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워치 리그의 오프닝 위크 일정이 모두 종료되었습니다. 오랜 팬들의 기대를 샀던 만큼, 오버워치 리그 개막 첫날에만 트위치 시청자 수가 최다 40만 명을 돌파하는 등 많은 관심과 주목을 사기도 했는데요. 오프닝 위크에는 프리시즌과 다르게 빠지는 팀 없이 총 12팀이 리그 첫 주 동안 두 경기를 치르면서 각자의 성적을 기록해 나갔습니다.

오프닝 위크 기간 동안 눈에 띄는 특징이 있는데요. 바로 첫 주 경기 성적이 좋은 팀들에는 한국인 선수 비율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두 차례의 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둔 팀은 LA 발리언트와 런던 스핏파이어, 서울 다이너스티와 뉴욕 엑셀시어로 총 네 팀입니다. 이중 런던과 서울, 뉴욕은 팀 로스터 전원이 한국 선수 출신인 팀으로 유명하고, LA 발리언트 또한 한국인 선수를 세 명이나 보유하고 있는 팀이죠.

이번 주는 첫 주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팀들에 초점을 두고, 이들이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를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져 보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리그에서도 한국인들이 답인 걸까요? 리그 첫 주 일정이 끝난 지금, 경기들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리그의 향방에 대해 진단해봅시다.

▲ 한국인 선수들이 리그조차 지배하게 될까요? 앞으로의 리그의 향방을 예측해봅니다



■ '한국인 다수의 법칙' 작용한 1주차 경기 결과

이번 리그에서 새롭게 등장한 신조어가 있습니다. 바로 '한국인 다수의 법칙'이라는 말인데요. 우스갯소리이긴 합니다만, 어찌 되었든 '한국인이 많은 팀이 이긴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이것을 단순히 우스갯소리로 치부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것이, 첫 주 동안 경기에서는 정말로 한국인이 한 명이라도 많은 팀이 승리를 거두었기 때문입니다.

이 '한국인 다수의 법칙'이 이번 리그 첫 주 경기에 어떻게 나타났는지를 한 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주차 경기 일정 동안 각 팀의 로스터에 포함된 한국인 수와 경기 승패 여부를 한 번 따져보죠. 괄호 안의 숫자는 각 팀 로스터에 있는 한국인 수 입니다.

▶ 1일차
샌프란시스코 쇼크 (0) vs LA 발리언트 (3) → LAV 승
상하이 드래곤즈 (0) vs LA 글래디에이터즈 (2) → LAG 승
댈러스 퓨얼 (1) vs 서울 다이너스티 (11) → 서울팀 승

▶ 2일차
런던 스핏파이어 (12) vs 플로리다 메이헴 (0) → 런던팀 승
필라델피아 퓨전 (3) vs 휴스턴 아웃로즈 (0) → 필라델피아팀 승
보스턴 업라이징 (4) vs 뉴욕 엑셀시어 (8) → 뉴욕팀 승

▶ 3일차
LA 발리언트 (3) vs 댈러스 퓨얼 (1) → LAV 승
플로리다 메이헴 (0) vs 보스턴 업라이징 (4) → 보스턴팀 승

▶ 4일차
런던 스핏파이어 (12) vs 필라델피아 퓨전 (3) → 런던팀 승
뉴욕 엑셀시어 (8) vs 휴스턴 아웃로즈 (0) → 뉴욕팀 승
서울 다이너스티 (11) vs LA 글래디에이터즈 (2) → 서울팀 승


한국인이 양쪽 모두 한 명도 없었던 샌프란시스코팀과 상하이팀의 경기를 제외하면 모든 경기에서 한국인 수가 많은 쪽이 승리를 거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쯤 되면 무슨 수학의 공식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물론 각 팀의 사정에 따라 한국인 선수가 경기에 출전한 적도 있고, 안 한 적도 있어 완전히 정확한 통계는 아닙니다만, 그래도 이렇게 확연하게 눈에 보이는 결과로 나타났다는 점은 흥미롭네요.

▲ LA 발리언트는 패배 없이 승점 7점을 기록하며 첫째 주 선두로 올라섰습니다



■ 1주차 경기 전승을 올린 네 팀의 활약

경기 내용 측면에서도 상위권 팀들은 그렇지 않은 팀들에 비해 좋은 모습을 많이 보였습니다. 이를 첫 주 일정에서 2승을 달성한 네 팀의 경우를 통해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현재 승점 1위를 기록하고 있는 LA 발리언트입니다. LA 발리언트는 샌프란시스코 쇼크와 댈러스 퓨얼을 차례대로 만나 각각 패배 없이 4:0과 3:0을 기록하며 크게 승리했습니다. 결국 승점 7점을 달성하며 1주차 승점 1위를 차지하게 됩니다.

