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MSI도 어느덧 4강 2경기와 결승전 만을 남겨놓고 있다. 플레이-인 스테이지부터 바쁘게 달려온 일정 속에서 한국의 SKT T1과 대만의 플래쉬 울브즈(이하 FW), 유럽의 G2 e스포츠(이하 G2), 중국의 Team WE(이하 WE)가 4강에 합류했다. 그리고 20일 새벽에 열렸던 4강 1경기 결과, SKT T1이 FW를 세트 스코어 3:0으로 완파하고 결승전으로 향했다.

곧 열릴 4강 2경기에서는 G2와 WE가 만난다. 이 두 팀 가운데 승리를 차지한 팀이 결승전에서 SKT T1을 상대하는 만큼, 한국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그룹 스테이지에서 두 팀이 보여줬던 경기력과 스타일을 분석해 어느 팀이 조금이라도 더 유리할 지, 결승전을 앞둔 SKT T1은 어떻게 대비책을 세워야 할 것인지 알아보자.


'드러눕자!' 원딜에 많은 것을 기대는 G2


G2는 오랫동안 EU LCS에서 전승 가도를 달리고 있는 유럽의 맹주다.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한 채 조기탈락해 '맹주가 아니라 골목대장'이라는 조롱을 받기도 했지만, 이번 MSI에서는 다르다. 기복이 있긴 했지만, 당당하게 3위 자리에 오르며 4강 진출을 확정했다.

어떤 점이 달라졌기에 G2가 만년 조기탈락 후보에서 4강 진출팀으로 거듭났을까. 가장 큰 차이는 아무래도 원거리 딜러에게 많은 것을 기대는, 소위 드러눕는 스타일을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오리진 시절부터 뛰어난 모습을 보이는 '즈벤'을 필두로, 나머지 팀원들이 똘똘 뭉쳐 그의 캐리력에 힘을 보태는 조합을 자주 선택하고 있다.

'즈벤'은 이번 MSI에서 총 10경기를 치렀다. 그 중에서 케이틀린이나 코그모 등 후반이 되어야 힘을 쓸 수 있는 하드캐리 원거리 딜러 챔피언을 5번 선택했다. 여기까지만 확인하면 G2가 정말 후반 지향 스타일인지 의문이 들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G2는 '즈벤'이 그런 종류의 원거리 딜러 챔피언을 잡았을 때 4승 1패의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G2가 그룹 스테이지에서 거둔 성적이 4승 6패인 걸 감안하면 엄청난 수지다.

▲ G2는 이번 대회 총 4승을 모두 '즈벤' 하드 캐리 원거리 딜러 조합으로 거뒀다.

G2의 조합 자체가 '즈벤 지키기'에 특화되었던 경우도 많았다. 일단 '즈벤'이 케이틀린이나 트위치, 코그모를 잡으면 다른 팀원들이 이를 메워싸고 보호할 수 있는 챔피언 위주로 픽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트릭' 김강윤의 누누였다. 누누는 현재 메타에서 정말 좋지 않은 픽인데, G2는 '즈벤'의 캐리력을 올리기 위해 누누를 거침없이 꺼냈다.


이런 팀적인 조합과 운영을 위해 '퍽즈'가 참 많은 것을 포기하고 있다. 원래 '퍽즈'는 EU LCS 최고의 미드 라이너로, 자신이 캐리하는 것을 즐기고 외줄타기와 같은 플레이를 선호한다. 하지만 이번 MSI에 와서 '퍽즈'는 자신이 캐리할 수 있는 챔피언보다는 '즈벤 지키기'에 좋은 챔피언을 꽤 자주 활용 중이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오리아나다. 오리아나는 미드 1차 타워를 수성하기에도 좋으며, 아군에게 자신의 공을 붙여 보호하기에도 편하다. 물론, 오리아나 역시 중후반 이후 아이템을 잘 갖추면 엄청난 광역 대미지로 상대를 쓸어버릴 수도 있는 챔피언이다. 그런 의미에서 G2에게 오리아나는 '만능'인 셈이다.

이러한 조합을 꺼냈을 때 G2가 보여준 운영은 단순했다. 그냥 대놓고 '우리는 즈벤만 키울거야'라고 말하는 듯한 운영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행되어야 하는 조건이 한 가지 있는데, 미드 1차 타워를 최대한 지키는 것이다. LoL에서 스노우볼을 굴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상대 미드 1차 타워를 파괴하는 것이다. 그러면 상대의 움직임은 제한될 수밖에 없고, 정글 쪽 시야를 빼앗기게 되며 상대의 노림수에 그만큼 많이 노출된다. 그래서 G2는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미드 1차 타워를 굳건히 지키는 쪽으로 움직였다. '다른 건 내줘도 이건 안된다'고 외치는 듯한 운영이라고 하면 알맞은 표현이겠다.


