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2017 MSI가 한창 진행 중이던 5월의 어느 날. EU LCS에서 활동 중인 유니콘스 오브 러브(이하 유니콘스) 선수들이 한국 부트캠프에 와서 연습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당시 유니콘스 선수들은 SNS에 무빙워크에서 노를 젓는 영상을 게시해 팬들의 관심을 모았죠. 언제나 유쾌한 모습을 보여주기로 유명한 그들이었기에, 이 기회를 통해 꼭 인터뷰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요? 실제로 우리는 어떻게 보면 유니콘스에서 선수들보다 더 유명한 매니저와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상의를 탈의하고 유니콘 탈을 뒤집어쓴 채 무대에서 관객들의 호응을 끌어내는 건장한 사내. 유니콘스의 매니저인 '호맨'과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었죠. 그는 특유의 유쾌함과 함께 e스포츠를 진심으로 위하는 진지한 자세까지 동시에 보여주면서 인터뷰에 나섰던 기자들을 반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사실 EU LCS를, 혹은 유니콘스가 출전하는 국제무대를 가끔 챙겨보는 팬들은 그가 단순히 응원단장인 줄 알고 있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그는 팀의 생계와 각종 업무를 책임지는 듬직한 매니저입니다. 하지만 자신도 처음 팀에 합류했을 때는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고 밝히기도 했죠.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지금은 내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충실히 답할 수 있어요. 저는 팀의 매니저로서 돈과 관련된 업무, 라이엇 게임즈와의 업무, 계약과 같은 행정적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죠. 물론, 팀의 마스코트이자 응원단장으로 무대에 오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건 제가 하는 일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죠."

그가 다른 팀의 매니저들과 달리 마스코트 역할을 자처하는 이유가 궁금해졌습니다. 이에 '호맨'은 크게 세 가지 이유를 들면서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답변을 들으면서 '이 사람은 정말 자기 일을 즐기는 법을 알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첫 번째 이유는 재미있기 때문이에요. 제가 원래 사람들 앞에서 관심받는 걸 즐기는 성격이죠. 두 번째로는 제가 무대에서 관객들의 호응을 끌어냈을 때 반응이 오면 제가 그로부터 에너지를 얻거든요. 그 느낌이 정말 좋아요. 그리고 또 하나는 제가 이렇게 하면 선수들이 부끄러움에 대해 어느 정도 면역이 생겨요. 선수들은 무대에서 날뛰는 매니저를 보면서 '저 사람도 저렇게 하는데'라는 생각에 그런 감정에 대해 내성을 갖게 되거든요."

간단한 자기소개(?)도 끝났으니, 본격적인 인터뷰에 들어가 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인터뷰 시작부터 그의 앞에 놓여 있는 종이와 펜의 용도가 상당히 궁금했는데요. 알고 보니 자신의 답변을 조금 더 정확하고 세세하게 알리기 위한 도구였습니다. 실제로 그는 인터뷰 질문에 대해 길게 설명할 때 종이와 펜으로 다양한 도표나 글씨를 쓰면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어필했죠. 이렇게 고마운 인터뷰이는 처음이었습니다.

▲ 이렇게 고마울 때가...

본격적인 인터뷰의 첫 질문은 유니콘스의 경기력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지난 스프링 스플릿에서 유니콘스는 예상보다 훨씬 좋은 경기력을 보이면서 상위권을 유지했고, 결승전까지 진출했습니다. 정글러 '서세이'와 원거리 딜러 '사묵스'가 팀에 합류한 첫 시즌이었던 만큼, 팬들의 놀라움은 더욱 컸죠.

이에 대해 묻자 '호맨'은 펜을 집어 들고 다소 길지만, 그의 신념이 듬뿍 담긴 답변을 쏟아냈습니다. 이번 인터뷰 내내 그의 마음을 울리는 답변을 계속 읽게 될 테니 기대하시기 바랍니다.

