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hotos courtesy of LoL esports

19일 LA 산타모니카에서 열린 2017 NA LCS 플레이오프 1라운드 1경기에서 팀 디그니타스가 C9을 상대로 3:1 승리를 따냈다. 디그니타스에는 한국인 선수들이 특히 많다. 대형 한국 선수인 '썸데이' 김찬호를 시작해서 정글 '쉬림프' 이병훈과 뉴질랜드인이지만 한국계로 한국어도 수월한 미드 '킨' 장래영까지. NA LCS는 용병을 두 명만 기용할 수 있는데, '킨'이 시즌4부터 NA에서 활동해 규정상 용병 제한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들 중에서도 탑-정글 듀오인 '썸데이'와 '쉬림프'와 경기 후 인터뷰를 했다. '쉬림프'는 초면이었는데, 수수하다는 생각과 가식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인터뷰가 익숙하지는 않은 듯, 약간 경직돼 있기도 했다. '썸데이'는 한국에서 본 적이 있어 구면이었는데, 여전히 천진난만한 웃음이 매력적이었다. 미국 생활에 잘 적응해서인지 살이 조금 붙은 듯했다.

약간은 다른 느낌을 주는 두 선수였지만, 모두 NA LCS 플레이오프 첫 경기 승리에 기쁜 모습이 얼굴에서 흠뻑 묻어 나왔다. 4강-결승까지 이제 두 단계만 넘으면 북미가 그들의 손에 들어올 수 있으니까.


여러모로 기분 좋았던 두 선수의 이야기는 경기 승리 소감으로 시작됐다.

'쉬림프' : 오늘 조금 힘겹게 이겼는데, 힘겹게 이겨서 더 뿌듯하다.

'썸데이' : 플레이 스타일, 밴픽 등 상대방이 준비해온 것이 우리의 예상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이기기는 했지만, 강팀이라 그런지 조금 힘들었다. '임팩트' 선수는 수비적으로 하고 '젠슨'은 공격적인 픽과 그에 맞는 플레이를 했다.


오늘 '임팩트'의 픽을 보면 스플릿 푸시에 힘을 주는 챔피언으로 조금 공격적이지 않았나?

'썸데이' : 그건 오늘 우리의 컨셉이 탑을 희생하는 컨셉이어서 나온 그림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웃음).


유독 마오카이를 고집했고, 빠르게 뽑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쉬림프' : 마오카이는 탑이든 정글이든 상황에 맞춰 돌려쓸 수 있어서 교란용이었다.


'쉬림프'는 렉사이 장인으로 유명했다. 요새는 다른 챔피언도 많이 익숙해진 듯하다.

'쉬림프' : 다른 챔피언도 다 익숙해지고 있는데, 렉사이는 여전히 언제라도 꺼내고 싶다. 하지만, 팀에서 렉사이를 선호하지 않아 봉인하고 있다. 어떤 챔피언이든 자신 있게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


누누를 유독 선호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쉬림프' : 내가 선호하는 건 아니다. 팀이 누누를 더 좋아한다.

'썸데이' : 코치인 '세인트비셔스'가 초식계의 아버지다. 누누를 너무 좋아한다...(웃음). 개인적으로 썩 좋아하는 건 아니다. 오브젝트 싸움 걸기에 강점이 있어 스노우 볼 굴리기에도 괜찮은 것 같다.

'쉬림프' : 누누를 플레이하면 편하다. 파밍밖에 못 하니까... 갱킹이 강한 것도 아니라, 시야 먹는 것 정도만 한다. 하지만, 아무 사건도 안 일어나면 누누가 확실히 후반에 좋다고 생각한다. 결국은 초,중반에 우리 팀원들이 버텨주느냐가 관건이다(웃음). 나도 플레이하기에 편하고 팀도 원하니까 하라고 하면 언제든 할 수 있다.



오늘 그래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녹턴을 사용하면서 챔피언 사용 폭을 넓혔다.

'쉬림프' : 녹턴 같은 경우는 경기 전날 앨리스를 상대할 만한 픽을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던 찰나에 발견했다. 마이클이 굉장히 좋아하는 챔피언이다.