LA 발리언트는 과거 임모탈즈 팀의 멤버들에 로그의 '순'과 '언코' 선수, 그리고 NRG의 '넘록드' 등 여러 선수들이 합류한 팀 구성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때문인지 리그를 시작하기에 앞서 이들의 시너지가 얼마나 발휘될지가 의문이긴 했죠. 요는 이 '합'이 잘 맞느냐 그렇지 않느나갸 이번 1주차 경기 일정의 결과를 갈랐다고 볼 수 있는데요.

그리고 막상 시즌이 시작되고 나서 보니, 발리언트는 마치 거의 1년 이상 함께 지내온 팀들마냥 선수들 간의 합이 잘 맞았습니다. 이 승리에는 특히 '엔비'와 '페이트'의 한국인 탱커 듀오의 활약이 컸다고 평할 수 있겠는데요. 탱커진이 탱커 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굳건하게 버티고 있는 동안 힐러진은 안전히 보호받고, 결과적으로 공격진인 '어질리티'와 '순', 그리고 '실크쓰레드' 선수가 자유로이 날뛸 수 있는 상황을 계속해서 만들어줬죠.

▲ 페이트의 윈스턴이 버티고 있으면, 엔비의 디바가 자폭을 터트리곤 했습니다


LA 발리언트의 밑으로는 런던팀과 서울팀, 그리고 뉴욕팀이 각각 승점 1점씩의 차이를 두고 2~4위의 순위를 기록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한국인으로만 구성된 팀으로, 기존에는 APEX 리그 등에서 높은 성적을 거뒀던 팀들로 구성되었기에 리그에서 우승권을 노려볼 만한 전력으로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시즌이 시작되자 각 팀 모두 보란 듯이 2전 전승을 달성해냈습니다.

런던은 첫째 주 경기에서 과거 GC 부산 출신의 선수들을 위주로 경기를 치뤘습니다. 프리시즌에서도 이와 비슷한 구성의 로스터로 출전을 했었는데, 당시에는 예상치 못했던 복병 LA 글래디에이터즈를 만나 3:2 연장전 패배라는 결과를 맞이하고 말았습니다.

이 때문인지 이후 경기에서는 심기일전하며 공방 모두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을 선보였습니다. 런던팀의 상대였던 플로리다 메이헴과 필라델피아 퓨전 또한 공격진의 활약이 돋보였습니다만, 런던의 공격진인 '프로핏'과 '버드링'의 영웅 폭과 캐리력이 더 우세였습니다.

결국 어느쪽의 공격진이 상대 후위를 무너트리느냐가 관건이라 할 수 있었는데, 런던팀은 탱커와 힐러진의 수비력마저 완벽해 도저히 빈틈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이 또한 오랜동안 호흡을 맞춰온 팀원들의 합이 뒷받침이 된 결과였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 프로핏은 시즌 경기가 진행되는 내내 훌륭한 기량을 유지하며 팀을 캐리했습니다


서울팀은 댈러스 퓨얼과 LA 글래디에이터즈와의 경기를 치뤘는데요. 특히 첫째날 댈러스 퓨얼과의 경기가 많은 주목을 샀었고, 또 양 팀 모두 훌륭한 경기력을 선보이면서 많은 팬들의 환호를 샀습니다. 결과적으로는 2:1로 서울이 승리했습니다만, 한 차례 무승부가 나올 정도로 치열한 경기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서울 입장에서는 강팀과의 경기를 승리로 마쳤기에 어느 정도 부담도 덜어낸 편이고요.

서울은 이날 경기에서 '플레타'와 '먼치킨'을 딜러진으로 내세워 댈러스 퓨얼에 맞섰습니다. 댈러스는 이에 대해 '이펙트'와 '타이무'를 주로 기용하며 맞대응했습니다. 양 팀 모두 일진일퇴를 거듭하면서 세트 스코어를 1:1로 나눠 가졌습니다만, 이후 3세트 일리오스에서 벌어진 쟁탈전에서 승부의 균형이 크게 기울고 말았습니다.

댈러스의 경우 과거 APEX에 출전했던 엔비어스 시절에서부터 유난히 쟁탈전에서 약하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반면 서울팀은 위도우메이커와 파라 등 일리오스에서 강력한 영웅들을 수준급으로 다룰 수 있는 '플레타'라는 딜러가 있었습니다.

댈러스에도 파라를 잘 다루는 '시걸' 선수가 있었지만, 3세트에서는 출전을 하지 않았죠. 결국 서울은 플레타가 파라를 기용하면서 화력전에서 크게 우위를 점했고, 앞선 경기보다 비교적 쉽게 세트 스코어를 가져가게 되었습니다. 이어지는 4세트가 무승부로 끝나면서, 최종적으로 2:1로 서울이 승리를 거두게 되었죠.

