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 팬들의 축제 '블리즈컨 2017'의 둘째 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속 드넓은 오픈 필드를 구성하는 맵과 던전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지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

'디자인 크래프트 - 레벨 디자인 만들기' 세션에 참여한 세 명의 블리자드 레벨 디자이너는 직접 작업한 게임 환경과 디자인툴 시연을 통해 재미있는 게임 플레이를 위한 공간 창조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소개했다.

첫 번째 발표를 맡은 레벨 디자이너 콜린 길버트(Colin Gilbert)는 레벨 디자인의 첫 번째 요소가 장난감 박스를 만지듯 자유롭게 지형지물과 환경을 만들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용 툴을 사용해 바위, 나무, 바닥 재질과 같은 기본적인 환경을 구성하며 '이 공간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라는 것을 고민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 비어있는 공간에 풀, 나무, 바위 등을 배치하는 것이 시작이다

▲ "어떻게 하면 더 멋있는 배경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작은 마을이나 광산을 만들 때는 여기에는 어떤 몬스터나 NPC가 어울릴지 항상 염두에 두고 레벨 디자인 단계에서 먼저 충분한 공간을 할당하기도 한다. 유저가 처음 이 공간을 봤을 때 어떤 이야기가 발생하게 될지 궁금해할 수 있도록 꾸미는 것도 중요하다.

더 자연스럽고 멋있게 보일 수 있는 환경을 위해 건물의 방향을 바꾸거나 바위의 크기를 조절하고, 절벽에 세밀한 명암 효과를 주는 등의 절차를 거치는 동안, 이러한 모든 환경 요소들이 합쳐져 하나의 큰 배경이 만들어지게 된다.


이어서 발표를 진행한 더마커스 홀브룩(Damarcus holbrook) 선임 디자이너는 늙은 마녀가 살고 있는 집을 작업할 때 거쳤던 과정을 소개하며 자연 효과를 통해 유저에게 해당 장소가 가지는 분위기를 전달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그는 유저의 캐릭터가 오솔길을 통과할 때 보이는 배경에 불빛 효과를 주고, 묘지와 안개를 배치하는 등 다양한 요소를 통해 그 장소에 어울리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레벨 디자인 과정에서는 한 명의 디자이너가 제시한 아이디어로 결정되는 마스터 플랜이 없으며, 많은 디자이너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더 나은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배경에 작은 밭을 추가하며 '호박 몬스터가 등장하면 좋겠다'라는 의견을 내는 등, 더욱 멋지게 보일 수 있는 비주얼을 만들기 위해 함께 대화는 나누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배경이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게 되는 방식이다.

▲ 레벨디자인에서 컨셉 변경은 일상다반사다

세 번째 발표를 맡은 사라 볼리언 버렐(Sarah Boulian Verrall) 선임 디자이너는 레벨 디자인의 다음 절차로 '반복(iteration)'을 꼽았다. 레벨 디자인 작업은 언제나 사양 변경이 이루어지며, 다 만들어 놓은 배경을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새로운 모습으로 바꾸어야 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한다.

예를 들어 밝고 즐거운 컬러를 넣어 안정적인 분위기의 오두막과 해변을 배치한 공간을 하루아침에 어둡고 지치는 분위기의 으스스한 배경으로 바꾸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그는 모든 배경을 새로 제작하는 것보다는 기본적인 레이아웃은 유지하되, 몇 가지 디테일을 배치하고 전체적인 빛을 어둡게 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는 간단한 시연을 진행하며 생기있던 땅을 메마른 땅처럼 보이도록 텍스쳐를 조절하고, 거미줄과 흩어진 책, 무언가에 공격받아서 부서진 상자와 같은 디테일을 추가하는 것으로 밝은 분위기의 마을을 으스스한 분위기의 폐허로 바꾸는 과정을 소개했다.

모든 발표 이후, 행사의 진행을 맡은 크레이그 모리슨(Craig Morisson) 디자인 매니저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레벨 디자인 작업에는 굉장히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있으며, 모든 단계에서 항상 '최고의 조합'을 찾기 위해 지우고, 새로 만드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고 소개하며 세션을 마무리했다.

▲ 만들고, 다시 만드는 작업이 반복되는 레벨 디자인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