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카히사 타우라(좌)와 요코오 타로(우)

강연자 소개: 요코오 타로 디렉터와 플래티넘 게임즈의 타카히사 타우라 게임 디자이너는 스퀘어에닉스와 플래티넘 게임즈의 합작 슈팅 액션 RPG, '니어: 오토마타'를 개발했다. '니어: 오토마타'는 '니어 레플리칸트'의 정식 후속작으로, 전작으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난 지구를 무대로 한다. 특유의 심오한 세계관으로 '니어 오토마타'는 전 세계적인 호평을 받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실제로 지난 2월 23일 출시 이후 첫 주 만에 판매량이 20만 장을 돌파했으며, 지난 5월경에는 150만 장을 넘어섰다.

이번 GDC2018에서 단연코 돋보이는 강연이 하나 있었다. 이 강연이 돋보인 이유는 강연자가 ‘니어: 오토마타’의 요코오 타로 디렉터와 플래티넘 게임즈의 타카히사 타우라 게임 디자이너였을 뿐만 아니라 제목이 특이했기 때문이다. ‘별로인 게임 개발자가 ‘니어: 오토마타’를 어떻게 개발했는지 이야기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는 재미난 시간’. 무슨 이야기를 할지 감도 오지 않는 이 강연. 강연이 시작되자 요코오 타로 디렉터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에밀의 가면을 쓰기 시작했다.

요코오 타로
(가면의 반만 썼기 때문에) 사이드에 앉으신 분들은 내 얼굴이 보일 수 있는데, 못 본 척해주시길.


금일 강연은 먼저 타카히사 타우라 게임 디자이너가 나와 ‘니어: 오토마타’의 액션에 대한 세션을 진행했으며, 그 후 요코오 타로 디렉터가 게임 속 ‘자유’의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 기분 좋은 액션이란 버튼을 누른 순간 시작된다 - 타카히사 타우라



‘재밌는 액션’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게임 속 액션을 어떻게 구성해야 재미있고, 기분 좋은 플레이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니어: 오토마타’의 플레이어 캐릭터와 적 캐릭터의 게임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는 타카히사 타우라 게임 디자이너 제대로 구성된 게임은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저는 게임을 시작하고 버튼을 누르게 된다. 버튼을 누른 그 순간부터 ‘재미있다’고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타우라 디자이너는 세 가지 주요 포인트를 짚어 설명했다.

먼저 이상적인 게임 플레이를 구상하라는 것이다. 이는 게임을 개발하는 가장 첫 단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게임 속에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원치 않는지를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 게임의 인상이 플레이어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어떤 게임의 모습이 이상적인지를 구상하라는 것이다. 그는 예로, ‘다크소울’과 ‘베요네타’를 꼽았다. 두 게임은 분명 잘 만든 게임이나, 만약 ‘다크소울’과 같은 게임을 만들고 싶은데, 여기에 ‘베요네타’의 액션이 구현한다면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는 게임을 개발하면서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첫 번째 단계에서 이상적인 게임을 구상했다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스크린에 구현했다고 생각해보자. 여기서 개발자는 자신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던 게임과 비교해봤을 때 정확히 어디를 고쳐야 하는지를 집어낼 줄 알아야 한다. 기분 좋은 플레이를 결정하는 요소에는 수십 가지가 있기 때문이다.

▲화면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액션의 재미를 결정하는 모든 요소다

애니메이션의 완성도나, 애니메이션은 연결성이 있는지, 그 연결은 부드럽게 이루어지는지, 비주얼과 사운드 이펙트가 어울리는지. 화면에서 보는 모든 것이 그 요소다.

‘니어: 오토마타’의 경우, 플레이어가 버튼을 누르거나 하는 ‘인풋’, 그리고 그로 인한 게임의 반응이 즐겁게 느껴져야 한다는 점이 중요했다. 버튼을 눌렀는데 게임이 즉각 반응하지 않는다면 플레이어는 실망하게 될 것이고, 이는 당연히 좋지 않은 경험이 될 것이다. 버튼을 누르고 거기서 바로 반응이 오는 것. 타우라 디자이너는 ‘니어: 오토마타’에서 중요했던 것이 바로 버튼을 처음 누르자마자 즐거워야 한다는 점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럼 '니어: 오토마타'에서는 어떻게 구현되어 있을까?

‘니어: 오토마타’에서는 공격에 회피하거나, 점프하는 모션을 언제 어디서나 바로 쓸 수 있게 구성함으로써 이를 해결한다. 버튼을 누르면, 바로 회피나 점프를 할수 있는 것이다. 회피가 중요한 게임들, 가령 ‘니어: 오토마타’라던지 ‘베요네타’와 같은 게임에서 회피나 점프를 할수 없는 순간이 없다.

