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일 세계 최고의 팀을 가리는 2017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우승을 꿈꾸는 16개 팀이 그룹 스테이지에서 격돌한다. LCK 대표팀이자 지난 시즌 준우승에 빛나는 삼성 갤럭시가 포진한 C조에는 유럽의 G2 e스포츠, 중국의 RNG, 그리고 플레이인 스테이지를 뚫고 올라온 터키의 1907 페네르바체가 배정되어 있다.

현재까지 네 팀이 국제 무대 혹은 자국 리그에서 보여준 객관적인 지표로만 따져보자면, 아무래도 삼성과 RNG의 선전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2016 롤드컵 준우승을 거뒀던 삼성은 특유의 정석적인 플레이로 자신들보다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한 팀에게 절대 지지 않는 단단한 경기력을 보여왔다. RNG 역시 강력한 지역 리그로 꼽히는 중국 LPL에서 2017 정규 시즌 내내 조 1위를 놓치지 않았고, 두 개의 준우승 타이틀을 따냈다.

이에 맞서는 G2 e스포츠는 지난 2016년부터 EU LCS 우승을 단 한 번도 놓치지 않은, 명실상부한 유럽의 맹주다. 다만, 지역 대표로 출전한 국제 무대에서는 이상하리만큼 부진한 모습을 보여 혹평을 받아왔다. 2017 MSI에서 당당히 결승에 오르며 그 아픔을 한차례 씻어내긴 했지만, 이번 롤드컵을 통해 그것이 단순한 운이 아니었음을 한 번 더 증명해야 할 것이다.


■ '철옹성' 삼성 갤럭시, 이변은 없어야 한다


롤드컵 선발전에서 천적 kt 롤스터를 제압하고 드라마틱하게 합류하게 된 2016 롤드컵. 사실 당시 한국 대표 팀으로 SKT T1과 락스 타이거즈라는 명실상부한 최강의 팀이 있었기에 삼성에 거는 기대는 크지 않았다. 게다가 삼성이 속한 D조는 죽음의 조라는 평가가 있었고, 어쩌면 삼성이 상위 라운드에 가지 못할 수 있겠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삼성은 그 어느 팀보다 단단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그들이 보여준 안정적이고 정석적인 운영은 삼성에 대한 평가를 뒤엎었고, 죽음의 조 안에서 5승 1패라는 기분 좋은 성적을 거두며 조 1위로 8강에 안착했다. 특히, '크라운' 이민호는 북미 최고 미드 라이너 '비역슨'을 상대로 2연속 솔로 킬을 따내며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게다가 하늘도 삼성을 도왔다. 상위 라운드 조 편성에서 한국팀과 결승까지 만나지 않는 대진을 뽑게 된 것. 조별 리그에서의 기세를 이어간 삼성은 8강과 4강에서 무실 세트 승리를 기록하며 결승에 도달했다. 그리고 치러진 SKT와의 결승전. 비록 마지막 5세트를 내주며 준우승에 머물긴 했지만, 경기장은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뽐낸 삼성을 연호하는 팬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이번 2017 롤드컵에 오기까지의 여정도 쉽지만은 않았다. 스프링 스플릿에는 SKT와 kt 롤스터에 밀려 3위에 머물렀고, 섬머 땐 갑자기 치고 올라온 롱주 게이밍으로 인해 최종 4위를 기록했다. 3강 SKT-롱주-kt에 가려 롤드컵 진출은 힘들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삼성은 선발전에서 작년에 이어 다시 한 번 kt 롤스터를 꺾으며 새로운 드라마의 시작을 알렸다.

분명 지난 롤드컵은 삼성 선수들 전원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모두의 예상을 뚫고 진출한 롤드컵에서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치며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엄청난 성적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2016년 롤드컵에서 이변을 만들어냈던 삼성이 이제 그런 이변이 생기지 않도록 지켜야 하는 입장이 됐다. 재도전의 기회를 거머쥔 삼성은 과연 그룹 스테이지에서 지난 시즌 준우승의 위엄을 뽐낼 수 있을까.


