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2018 롤챔스 포스트 시즌이 다가왔다.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모든 팀들이 부활과 우승을 목표로 철저한 준비를 한 상황. 수많은 고민 끝에 완벽한 선택을 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완벽할 거 같은 포스트 시즌 대결에서 예상하지 못한 상황들이 벌어지곤 한다. 의외의 솔로 킬이 나오면서 운영과 기세의 추가 한 방에 기울어버렸다. 특히, 스플릿 구도에서 정교한 순간이동 합류가 중요한 탑 라이너들의 대결에서 솔로킬이 가지는 의미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킬 하나가 만들어내는 변수는 중요한 경기일수록 더욱 크게 다가온 것이다. 반대로, 상대의 이런 노림수를 끝까지 버텨내면서 운영으로 승리의 기회를 노린 강심장 팀 역시 존재했다.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는 각 팀 탑 라이너들의 선택은 무엇일까. 이번 포스트 시즌이 더욱 흥미로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자신만의 무기로 이름을 날리던 고수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기 때문이다. 챔피언에 자신의 이름이 붙을 정도로 엄청난 존재감을 보여준 선수들이 각 팀에 있다. 8.6 패치 역시 탑 라이너에게 다양한 선택지에 힘을 주는 변화로 프로들의 선택이 더욱 궁금해진다.



■ 메타를 뛰어넘었던 과감한 선택, 예측할 수 없는 롤챔스 탑 라이너 대결



세계 대회를 펼칠 때마다 한국팀의 선전과 함께 나오는 말이 있다. 탑 라이너 간 격차. 많은 롤챔스의 탑 라이너들이 '세체탑'으로 불리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전 세계에 알리곤 했다. '마린'(2015)-'스멥'(2016)-'큐베'와 '칸'(2017)의 존재감은 LoL 리그를 꾸준히 봐왔던 팬들이라면 잘 알 것이다.

한국 탑 라이너들의 강한 면모는 국내 무대에서부터 그 입지를 다져왔다. 중요한 경기마다 맹활약하면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무서운 점은 '메타'라고 불리는 것을 자신의 실력과 팀 스타일로 넘어설 줄 안다는 것. 작년 롤챔스 스프링 결승전 픽을 보면 흥미롭다. 탑에서 딜러가 활약하면서 새로운 딜러 메타가 찾아왔다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스멥' 송경호가 딜러로 맹활약하면서 이를 입증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결승 구도는 완벽히 달랐다. SKT T1은 단단한 탑 라인 운영과 합류 싸움으로 깔끔하게 3:0으로 승리한 것이다. 반대로, 섬머 결승전에서는 탱커 픽이 떠오르자 롱주(현 킹존 드래곤X)가 '칸'의 제이스-잭스를 필두로 뚫어버리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평소에 잘 나오지 않던 솔로킬이 포스트 시즌이라는 긴장되는 무대에서 더욱 눈에 띄었다.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냈던 2017 롤챔스 섬머 결승의 '칸' 김동하, 스프링 플레이오프 단계에서는 '스멥'이 솔로킬로 MVP-삼성의 기를 꺾은 바 있었다. 시간을 거슬러 '큐베' 이성진 역시 2016 롤드컵 선발전에서 당시 잘 등장하지 않던 케넨으로 수차례 솔로킬을 내면서 롤드컵 진출에 크게 기여했다.

처음으로 포스트 시즌에 출전하는 선수들 역시 만만치 않은 명성을 자랑한다. 트런들 장인으로 입단 전부터 유명했던 '트할' 박권혁, 에버 8 위너스 시절부터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홀로 사이드 라인을 지배했던 '기인' 김기인까지. 그야말로 '적장의 목을 베는 진검승부'가 충분히 탑 라인에서 나올 수 있다.


국내 주요 경기 탑 라이너들의 챔피언 선택은?

2017 롤챔스 스프링 결승 - 탱커 위주 선택 SKT T1 승리
'후니' 그라가스 승 vs 패 '스멥' 제이스
'후니' 카밀 승 vs 패 '스멥' 피오라
'후니' 쉔 승 vs 패 '스멥' 제이스

2017 롤챔스 섬머 결승 - 딜러 선택 롱주(현 킹존 드래곤X) 승리
'칸' 제이스 승 vs 패 '후니' 초가스
'후니' 나르 승 vs 패 '칸' 카밀
'칸' 제이스 승 vs 패 '운타라' 쉔
'칸' 잭스 승 vs 패 '운타라' 쉔'

2016 롤드컵 선발전 - 탑 딜러 간 승부 삼성(현 KSV) 승리
'큐베' 케넨 2승 1패 vs 1승 2패 '썸데이' 나르
'큐베' 갱플랭크 승 vs 패 '썸데이' 럼블
'썸데이' 나르 승 vs 패 '큐베' 에코

2017 롤드컵 선발전 - 탱커 선택 삼성(현 KSV) 승리
'큐베' 마오카이 승 vs 패 '스멥' 자르반 4세
'큐베' 초가스 승 vs 패 '스멥' 케넨
'큐베' 초가스 승 vs 패 '스멥' 쉔



■ 솔랭에 들리는 '검의 소리'... 정복자 룬과 함께 급상할 것인가?


