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걸 레이아크가?"

제작년부터 레이아크 팬들 사이에서는 아주 큰 희소식이 돌았습니다. 레이아크에서 한국인 스탭을 고용했다는 소문이었죠. 항상 아쉬운 번역 퀄리티를 선보이던 레이아크가 놀라운 현지화 수준을 보여주기 시작하면서 팬들은 그야말로 쾌재를 외쳤습니다.

이번 레이아크 탐방 기간 동안 저희는 레이아크의 숨은 일등 공신 정지민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레이아크의 게임들이 한국 게이머들에게 보다 친숙하게 와닿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정지민, 그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인벤에서 전달해드립니다.





▲ 레이아크 한국 담당 정지민


안녕하세요!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레이아크에서 한국 컨택과 로컬라이제이션(현지화)을 담당하고 있는 정지민이라고 합니다.


혹시 레이아크에 입사하시기 전에 다른 회사를 다니신 적이 있으신가요?

아니요. 레이아크가 첫 직장입니다.


첫 직장으로 대만을 선택하시게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예전부터 게임 업계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제가 대만에서 유학 생활을 오래 했고, 자연스레 대만 내에서 취업을 알아보게 됐어요. 그러다 운 좋게도 레이아크에 입사를 하게 됐죠. 16년도 10월 9일에 입사했으니, 1년 5개월 정도 된 거 같습니다.


아, 그럼 대만에는 언제부터 계셨던 건가요?

한국에서 군대를 미리 끝마친 뒤, 2009년에 중국어를 배울 겸 대만에서 랭귀지 스쿨을 다녔습니다. 그리고 10년도에 대학 입학을 했죠. 9년 정도 대만에서 생활한 거 같습니다.


▲ 조금은 늦은 나이에 도전했던 해외 유학 그리고 취업


대단하시네요. 타지에서 생활하시면서 어려움도 있으셨을 거 같아요.

크게 어려웠던 부분은 없었던 거 같아요. 음식도 입에 맞았고, 조금 덥다는 것 빼고는 지낼만했습니다.


1년 5개월이란 시간 동안 레이아크에서 일하시면서 한국과 확실히 차이 난다고 느끼신 부분이 있으셨나요?

레이아크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상사와의 관계에서 크게 엄격하거나 벽이 있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없었어요. 그래서 상하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별로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한 거 같아요.


아, '공과 사'가 딱 구분이 되어있군요.

그렇죠. 상사가 퇴근을 못했다 해도 그건 그 상사의 일이죠. 여기선 만약 자기 일이 남았으면 자기가 남아서 처리하면 될뿐입니다.

퇴근한 뒤 업무지시 같은 것도 전혀 없습니다. 그렇게 오지도 않고, 사실 읽지도 않아요(웃음). 정말 긴급한 상황일 때 연락 받은 적은 있는데, 1년에 3번 정도였던 거 같아요.



혹시 레이아크에서 일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일화 같은 게 있으신가요?

이건 정말 민망한 이야기인데... 예전에 한 번 게임 출시 기념 파티를 한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제가 술을 하도 많이 마셔서 저도 모르게 회사 로비에서 잔 적이 있어요. 제 동료가 이불까지 덮어줬더라고요. 그 후로 한동안 계속 이 사건으로 놀림을 받아서 지금은 절대 술을 그렇게 마시지 않습니다.


한국에는 가끔 들어오시나요?

작년 12월에 1주일간 다녀왔습니다. 한국을 약 1년 4개월만에 갔었네요. 저희가 뤼요우지아(여행휴가)라는 제도가 있는데, 1년에 한 번씩 5일짜리 여행을 다녀올 수가 있어요. 회사 차원에서 비행기 표랑 숙소까지 지원을 해줍니다. 해가 지나가면 못 쓰기 때문에, 당시 12월에 부랴부랴 썼던 기억이 납니다.


레이아크를 둘러보니 회사가 너무 예쁘네요. 실제 직원으로서 체감하는 환경과 조건은 어떤 편인지 궁금하네요.

저는 굉장히 만족하고 있는 편이에요. 동료분들, 상사분들 모두 워낙 잘 대해주시거든요. 정말 친구처럼 대해주십니다(웃음). CEO인 밍양도 저를 정말 친구처럼 대해주세요. 이런 분위기가 너무 좋습니다.


