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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3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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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결산⑥] 가상현실의 '개화'는 이루어질 수 있을까? 2017년의 VR을 돌아보다

박광석 기자 (Robiin@inven.co.kr)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 시즌이 다가오면, 매년 게이머들의 입에서는 '할 게임이 없다'라는 말이 버릇처럼 튀어나오곤 했다. 신작이라고 소개되는 게임들은 다들 어디선가 한번 본듯한 인상의 비슷한 게임들뿐이고, 기대되는 게임이라도 나왔다 하면 기약 없는 일정 연기로 희망고문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의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 모바일에도 한층 진보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PC 게임에 버금가는 여러 가지 형태의 게임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PC에서는 국내에서 좀처럼 볼 수 없던 새로운 장르의 신작 '배틀그라운드'가 출시되며 전 세계적으로 큰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여기에 닌텐도가 새롭게 선보인 콘솔 '닌텐도 스위치'와 함께 역대 최고의 게임이라는 찬사를 받는 명작들이 차례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도 바로 2017년이다.

그렇다면 오늘 이야기할 주제인 'VR·AR' 분야는 어땠을까? 1세대 VR 기기들의 등장과 함께 'VR 원년'이라고 불렸던 2016년에 이어 본격적인 개화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던 한해였지만, 유저들 대부분의 인식 속 VR은 특별한 변화나 개혁 없이 다소 부진한 모습으로만 기억됐을지도 모르겠다.

유저들이 갖는 회의적 인식의 바탕에는 VR 산업이 주목되고 난 이후부터 계속해서 언급되어온 '킬러 콘텐츠의 부재'가 가장 크게 영향을 미쳤다. 간혹 부진의 원인으로 부담스러운 기기 가격을 언급하는 경우도 있지만, '마리오 오디세이'를 즐기기 위해 '닌텐도 스위치' 구입을 고려하게 되는 것처럼, 좋은 콘텐츠가 등장한다면 가격의 부담을 넘어서 VR 수요도 자연스레 증가하게 되리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 VR에도 플랫폼을 이끌 수 있는 위력적인 콘텐츠가 필요하다

VR의 기폭제가 될 '킬러 콘텐츠 등장'이라는 과제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지만, 올해에도 VR 시장은 꾸준히 성장을 이어왔다. 매달 VR과 관련된 전시와 컨퍼런스가 진행됐으며, 비싼 돈을 지불하고 직접 VR 기기를 구매하지 않아도 누구나 쉽게 VR을 체험해볼 수 있는 오프라인 VR 매장이 전국에 문을 열기 시작했다.

나아가 VR로 즐기는 e스포츠 생태계가 싹을 틔우기 시작한 것은 물론, 선의 제약에서 자유로운 '2세대 VR'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도 바로 올해다. VR에 관심을 두고 유심히 지켜보지 않으면 체감하기 힘들 수 있지만, 이러한 시도들은 모두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가상현실의 미래'에 다가가기 위한 끊임 없는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도전들이 모이고 모여서 곧 맞이하게 될 2018년에는 VR 시장에도 '봄'이 찾아올 수 있을까? 언제까지고 계속되는 'VR 원년'이라는 평가를 넘어, 이제는 정말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갈 수 있기를 바라며 VR 시장의 2017년 한해를 다시 되짚어 봤다.




2017년에도 활발히 진행된 VR 관련 행사들
VR이 궁금하다면? 전 세계의 전문가들을 만나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행사들을 눈여겨보자


매년 새로운 전자제품이 공개되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를 시작으로 올해에도 정말 다양한 VR 관련 컨퍼런스와 행사들이 개최됐다. 물체에 붙이기만 하면 컨트롤러로 활용할 수 있는 VR 센서부터 등에 메고 사용하는 VR 전용 백팩 PC, 촉감과 향기를 구현하는 VR 보조 장치, VR과 AR 기능을 하나로 합친 MR HMD까지, 쉽게 상상하지 못했던 최신 기술들이 전 세계에서 개최되는 여러 VR 관련 행사들을 통해 차례로 선보여졌다.