■ 'No Korean!' RNG, 순수 중국인 팀의 반란은 성공할까


해외 강팀의 한국인 용병 기용은 이제 당연한 일이 됐다. 그만큼 한국 선수들이 독보적인 게임 실력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지역 리그나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한국인 선수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 실제로 지난 2016 롤드컵에선 본선 8팀 중 3팀이 한국 대표팀이었고, 나머지 5팀 중 4개 팀이 한국인 용병을 데리고 있었다.

이렇듯 한국인 용병이 필요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2017 시즌의 RNG는 다른 길을 택했다. 리빌딩을 통해 순수 중국인 선수로만 구성된 엔트리를 완성한 것. 2014년엔 '제로' 윤경섭과 '인섹' 최인석, 2016년에는 '마타' 조세형과 '루퍼' 장형석을 기용해 좋은 성적을 거뒀던 RNG이기에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특히, 운영의 중심인 '마타'와 강력한 탑솔러 '루퍼'의 빈자리가 매우 클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하지만, 순혈 체제로 재탄생한 RNG의 경기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스프링과 섬머 정규 시즌에서 당당히 조 1위를 차지했고, 두 번의 준우승을 차지했다. 용병의 부재로 운영에서 약점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순수 중국인 팀으로도 한국식 운영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고, LPL의 장점인 강력한 전투 능력도 잃지 않았다. 그렇게 RNG는 2연속 롤드컵 진출을 달성했다.

현재 RNG에서 가장 기대가 되는 선수는 미드 라이너 '샤오후'다. '샤오후'는 그간 상위권 미드 라이너임은 확실하지만 그에 비해 다소 얕은 챔피언 폭과 기복이 다소 아쉽다는 평가를 들어왔다. 하지만, 올해 자국 리그에서 그 한계를 극복한 듯 물오른 경기력을 보여줬고, 캐리력 또한 증명하며 섬머 스플릿 MVP까지 꿰찼다. 덕분에 라이엇 게임즈가 선정한 2017 롤드컵 탑 20 중 무려 5위를 차지하기도. 비한국인 선수 중 가장 높은 등수다.

더불어 정글러 'Mlxg'와 원거리 딜러 '우지' 역시 오랜 기간 폼을 유지하고 있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아쉬운 두 번의 준우승을 만회하기 위해, 그리고 중국 최고의 정글러-원거리 딜러 타이틀에 걸맞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그들은 이를 갈고 이번 롤드컵을 준비했을 것이다.

RNG가 탑과 서폿의 전력이 약해졌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것은 분명 기존 라이너들의 역량과 팀적인 시너지가 성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이번 롤드컵에서 RNG의 좋은 경기력을 예상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순혈팀으로 재탄생한 RNG의 선전이 기대된다.


■ '유럽의 맹주' G2 e스포츠, 한 번 더 증명해야 한다


어느 한 지역 리그에서 쉬지 않고 우승 독식하는 건 참 쉽지 않다. 세계 최고의 팀이라 불리는 SKT조차도 LCK에서 매 시즌을 우승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 어려운 것을 G2 e스포츠가 해냈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자국 리그에서 보여준 그 무서운 모습을 국제 대회에서는 좀처럼 확인할 수 없었다.

2016년, EU LCS 스프링 시즌을 재패하며 돌풍을 일으킨 G2 e스포츠는 이어진 2016 MSI에서 2승 8패로 5위(총 6팀)에 머물렀고, 섬머 시즌을 우승하고 출전한 2016 롤드컵에서는 그룹 스테이지에서 가장 먼저 탈락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부진한 경기력에 응원하던 팬들도 지쳐갈 정도였다.

