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S 진출, 그리고 첫 시즌 리그 3위. 보통 해외로 나간 선수가 바로 활약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으나, '애로우' 노동현은 조금 달랐다. KT 시절 한솥밥을 먹던 '류' 류상욱과 함께 'Phoenix 1(이하 P1)'에 합류한 그는, 입단 후 첫 시즌에서 말그대로 날아다니는 활약을 보여주며 북미 최고의 원거리 딜러로 우뚝섰다. 하지만 봄은 지나갔고, 그 여운은 짧았다.

이어진 서머 시즌, P1은 지난 시즌의 활약을 부정하듯, 패배의 고리에 빠져 버렸다. 그렇게 3주, 여섯 번의 경기를 치른 끝에 얻은 성적은 0승 6패. 절망적인 수치였다. 하지만 P1은 포기하지 않았다. 이어진 4주차. 'MikeYeung'과 'Xpecial'이라는 두 엔진을 새로 장착한 P1은 3승 3패로 중위권을 차지하고 있던 '에코 폭스'를 2:0으로 찍어누르며 값진 1승을 거두었다. 그늘져있던 선수들의 얼굴이 밝게 빛나는 순간이었다.

경기가 끝난 후, '애로우' 노동현과 따로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시즌 좋은 활약을 보여준 만큼, 더 마음 고생이 심했을 그였다. 간만에 홀가분한 얼굴로 자리에 앉은 그를 보니 괜히 웃음이 났다. 이제 좀 마음 편하게 이번 시즌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Phoenix 1, '애로우' 노동현



Q. 시즌 시작하고 첫 승리다. 그간 이어진 연패에 마음 고생이 심했을텐데, 승리 소감이 어떤가?

첫 승리다 보니 많이 기쁘지만, 그렇다고 너무 특별하게 여기지도 않는다. 시즌 초에는 정말 맥없이 패배하는 경우가 많았고, 연습 경기 중에도 희망 없이 지는 일이 잦았다. 하지만 시즌이 진행될수록 점점 탄력이 붙었고, 최근 들어서는 간발의 차이로 승리를 놓치는 경우도 있었다. 어쨋든 우리 팀이 점점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주 경기를 보다 긍정적으로 볼 수 있었다.


Q. 팀의 기량이 점점 나아지게 된 계기가 따로 있는건가?

정글러인 'MikeYeung'과 'Xpecial'의 합류가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사실 그들이 온 후에도 꾸준히 졌다. 그러다 어떻게든 경기를 이어간 적이 있었는데, 경기가 끝난 후 생각해보니 우리가 저지른 실수가 무려 5가지나 되었다.

5가지 실수를 범하고도 게임을 이어갈 수 있었다는건, 실수를 줄이게 되면 또 이길수 있다는 뜻 아닌가. 그래서 점점 더 나아질 수 있었던 것 같다.



Q. 지난 시즌에는 3위라는 준수한 성적으로 마무리했었는데, 이번 시즌에 특히 더 부진했던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먼저, 내가 게임을 하면서 답답함을 많이 느꼈다. 'Ryu'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마찬가지였을 거다. 이번 시즌에 들어 서포터와 탑 레인의 메타가 꽤 변했고, 그 변화가 우리 팀에는 썩 맞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게임이 잘 풀리지 않았고, 이 풀리지 않는 게임을 억지로 풀어내려다 보니 마음이 급해져 잦은 실수를 범했다. 나 또한 이번 시즌 부진에서 꽤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또 반성하고 있다.


Q. 베테랑 서포터인 'Xpecial'과 호흡을 맞추게 되었다.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솔직히 말하자면, 엄청나게 뛰어난 피지컬로 모두를 압도하거나 말도 안되는 기량을 가진 선수라곤 할 수 없다. 하지만 다른 스타일로 그는 뛰어난 선수다. 시야 장악이나 오브젝트 컨트롤, 그리고 게임 내에서 단기적으로 우리가 수행해야 할 목표를 설정하는 데에 있어 'Xpecial'은 기막힐 정도로 좋은 식견을 갖고 있다.

그는 디테일한 운영에 굉장히 능숙한 플레이어이고, 나 또한 게임을 그런 방식으로 풀어가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때문에 피지컬의 측면에서 다른 스타플레이어들에 비하면 조금 덜 돋보이는 선수이지만, LOL 프로게이머로서는 훌륭한 플레이어라고 말하고 싶다.