▲ 예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던 '레이아크'


대만 게임업계의 트렌드나 특징은 어떤 게 있을까요?

한국 게임이 워낙 강세다보니까 한국의 게임 트렌드를 따라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한국의 매출순위 1위 게임과 비슷한 걸 바로 제작해 출시하는 모습을 자주 봐왔습니다.


주요 담당 업무는 무엇인가요?

가장 많이 하는 업무는 번역입니다. 번역 이외에도 한국 쪽 업체와 컨택을 담당하는 등 연결고리 역할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직무 상의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가장 어려웠던 건 아무래도 작업에 혼선이 올 때였던 거 같아요. 한 가지만 담당을 하게 되면 무리가 없지만, 일정이 겹쳐서 동시에 디모, 사이터스 등 다양한 게임 번역을 병행하게 되면 정말 머리가 복잡해지더라고요. 업데이트나 출시 일정들이 겹치면 개인적으로 참 힘듭니다.


중국어 번역 정말 어렵죠. 그래도 팬분들이 최근 레이아크 작품들 번역 퀄리티를 보고 굉장히 놀라워하시는 거 같아요. 혹시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스러웠던 문장이나 작품이 있으신가요?

그건 유저분들께서 판단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전 아직도 한참 부족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가장 즐거웠던 작업을 꼽자면 '사이터스2'였던 거 같아요. 유저들이 정말로 게임 내 가상 SNS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잘 받을 수 있도록 많은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오히려 너무 적나라한 인터넷 비속어 등을 순화시킨 부분도 있고, 일부러 기본적인 맞춤법, 띄어쓰기 등을 틀리기도 했죠. 간혹 '야민정음' 같은 한국 인터넷상에서만 볼 수 있는 인터넷 용어등을 사용한 적도 있어요.

항상 최대한 원문(중국어)의 뜻에 가깝게만 번역하려고 하는 습관이 있었는데 이번 '사이터스2'를 거치면서 제 번역 스타일에 조금 더 융통성이 생기진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 다양한 캐릭터와 상황을 전달해야했던 '사이터스2'


가장 즐기는 레이아크 게임은 어떤 건가요?

사실 전 리듬게임을 즐겨하진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PS 비타로 '디모'는 계속 했었어요. '싸이터스2'는 제 취향저격이라 최근 열심히 즐기고 있고요. 근데 실력이 안되서 다 이지모드로만 즐기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대만 게임계에 한국인분들이 꽤 계시는 편인가요?

음, 몇분 만나뵙긴 했지만 많다고 하긴 힘든 거 같아요. 한국계 기업 대만지사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종종 계시는데, 저처럼 대만 기업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많지는 않습니다.


여가시간에는 주로 뭘 하시나요?

언어공부를 주로 해요. 언어에는 정말 끝이 없는 거 같거든요. 계속 배울 게 산더미입니다. 그리고 최근엔 컴퓨터를 하나 맞춰서 배틀그라운드도 하고, 이것저것 하고 있습니다. 주로 집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 거 같아요.


가장 좋았던 대만의 모습과 장점은 무엇인가요?

부모님과 아시는 분이 선교사로 와있어서 그 인연을 통해 대만에 오게 됐습니다. 그전에도 아는 형을 만나러 대만 여행을 온 적이 있었어요. 그 당시 대만한테 굉장히 좋은 인상을 받아가지고, 유학까지 결심하게 됐습니다.

대만의 가장 좋았던 점은 정말 좋은 사람들만 만났다는 거에요. 유학 때도 그랬고, 지금까지도 '혐한' 같은 건 마주친 적이 없습니다. 가끔 사건이 터져서 한국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도 "네가 욕먹을 일이 아니다"면서 주변 사람들이 오히려 감싸줬었어요. 그런 기억들이 쌓이고 쌓이다보니 대만이란 곳이 참 따뜻하게 와닿더라고요.



마지막으로 한국에 계신 레이아크 팬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한국에서 레이아크의 게임들이 더욱 좋은 평가를 받고, 더욱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 제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로컬라이징 작업이랑 컨택 업무 등을 담당하고는 있지만 하나의 게이머로서 다방면의 게임 작업에 참여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언젠가 그런 기회가 왔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