 최근까지 HCC 해설을 했었고, 지금은 '스틸로 골드 만들기'라는 중요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Q. 본론으로 들어가서, 곧 있으면 정규전 도입 1주년입니다. 정규전을 돌아보면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요?

백상현 : 정규전 도입 자체는 필요했는데, 카드 풀이 적어지는 것이 문제였어요. 많은 카드가 야생으로 가면 그 공백을 채울 만큼 카드가 추가돼야 메타 고착화를 막을 수 있는데, 카드 풀이 적어서 메타 고착화가 빠르게 오고 있어요. 이번에도 많은 카드가 야생으로 가는데, '운고로를 향한 여정' 확장팩 하나만 추가돼서 카드 풀이 적어질까 봐 걱정이에요.

정한슬 : 블리자드가 밸런스 문제를 정규전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밸런스 패치를 잘 하지 않는 것이 아쉬워요. '2년 후 야생'이라는 대안이 있기 때문에 밸런스에 손을 놓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봐요. 가장 최근 확장팩 메타가 가장 심각했지만, 패치를 빠르게 하지 않더라고요.



Q. 원칙을 깨고 오리지널에 있던 카드가 야생으로 가게 됐습니다. 이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정한슬 : 블리자드가 기존의 덱이 유지되는 것을 싫어한다고 들었어요. '빙결 마법사' 덱은 확장팩이 새로 나와도 30장이 그대로예요. 그래서 야생으로 보내는 거예요. 다른 카드들도 워낙 좋기 때문에 고정으로 들어가는데, 그것을 블리자드가 깨고 싶어 하는 거 같아요. 아마 많은 분들이 당황하셨을 거예요. 저는 개인적으로 새로운 확장팩에서 신선한 카드가 많이 추가된다면 기존에 있던 카드가 야생으로 가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백상현 : 예전에는 고정으로 들어가는 카드를 너프시켰어요. 예를 들면 드루이드에 무조건 들어갔던 '자연의 군대', '야생의 포효', '지식의 고대 정령' 등이 있었죠. 원칙대로라면 이번에도 너프시키는 것이 맞는데 야생으로 보냈어요. 저는 그 부분이 너무 아쉬워요.


Q. 최근에 진행된 밸런스 패치는 시기적절하게 이뤄졌다고 생각하나요?

정한슬 : 1개월만 지나면 메타가 완전히 바뀔 텐데, 급한 불을 끄는 식으로 뒤늦게 패치를 한 것 같아요. 블리즈컨 지역 플레이오프는 거의 모든 선수들이 해적 전사를 가져왔어요. 정말 역대 최고로 재미가 없었던 대회였어요. 플레이오프 시작 전에 패치를 했어도 괜찮았을 텐데 많이 아쉽죠.

백상현 : 돌이켜보면 손님 전사 때가 더 심했던 것 같아요. 이번 패치도 늦긴 했지만, 다른 때에 비하면 빠른 패치였다고 생각해요.


Q. 기대를 모았던 '비열한 거리의 가젯잔'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요?

백상현 : 저는 '비취 연꽃'이 강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해적이 더 강할 줄 몰랐어요. 사실 '신참 해적 단원'이 좋은 카드라고 출시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해적 카드와 어그로 덱이 만나면서 이 정도로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낼 줄 몰랐어요.

정한슬 : 저는 게임의 승패가 3~4턴 만에 정해지면, 그 메타는 망한 메타라고 생각해요. 최근 메타에서는 3턴이면 결과를 어느 정도 알 수 있어요. 예전에는 미드레이지 덱이 많아서 결과를 쉽게 알 수 없었어요. 당시에는 아무리 게임이 힘들어도 역전할 방법이 있었는데, 지금은 미드레인지 덱이 사라져서 역전이 힘들어요.



Q. 신규 확장팩이 출시 후 빠른 메타 고착화 현상이 매번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생각은?

백상현 : 카드 풀이 적어서 그래요. 강한 덱을 카운터를 칠만한 카드가 많으면 메타가 금방 고착화 되지 않아요. 하지만 카드 풀이 적어서 다 같이 강한 덱을 사용하는 거예요.

정한슬 : 카드 풀이 적은 것도 문제지만, 그보다 무의미한 카드가 너무 많은 것이 문제예요. 아마 사용될 가능성이 없는 카드가 30% 이상 될 거예요. 용암 광전사가 5/1 스탯으로 존재하는데, 얼음 광전사를 아무런 리스크 없이 5/2 스탯으로 만들면 같은 카드가 두 장이 되는 것과 다름없잖아요. 얼음 광전사 조차 안 쓰는데 용암 광전사를 사용할 이유가 없죠.


Q. 블리자드가 야생 대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는데?

정한슬 : 저는 정규전이 나오면서 야생 카드를 전부 갈았어요. 그런데 블리자드가 야생으로 권위 있는 대회를 열겠다고 하면, 지금이라도 다시 야생 카드를 만들 생각이에요. 야생의 본연의 재미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그래서 야생을 한 번도 안 해본 제가 야생에 대해서 평가하는 것이 조심스럽네요.

