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른손 강신범 대표

경기도 VRAR 컨퍼런스 행사의 둘째 날, 영화와 게임을 포함한 문화 콘텐츠를 전문으로 개발하는 '바른손'의 강신범 대표가 강단에 섰다. 이날 강대표는 'VR 시장의 위기와 기회'라는 주제를 통해 현재 VR 시장이 맞이한 위기를 현실적으로 진단하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지에 대한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현재 VR 시장의 모습을 나타내는 시장 데이터를 보면 날이 갈수록 보수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VR HMD의 판매량을 나타내는 리포트 등을 보면, 기존의 판매 전망 수치를 계속해서 하향 조정하고 있는 모양새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이 미국에서 운영하던 약 500여 개에 달하는 VR 체험 공간은 올해로 300개 이하로 축소될 예정이고, VR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것을 밝혔던 CCP 게임즈도 지난 10월, 모든 VR 콘텐츠 개발 중단을 선언하고 전문 스튜디오를 폐쇄했다. 왜 찬란하고 밝은 청사진이 그려졌던 VR 시장이 이렇게 계속해서 미끄러지는 모양새를 보이게 됐을까?

이 이유는 정말 간단하다. VR 구매하지 않은 사람 중 둘에 하나는 'VR에 관심이 없다'고 답했고, 나머지는 '너무 비싸다'라고 대답한 것이다. VR 기술을 연구 개발하는 입장에서는 이렇게 단순한 이유로 대중이 VR 기술을 외면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지만, 현실은 이랬다. 실제로 2017년 1, 2분기에 판매된 VR 장비의 대수를 보면 '오큘러스 리프트'의 가격을 할인했을 뿐인 페이스북이 두 배 이상의 판매 수치를 기록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드웨어는 물론, 콘텐츠에도 변화가 많이 생겼다. 초반에 체험형 아케이드 게임이 주류를 이뤘던 것을 지나 15분 이상 즐길 수 있는 하드코어 콘텐츠로, 최근에는 '둠', '스카이림', '폴아웃' 등 이름만 들어도 쉽게 알 수 있는 유명 IP를 차용한 VR 게임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반다이 남코가 운영하는 VR 아케이드 'VR존 신주쿠'를 통해 유명 애니메이션과 게임의 IP를 차용한 VR 게임들이 계속해서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좋은 IP로 하드코어하게 만들면 잘될 수 있을까?'라는 기대도 VR 시장에서는 생각보다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IP 파워가 가지는 헤게모니가 VR 시장에서는 크게 작용하지 못한 것이다.

▲ 이름만 들어도 바로 알 수 있는 유명 IP로 VR 시장에서는 회의적이다

때문에 VR 업계는 현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쪽에서 열심히 돌파구를 찾고 있다. 아직 어떤 쪽으로 진행했을 때 '대박'이 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업계는 콘텐츠의 다각화를 통해 '정답'을 찾기 위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문화 콘텐츠와 VR의 결합으로 혁신 제품을 찾기 위한 시도는 전 세계에서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영국의 여행사 '토마스 쿡(Thomas Cook)'은 여행 상품을 결정하기 전에 VR을 통해 여행지를 미리 둘러볼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로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고, 볼보나 BMW, 벤츠에서도 고가의 자동차를 판매하기 전에 미리 해당 모델을 시승할 수 있는 VR 콘텐츠를 도입했다. 이외에도 교육 분야와 소셜, 뉴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에도 VR이 적용되면서 그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강 대표는 이러한 수많은 변화와 도전을 바라보고 있는 지금, '2018년에는 과연 VR의 계몽기가 올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당연히 '예스'라고 대답하겠다고 자신했다. 산업의 흐름에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반응하는 투자자들의 투자 행태를 살펴보면, 절대 꺾이는 시장의 모양새가 아니라는 것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VR은 오큘러스의 첫 상업모델이 발표됐던 2016년 3월을 '크리티컬 포인트'로 삼아 크게 발전한 이후, 정점을 지나 '관심의 거품 시기(Peak of Inflated Expectation)'에 봉착해 있다. 이러한 거품은 계속해서 꺼질 수 있으나, 오는 2018년 초에 등장할 2세대 VR 전용 콘텐츠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하면 다시 한번 '크리티컬 포인트'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 강 대표가 바라보는 VR 시장의 전망이다.

그는 이후 2019년 6월쯤이면 적어도 5천만 대에서 1억 대에 달하는 VR 기기가 대중에 보급될 것이고, 본격적인 콘텐츠 시장도 활성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가 2018년부터 시작되는 VR의 '두 번째 라운드'를 희망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근거로 '2세대 VR 하드웨어의 등장', '완성된 VR 콘텐츠 개발 가이드라인', 그리고 시장을 이끌어갈 수 있는 '드라이빙 포스(driving force, 추진력)'의 세 가지를 꼽았다.

여기서 VR 시장을 이끌어갈 '추진력'이란, 모바일 통신사나 엔비디아와 같은 GPU 제조 업체가 더 진보한 다음 세대의 기술을 공개하고 대중에게 판매하기 위한 당위성에 해당한다.


강 대표는 이어 아이폰X의 '애니모지(Animoji)' 기능을 예로 들며 핸드폰 하나만 있으면 얼굴의 굴곡을 인식해서 사용자의 표정을 실시간으로 캐릭터에 입히는 것도 가능해졌다고 소개했다. 최근에는 이러한 최신 기술을 이용하여 많은 유저들이 자신만의 콘텐츠를 촬영하고 공유하며 함께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는데, 이러한 '일상화'가 혁신에 더해져야 VR 사업이 폭발적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VR 콘텐츠를 개발하는 사람들이 더 완벽한 기술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이용하게 될 유저들이 스스로 즐거움을 창조할 수 있게끔 기획하는 것도 중요하다. 소비자들이 직접 만들고 즐길 수 있는 즐거움을 가진 그런 서비스, 속칭 '자가발전형 콘텐츠'가 충족된다면 VR 시장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확대될지도 모른다.

강신범 대표는 "오는 2018년에 새롭게 공개될 VR 하드웨어와 더불어 한국이 가지고 있는 소프트웨어 강국이라는 이미지, 그리고 유저 자신이 직접 만들어나갈 수 있는 콘텐츠가 결합된다면 VR 시장의 개화도 멀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강연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