그가 가장 중점적으로 삼는 건 경험을 다 같이 만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현재 유니콘스에는 '호맨'을 포함해 감독과 탑 라이너 '비지차치', 미드 라이너 '엑자일', 서포터 '힐리쌍' 등 오랫동안 함께 한 베테랑 팀원들이 있습니다. 거기에 이번 시즌에는 '서세이'와 '사묵스'가 합류했죠. '호맨'은 이러한 상황에서 팀의 신참들이 베테랑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더 나아가 서로를 더욱 이해하고 감정을 공유해 '경험'이라는 걸 갖춘 팀으로 성장하는 걸 우선시했다고 밝혔습니다.

"마치 특수부대 훈련과 같아요. 게임의 시작점은 똑같지만, 그게 어떻게 끝날지는 아무도 모르거든요. 그 상황들에 대비해 훈련한다고 해도 실제 경기에서의 흐름은 전혀 다를 수 있어요. 하지만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게 된다면 긴급 상황이 터져도 연습 된 플레이를 이어갈 수 있게 됩니다. 럭비나 축구에서 서로의 위치를 보지 않고 패스해도 공격이 끊이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자신의 신념을 아낌없이 드러낸 '호맨'의 답변을 듣고 있자니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겼습니다. 분명 유니콘스는 스프링 스플릿에 기대 이상의 멋진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호맨'의 신념에 부합하는 팀이 되었는지 아닌지는 오직 '호맨'만이 알고 있을 터였죠. 해서 그에게 이번 스프링 스플릿에 유니콘스가 거둔 성적과 결과물에 만족하는지 물어봤습니다. 이에 '호맨'은 "정말 만족한다"고 답했습니다.

"스프링 스플릿 초반에 연승을 이어갔어요. 그러다가 IEM에서 플래쉬 울브즈에게 패배하고, EU LCS로 돌아와서 미스핏츠에게 졌죠. 당시 우리는 너무 자만했다는 반성을 했고, 그 결과 또 연승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결승전에서 G2에게 패배했죠. 이건 여담인데, G2는 정말 대단한 팀이고 MSI 4강이 마지막이 아닐 거예요. 아무튼, 우리는 두 명의 선수를 새롭게 영입하고도 이만큼 좋은 성적을 거뒀으니 만족스럽습니다."

대단하죠? 이 인터뷰는 참고로 MSI 4강이 열리기 전에 진행됐습니다. G2의 결승 진출을 예상했던 것 같아서 소름이 살짝 돋았네요.


그는 제가 답변에 살짝 불만족스럽다는 눈빛을 보내자 이를 읽고 내용을 덧붙였습니다. 제 질문의 요지는 이번에 합류한 두 명의 선수가 스프링 스플릿 동안 다른 팀원들의 경험을 잘 흡수해서 '호맨'의 이상향에 근접하고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거든요.

이에 '호맨'은 "두 명의 선수가 새로 합류한 건 정말 이상적인 구도"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팀을 사람의 몸에 비유하면서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우리 팀의 경우에는 중추 신경은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팔과 다리를 하나씩 교체한 정도예요. 이럴 때는 중추 신경들이 새로운 팔이나 다리가 빠르게 적응하고 기능을 향상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죠. 실제로 우리 정글러와 원거리 딜러는 정말 빠른 속도로 적응하고 발전 중이에요. 이 두 선수가 아예 신인 선수가 아니라는 점도 어느 정도 도움을 주고 있죠."

이렇게나 팀의 현재에 만족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또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겼습니다. 아무리 유니콘스가 이번 스플릿에 기대 이상의 성적을 보여줬다곤 해도, 매니저 입장에서는 아쉬웠던 경기도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이번 스프링 스플릿에서 기억에 남는 경기와 아쉬웠던 경기가 있었는지 물어봤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호맨'의 답변은 제 예상을 아예 벗어나는 것이었죠. 그는 "아쉬웠던 경기는 없다"고 선언했습니다. 만약 있었다고 해도 잊어버렸다고 덧붙였죠. 그 이유에 대해 묻자, 그는 또다시 오랫동안 답변을 이어갔습니다.