마이클이 누군가?

'썸데이-쉬림프' : 우리 오너다(웃음).


오너가 좋아해서 뽑았나(웃음)?

'쉬림프' : 오너가 좋아해서 뽑기는 했지만, 스크림에 성적이 정말 좋았다. 오늘 제대로 녹턴 각이 나와서 뽑았는데, 앨리스한테 솔로 킬을 당하고 나서 많이 꼬였다. 다시 쓸... 지는 모르겠다.


오늘 경기에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힘든 상황에서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았는지?

'썸데이' : 일단은 우리가 완벽하게 플레이하지 못해서 그런 상황이 많이 나온 것 같다. 중간에 오더가 통일되지 않고 엇갈렸다. 하지만, 상황 자체가 절망적인 게 아니어서 이길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플레이오프에서 벌이는 한국인 탑 라이너 대결이었다. 의식이 되거나 하지는 않았나? 더 주목이 갈 수밖에 없는 경기였는데?

'썸데이' : NA LCS에 있는 탑 라이너의 절반이 한국인이다. 시즌 중에 많이 만나보기도 해서 그렇게 의식이 되지는 않았다.


'쉬림프' 선수의 경우에는 경기 출장을 띄엄띄엄했다. 경기력을 유지하는데 어렵지는 않았나?

'쉬림프' : 약간 플레이에 기복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머리만 잘 쓰면 반은 가니까... 게임이 안 풀릴 때 성급하게 해서 망할 때가 꽤 있었는데, 다행히 오늘은 그런 일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탑-정글이 초, 중반 운영의 중심에 있는데, 호흡이 잘 맞는 편인가? 주로 의사 결정은 누가 하는지?

'쉬림프' : 초반에는 팀원들이 내 정글 동선에 많이 맞춰준다. 내가 첫 동선을 탑 위주로 잡으면 탑에서 딜 교환을 강하게 해서 같이 킬을 따는 그림이 스크림에서 자주 나왔다. 초반 킬 설계 같은 경우에는 커뮤니케이션이 정말 잘 된다.



그럼 중반부터는 어떤가?

'쉬림프' : 중반부터는 봇 위주로 게임을 푼다. 탑은 라인을 정리하러 가거나 뭐...

'썸데이' : 나는 아일랜드(섬)에 산다(웃음). 아일랜드.

'쉬림프' : '썸데이' 아일랜드...


이번 시즌 폼이 지난 시즌보다는 확실히 좋다. 아무래도 봇 듀오의 교체가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 같은데?

'썸데이' : 일단 팀원이 한 명만 바뀌는 것만으로 팀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팀원이 바뀐 것이 주요했다. 사실 '알텍' 선수가 이렇게 좋은 모습을 보이는 건...(웃음) 내가 모든 것을 다 퍼주기 때문이다. 그런 영향도 조금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웃음).

'쉬림프' : '로드-빅'이 봇 듀오였을 때는 봇이 밴픽에서부터 희생을 많이 했다. 당시에 우리는 탑에 힘을 주는 전략이었다. 그런데, 탑 메타가 바뀌면서 봇 위주의 전략을 짤 수밖에 없었는데, 봇 듀오가 교체되면서 좋은 효과가 발휘된 것 같다. 원래부터 우리 팀은 봇에 힘을 주는 전략이 잘 맞는 옷이었던 것 같고, 두 선수의 영입도 힘이 됐다.


LCK를 보면 케넨, 럼블, 나르 같은 챔피언이 가장 뜨거운데, 이런 챔피언을 뽑지 않는 이유가 있나?

'쉬림프' : 아일랜드라서...(웃음)

'썸데이' :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아일랜드기 때문에...(웃음)


이런 방식이 편하다고 느끼는 것인지?

'썸데이' : 이기면 편하기는 하지만, 질 때는 다른 픽을 어필하기도 한다. 그런데, 코치형들 힘이 강해서, 내 의견을 강하게 표출하기가 어렵다(웃음). 코치진의 의견을 최대한 따라가려고 하지만, 딜 위주의 강한 픽이 하고 싶기는 하다. 요새 케넨이 괜찮다고 느낀다.

