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만평은 엄청난 기세로 롤챔스의 1위를 지켜내고 있는 롱주 게이밍과 팬들이 보여주는 색다른 반응에 대한 내용입니다.

이번 시즌, 롱주 게이밍의 행보가 심상치 않습니다. 롱주 게이밍은 패기로 무장했던 수많은 팀들을 완벽한 경기력을 통해 차례로 꺾고, 지난 22일에 드디어 롤챔스 순위의 정점에 올라섰습니다. 과거 IM 시절부터 롱주 게이밍을 응원해 온 오랜 팬들은 그동안의 행보로 봐서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 이 결과에 특히 크게 환호하고 있습니다. 몇몇 팬들은 지금의 선수들은 물론, 롱주 게이밍을 거쳐간 수많은 선배 선수들의 이름을 기쁨에 겨워 외치기도 했습니다.

롱주 게이밍은 깊은 역사에 비해 언제나 '안타깝게 잘 안되는 팀'의 이미지를 갖고 있었습니다. 1세대 선수부터 신인 선수, 몸값이 비싼 유명 선수까지 수많은 선수들이 롱주 게이밍의 역사에 함께했지만, 결과적으로 롱주는 언제나 '당최 뭘 해도 안 되는' 팀의 운명을 맞이하곤 했습니다. 매년 유명 선수들을 영입했다는 소식이 들리거나, 간헐적으로 좋은 경기력이 보여질 때마다 들려오는 '올해는 다르다' 는 어느새 본래의 뜻에서 벗어난 하나의 '밈(meme)'이 되었죠.

달라짐에 대한 기대는 언제나 빗나갔고, 일부 롱주 팬들은 반복되는 결과에 지쳐가는 한편, 오히려 이런 롱주 게이밍을 동정하는 동정팬들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이 동정팬의 팬덤 또한 꽤나 두터웠을 정도이니, 롱주 게이밍에 대한 전반적인 안타까움은 e스포츠 씬에서 꽤나 상징적이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번 시즌, 롱주 게이밍의 팬들은 이와는 다른 낯섦을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정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죠. 그 후가 보장되지 않는 단기적인 기쁨이 아닌, 정말로 엄청나게 잘 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아픈 경험을 근거로 한(?) 재미있는 반응이 나타납니다.

바로 롱주 게이밍의 팬들이 스스로 '올해는 달라졌다'는 이미지를 거부하고 있는 것입니다. 매년 '달라짐'을 믿다가 실망을 해 온 역사를 근거로 하여, 분명한 강팀으로 이번 시즌을 주름잡고 있는 롱주 게이밍을 아직도 그저 강등권을 갓 벗어난 약팀일 뿐이라고 칭하는 것입니다. 혹여 아직 이러한 흐름을 모르는 팬이 강해진 경기력을 칭찬하면, '결코 강해지지 않았다'며 말리는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비록 정말 달라져 보이지만, 마음 속으로는 여전한 약팀이여야만 하는, 강하지만 강팀이 아닌 이상한 역할. 과거의 아픔과 현재의 환희가 뒤섞여 발생하는 재미있는 해프닝입니다. LCK에서 이제까지는 볼 수 없었던, 아픔을 가진 롱주 게이밍이기에 가능한 독특한 팬들의 반응. 해외에서는 롱주 게이밍의 깊은 역사와 사연을 아는 팬이 많지는 않아서인지, 아직까지 비슷한 반응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못내 아쉽기도 합니다.

점점 흥미롭게 흘러가는 롤챔스 섬머 시즌. 이제 하나 하나의 승부가 더더욱 중요할 때입니다. 이맘때에는 이렇듯 각성한 경기력으로 순위를 치고 올라가는 팀들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는 시기이기도 하죠. 과연 '강등권을 이제야 막 벗어난' 이 팀이 앞으로도 어떤 기록을 더 세울 수 있을지, 정말 오랜 세월을 기다려 온 이들에게 어떤 기쁨을 더 줄 수 있을지. 그리고 수많은 팬들이 그 기쁨을 과연 어떤 새로운 방식으로 더 표현할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