"저는 이겼을 때 오히려 더 많은 분석과 피드백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이기고 나면 풀어지기 쉽죠. 하지만 이건 잘못된 겁니다. 이겼다고 마냥 좋아할 게 아니라 우리가 왜, 어떻게 해서 이겼는지 완벽하게 분석해야죠. 이긴 경기는 팀에게 있어서 '승리의 레시피'와 같은 겁니다. 그렇기에 이걸 하나하나 뜯어서 이기는 방법을 터득하는 게 중요해요. 오히려 패배한 경기 이후에는 우리가 '승리의 레시피'에서 무엇을 빼먹었는지를 확인하는 편이죠.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IEM 오클랜드 결승전에서 플래쉬 울브즈와 만났던 경기예요. 당시 현지 사정으로 경기가 오래 지연됐죠. 정말 악몽이었어요. 선수들 모두가 지쳤죠. 그러다가 경기가 재개됐는데, 원거리 딜러였던 '베리타스'와 서포터 '힐리쌍'이 칼리스타-쓰레쉬 조합을 선택했어요. 메타에 전혀 맞지 않은 엉뚱한 픽이었죠. 하지만 팀원들은 그들의 선택을 믿어줬고 결국 승리했어요. 그때 우리 팀의 승리 비결은 우정이었어요. 모두가 지치고 힘들 때는 서로에 대한 우정과 즐거움만 남죠. 그리고 이게 '승리의 레시피' 중에 가장 큰 요소라고 생각해요."



많은 한국 팬들은 '호맨'의 이러한 답변을 듣고 의아한 마음이 들었을 겁니다. 많은 한국 프로게임단은 '호맨'이 말했던 방식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피드백이 진행되기 때문이죠. 선수들의 실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연습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 프로게임단이 많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어떤 것이 맞고 틀린지를 따지는 건 아니었지만, 최대한 정중하게 한국의 피드백 방식을 설명하면서, 이에 대한 의견을 물어봤습니다.

"그 방식도 좋은 것 같아요. 제가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었던 건 '즐거움'에 대한 것이었죠. 우리 팀에 '호로'와 '무브', '베리타스' 등 총 세 명의 한국 선수들이 있었는데, 그들에게는 실수에 대한 지적과 피드백을 하기 편했어요. 그들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거든요. 하지만 유럽 선수들은 자존심이 너무 강해요. 그래서 그런 방식으로 피드백하면 반발이 엄청날 겁니다.

김정균 코치는 정말 존경받을 만하고 대단한 코치죠. 하지만 김정균 코치가 유럽 팀의 코치직을 맡게 된다면, 선수들이 모두 미쳐버릴지도 몰라요(웃음). '저 코치는 미쳤어, 난 나갈래'와 같은 반응이 계속 터져 나올 것 같아요. 누가 맞고 틀린 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성향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죠. 이건 여담인데, 김정균 코치가 유럽 선수 다섯 명을 데리고 어떻게 가르치는지 지켜보고 싶네요. 흥미로울 것 같아요."


그는 이렇게 답변하면서 한국이 e스포츠 강국으로 계속 남아 있는 건 코치진의 강력한 피드백과 이를 잘 수용하는 선수들 덕분인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우리는 예를 들어 하루에 10시간씩 훈련해야 한다는 규칙이 없어요. 만약 차세대 '페이커'가 등장했는데 그 선수는 하루에 3시간만 연습할 수도 있죠. 김정균 코치가 정말 뛰어나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그는 선수들 개개인을 그들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대해주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 같기 때문이죠. 코치는 로봇을 훈련시키는 게 아니라 사람을 훈련시키는 직업이에요. 때문에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 있어서 상당히 똑똑하고 현명해야 해요. 김정균 코치가 지도하는 '페이커'도 로봇이 아닌 사람이고, 그에게 적합한 대처와 훈련이 필요한 법이죠."