어떤 위치에 있든지 유저가 버튼을 누른다면 즉각 반응한다. 물론, ‘니어: 오토마타’도 회피할 수 없는 순간이 있다. 이때는 모션에 ‘플래그’를 넣어 회피에 반응하지 않도록 제한한다. 이렇게 특정 순간에는 회피를 할수 없게 만든 이유는 이렇게 구성함으로써 오히려 비주얼적으로나 게임 밸런스 부분에서 더욱 재미있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플레이어의 행동에 게임이 바로 반응해야 한다는 것은 게임이 빠르게 작동해야 한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플레이어 행동에 게임이 작동하는 것은 물론, 그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는 점 또한 중요하다. 플레이어의 액션에 결과가 늦어진다면, 이또한 플레이어를 실망하게 할 뿐이다. 따라서 기본 공격의 인풋에서 그 공격에 대한 효과 간에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니어: 오토마타’에서 공격 버튼을 누른다면 히트박스가 액티브 되는데, 이는 0.16초 이내에 일어난다.

모든 어택이 이렇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차징 어택과같이 시간이 걸리는 스킬들이 그 예신데, 이는 밸런스를 위해 더 좋아서 그런것이다. 누르자마자 반응해야 좋은 액션은 주로 기본 공격이다. 결론적으로, 버튼을 누를 때 기대되는 액션이 최대한 빠르게 나온다면 누르자마자 재미를 느끼게 할 수 있다.

세 번째로는 계속 세밀한 튜닝작업을 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캐릭터 애니메이션의 ‘플래그’를 조정한다고 생각해보자. 모든 애니메이션에 적용되어있는 플래그는, 너무 짧다면 적을 타격하기 힘들게 만들고, 반대로 너무 길다면 움직임이 어색하게 느껴지고 재미가 없게 된다. 게임 속 애니메이션에는 수십 가지가 있고, 이는 자동으로 조정할 수 없는 문제다. 타우라 디자이너는 이를 조정할 때 일일이 수작업으로 진행해야 했음을 설명했다.

마무리로 타우라 디자이너는 기분 좋은 게임플레이라는 것은 개발자마다 다르게 생각할 수밖에 없고, 자신의 방식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게임 속 자유란 무엇인가? - 요코오 타로


▲요코오 타로 디렉터

요코오 타로
(가면을 쓰고 있으니) 서서 말하기가 어렵다. 앉아서 하겠다. 그리고 할 말이 많은데, 시간 제약이 있어서 엄청나게 빠르게 말해야 한다더라. 한번 해보겠다. 아, 그리고 시나리오 창작에 대한 강연을 기대했다면 미안하다. 저번에 해서 안된단다. 유튜브에 찾으면 나올 거다. 오늘 발표의 주제는 이거다.



무엇이 자유냐!

우리는 자유도가 높은 게임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때 주로 오픈 월드 게임을 떠올린다. 큰 맵과 할 것이 많은 게임. ‘니어: 오토마타’는 오픈 월드 게임이 아니다.

요코오 타로
사실 ‘니어: 오토마타’의 맵을 보면 ‘젤다의 전설: 시간의 오카리나’와 비슷하다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완벽한 길이 없고 어디로나 갈 수 있다. 우연이냐고? 아니, 베꼈다(웃음).


큰 맵, 다양한 아이템, 수많은 퀘스트

스카이림이나 GTA와 같은 게임은 이런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 게임이다. 수십 시간을 게임에 투자하고도 충분히 즐기지 않았다는 느낌을 주는 게임이다. 이 장르는 처음에는 너무나도 신선했다. 하지만 이와 비슷한 게임들이 계속 생겨나면서 유저들은 다소 지루해졌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높은 자유도를 원하면서도 거부하기 시작한다.


높은 자유도가 꼭 자유롭게 느껴지게 해주는 것은 아니다.

개발자들은 높은 자유도를 게임 속에 부여하기 위해 많은 양의 콘텐츠를 개발하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이런 게임들은 오히려 유저에게 의무를 부여하고 만다. 다양한 콘텐츠를 해야한다는 의무감을 주고, 이는 재미와는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럼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요코오 타로 디렉터는 슈퍼마리오와 GTA4를 예로 들었다. 슈퍼마리오는 프레임으로 한정된 세계에서의 게임이다. 유저는 당연히 그 틀 밖으로 나갈 수 없다고 생각하고 플레이하게 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유저는 자신의 캐릭터가 맵 위에 올라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숨겨진 길’이었던 것이다.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것’을 뛰어넘은 순간이라고 볼 수 있다. GTA4를 보자. 요코오 타로는 GTA4에서 NPC에게 대화를 거는 것이 아니라 그들끼리 대화를 하고 있다는 점에 놀랐다고 설명했다.