'쉬림프' : 확실히 탑 입장에서는 지면 억울할 것 같기는 하다.


마지막 4세트, '시비르-잔나-누누'는 완전히 원거리 딜러 중심 밴픽이다. 팀에서 그만큼 '알텍'에 대한 믿음이 있는지?

'쉬림프' : 나는 믿음이 있다. 마지막 세트에서 원래 세주아니를 원했다. 그런데, 말했다시피 팀이 누누를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누누를 뽑을 각이면 무조건 누누를 뽑는다. 당시에 "세주아니 하고 싶기는 한데, 누누 할게. 난 너를 믿어"라고 했다.

'썸데이' : 게임 안에서도 우리 미드-탑은 2코어밖에 아이템을 뽑지 못했는데, 상대 미드는 4코어였다. 우리 원거리 딜러를 다 먹여주느라 조금 힘들었다(웃음).


'탑-정글-미드'가 모두 한국인 선수다. 이러면 선수들끼리 좀 갈리기도 할 것 같은데, 팀 분위기는 어떤지?

'썸데이' : 봇 듀오가 중국계여서 입맛도 우리와 비슷하다. 같이 한국 식당, 중국 식당도 가고 잘 지낸다. 한국인들끼리 게임을 할 때만큼 의사소통이 원활하지는 않지만, 서로 잘 배려해주고 있어서 아무 문제가 없다.



'썸데이' 선수는 어느새 미국에서 생활한 지 1년 정도 됐다. '쉬림프' 선수는 일본도 거치고 참 많은 우여곡절도 겪으며 해외 생활이 2년 정도 됐는데, 되돌아보니 어떤 것 같나?

'썸데이' : 굉장히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나름대로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여전히 음식이 조금 힘들기는 한데, 뭐 어떻게 하겠나(웃음). 요즘 한국 생각도 조금 나서 휴가를 기다리고 있다.

'쉬림프' : 음식은 괜찮지만, 그래도 가끔씩 매운 한국 음식을 마음대로 먹지 못해서 그게 조금 힘들다. 다른 건 다 재밌다. 미국 친구들도 재밌고. 아직은 영어가 능숙하지 않아 같이 어울리기 어려운 점은 있지만, 지낼만하다.


다음 경기 결과에 따라, 준결승 상대가 TSM 혹은 임모탈스다. 어떤 팀을 만나고 싶나?(TSM을 만나게 됐다)

'쉬림프' : 임모탈스다. 솔직히 TSM은 결승에서 만나고 싶다. 북미에서는 TSM을 이겨야 인정 받을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엑스미디' 선수를 굉장히 좋은 선수라고 평가하는데, 그 선수를 이기고 결승에서 TSM까지 이겨야 개인적으로 만족할 것 같다.

'썸데이' : 나는 둘 다 상관없다.

'쉬림프' : 어차피 이길 거라?

'썸데이' : (웃음)두 팀을 비교했을 때 그렇게 실력이 많이 차이 나는 게 아니라, 크게 개의치 않는다.


임모탈스가 이번 시즌 완벽히 반등에 성공했다. 상대했을 때 어떤 점에서 좋아졌다고 느꼈나?

'썸데이' : 코치진의 변화와 '엑스미디' 선수를 영입한 게 크게 작용했다. 그리고 봇 듀오인 '코디선-올레'가 굉장히 잘해주고 있는 것 같다.


'썸데이'만 올-프로에 뽑혔다. 부럽지는 않았나?

'쉬림프' : 당연히 받아야 하는 선수고, 나는 아직 한참 부족하다.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끝으로 남은 플레이오프에 임하는 각오를 부탁드린다.

'썸데이' : 앞으로 더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고 싶다. 결승은 보스턴에서 하는데, 보스턴에서 봅시다!

'쉬림프' : 사실 플레이오프 올라온 것도 처음이고 모든 게 처음이다. 목표는 보스턴에 가서 우승을 차지하고 롤드컵에 가는 것이다. 꼭 하고 싶다.

▲ Photos courtesy of LoL espor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