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은 많이 들어봐서 잘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해 본 적이 없었던 만큼 VR 체험할 기회가 생기자 괜히 기분이 들떴다. 사실 VR이 아니더라도 3D게임들을 하면 멀미를 하는 사람이라 전날부터 멀미약을 챙겨야 할까 하며 걱정했지만, 그 어지러움까지도 온전히 경험해보고 와야 하는 것이 막내의 임무라고 생각하며 패기롭게 출발했다.

도착한 홍대의 트릭아이 뮤지엄은 상상했던 것보다 발랄한 분위기였다. 여러 가지 인형들과 장식품들이 놀이동산에 온 기분을 주었다. 이런 분위기라면. 물론 자신감 있었지만, 처음부터 어려운 것을 하게 만들까봐 괜히 긴장한 척하며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VR 어트랙션들과 부스가 보였고 여러 가지를 체험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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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R은 직접 체험하는 것 - 기대보다 더 좋았던 입체감과 현실감

VR을 체험하는 사람들이 HMD를 쓰고 놀라 자빠지거나 주저앉는 것을 보기는 했지만, 과연 가상현실이 정말 그렇게 현실감 있게 느껴질지에 관해서는 회의감이 많았다. 모니터로 공포게임을 할 때도 소리 지를 뿐 의연하게 플레이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VR 공포게임을 하며 놀라자빠진다면 그것은 공포게임 자체가 무섭기 때문이지 VR이 정말 현실감 있게 다가오기 때문은 아닐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니었다. 좀비 슈팅 게임을 플레이 하기 위해 HMD를 쓰는 순간 이건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주변이 완전히 폐허로 둘러싸여 지자 정말로 그 공간에 들어가 있는 기분이 들었다. 착각이었겠지만 왠지 얼굴 위로 먼지가 바람과 함께 스쳐 지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실제같이 느껴져서 긴장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칼만 주어지고 총은 조금 후부터 이용 가능합니다.”라는 말을 듣는 순간 억울한 마음마저 들었다.

▲근접전은 어려워


물론 VR이 공포감만을 극대화 시키는 것은 아니었다. 기기에 타서 탐험을 체험할 수 있는 탑승형 어트랙션이나 VR로 보는 애니메이션은 다른 감성들을 자극했다.

먼저 중요했던 점은 VR을 통해 본 캐릭터들이 정말 내 곁에 존재한다고 느껴진다는 점이다. 모니터를 통해 보는 것과 VR을 통해 보는 것에는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 VR 애니메이션을 통해 본 토끼 캐릭터는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모니터를 통해 서로 막혀 있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공간에서 서로 보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또한, 그 토끼는 내가 다른 곳을 바라볼 때도 그 공간에 존재한다는 점. 그리고 그게 실감 난다는 것이 신기했다.

▲거미와의 교감


캐릭터가 실감 난다는 것은 곧 내가 그 가상의 상황에 완전히 동화된다는 뜻이기도 했다. 토끼가 실감 났기 때문에 그 애니메이션 속 상황에 더 감정이입을 할 수 있었다. 꾀를 부려 적을 처치하고선 의기양양하게 나를 바라보는 토끼를 보며 잘했다! 하고 말해주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실감나는 공간과 캐릭터. 그리고 그곳에 정말로 존재하는 본인. 여태까지 영화나 애니메이션, 게임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보는 사람이 감정이입을 하고 그곳에 빠져드느냐였을 것이다. VR은 이런 부분에서 강점이 있다는 것을 체험해 볼 수 있었다. 기대했던 것보다 더 실감 나고 재미있었다.


■ 아쉬웠던 점 - 역시나 느껴지는 어지러움, 그리고 다소 불편한 기기

재미있었지만 단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먼저 걱정했던 대로 어지러웠다는 점. 처음에 가만히 서서 하는 좀비 슈팅 게임이나 리듬 게임은 전혀 어지럽지 않았다. 3D울렁증이 드디어 사라진 건가 하면서 즐거워하고 있을 때 탑승형 어트랙션을 타게 되었다.

▲고통의 탑승형 어트랙션


탑승형 어트랙션은 HMD를 쓰고 기구에 앉아 즐기는 것이었는데 주로 공간을 돌아다니며 모험하는 것들이었다. 가만히 서서 할 때와 달리 나의 위치가 움직이며 주변이 빠르게 지나가자 곧 어지러워졌다. 특히 평소에 3D게임에 어지러움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조금 괴로울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HMD의 불편함도 있었다. 기기가 무거워 조금 눈에서 내려가기 때문에 딱 맞는 초점에 고정되지 않을 때가 있었다. 초점이 맞는 것이 너무나도 중요했던 것이 위에 말했던 어지러움의 주요 원인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여러 가지 다른 테마를 체험할 때마다 쓰고 벗고 해야 하는 것이 번거로웠다.

결론적으로 VR은 꼭 한번 경험해 볼 만하다. 가상현실에 완전 동화되어 캐릭터들과 교감하는 것은 누구든 언제나 기대했던 것이었으니까.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화면에 들어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누가 해보지 않았을까. 가상현실을 그대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VR의 강점을 엿볼 수 있었다. 점심을 먹을 때까지 이곳이 VR 세상인지 실제인지 어지럼증에 괴로워했지만 VR 초보로서 배운 점도 있고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혼자만 즐거울 수도 괴로울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모두 한번 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