진지한 답변을 마친 '호맨'은 잠시 생각하다가 '페이커'는 로봇일지도 모른다는 색다른 가설을 내세웠습니다. 물론, 바로 웃어버렸지만요.

한국 부트캠프에 대해 질문과 답변을 이어가던 중, 라이브 서버 메타와 챔피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문득 유니콘스는 예전부터 색다른 챔피언 조합을 자주 꺼내는 걸로 유명했다는 사실이 떠올랐죠. '호맨' 매니저는 이러한 유니콘스의 특징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우리는 그런 챔피언에 대한 부담감이나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 않고, 오히려 꺼내길 즐겨요. 요릭을 예로 들어 설명해보죠. 우리 탑 라이너가 요릭을 꺼냈어요. 상대방은 요릭이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 대회에서는 어떤 플레이를 할 수 있고 그에 대한 대처법은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려워요. 그런 점에서 우리가 우위를 점할 수 있죠. 또한, 우리가 요릭과 같은 이상한 챔피언을 꺼내면, 상대는 우리가 자기를 조롱한다고 생각할 게 뻔해요. 그럼 멘탈적인 측면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죠(웃음)."


이 사람, 진지하다가도 꼭 이렇게 한 번씩 웃음을 줍니다. 그래서 기자의 개인적인 비주류 챔피언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살짝 알려줬죠. 유니콘스가 스프링 스플릿에 꺼냈던 워윅에 대한 내용이었죠. 탑 워윅이 생각보다 괜찮다는 팁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호맨'은 "'비지차지'가 워윅을 플레이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 정글러가 워윅을 워낙 좋아해서 바로 챙겨갈 것 같다"며 호탕하게 웃었습니다. 흠, 탑 워윅 정말 괜찮은데...

사실 '호맨' 매니저를 인터뷰한 가장 큰 이유는 그가 올해 초 레딧에 남겼던 장문의 글 때문이었습니다. 그 글에는 한국인 용병에 대한 내용과 거기에서 파생된 이슈인 유럽 프로게이머 지망생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죠. 당시 반응은 크게 나뉘었습니다. '호맨'의 글에 공감했던 사람도 있었고, 그렇지 않으며 반박을 쏟아냈던 사람들도 있었는데요. 그 글을 올렸던 계기와 글로는 다 전하지 못했던 '호맨'의 생각에 대해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그 글을 작성하게 됐던 계기는 '베리타스'가 팀을 떠났던 것이에요. 그가 CJ 엔투스에 합류하기 위해 유니콘스를 배신했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그는 향수병 때문에 너무 힘들어했어요. '호로'나 '무브'는 그러지 않았기에 저는 정말 깜짝 놀랐죠. 하지만 곧 한국과 유럽은 날씨와 음식부터 모든 것이 다 다르다는 걸 깨닫고 그를 이해하게 됐어요. 그때 느끼고 배웠던 걸 토대로 그 글을 작성하게 됐죠.

사실 한국인 용병에 국한된 글은 아니었고, 유럽 사람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살던 용병에 대한 글이었어요. 그런데 그걸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사람들은 저를 인종차별주의자로 몰고 가더군요. 그런 의도는 결코 아니었어요. 저는 문화적인 다름에서 오는 차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였죠.

