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게임인 만큼, 다양한 전략과 빌드오더가 사용됩니다. 빌드오더는 시대에 따라 정석으로 자리 잡기도 하고 파훼법이 밝혀지며 비주류가 되기도 했는데요. 그 시절 기억을 더듬으며 추억의 빌드오더를 사용해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될 수 있습니다. "빌드오더는 돌고 돈다"는 유명한 말처럼, 깜짝 승리를 쟁취할 때도 있거든요. 추억의 빌드, 그 첫 시간은 일명 "불독 토스"입니다.

불독 토스는 200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널리 유행했던 프로토스의 대 테란전 빌드오더입니다. 테란의 2 팩토리 러쉬나 1 팩토리 1 스타포트 견제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빌드오더로, 빠른 로보틱스 퍼실리티 건설과 3 게이트웨이 확보가 핵심입니다.

이 빌드오더의 가장 큰 장점은 당시 테란의 견제를 안정적으로 방어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빠른 옵저버를 통해 스파이더 마인에도 대비할 수 있고, 3 게이트웨이에서 생산되는 드라군으로 역공까지 이루어낼 수 있었습니다. 다만, 추가 자원 확보가 느리기에 중, 후반 운영의 힘이 빠질 수 있고 3 게이트웨이 활성화 이전 공격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어 점점 활용이 줄어들었습니다.

▲ 불독 토스의 상징은 빠른 로보틱스 퍼실리티와 추가 게이트웨이입니다


= 불독 토스 기본 빌드오더 (인구수 기준, 프로브 꾸준히 생산)

8 파일런 → 10 게이트웨이 → 11 어시밀레이터 → 13 사이버네틱스 코어 → 15 파일런 → 17 로보틱스 퍼실리티 → 18 드라군 → 21 파일런 → 22 드라군 사정거리 업그레이드 → 24 옵저버토리 → 2 게이트웨이 추가 건설

▲ 10 게이트웨이, 11 어시밀레이터로 시작합니다


▲ 사이버코어 네틱스가 완성되면 곧바로 로보틱스 퍼실리티를 올립니다


▲ 드라군 사정거리 업그레이드는 천천히 진행합니다


▲ 옵저버토리와 2 게이트웨이를 건설하면 됩니다



불독 토스의 가장 큰 특징은 빠른 로보틱스 퍼실리티 건설과 옵저버 확보, 그리고 이어지는 3 게이트웨이 드라군이 있습니다. 기본 빌드오더를 보신 분은 눈치채셨겠지만, 드라군 사정거리 업그레이드를 뒤로 미루고 사이버네틱스 코어가 완성되자마자 로보틱스 퍼실리티 건설을 하게 되는데요.

첫 드라군 생산도 로보틱스 퍼실리티 건설 뒤에 시작하기에 전투 유닛 확보 자체는 느린 편입니다. 또한, 그 뒤에도 드라군을 꾸준히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추고 옵저버, 3 게이트웨이 건설에 자원을 소모하기에 드라군은 1기로 유지됩니다. 보통은 이 드라군으로 정찰 SCV를 처치하고 입구를 봉쇄하게 되는데요.

▲ 로보틱스 퍼실리티 건설 이후 드라군을 생산하게 됩니다


옵저버가 생산되고 추가 건설한 게이트웨이들이 활성화되기 시작하면, 드라군이 3기씩 생산되기에 테란에게 상당한 압박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앞마당 멀티를 확보하지 않고 2 팩토리에서 생산되는 탱크와 벌쳐, 마린 등으로 타이밍 러쉬를 가하는 테란을 상대로는 상성 상 우위를 점한다는 평가입니다.

테란이 2 팩토리 이후 프로토스의 빌드를 파악하고 심시티로 수비하며 멀티를 가져간다면 운영 싸움으로 이어지게 되나, 섣불리 진출하면 다수의 드라군에 모든 병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외에도 1 팩토리 1 스타포트 이후 드랍쉽 견제를 노리는 테란에게도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는 빌드오더입니다. 과거, 로스트 템플이 큰 인기를 끌던 시절에는 테란이 2 팩토리와 1 팩토리 1 스타포트를 자주 사용했기에 불독 토스도 대세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불독 토스는 왜 정상의 자리에서 밀려나게 되었을까요? 크게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지금까지도 널리 쓰이고 있는 'FD 빌드'의 등장입니다. FD는 배럭에서 마린을 꾸준히 생산하고, 1 팩토리에서 시즈 탱크를 생산해 빠른 타이밍에 프로토스를 찌르는 빌드오더인데요. 압박과 동시에 테란은 앞마당 멀티를 건설하기에 FD라는 명칭의 유래가 'Fake Double'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불독 토스가 FD 빌드오더의 테란을 상대하게 되면, 드라군이 1기 혹은 2기 상태에서 적의 공격에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빌드를 조금 변형하여 드라군 추가 타이밍을 당기더라도 사정거리 업그레이드가 늦기에 수비가 쉽지 않습니다. 게이트웨이 활성화 이전 타이밍이기에 허무하게 게임이 패배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인데요. 어렵게 수비에 성공하더라도 상대는 추가 멀티가 확보된 상황이기에 이후 운영에서도 불리함을 가지게 됩니다.

▲ FD테란의 진출 타이밍에 수비 병력이 부족합니다


또 다른 이유는 배럭 더블의 정착입니다. 배럭 더블은 팩토리 건설 전에 추가 커맨드 센터를 올리는 빌드오더인데요. 프로토스가 옵저버를 확보하고 게이트웨이를 늘리는 사이 테란은 자원 활성화가 완료되고 어느 정도의 수비 라인을 갖출 수 있게 됩니다. 이후로는 물량에서 프로토스를 앞설 수 있죠. 또한, 로스트 템플 이후의 주요 맵들은 앞마당 입구도 좁아졌기에 테란 입장에서는 심시티를 통한 드라군 수비가 수월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불독 토스 빌드오더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변화를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FD 테란의 빠른 공격을 막기 위해 프로브 생산을 쉬며 추가 드라군과 게이트웨이 확보 타이밍을 앞당기기도 했고 셔틀과 질럿 추가를 통해 테란의 수비 라인을 돌파하는 방법이 유행하기도 했는데요. 시간이 흐르며, 프로토스가 테란을 상대하는 방향이 멀티 확보 이후 유닛 생산, 상위 테크트리 확보로 변경되며 불독 토스는 '올인'에 가까운 전략이라는 평가를 받게 되었습니다.

최근 테란의 대 프로토스전 빌드오더는 팩토리 더블, 배럭 더블이 정석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테란이 방어선을 튼실하게 갖추며 수비에 집중할 경우, 앞마당 멀티 확보가 느린 불독 토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힘이 부족하기에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빌드오더는 아닙니다. 그러나, 2 팩토리를 상대할 때는 여전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빌드오더고 수비가 허술하다면 초반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니 그 활용법을 연습해두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FD 타이밍만 넘기면 3 게이트웨이에서 드라군이 쏟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