또한, 미국의 'GDC'나 일본의 'CEDEC' 처럼 매년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대형 개발자 컨퍼런스 행사에서도 VR과 관련된 세션이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많이 준비됐다. 강연이 진행되고, 이를 듣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강연장을 방문한다는 것은 그만큼 그 기술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과 가능성에 관련 종사자를 비롯한 대중들의 기대 수치가 크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리고 올해, 이러한 관심은 'VR'을 향하고 있었다.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VR 콘텐츠 개발 기업들의 부스 전시와 강연 행사가 활발하게 치러졌다. 'VR 엑스포'부터 '글로벌개발자포럼(GDF)', '부산 VR 페스티벌', 'VR 서밋', '경기도 VRAR 컨퍼런스'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VR 업계 종사자들이 이야기하는 VR 시장의 현주소와 미래에 대해 관심이 있는 유저라면, 항상 온오프믹스와 같은 사이트를 통해 VR 관련 행사들의 일정을 미리 알아보는 것이 좋다.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다'는 말이 있듯, 매번 인터넷이나 매체를 통해 VR에 관련된 정보를 접하는 것보다 행사장을 방문하여 직접 체험해보는 것이 더욱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지금까지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문만 들으며 'VR이 과연 대중화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져왔다면, 오는 새해에는 전국에서 활발하게 개최될 다양한 VR 관련 행사에 직접 방문해보는 것은 어떨까.





VR의 아이콘' 팔머 럭키, 페이스북에서 퇴사
방위 업체 ‘안두릴(Anduril)' 설립하여 군용 VR 기술 개발 중


지난 3월, 오큘러스 VR의 리더였던 '팔머 럭키(Palmer Luckey)'가 페이스북에서 퇴사했다. VR 업계의 최전선에서 시장의 대중화를 이끌어나가던 젊은 천재의 추락이었다.

팔머 럭키는 대학 중퇴 후 3D 디스플레이와 HMD를 이용한 게임 기기에 관심을 쏟던 중 존 카맥을 만나고, '오큘러스 리프트 프로젝트'의 크라우드 펀딩을 성공시키며 VR 업계의 일약 스타로 떠오른 인물이다. 가능성을 본 페이스북은 오큘러스를 인수했고, 팔머 럭키는 이때 페이스북에 합류하게 됐다. 당시 그가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개인 자산만 약 7억 달러(한화 약 7,550억 원)에 달했다.

팔머 럭키의 퇴사 결정에는 제니맥스와의 법적 분쟁 패배, 백인우월주의 단체 후원, 그리고 소비자와의 약속 불이행으로 말미암은 오큘러스 리프트의 저조한 판매량까지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다. 정확한 퇴직 사유는 결국 밝혀지지 않은 채로 남았지만, 페이스북의 기업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다양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팔머 럭키를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었으리라는 것이 중론이다.

VR 기술의 대중화를 선도했던 팔머 럭키는 현재 페이스북 퇴사 이후에도 VR 업계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VR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마련된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서울VR스타트업'에서 멘토로 활동하는 것은 물론, 직접 설립한 방위 기술 업체 '안두릴(Anduril)'에서는 전투에서 사용되는 군용 VR 기술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스북 퇴사 이후에도 VR 업계에 자신만의 새로운 길을 개척한 팔머 럭키, 그가 보여줄 새로운 VR 기술은 과연 앞으로의 VR 업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VR 대중화를 위한 첫 걸음, 'VR 오프라인 매장' 전성시대
'VR방', 'VR카페', 'VR 테마파크' 등, 다양한 VR 체험 시설 전국으로 확대


올해 국내 VR 시장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역시 'VR 오프라인 매장'이다. 2017년도에 들어서며 초기 형태의 VR 체험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에 대항하듯, 보다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의 VR 오프라인 매장 모델들이 차례차례 발표되고 전국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VR 오프라인 매장의 확대는 VR의 개인 보급률이 하나의 시장으로 자리 잡기엔 그 개체 수가 부족한, 다소 역설적인 시장 상황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이엔드급 VR HMD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 PS VR의 누적 판매량이 200만 대에 그치는데, 결국 VR 기기를 보유한 개인 유저들의 시장 규모는 크게 잡아도 400만 명을 넘지 못한다는 말이 된다.

이는 게임사에 길이 남을 명작 VR 게임이 출시되어 VR 기기를 보유하고 있는 모든 유저가 그 게임을 구매한다고 가정해도 그 판매량은 400만 장에 불과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때문에 VR 업계 종사자 대부분은 아직 성숙하지 못한 B2C 시장 대신 그나마 가능성이 열려있는 B2B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됐고, 결국 지금과 같은 오프라인 VR 매장의 확대로 이어지게 됐다.

▲ 의미있는 기록이지만, 성공한 PC·콘솔 게임의 판매량과 비교하면 아쉬운 것이 사실

VR 오프라인 매장은 현재 3~4인의 유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부스 형태의 VR 체험 공간부터 VR 콘텐츠와 어트랙션 기기를 결합한 'VR 아케이드', 그리고 이러한 기구를 다양하게 골라 즐길 수 있도록 규모를 크게 확장한 'VR 테마파크'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최신 기술이라 여겨지며 인터넷이나 매체에서만 접하던 최신 VR 콘텐츠를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쉽게 경험해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지금의 VR 시장은 초기의 PC 보급 상황과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좋은 사양의 PC를 직접 구매하지 못한 유저들이 PC방을 찾았던 것처럼, 앞으로는 더 많은 사람이 VR 카페를 방문하게 될지도 모른다. 당시의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뛰어난 콘텐츠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말이다.