가장 기본적인 질문은 '왜 한국 선수들을 유럽으로 영입하는가'예요. 당연히 한국 선수들이 뛰어나기 때문이죠. 그럼 그 이유는 뭘까요? 한국인들은 스타크래프트1 시절부터 지금까지 프로게이머에 대한 10년 이상의 경험이 있으므로 어떻게 그들을 발굴하고 키우는지에 대한 노하우가 풍부해요. 하지만 유럽은 그런 것에 대한 노력 없이 팀에 한국 프로게이머를 데려오려고만 하고 있죠.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호맨'은 자신이 남겼던 장문의 글에 대한 설명으로 정말 많은 시간을 들였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느꼈던 여러 가지 생각과 저 자신만의 의견이, 이번 '호맨'의 답변으로 또 한 번 바뀌게 됐죠. 그는 진심으로 '유럽 팀에는 유럽 프로게이머가 많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후니'는 유럽과 미국에서 뛰다가 한국 팀의 부름을 받고 한국으로 가서 활동 중이죠. 이건 당연한 겁니다. 저는 프랑스인인데요. 다른 곳에서 활동하면서 아무리 좋은 성적을 거뒀어도 프랑스 팀에서 저를 부른다면, 저는 당연히 프랑스 팀으로 갈 겁니다. 누구나 자신의 고향에서 활동하면서 응원을 받길 원하거든요. 유럽 팀에서 유럽 프로게이머를 양성하는 것의 중요성을 이러한 이유로 강조한 겁니다.

그걸 위해서는 사실 자금이 더 필요하죠. 유럽에서는 프나틱과 H2K,, 스플라이스와 우리가 그런 노력에 많은 것을 투자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한국 서버와 유럽 서버의 인구수에는 큰 차이가 없는데 왜 유럽 프로게이머가 많지 않은가라는 질문을 항상 던지고 있어요. 여러 가지 답변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저는 스카우트 시스템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전 항상 김정균 코치에게 어떻게 선수들을 모집하고 키우는지에 대해 묻고 싶어요. 그는 한국 e스포츠의 전통 속에서 자신만의 노하우를 만들고 실제로 그렇게 스카우트와 코칭을 하고 있죠. 전 만약 당장 내일 선수를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 나와도 유럽 프로게이머를 영입할 거예요."


선수를 스카우트하고 철저한 관리로 프로게이머 화하는 건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호맨'의 말대로 한국은 스타크래프트1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역사 속에서 우리만의 노하우를 쌓았고, 그걸 계속 발전시키면서 현실에 적용하고 있죠. 이것과 관련해서 대화를 이어가던 '호맨'은 한 가지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e스포츠는 신체적 조건을 탈 수밖에 없는 전통 스포츠와 달리 남성과 여성을 구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e스포츠는 머리로 하는 거니까요. 그런데 왜 남성 리그와 여성 리그를 구분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어요. 언젠가는 성별 구분 없이 남녀가 한 팀을 이뤄서 같은 대회에 참가하는 날이 오길 바라요. 한국은 스카우트와 코칭에 엄청난 노하우가 있기에 이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합숙 문제도 철저한 관리 하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라고 믿고요."

사실 e스포츠 역사가 오래된 한국에서도 여성 게이머에 대한 차별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여성스러운 아이디나 챔피언으로 조금만 실수해도 온갖 욕설과 성적 모욕감을 느끼게 하는 표현이 난무하죠. 하지만 그럼에도 많은 여성이 남성과 마찬가지로 게임을 즐깁니다. '호맨'은 아무리 못해도 7:3의 성비가 존재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죠.

"이 정도 성비라고 가정했을 때 7명의 '페이커'가 존재한다면, 분명 3명의 '페이커리나'가 있을 거예요. 이렇게 재능을 보이는 여성들도 프로게이머에 도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업적인 관점에서 봐도 남녀가 함께 즐기는 스포츠라는 인식이 퍼지면 훨씬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거예요."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는데도 아직 할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바로 한창 진행 중이었던 MSI와 관련된 것이었는데요. 유니콘스는 G2에게 결승전에서 패배하면서 MSI 출전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유럽의 대표로 출전했던 G2는 당시 4강까지 오르면서 국제무대에서의 부진을 어느 정도 씻고 있었죠. 조금 잔인한 주제일 수도 있지만, e스포츠에 대한 자신만의 시각과 신념이 넘치는 '호맨'에게 그것과 관련된 질문을 안 하기엔 너무 아쉬웠습니다.