원딜 '원톱'에 '3미드필더' 체제인 WE


중국의 유서깊은 팀인 WE가 오랜만에 LPL을 제패하고 MSI에 출전하게 됐을 때, 많은 이가 기대를 아끼지 않았다. 공격적이기만 한 것으로 유명한 LPL 팀들 사이에서 조금 더 운영을 통한 스노우볼에 강점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WE는 MSI에서도 자신들의 이러한 강점을 제대로 보여주면서 단숨에 그룹 스테이지 2위를 확정했다.

WE도 G2와 스타일이 비슷하다. 원거리 딜러인 '미스틱' 진성준이 팀의 중심 역할을 하면서 이를 중심으로 나머지 팀원들이 똘똘 뭉치는 그림이다. '미스틱' 역시 '즈벤'과 마찬가지로, 그룹 스테이지 총 10경기 중에 하드캐리 원거리 딜러 챔피언을 5회 플레이했다. 승패까지 따지자면, 3승 2패로 '즈벤'보다 한 번 더 패배했다.

▲ WE 역시 G2와 꽤 비슷한 면이 많다.

다른 점이 있다면, G2와 달리 WE는 '미스틱'이 그런 종류의 챔피언을 잡아도 자신들 역시 주도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챔피언을 자주 활용했다는 것이다. '미스틱'이 코그모나 케이틀린, 트위치를 골라도 WE의 나머지 팀원들은 피즈나 클레드, 탈리야나 르블랑, 리 신이나 그레이브즈 등 원거리 딜러 보호와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챔피언으로 조합을 완성했다. 다른 팀들이 가끔 보여줬던 것처럼 극단적인 '3실드' 혹은 '4실드'는 WE 쪽에서 한 번도 나온 적이 없었다.

탑 라이너인 '957'과 정글러 '콘디', 미드 라이너 '시예' 모두 LPL에서 캐리력하면 손에 꼽히는 선수들이다. 기존 공격적이고 저돌적인 중국의 스타일에 어느 정도 침착함을 덧붙인, 한 단계 진화한 듯한 경기력을 뽐내는 선수들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WE는 G2와 기대하는 바는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스타일의 운영을 선보인다. 축구로 비유하면 '원톱 - 3미드필더' 느낌이다. 서포터인 '벤'이나 '제로'가 거의 유일한 수비수인 셈.

▲ 이런 조합으로도 WE는 '미스틱' 중심의 운영을 자주 보인다

실제 WE의 경기를 봐도 이러한 점을 쉽게 느낄 수 있다. G2가 MSI 들어 거의 '즈벤' 원맨 캐리팀의 느낌이 강해졌다면, WE는 돌아가면서 승리를 이끌어내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팀 전체적인 움직임은 '미스틱'에게 맞춰져 있다. 한타의 시작과 끝은 미스틱이 결정짓고, 나머지 팀원들은 한타 상황이나 운영 단계의 과정을 아름답게 만드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할 수 있겠다. 마치 '미스틱'이라는 원톱이 잘 득점할 수 있도록 '957-콘디-시예'가 돌아가면서 그의 공격루트를 만들어주는 그림이랄까.


극단적인 수비 vs 능숙한 공수 전환

위에서 설명했던 걸 종합하고 요약하면, G2는 극단적인 수비를 지향하는 팀이다. 팀의 에이스 한 명을 위해 나머지 팀원들이 많은 것을 희생하고, 후반이 되면 그 에이스가 이에 보답하는 모습이다. 이와 달리, WE는 팀원들이 에이스를 무작정 지키기 않고 그가 활약할 수 있는 판을 만들어줘서 그가 더욱 빛나게 하는 운영을 선호한다고 할 수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어느 한 쪽이 극단적으로 발달한 팀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4강 2경기에서는 WE가 더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면서 승리를 차지할 것 같다. 물론, G2가 '즈벤 캐리 조합'으로 팀의 이번 대회 승리를 모두 챙겼다곤 하지만, 비슷하지만 한 단계 발전된 운영을 선보이는 WE가 이를 어느 정도 손쉽게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 아무래도 조금 더 유연한 움직임을 보일 수 있는 쪽이 경직된 쪽보다는 유리한 게 사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