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롤스터처럼 묘한 팀이 또 있을까. 2017 LCK 스프링 스플릿을 앞두고 대규모 리빌딩을 진행한 kt 롤스터는 내로라하는 베테랑들로만 로스터를 채웠다. 새로운 LCK '슈퍼팀'의 탄생에 팬들의 관심과 기대가 커졌고, 2016년에 이루지 못했던 LCK 우승이란 꿈을 달성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뚜껑은 열어봐야 아는 법. 역대 최고급 투자에도 불구하고 kt 롤스터는 작년 LCK 스프링-섬머 스플릿에서 각 3위와 2위를 기록했고, 플레이오프에서는 각 2위와 3위를 기록하며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심지어 롤드컵 한국대표 선발전에서는 삼성 갤럭시(현 KSV)에게 0:3으로 무너지며 쓴 눈물을 삼키기도 했다.
올해 kt 롤스터는 주전 선수 전원 재계약으로 전력 손실을 막았다. 그리고 2017 KeSPA컵 우승을 시작으로 현재 진행 중인 LCK 스프링 스플릿에서도 좋은 경기력을 보이며 분위기가 한껏 올라온 상태다. 하지만, 성적은 6승 2패로 순위는 여전히 작년과 같은 3위. kt 롤스터의 목표는 분명히 더 높은 곳에 있을 것이다. 과연, 올해의 kt 롤스터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때리는 방법을 아는 선수들
베테랑들의 라인전과 설계, 빠르게 굴러가는 스노우볼
kt 롤스터의 강점은 단연 능숙한 라인전이다. 주전 선수 전원이 롤드컵 유경험자로, 세계 최정상급 기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어지간해서는 라인전에서 밀리는 일이 없으며, 초반 주도권을 꽉 잡고 경기를 풀어가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은 kt 롤스터의 모든 선수가 언제 어디서든 득점을 올릴 수 있음을 뜻한다.
예를 들어 '폰' 허원석과 '스코어' 고동빈의 정글 침투나 포탑 다이브로 초반 득점을 올릴 수도 있고, '스멥' 송경호는 갱킹을 흡수하며 역으로 상대를 잡아버리는 슈퍼 플레이가 가능하다. 최근 탱커 서포터 메타로 좀처럼 킬이 나지 않는 봇 라인에서도 상체 지원군과 함께 깜짝 킬을 만들기도 한다. 실제로 kt 롤스터는 지금까지 치른 20세트의 경기 중 무려 15세트에서 선취점을 올렸고, 이는 협곡 모든 지역에서 고르게 발생했다.
이렇게 얻은 선취점이라는 작은 눈덩이는 금세 불어난다. 베테랑들의 피지컬과 과감함에 '마타' 조세형의 설계, '데프트' 김혁규의 화력이 더해져 작았던 차이도 순식간에 벌어진다. 원래도 잘 때리던 kt 롤스터였는데, 1년 이상의 호흡이 진짜 화끈하게 때리는 kt 롤스터를 만들었다.
한편, 공격력보다 훨씬 좋아진 점은 중후반 운영과 한타력이 어느 정도 보완됐다는 점이다. 작년 kt 롤스터는 초반 이득과 스노우볼을 승리까지 연결하지 못한 채 중후반 한타나 운영에서 어이없게 무너지는 경우가 잦았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불리한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으며 상대방을 제압하는 모습을 종종 보여주고 있다.
강팀 판독기 kt 롤스터
'강약약강',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t 롤스터에게 아쉬움이 남는 이유는 아직 LCK 최강팀의 포스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플레이오프에서 kt 롤스터에게 번번이 절망을 안겨줬던 숙적 SKT T1을 꺾었지만, 넘어야 할 벽은 따로 있었다. 바로 새롭게 떠오른 초신성 아프리카 프릭스와 수많은 장수를 거느린 난공불락의 성 킹존 드래곤X다.
'마린' 장경환을 떠나보내고 '기인' 김기인을 영입한 아프리카 프릭스는 첫 경기에서 kt 롤스터에게 패배를 안겨줬다. 접전 끝에 나온 결과였지만, 올해의 아프리카 프릭스가 강팀이란 것을 증명함과 동시에 kt 롤스터의 전력에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kt 롤스터는 이후 경기에서 연전연승을 이어갔지만, 때때로 나오는 불안한 모습과 함께 2:1로 힘겹게 승리하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 4일 킹존 드래곤X와의 경기는 매우 치명적이었다. 킹존 드래곤X는 잘 때린다는 kt 롤스터를 더 무겁게 때려버리며 체급 차이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줬다. kt 롤스터가 빠른 스노우볼로 다른 팀들을 30분대에 눕히듯, 킹존 드래곤X에게 두 세트 모두 30분대에 쓰러졌다.
이 얼마나 정직한 모습인가. 현재 kt 롤스터는 강한 팀에게는 약해지고, 약한 팀에게는 강해지는 '강약약강'의 상태에 놓여있다. kt 롤스터의 현재 순위가 상위권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작년과 비슷한 성적일 뿐이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최종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선 LCK의 모든 팀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어야만 한다. 아프리카 프릭스, 킹존 드래곤X를 포함해서 말이다.
우린 우승에 목말랐다
꾸준한 경기력으로 상위권 안착해야
중반으로 접어든 2018 LCK 스프링 스플릿, 과연 kt 롤스터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지금까지 보여준 경기력으로 비추어봤을 때 플레이오프 진출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지만, 수월한 플레이오프 경기를 위해서는 더욱 많은 승점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kt 롤스터에게 패배를 안겨준 팀이자 플레이오프에서 겨룰 확률이 높은 킹존 드래곤X, 아프리카 프릭스와의 2차전에서는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할 것이다.
그 전에 kt 롤스터의 바로 앞에는 KSV와의 1차전이 기다리고 있다. KSV 역시 작년과 로스터가 동일한 상황. 작년 LCK 스프링 스플릿부터 KeSPA컵까지의 상대전적은 5승 2패로 kt 롤스터가 다소 우세하지만, 결과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법이다. 과연 kt 롤스터는 KSV를 무너뜨리고 상위권에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까. 순위가 내려갈 수도 있는 경기인만큼,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경기에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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