"G2는 아직 그들의 잠재력을 완전히 풀어내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기본적으로 팀은 자신감을 잃지 않아야 하죠. G2는 EU LCS에서 항상 자신감에 넘쳤지만, 국제무대에서는 그렇지 못했죠. 어찌 보면 당연해요. EU LCS보다 국제무대의 수준이 훨씬 높기 때문이죠. 이번에는 G2가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배웠던 것을 점점 발현하면서 자신감을 되찾고 있는 것 같아요. 제 생각에 G2는 SKT T1을 만나도 충분히 자신들의 강점을 뽐낼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이 인터뷰는 MSI 4강 직전에 진행됐다는 걸 명심하세요. 그의 예지력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분석력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 점에 또 놀라게 됩니다.

이번 MSI 내내 G2는 원거리 딜러인 '즈벤'에게 많은 것을 기대는 조합으로 재미를 봤습니다. MSI를 관통하는 메타가 그렇기도 했고요. '호맨'은 이런 G2의 성향에 어떤 평가를 하고 있는지 호기심이 발동했습니다. 그러자 그는 "잘 모르겠다"고 답한 뒤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였죠.

"코칭을 위해서는 선수들과 관련된 다양한 면에 대해 상세하게 알아야 해요. 한 선수의 '배경'까지 파악하고 있어야 하죠.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그선수에 대해 알기 전에 그라는 사람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저는 '즈벤'을 포함해 G2 선수들의 배경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이 질문에 대해 답변하기 힘드네요. 개인적으로 그들에 대해 알 기회가 생긴다면 꼭 알고 싶어요(웃음)."

그가 이전 질문에서 답했던 내용이 다시 한번 떠오르면서 제가 괜한 질문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호맨'은 선수들을 정말 제대로 관리하고 있다는 것을 또다시 느낄 수 있었죠. 그는 정말 진심으로 선수를 사람으로 대하고 있다는 것도 함께 느꼈죠.

매 순간 자신감 넘쳤던 '호맨'은 유니콘스가 MSI에 갔다고 가정했을 때 G2가 보여주고 있는 것보다 더 나은 경기력을 보였을 것 같냐는 질문에서는 힘이 약간 빠진 느낌이었습니다. 행복한 상상이지만, 현실은 달랐기 때문이었을까요? 그는 살짝 고민하더니 "그럴 것 같지 않다"고 답변했습니다. 유니콘스는 결승전에서 G2에게 완패를 당했기 때문에 MSI에 갈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설명했죠. 자신감 넘치던 그의 모습에 '우리가 더 잘했을지도 몰라요'와 같은 답변을 기대했던 저는 살짝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팀에 대해 정말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걸 파악할 수 있었죠.


그래서였는지 마지막 질문에 '호맨'은 G2를 이기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고 강조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그의 눈빛에서는 열정이 불타올랐죠.

"G2는 EU LCS에서 지난 400일 동안 딱 한 번 패배했어요. 우리에겐 한국이나 플래쉬 울브즈보다 더 이기고 싶은 상대이자 목표점이죠. 그들을 이겨야 한국 팀이나 플래쉬 울브즈를 상대로도 승리할 수 있어요."

마지막 질문에 '호맨' 매니저는 자신의 신조로 삼고 있는 표현이 있다고 설명하면서 그게 유니콘스의 신조이기도 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답변도 제 마음을 울리게 하기 충분했죠.

"쉽진 않겠지만, 결국 아름답게 끝날 것입니다(We never say it was gonna be easy, we said it was going to be beautiful). 이게 제 삶의 신조이자 유니콘스의 신조예요. 쉽게 말하면 노력하자!는 말입니다. 우리의 목표를 향해 가는 길이 결코 쉽진 않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가 노력한다면 결국 아름다운 결말이 이어질 게 분명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