오는 2018년에는 PC방이나 노래방, 볼링장에 가는 것처럼 더 많은 사람들이 'VR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고, 이렇게 이어진 VR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모여 '킬러 콘텐츠의 부재'라는 업계 초기부터 이어져 온 오랜 근심도 시원하게 해결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본다.





'2세대 HMD' 공개, 새로운 기술이 불러올 파문은?
'무선' 그리고 '스탠드 얼론'으로 더 강화된 기술력의 차세대 HMD가 온다


페이스북은 지난 10월에 개최된 'Oculus Connect 4' 행사를 통해 신형 VR HMD '오큘러스 Go'와 '프로젝트 산타크루즈(Project Santa Cruz)'를 공개했다.

'오큘러스 Go'는 별도의 스마트폰과 케이블을 연결하지 않고도 VR 환경을 경험할 수 있는 독립형 HMD로, 내장 스피커와 고속 전환이 가능한 LCD, WQHD 해상도를 지원하고 3 DOF가 적용된 컨트롤러를 함께 제공하면서도 200달러(한화 약 22만 원)가 채 되지 않는 저렴한 가격을 책정한 것이 특징이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CEO는 '오큘러스 고'가 삼성 기어 VR과 오큘러스 리프트의 중간 지점에 위치할 것이며, 아직 VR을 경험하지 못한 유저들이 쉽게 VR을 접해볼 수 있도록 마련한 대안이라고 소개했다.

'오큘러스 Go'와 함께 공개된 '프로젝트 산타크루즈'는 PC와 함께 사용하는 지금의 하이엔드 VR HMD의 진화형으로, '선이 없고 더 좋은 사양을 가진 오큘러스 리프트'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전면부에 배치된 4개의 카메라와 6 DOF 컨트롤러로 더욱 자연스러운 트래킹을 구현하여 별도의 케이블을 연결하지 않고도 오큘러스 리프트보다 향상된 수준의 몰입도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오큘러스의 발표에 이어 지난 11월에는 HTC가 새로운 VR HMD '바이브 포커스'를 공개했다. 이 또한 '완전 무선의 독립형 HMD'라는 점이 특징이지만, '오큘러스 Go'와 마찬가지로 모바일 기기보다 조금 향상된 정도의, 현재의 하이엔드 VR HMD와 비교하기에는 조금 아쉬운 사양을 지녔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가 삼성, 에이서, 델, HP, 에이수스, 레노버 등 하드웨어 제조사와 협업하여 개발한 '윈도우 MR' 플랫폼을 보면 다음 단계의 HMD가 '무선'과 '스탠드얼론'이라는 특징 이외에 MR이라는 새로운 방향성을 가지게 되리라는 것을 미리 예상해볼 수 있다. 별도의 외부 센서 없이도 전면 카메라를 통해 장소를 인식하고, 실제 장소와 VR 이미지를 조합, 출력할 수 있는 기능을 함께 지원하는 식이다. 고화질 디스플레이와 넓은 시야각, 별도의 설치 과정 없이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편의성은 덤이다.

이처럼 다양한 업체에서 새로운 VR HMD 개발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결국 VR 보급화를 위해 더 높은 해상도와 편의성, 그리고 부담 없는 가격을 가진 새로운 VR 하드웨어의 등장이 요구됐기 때문이다. 불편한 착용감이나 무게 걱정 없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VR HMD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면, 어쩌면 VR을 바라보는 대중의 인식은 지금보다 훨씬 더 호의적으로 바뀔 수 있을지도 모른다.

VR은 게임뿐만 아니라, 교육, 영상,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형태로 활용될 수 있는 전도유망한 기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유저들이 비싼 가격과 불편한 착용감이라는 1차원적인 이유만으로 VR을 마음 편히 접하지 못한다면 그것만큼 아쉬운 일이 또 없을 것이다.

오는 2018년 3월에 개봉될 예정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는 낡은 트레일러 촌에서 생활하는 주인공 '웨이드 오웬 와츠'가 VR HMD로 바라보는 세상 속에서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고, 다양한 경험을 하며 꿈을 좇아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영화 속에서 표현되는 VR 기술을 우리의 삶 속에서 만나기까지는 아직 많은 장애물이 있겠지만, 2017년을 지나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는 누구나 상상하는 모든 것을 VR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세상이 더욱 가까워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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