Q. 새로 영입한 정글러 'MikeYeung'도 오늘 경기에서 놀라운 활약을 보여주었다. 동료로서, 또 선수로서 그는 어떤 사람 같나?

사실 나도 함께 한 시간이 길지 않아 자세히는 잘 모른다. 하지만 놀라운 피지컬을 갖춘 선수다. 그는 솔로 랭크 경기를 하면서도 늘 적극적으로 팀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했고, 코치진이 그 모습을 높이 사 팀으로 데려오게 되었다. 사실 솔로 랭크에서 그정도로 팀과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는 플레이어는 드물기 때문이다.

자신감도 갖추고 있고, 실력도 갖추고 있지만, 그렇다고 자신을 너무 드러내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언제나 LOL이 팀 게임이라는걸 자각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친구가 재밌는 점이 하나 있다. 난 스트리밍을 자주 하는 편인데, 꼭 모여서 밥을 먹을 때마다 함께 보는 TV로 내 방송을 틀어둔다. 내가 게임하는 모습을 내가 보면서 밥을 먹다 보면 기분이 상당히 오묘해진다. 그래서 채널을 돌리면, 어느 순간 또 내 방송을 틀어 놓곤 한다. 아직 많이 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알수록 좋은 선수이자 동료인것 같다.

▲ 인상깊은 활약을 보여준 'MikeYeung'


Q. 연패를 하는 와중에도 SNS를 통해 좌절하지 않고 의지를 다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보통 좌절하기 쉬운 상황인데, 어떻게 견뎠나?

글쎄...... 점점 괜찮아지더라. 웬만해서는 아주 슬프거나 절망적인 기분을 별로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절망적인 상황이라 해서 그저 좌절하는것보단 어떻게든 웃음으로 넘기고 최선을 다 해야 또 이길수 있지 않나? 내가 실수를 해서 진 경우도 많다 보니 누구 탓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


Q. 이제 2주 후면 '리프트 라이벌즈'도 출전하게 된다. 부담이 좀 될 것 같은데, 어떤가?

아무래도 EU와의 경기는 부담이 안될수 없다. 자존심이 걸려 있다고 해야 할까? 팬덤간의 경쟁 의식도 꽤 쎈 것 같다. 일단 나는 NA소속으로 경기에 나가게 되니 어떻게든 좋은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2주간 계속 열심히 연습하고, 준비한다면 점점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U에는 굉장히 강력한 상대들이 많다.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 같지만, 그렇다고 넘을 수 없는 벽이라 생각하지도 않는다. EU의 ADC 선수들은 재미있는 챔피언들을 많이 다루더라. 그 선수들과도 한번쯤 겨뤄보고 싶었는데,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Q. 이제 자신감을 좀 회복했으니, 다음 숙제는 다가올 'Team Liquid'와의 경기다. 자신 있나?

지금처럼 점점 나아진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팀 리퀴드면... 피글렛 선수와 붙게 된다. 지금까지 해온거로 보니 피글렛 선수는 바텀 레인을 아예 부수고 싶어하는것 같았다. 그에 맞춰 잘 버티던가, 아니면 역으로 부숴버리면 될 거다. 우리가 마구 부서질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 '피글렛'의 공격을 막아내거나, 역으로 부수면 된다


Q. 부진한 시기에도 꾸준히 응원해준 팬들에게 한 마디 해줄 수 있나?

생각보다 우리의 팬들이 전 세계 각지에 있는 걸 보고 굉장히 놀랐다. 남미에서도 응원의 메시지가 오는가 하면, 정말 생각치 못한 곳에서도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다. 늘 우릴 응원해주시는 팬분들에게 감사하다 말씀드리고 싶고, 이제 그 응원에 보답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전하고 싶다.


Q. 이제 다른 팀들에게 P1도 한 방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상위권 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그러고 보니 우리가 벌써 6패다. 하지만 지난 시즌에도, 시즌 중반에 상위권과 하위권의 순위가 엎어졌다. 금방 치고 올라갈 생각이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해주고 싶다. 한 팀은 밑으로 내려줄테니 기다려 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