백상현 : 블리자드가 "야생을 살리겠다", "야생 대회를 열겠다"고 말하고 있는데, 문제가 있는 카드를 전부 야생으로 보내면서 어떤 권위 있는 대회를 만들려는지 모르겠어요. 야생을 살릴 의지가 확고하면 야생 카드가 가진 문제점을 먼저 고쳐야 해요. 사실 제가 16일부터 야생 대회를 시작하는데 너무 막막해요. 그래도 막상 하면 재밌을 거 같아요.


Q. 그렇다면 야생을 어떻게 살려야 할까요?

백상현 : 야생 카드의 비용을 줄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예전부터 신규 카드가 아닌 카드는 비용을 낮춰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이미 사용할 만큼 사용한 사람들도 있는데,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같은 가격에 파는 것은 말이 안 돼요. 곧 야생으로 가는 카드를 같은 가격에 누가 사고 싶겠어요. 야생 카드와 야생으로 곧 가는 카드는 값을 낮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미 야생으로 가버린 카드는 제작 비용을 낮춰야겠죠.

정한슬 : 게임이 흥하려면 기존 유저들이 손해를 보더라도 신규 유저 유입을 위해서 오래된 카드를 싸게 파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신규 확장팩 '운고로를 향한 여정'은 어떻게 예상하나요?

백상현 : 새로운 효과인 '적응'은 자칫 잘 못 하면 OP가 될 수 있어요. 낮은 코스트의 카드가 '적응' 효과를 받으면 사기가 될 수 있어요. 아직 판단하긴 이르지만 '적응' 카드는 밸런스를 맞추기 쉽지 않을 거예요.

정한슬 : 이전에 나왔던 '격려'는 망한 컨셉이었어요. 이번에 나올 '적응'과 '퀘스트'는 기대를 모은 만큼 꼭 제대로 살렸으면 좋겠어요. 예전에 나왔던 '격려'처럼 컨셉을 못 살리고 사장되는 경우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Q. 운과 실력의 두 가지 요소의 적정선을 맞추기 어려워 보입니다.

백상현 : '요그사론'같은 랜덤 카드 때문에 논란이 심해져서 블리자드가 최근 확장팩에서는 랜덤 카드를 거의 추가하지 않았어요. 그러다 보니 '재미가 없다'는 말이 나오더라고요. 아무래도 운이라는 요소가 적절하게 들어가야 게임이 재밌고, 실력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랜덤성이 아예 없으면 불리한 게임이 뒤집히는 경우가 절대 생기지 않아요.

정한슬 : 랜덤 요소는 개발자들이 적정선을 맞춰야 할 것 같아요. 랜덤 요소가 어느 정도가 적절한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정말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Q. '팜블라드' 곽웅섭 선수가 현재 하스스톤 e스포츠는 '그들만의 리그'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정한슬 : 동의해요. 지금은 너무 바늘구멍 느낌이에요. '팜블라드' 형이 용기 내서 잘 말한 것 같아요. 일 년에 큰 대회가 세 개 정도 있는데 그 대회를 놓치면 정말로 선수로서 뜨기 힘들어요. 기회가 많은 네임드도 기회를 잡기 힘든데 신인들이 기회 잡기는 더 힘들죠. 저는 답은 팀 대회라고 생각해요. 국내에 HCC가 있지만, 정말 큰 규모의 팀 대회를 하면, 신인과 네임드 모두에게 기회가 생길 거예요. 블리자드에서 신인들을 위한 대회를 많이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백상현 : 대회가 많이 줄어서 그런 말이 나오는 거 같아요. 그 전에는 네임드와 신인이 함께 대회에서 경쟁하는 구도였어요. 지금은 대회가 적어지면서, 대회를 흥행시키기 위해서 유명한 사람들을 초청해서 대회를 진행해요. 저는 네임드와 신인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대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신인이 대회에 나올 기회가 없어요. 대회가 많이 열리면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해요.


Q. 하스스톤이 발전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요?

백상현 : 카드 가격을 낮춰서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 그리고 대회를 많이 여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신인들이 활약할 수 있는 '와글와글' 같은 작은 대회도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정한슬 :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대회가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하스스톤이 발전할 거예요.


Q. 마지막으로 하스스톤을 사랑하는 유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주세요.

백상현 : 제가 오늘은 안 좋은 말을 많이 했지만, 그만큼 하스스톤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런 거예요. 블리자드가 유저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은 절대 아니에요. 용우 개발자님도 항상 유저들과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어요. 블리자드가 하스스톤을 다시 살려보겠다는 의지가 정말 강해 보였어요. 하스스톤을 너무 안 좋게 보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사실 저는 하스스톤을 앞으로도 계속할 거예요.

정한슬 : 저는 이번 확장팩에 기대를 많이 하고 있어요. 그동안 하스스톤에 대한 열정이 사라진 상태로 일이니까 의무적으로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번 확장팩을 통해서 열정을 갖고 재밌게 해볼 생각이에요. 저는 하스스톤에 여전히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저에게 한표를 주시면 HGG에서 한국 팀을 꼭 승리로 이끌겠습니다. 투표 부탁드립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