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벤게임컨퍼런스(IGC) 발표자 소개] 김복식 넷게임즈 기획자는 KRGSOFT에서 열혈강호 (패키지판)으로 업계에 입문했고 네오위즈의 배틀필드 온라인의 기획을 담당했다. 크라이텍의 워페이스 중국 로컬 기획을 담당한 것을 계기로 중국에 건너가 2K 차이나에서 보더랜드 온라인 디자인 디렉터로 일했으며 현재는 넷게임즈의 글로벌 스튜디오에서 기획자로 재직 중이다.

이 강의는 김복식 기획자가 HIT의 일본 현지 서비스를 준비하고 또 약 300일간 운영하면서 겪었던 문화적, 제도적 차이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민했던 사안들, 그 실행 경과 등을 담았다.


■ 강연주제 : 'HIT 일본 진출기'

⊙ 한국에서 히트친 HIT, '그까이꺼 대충~'으로 일본 시장에서도 통했나? 답은 No!



국내에서 히트한 HIT는 일본 시장에 2016년 12월 8일에 AOS/iOS로 출시됐다. 1개월간 100만 명이 다운로드했고, 누적 다운로드 300만 이상을 기록했다. 2017년 상반기 매출 300억 원 이상을 기록했으며 iOS 매출 순위 10위(게임 9위)를 기록했다. 한국에서 히트한 HIT가 일본에서도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하지만, 김복식 기획자의 가까운 지인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HIT의 일본 진출 성공에 대해서 "이미 성공한 게임을 단순히 시장만 일본으로 바꿔서 성공했을 뿐. 국내의 HIT와 전혀 다를 것이 없다"며 날 선 비판했다. 김복식 기획자는 "이것은 내부 속사정을 전혀 모르고 한 말이다. HIT의 일본 진출 성공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고뇌와 노력이 담겨 있었다"고 말하며 본격적인 강연에 들어갔다.

⊙ 일본 시장 특성 분석



일본 시장은 생각보다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다양한 방해 요소가 HIT의 일본 진출을 막았다. HIT 개발진들은 방해 요소를 극복하기 위해서 일본 시장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었다. 손무의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不殆)',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는 명언을 실행하기 시작했다.

먼저, 한국에서 통하는 게임과 일본에서 통하는 게임의 구조가 크게 달랐다. 한국의 게임은 끝없이 성장해 나가는 '수직 성장' 구조를 나타내고 있다. 계속 추가되는 성장 콘텐츠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가챠(무작위 뽑기 시스템)와 성장이 연결된 점이 한국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이다. 쉽게 말해서,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돈을 쓴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일본 게임은 수평 성장 구조다. 끝없는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강함의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챠와 성장을 분리했기 때문에, 가챠는 재미의 요소 중 하나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본에서 성공한 '드래곤 프로젝트'를 보더라도 수평 성장 구조의 게임이 일본에서 먹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강한 캐릭터를 끝까지 육성하는 것이 기본이며 다양성보다는 강력한 성능이 중요한 HIT는 일본 게임 시장의 특성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었다.

또한, 가장 중요한 그래픽 부분에서도 괴리감이 컸다. HIT는 고품질 실사 풍 3D 그래픽을 제공하는 게임이지만, 일본은 기본적으로 만화풍의 2D 기반 게임을 선호했다. 화끈한 액션보다 스토리와 캐릭터를 중시하며 PVP를 선호하지 않는 것도 차이점이었다. 게다가 지하철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세로 화면을 선호했다. 스토리보다는 액션을 중시하며 가로 화면인 HIT를 일본인들이 접할 경우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것이 뻔했다.

낯선 게임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와 부딪혔다. 일본인들의 플레이 타임은 짧게 자주 들어오는 패턴이다. 긴 시간을 플레이하도록 권장하는 한국의 모바일 게임과 일본인들의 플레이 타임 성향이 맞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휴대폰을 회사에서 충전하며 '오토 사냥'을 켜놓는 경우가 많지만, 일본에서는 이러한 행위를 하는 사람을 '전기 도둑'이라고 부를 정도로 오토 사냥을 용납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오토 사냥'이라는 말 자체가 일본에서는 성립할 수 없는 단어였다.

세부적인 차이를 살펴보면 성장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한국 게임과 다르게 일본은 기본 콘텐츠에 집중하고 있었다. 메인 콘텐츠 중심의 단순한 성장 과정이 존재해서 성장에 있어서 스트레스가 적은 편이었다. 또한, 일본 게임의 경우에는 이벤트 중심으로 게임이 진행됐다. '새로운 할 거리'의 공급한다는 개념으로 항상 복수의 이벤트가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 일본 게임의 특징이었다.