▲ 프로들의 솔로 랭크 탑 근접 챔피언 기록이 눈에띈다

그렇다면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 프로들은 어떤 챔피언을 선택할까. 8.5 버전으로 진행된 롤챔스에서는 다양한 픽이 등장했다. 너프 속에서도 건재한 갱플랭크와 새롭게 떠오른 스웨인이 정규 스플릿이 끝날 때까지 자신의 위력을 발휘했다. 사이온-오른 등 탱커들 역시 특유의 광역 CC로 합류전, 한타에 힘을 실어주면서 존재감을 뽐냈다.

이런 상황에서도 포스트 시즌에 출전한 탑 라이너들은 딜러 챔피언으로도 제 역할을 해내곤 했다. 상대와 격차를 벌이고 스플릿 푸쉬 주도한 것이다. 정교한 순간이동으로 탱커 못지 않은 합류전을 선보였다. 상대가 조금이라도 틈을 보이면 솔로킬을 내면서 사이드 라인을 지배하는 장면 역시 나왔다.


특히, 딜러 챔피언 간 대결 구도는 더욱 치열했다. '스멥' 송경호가 '기인-운타라'의 피오라-잭스를 상대로 카밀로 솔로킬을 기록했다. '스멥'이 작년까지 아쉬운 평가를 받았던 카밀까지 섭렵한 모습이었다. '큐베'는 카밀과 나르로 '스멥'과 대결에서 승리하면서 건재함을 알렸다. 팀의 위기 상황에서 장로 드래곤을 가져가는 장면부터 상대 어그로를 끄는 스플릿 운영, 핵심 딜러를 물고 늘어지는 한타 활약까지 나오기도 했다. 나머지 탑 라이너들이 치열하게 킬과 승패를 주고받을 때, 역시 가장 돋보였던 것은 '칸'의 성적이었다. 카밀과 제이스로 모두 6전 전승을 기록할 정도로 탑 딜러 챔피언 활용에 있어서 팀적으로 한 수위의 능력을 선보였다. '운타라' 박의진과 '기인' 역시 탑에 딜러가 등장하던 작년 섬머 스플릿 때 좋은 모습을 보여준 바 있는 선수들이다.

그리고 8.6 패치에서 이들의 딜러 싸움을 더욱 부추길 만한 정복자 룬이 등장했다. 전투 개시 4초 후부터 화끈한 딜을 뿜어낸다. 발동 조건은 다르지만, 비슷한 능력을 발휘했던 '전투의 열광' 특성을 활용하던 근접 챔피언들이 다시 등장할 만한 가능성이 커졌다. 프로들 역시 최근(3월 28일 기준) 솔로 랭크에 정복자 룬을 활용하는 근접 딜러를 연습하는 기록이 꽤 있다. 만약, 딜러 둘이 나온다면, 이전보다 더욱 예리한 한 합 싸움이 펼쳐질 것이다.

반대로, 8.6패치로 심연의 가면이 딜 버프를 받으면서 근접 AP 챔피언들 역시 여전히 등장할 여지를 남겼다. 범위가 줄어들어 기존 AP 딜러 챔피언들이 활용하기 힘들지만, 롤챔스에 꾸준히 등장했던 사이온-오른-초가스와 같은 챔피언에게는 좋은 소식이다. 탑 탱커를 기반으로 운영이 가능한 프로들에게 탱커 챔피언 역시 언제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카드다.


▲ 딜러의 손 들어주는 정복자 룬, 탱커 심연의 가면으로 막을 수 있을까


이제부터는 준비한 모든 걸 쏟아내야 하는 포스트 시즌이다. 그동안 갈고 닦은 기본기부터 준비한 전략까지 모두 드러나는 순간이다. 가장 중요한 순간, 탑 라이너들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작년 롤챔스 포스트 시즌에서도 팀마다 메타에 대한 해석이 갈리면서 서로 다른 스타일의 대결을 볼 수 있었다. 올해 역시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팀이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게다가, 이번에는 새로운 버전 적용이라는 변수마저 끼어들었다. 포스트 시즌 준비 기간 내에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팀이 확실히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다.

당일 경기 기세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역시 솔로킬이다. 탑 라인 딜러에 힘이 실리는 상황에서 각종 칭호와 장인으로 불리는 세계 최고수 간의 대결이 펼쳐진다. 물러서지 않고 패기로 맞서는 탑 라이너들에게 팀의 기세와 운영 주도권이 쥐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탑 라이너들은 자신을 상징하는 딜러 챔피언을 하나씩 만들어갔다. 이번 포스트 시즌은 '짜밀-스오라-춘밀-칸이스'를 뛰어넘을 존재감을 보여줄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