그러던 G2 e스포츠가 2017 EU LCS 스프링 우승팀 자격으로 출전한 2017 MSI에서 처음으로 웃었다. 그들의 선전을 기대하는 시선이 거의 없던 상황에서 좋은 경기력을 뽐내며 결승 진출에 성공한 것이다. 게다가 SKT와의 결승전에서는 예상 밖의 접전을 펼치며 유럽의 맹주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MSI 기간 동안 전 라인이 번갈아가며 고르게 활약했다는 점도 좋은 지표였다.

하지만, 이후 펼쳐진 섬머 스플릿과 리프트 라이벌스에서 부진을 겪으면서 다시 한 번 부정적인 여론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후 메타에 적응하기 시작하며 포스트 시즌을 우승으로 마무리하긴 했지만, 정규 시즌에서 보여준 불안함이 워낙 컸기 때문에 롤드컵에서 보여질 G2의 경기력에는 아직 의문 부호가 남아있다.

때문에 G2 e스포츠는 2017 MSI에 이어 이번 롤드컵에서 한 번 더 강함을 증명해야 한다. G2 e스포츠가 유럽 리그에서 무려 네 시즌 연속 우승컵을 꿰차고 있는 상황서 또다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이미 북미와의 리프트 라이벌스에서 피어난 자국 팬들의 실망감은 겉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다. 그리고 MSI에서 가까스로 세웠던 유럽의 위상도 또다시 흔들릴 것이다. 과연, G2 e스포츠는 자국 리그의 위상을 지켜낼 수 있을까.


■ '심장갓'의 1907 페네르바체, 돌풍을 일으켜라


터키 리그는 사실 한국 팬들에게 꽤나 생소한 지역 리그다. 하지만, 1907 페네르바체를 알고 있는 팬들은 꽤 많다. 롱주 게이밍의 심장으로 불리며 많은 팬층을 보유한 '프로즌' 김태일이 미드 라이너로 뛰고 있는 팀이기 때문이다.

창단 1년 만에 롤드컵에 진출하게 된 페네르바체이지만, 사실 초창기엔 '프로즌' 원맨팀이라는 혹평을 피하지 못했다. 그나마 '탈드린'이 좋은 탑솔러 역할을 튼실히 하긴 했지만, 정글과 봇의 부진한 경기력이 계속해 팀의 발목을 붙잡았다. 하지만, 봇 듀오를 교체하고 '무브' 강민수를 영입하는 등 전력을 보강한 후에는 차츰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더니 섬머 시즌 우승이라는 대업을 달성하며 롤드컵 진출을 확정했다.

그렇게 시작한 롤드컵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 페네르바체는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강력한 조 1위 후보인 메이저 리그 LMS의 홍콩 애티튜드를 누르고 D조 1위를 달성한 것. 그리고 일리미네이션 스테이지에서 팀 원 e스포츠를 꺾고 그룹 스테이지에 진출했다. 정글러 '무브'가 비자 문제로 경기를 뛰지 못하게 돼 급하게 '크래쉬' 이동우가 그 자리를 대신했음에도 불구하고 거둔 좋은 성적이었다.

분명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은 많다. 급하게 투입된 '크래쉬'가 당연하게도 아직 팀에 완벽히 녹아들지 못했고, 페네르바체의 중심인 '프로즌'은 캐리력을 제대로 증명하긴 했지만 종종 사이드 라인에서 잘리기도 했다. '패든' 역시 공격적인 플레이로 캐리력은 입증했으나 치명적일 수 있는 후반 의문사 장면을 몇 차례 연출했다.

현실적으로 페네르바체가 삼성 갤럭시와 RNG, G2 e스포츠가 포진한 C조를 뚫고 8강에 올라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들의 숙제는 처음으로 참가한 이 큰 국제 무대에서 중압감에 눌리지 않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실력을 전부 보여주는 것이다.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 나왔던 실수들을 줄이고, 지금까지 그들이 보여준 최고의 경기력만 뽑아낸다면 얼마든지 마이너 리그의 돌풍을 일으킬 수 있다. '심장갓'의 페네르바체. 그들의 선전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