요코오 타로
말이 된다고 생각했다. 현실에서 우린 밖에 나가서 아무한테나 말 걸고 다니지 않으니까. 여기서 GTA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생각했다.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 자유롭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두 예시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누군가에게 자유를 주려면 자유를 제한하는 프레임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원을 ‘세계’라고 생각해보자. 유저는 원 안의 모든 곳을 갈 수 있다. 여기서 생각해야 하는 것은 원 안의 크기가 아니라, 여기가 제한선이라고 생각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제한을 하는 프레임이 어느 순간 커졌을 때, 사람들은 자유를 느끼게 된다.

▲'끝'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끝이 아님을 깨달을 때, 유저는 자유롭다고 느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세계가 갑자기 넓어지는 순간이다. 예를 들어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탈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던 자동차가 있다면, 그 차를 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때 세계는 넓어진다. 할 수 없을 줄 알았는데, 할 수 있잖아! 라는 순간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요코오 타로
자유는 미래에 있다. 과거에는 없었던. 이 문장이 좋아서 PPT에 강조해놨다. 참고로 더 빠르게 말하겠다. 말할 게 너무나도 많다.


요코오 타로 디렉터는 사람들에게 자유를 주고자 할 때는 콘텐츠의 양이 아니라, 인식의 폭이 넓혀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니어: 오토마타’는 어떨까? ‘니어: 오토마타’는 AAA급 게임이 아니었다. 그래서 세계를 확 넓혀주는 것은 불가능했고, 조금 넓힐 수밖에 없었다. 중요한 것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프레임이 넓어진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었다.

세계를 크게 넓힐수 없다면? 요코오 타로 디렉터는 여기서 그의 트릭을 설명했다. 세계를 구현하고 더욱 크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안쪽 세계의 경계가 정말 끝이라고 느껴지게 하면 된다는 것이다.


‘니어’ 시리즈의 시나리오 레이아웃을 보자. 전작 ‘니어: 레플리칸트’에서 유저는 처음 플레이할 때 아이였다가 청년기를 거쳐 엔딩 A를 보게 된다. 유저는 여기서 엔딩 A가 끝이라고 느끼게 된다. 그러다가 리플레이를 하게 되면 청년기부터 시작하게 되는데 갑자기 새로운 요소가 등장한다. 적의 목소리가 들리게 되고 새로운 정보를 입수하게 되는 것이다. 이야기의 숨겨진 이면을 보면서 유저는 엔딩 B를 보게 된다.

요코오 타로
엔딩 A로 게임이 끝났다는 잘못된 인식을 주는 것이다. RPG는 대부분 하나의 엔딩을 가지고 있다. 전작 ‘니어’에서는 그다음 이면을 보여줌으로써 세계가 넓어졌다고 느끼길 바랐다. 근데, 사실 이건 ‘젤다: 시간의 오카리나’에서 베껴온 거다(웃음).


하지만 차기작을 구상하면서 문제가 생긴다. 사람들이 이미 엔딩이 두개라고 알고 있는 상태에서 플레이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니어: 오토마타’에서는 스토리의 구조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 기본적으로 ‘니어: 오토마타’는 전작 ‘니어’와 같은 스토리 맵을 가진다. 중요한 것은 엔딩 B를 보고난 후다. 여기서부터 루트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아예 다른 챕터로 가는 것이다. 그리고 엔딩 C까지 연결된다.

요코오 타로
팬들은 엔딩 B로가는 다른 루트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당연히 그렇게 되어있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이다. 이를 카운터 치기 위해 새로운 구조로 구상하게 되었다. 아, 또 예시가 있는데 시간이 없다. 아아.


게임의 마지막 섹션을 보자. 여기서 유저는 다른 유저에게 메시지를 남길 수 있다. 요코오 타로 디렉터는 이 아이디어도 자신의 것이 아니라며, 코카콜라의 ‘스몰월드 머신’에서 베낀 것이라고 장난스럽게 소개했다. 본적도 없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 수 있고, 메시지를 주고받는 장면을 ‘니어: 오토마타’에 넣고 싶었다는 것이다.

▲코카콜라 스몰월드 머신

덧붙여 요코오 타로 디렉터는 마지막 메시지에 대해서 처음에는 코카콜라의 스몰월드 머신처럼 서로 분쟁관계에 있거나 좋지 않은 관계를 가지고 있는 나라끼리 메시지를 교환하도록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내가 증오하는 나라의 국민도 사실은 나와 같은 게이머였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요코오 타로
하지만 이 아이디어는 하지 않기로 했다. 왜냐하면, 내 원칙을 유저에게 강요하는 것이니까.


대신 ‘니어: 오토마타’에서 유저는 랜덤한 국가에서의 메시지를 받게 된다. 요코오 타로 디렉터는 유저에가 그들만의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플레이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른다. 그 메시지를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른다. 게임에서 유저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결정을 내릴지를 제한하지 않는 것. 요코오 타로 디렉터는 이것이 게임의 자유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