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해에 도착한 지도 벌써 3일 차. 기껏해야 패키지여행으로 홍콩 정도만 다녀봤던 사람의 시선이 넓은 곳을 바라보기 시작하는 시점인 것 같다. 소위 말해서 '압도적인 스케일'이 무엇인지를 체감할 수 있었다. 거기다 온갖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상해를 한 바퀴 돌기도 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면에서 행사 전날인 오늘(26일)은 그놈의 '규모'에 혀를 내두른 날이기도 했다. 일반적인 차이나조이 취재는 행사 시작 전날 현장을 방문하여, 미디어 패스를 수령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매년 늘어나는 보증금(올해는 300위안이었다)을 걸고, 출입증을 받는 형태다. 그리고 패스를 받은 이후부터는 아직 작업 중인 부스 곳곳을 탐방해볼 수 있다. 문제는 이게 너무 넓다는 거다.

단순히 '크다, 넓다'는 표현으로는 담기 어려운 분위기가 압권이었다. 저 멀리 행사장 중앙 공터를 가로지르는 할리데이비슨 스쿠터(분명 스쿠터인데 할리데이비슨처럼 생겼다. 진짜다), 어디서 들려오는 각양각색의 외국어, 아스팔트를 뜨겁게 달구는 태양 빛까지. 이 모든게 어우러져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를 내뿜었다. 마치 이렇게 소리 지르는 듯했다.

"가라. 약골 녀석. 가서 강해져서 돌아와라!"


▲ 소니 컨퍼런스가 진행됐던 '메르세데스 벤츠 아레나'. 여기도 크다.

그래서 행사장을 떠났다. 본 행사는 내일 시작이니, 부스 풍경기를 취재할 인력을 남겨두고 두 번째 일정인 소니 컨퍼런스 행사로 향했다.

중국 시장에서 다양한 타이틀을 선보이는 만큼, 중국 내 관련 미디어들에게는 큰 행사다. 가끔 국내와 관련되어있는 소식이 공개되기도 하지만, 중국 시장이 다른 아시아 지역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그래서 기본적으로는 여기서 발표되는 내용들은 이미 공개됐던 정보들의 반복이거나, 큰 놀라움을 주기는 어려운 것들이다.

그리고 어김없이 이번에도 그랬다. '호라이즌: 제로 던', 'FF15 DLC' 등등. 이미 알려진 정보들을 중국 매체들에 확정 짓고 선보이는 게 목적이었으니까. 하지만 이후 코에이테크모 게임즈의 '스즈키 아키라' PD가 등장하면서 분위기는 반전되기 시작했다. 전 세계 최초로 '진삼국무쌍8'의 플레이 시연이 이루어졌기 때문이었다.

중문화 자막과 더불어 더빙까지 이루어진 모습을 보고 중국 모든 매체는 환호를 지르며, 카메라를 머리 위로 들었고, 우리도 덩달아 영상촬영을 시작했다. 보안 때문에 영상을 사용하기 어려워질게 뻔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일단 찍고 봤다. 그만큼 충격을 줬던 시간이었다.


▲ 진삼국무쌍식 오픈 월드는 꽤 괜찮아 보였다.

다음으로 주목했던 부분은 '차이나 히어로 프로젝트'. 중국 내의 개발사들을 지원하며, 만들어진 게임을 SIE에서 유통을 담당하는 형식의 지원책이었다. 엔진사와 서드파티 등 개발에 필요한 지원까지 이루어지며, 금전적인 부분에서도 협력사를 통해 다방면 지원을 진행한다. 실제 결과물도 준수한 상태로 공개됐고, 유럽과 북미 등에 퍼블리싱될 예정이다.

이를 소개하며 내건 슬로건은 짧지만 굵게 마음에 와 닿았다. 차이나 히어로 프로젝트와 함께, 'Created In China' 이 한마디가 갖는 무게는 꽤 무거웠다. 'Made In China'가 보여주는 의미와 파급력을 동시에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무게감이 있는 한 방이었다.

▲ 확실한 청사진까지 보여준 슬로건이었다고 생각한다.

많은 인구수와 커다란 시장, 소비적인 측면을 넘어서 '만드는 것'과 '유통하는 것'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한 슬로건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동시에, 중국 게임 개발 능력이 향상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했으리라.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몇몇 게임들을 생각한다면, 국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야기였다.

이날 자리에서 '와콤'과 '스트림라인 스튜디오'와의 협업도 공개했다. 스트림라인 스튜디오는 '스트리트파이터V', '바이오쇼크 인피니티', '기어스오브워'등 다양한 게임 제작에 협력해 온 회사다. 이들은 이후 차이나 히어로 프로젝트 대상 게임들의 개발에 무료로 도움을 줄 계획이다. 개발부터 금융, 출시에 이르기까지.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셈이다.

▲ 많기도 하다. 솔직히 부럽다

소니의 전폭적인 지원책을 보면서 앞으로 콘솔 게임에서도 중국산 게임들을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란 미래가 그려졌다. 비록 국내에는 퍼블리싱을 논의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른 시일 내에 PS 스토어에 다양한 장르의 중국 게임들이 선보일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동시에 국내에서도 이런 지원이 이루어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가정도 해봤다. 중국에서도 애초부터 콘솔 플랫폼으로 충분한 퀄리티를 만들어낸 것은 아닐 것이다. 어딘가 계기가 될 만한 과정이 존재했고, 그것을 밑거름 삼아서 지금에 이른 것이다. 실력을 쌓기 위한 토양을 만드는 과정. 그리고 중소규모의 개발사들이 성장하기 위한 과정까지. 선순환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멈춰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