▲ 팽팽했던 양 팀의 기세를 크게 반전시켰던 3세트 일리오스 플레타의 파라 기용


뉴욕팀은 1주차 일정에서 보스턴 업라이징과 휴스턴 아웃로즈와의 경기를 치뤘습니다. 뉴욕팀은 프리시즌에서 1승 1패로 승점 0점을 기록했었는데요. 프리시즌과 달랐던 점이 있다면 나이 제한으로 출전하지 못했던 '쪼낙'선수가 출전하였고, 이에 따라 '파인' 선수를 전략과 상황에 따라 투입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것입니다. 이 효과는 곧바로 개막전이었던 보스턴과의 경기에서 확연히 나타났습니다.

3세트 일리오스에서 교체 투입되었던 파인 선수는 맥크리를 기용한 플레이로 게임을 말 그대로 터트려버리고 말았습니다. 파인은 매 상황에서 무시무시한 에임을 보이며 리그 옵저버를 자기에게 고정시켜버리기에 이르릅니다. 결국 파인은 한 세트 동안 18킬 2데스라는 전무후무한 성적을 기록하였고, 세트가 종료되자 본인의 마우스와 키보드를 챙겨 유유히 대기실로 떠났습니다.

두 번째 경기인 휴스턴과의 경기에서도 쟁탈전 파인 교체 카드는 동일한 효과를 냈습니다. 파인은 보스턴과의 경기에서 보여주었던 에임 실력을 그대로 재현하면서 휴스턴의 선수들을 죄다 파괴시킨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어지는 2라운드에서는 위도우메이커로도 좋은 모습을 보이며 팀을 승리로 견인했습니다.

새롭게 투입된 쪼낙 선수 또한 첫 공식 경기 출전임에도 불구하고 뉴욕팀의 힐러진으로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뉴욕팀의 첫 주 2승의 비결 또한 쪼낙 선수의 합류로 인해 힐러진이 강화되었고, 파인이라는 새로운 공격 옵션을 손에 넣은 부분이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 파인은 두 경기 연속 일리오스의 제왕이 되었습니다




■ 비결은 '한국인의 수' 보단 팀원과의 합과 시너지

지금까지 한국인 위주이거나 한국인 선수 비중이 많았던 네 팀의 경기들을 되짚어 보았습니다. 각 팀마다 자세한 승리의 비결과 사정은 다르지만, 전체적으로는 선수들 간의 합이 긴밀하게 잘 맞아떨어진 팀들이 강세를 보였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어찌 보면 뻔한 결론이라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만, 오버워치 리그는 현존하는 대회 중 가장 큰 규모의 대회인 만큼 각 프로팀에서도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모인 곳입니다. 그만큼 선수들간의 간극은 적은 편이라 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승패를 가르는 주된 열쇠는 역시 선수들 간의 시너지의 차이가 되는 셈이죠.

이런 점에서, 1주차 일정에서 좋은 성적은 거둔 네 팀은 다른 팀보다 합적인 측면에서 월등한 면이 있습니다. APEX 시절부터 한솥밥을 먹어온 팀원들이 그대로 리그로 온 케이스인 런던과 서울, 뉴욕은 말할 것도 없죠. LA 발리언트의 한국인 선수들의 경우 모두 임모탈즈에 있으면서 오랜 동안 미국 생활을 해 왔고, 영어를 사용할 줄 알며 팀원들과의 의사소통에 지장이 없다는 점이 매우 강력하게 작용을 했고요.

▲ LA 발리언트의 한국인 선수인 페이트와 엔비, 카리브 선수


이런 이점 때문에라도 리그 초반부터 우세를 점하는 팀들의 활약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반대로 그렇지 못한 팀들은 향후 리그 일정을 제대로 해나가기 위한 '팀 합 맞추기'를 최우선과제로 잡아야 할 듯하고요.

혹자는 작년과 제작년에 있었던 오버워치 월드컵부터 지금껏 한국인 선수들 강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앞으로 있을 리그 또한 한국인들만의 리그가 되진 않을까 하는 우려를 표하곤 합니다. 물론 이에 대해 '리그는 실력으로 승부하는 장소인 만큼 서양팀들 또한 실력으로 증명하면 그만'이라며 우려하는 의견 자체를 부정하는 팬들도 많았습니다.

사실 이 우려는 현 시점에서 논하기에는 다소 이른 감이 있긴 합니다. 아직 리그는 1주차가 종료됐을 뿐이며, 각 팀들 또한 아직 선보이지 못한 여러 카드들을 보유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서양권 리그 팀들이 또 멋진 모습을 보여줘서 리그를 더욱 달궈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