⊙ 현지화 방향 설정



김복식 기획자는 HIT를 일본에 맞게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김치를 씻는다고 단무지가 될 수 없지만, 적어도 씻으면 덜 맵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일단 그래픽부터 바꿨다. 일본 작가 중심으로 섭외를 진행해서 일본 게임 시장이 선호하는 2D 그래픽으로 바꿨다. 또한, '어벤저스'급의 일본 초호화 성우진을 섭외해서 캐릭터에 목소리를 입혔다.

다소 빈약했던 스토리 라인에도 힘을 실었다. 스토리 진행 상황마다 플레이어 캐릭터가 직접 등장해서 스토리를 자세하게 설명하도록 바꿨고, 일본 취향의 스토리로 바꿔서 캐릭터 성을 강조했다. 한국 HIT에서는 특별한 캐릭터가 없었던 '키키'는 일본에서 '자신이 귀여움받는다는 사실을 악용하는 애늙은이'라는 캐릭터를 부여했다. 또한, 가챠 상점 UI, 가이드 라인, 보석 시스템을 일본인들의 성향에 맞춰서 단순하게 개편했다. 가장 중요한 요소였던 PVP의 비중을 낮추고 레이드와 멀티 플레이 PVE를 추가했다.

넷게임즈는 이 밖에도 콜라보레이션에 주목했다. 일본 게임인 '오르텐시아 사가'는 100위권 밖에 있던 게임인데 일본의 유명한 애니메이션인 'FATE'와 콜라보레이션을 하면서 인기가 폭등, 일본내 게임 순위 10위권에 진입했다. 이것을 보고 넷게임즈는 매출의 견인책이라고 생각하고 콜라보레이션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 전략의 수정

HIT 일본 상륙 작전에 난항에 직면했다. 심혈을 기울여 만든 캐릭터는 인기가 없었고, 복잡한 권리 관계와 느린 진행 때문에 콜라보레이션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2월 말에 하기로 했던 콜라보가 CM 계획까지 좌절되면서 8월 말까지 지연되고 말았다.

넷게임즈는 최종적인 노선을 재설정했다. 수직 성장 구조는 유지하기로 했다. 게임의 본질을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이 그들이 내린 결론이었다. 하지만, 운영은 최대한 일본 게임처럼 운영하기로 했다. 수직 성장의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면서 성장을 강요하지 않도록 스트레스를 낮췄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구조를 도입한 것이다.

또한, 이벤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항상 1개 이상의 이벤트를 운용하며 새로운 '할 거리'를 공급했다. 가챠와 한정 상품을 중심으로 BM을 정립하기도 했다. 싸이클 운영의 핵심인 과금 부분도 수정에 들어갔다. 성장의 '높이'가 아닌 '속도'를 상품화했다. 과금을 할수록 끝도 없이 강해지는 것이 아닌 상한선까지 빠르게 도달해서 오래 즐기도록 만들었다. 지나치게 정체되면 선발 주자가 이탈할 수 있기 때문에 간격 유지와 속도 조절에 신경 썼다.



김복식 기획자는 소소한 경험들에 대해서도 말했다. PVP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조사와 다르게 의외로 일본 유저들도 한국 유저와 마찬가지로 PVP를 선호하는 경향이 나왔다. RPG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콘솔 대전 게임의 재미 요소를 느끼고 싶어했다. 스펙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컨트롤 싸움 요소가 강해지도록 했고, 공정한 대결을 위해 밸런스를 철저하게 맞췄다. 이에 발맞추어 개최한 GOD OF HIT 2017 공식 오프라인 대회가 성황리에 마무리되기도 했다.

상황이 좋아지면서, 난항을 겪었던 콜라보레이션도 수월하게 해결됐다. 일본의 인기 만화 베르세르크와 콜라보레이션 협업을 맺게 됐다. 베르세르크 한정판 상품 출시 및 이벤트 스테이지 오픈으로 일본판 HIT의 인기에 날개가 달리기 시작했다.

⊙ 맺음말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일본풍에 맞게 수정된 HIT는 일본에서 눈부신 성공 가도를 달리게 됐다. 김복식 매니저는 모든 과정이 인도에서 쇠고기를 파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다른 문화를 가진 시장에서 그들이 원하는 대로 상품을 전면 수정해서 파는 경우는 결코 흔한 일이 아니었다.

그는 HIT를 일본풍에 맞게 전면 수정한 것이 완벽한 성공이라고 보지는 않았다. 원래대로 계속 갔으면 결과가 더 나빴을까? 다른 한국 게임도 일본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이렇게 해야 할까? 다른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등 수많은 질문을 아직도 스스로에게 던지면 답을 못하겠다고 그는 말한다.

"지금의 모습이 성공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 도전하는 기획자가 있다면 우리가 겪었던 경험을 사례의 하나로써 참고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하며 강연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