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결승전 한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마지막 경기가 남았다. 정규 시즌 2위의 아프리카 프릭스와 3위의 kt 롤스터가 맞붙는다. 설계에 능한 아프리카 프릭스와 공격적 색이 짙은 kt 롤스터의 대결, 약속된 플레이를 성공하는 쪽의 승리가 점쳐진다.

아프리카 프릭스는 '기인'을 중심 삼아 탑과 봇 라인에서 승부를 거는 경향이 있다. 가장 좋은 예시는 '기인'의 갱플랭크가 활약한 경기들이다. 당시 봇 라인을 압박한 뒤, 갱플랭크의 궁극기 쿨타임마다 원거리 지원 사격을 펼쳐 이득을 챙겼다. kt 롤스터를 상대로도 비슷한 플레이가 가능하다면 승산이 있다.

kt 롤스터는 '유칼' 손우현의 활약으로 선택할 운영이 많아졌다. 어느 라인을 중심으로 운영해도 승리공식이 성립된다. 가장 안정적인 방법은 정글-미드의 주도권이다. 탑과 봇 라인에 동시에 영향을 줄 수 있어 SKT T1전과 같은 작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 각 포지션 간의 맞대결도 흥미롭다. 각각 '유칼'과 '기인'이라는 걸출한 신예를 보유 중이다. 상대는 '쿠로' 이서행과 '스멥' 송경호라는 베테랑들이다. 신구 대결에서 웃을 주인공이 누구인지 궁금해지며, 두 명씩 보유한 양 팀의 정글러도 관전 포인트다.


'기인' 김기인 vs '스멥' 송경호
탑 라인의 세대교체, '기인'의 손에서 이뤄질까.


이번 스프링 스플릿 화두 중 하나는 세대교체다. SKT T1처럼 팀 자체가 세대교체를 진행하거나 '유칼' 손우현(kt 롤스터), '그레이스' 이찬주(진에어 그린윙스), '라바' 김태훈(락스 타이거즈)같이 특정 라인에 세대교체 바람이 부는 경우가 있다. 이와 더불어 탑 라인 역시 비교적 경력이 짧은 이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중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인물이 '기인' 김기인이다.

'기인'의 도전을 받는 선수는 '스멥' 송경호다. LCK 내에서 가장 많은 킬을 기록하고 있는 탑 라이너다. 2016년에 정점을 찍고 현재는 '칸' 김동하, '큐베' 이성진과 3대 탑솔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두 사람의 총 상대전적은 7승 3패로 '스멥'이 우위다. 이번 스플릿 기준으로는 3승 2패로 근소하게 앞선다.

우선 두 사람의 대결은 kt 롤스터의 선택에 따라 1:1 혹은 2:2 구도로 흘러갈 전망이다. kt 롤스터가 지난 SKT T1과의 경기에서 보여준 대로 정글-미드 중심의 운영을 펼친다면 탑 라인의 상성이 매우 중요해진다. 따라서 후반을 도모할 수 있는 갱플랭크와 사이드 운영 및 초반 주도권을 잡기 편한 나르가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선택의 폭이 넓은 쪽은 '스멥'이다. 맞대결 과정에서 갱플랭크-카밀-블라디미르를 선보였고, 가장 최근 경기에는 오른을 곁들였다. 반면, '기인'은 나르와 갱플랭크를 주로 사용했다. 사이온과 라이즈는 현재 메타에서 사용될지 미지수다. 변수가 있다면 과거 탑 루시안을 이용한 '기인'이 상대에게 갱플랭크를 넘기고, 카시오페아를 꺼낼 수 있다는 점이다.


'스피릿' 이다윤-'모글리' 이재하 vs '스코어' 고동빈-'러쉬' 이윤재
선발부터 심리전, 정글러는 경험 싸움이다.


선발 출전부터 심리전이 펼쳐진다. 양 팀의 감독이 누구를 내세울지 벌써부터 기대되는 매치업이다. 큰 무대이므로 '스코어' 고동빈과 '스피릿' 이다윤의 맞대결이 예상된다. 경험으로 따지면 누구의 우위를 속단하기 어렵다.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스코어'가 절정의 기량을 선보였지만, '스피릿'의 경험도 무시하기 어렵다.

올해 전적은 '스피릿'이 2승 1패(역대 공식전 전적 10승 9패)로 '스코어'에게 1승 더 거뒀다. 특이하게도 '스피릿'은 이번 스플릿에 올라프를 사용한 기록이 없다. 반대로 '스코어'는 사용할 수 있는 대부분의 정글 챔피언을 꺼냈다. kt 롤스터 입장에서 '스피릿'이 출전한다면 정글러 저격밴 작전을 다시 사용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러나 100% '스피릿'이 출전한다는 보장은 없다. 아프리카 프릭스는 정규 시즌 막바지에 '모글리' 이재하의 출전 시간을 늘렸다. 깜짝 카드인 녹턴처럼 이번에도 새로운 챔피언을 준비했을지 모른다. 다만, 신예 킬러인 '스코어'와 '모글리'의 매치업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활약한 '러쉬' 이윤재의 기용도 고려대상이다. 공격적인 색깔을 지닌 '러쉬'는 '스피릿'을 압박하기에 좋은 카드다. 지난 맞대결에서 리 신으로 '스피릿'을 꺾은 바 있다. '모글리' 또한 '러쉬'에게 무너져 아프리카 프릭스의 두 정글러가 자존심을 구겼다.


'쿠로' 이서행 vs '유칼' 손우현
'유칼'의 도장 깨기, '쿠로'는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까.


가장 핫한 라인이다. '유칼' 손우현은 지난 경기에서 '페이커' 이상혁을 압도했다. 그리고 인터뷰를 통해 상위 미드라이너들을 상대로 "무조건 승리하겠다"며 패기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이제 '쿠로' 이서행의 답변이 남았다.

조금은 다른 양상이 기대된다. '쿠로'는 밀리는 라인전에 최적화된 미드라이너다. 다소 밀리더라도 상대를 끌어당겨 카운터 펀치를 날릴수 있는 저력이 있다. '유칼'의 공세는 '쿠로'가 이미 숱하게 경험해봤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프리카 프릭스는 정글-미드 싸움에서 맞불을 놓기보다 라인을 당긴 채 반격하는 그림을 염두에 둬야 한다.

'쿠로'가 갈리오와 카르마 같은 라인 클리어, 기동성을 살린 카드를 만지작거린다면, '유칼'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 무난한 아지르-탈리야-라이즈가 떠오른다. 이 외에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사용하기 좋은 챔피언은 스웨인이다. 그러나 라인전 능력에 따라 선픽으로 사용하기에 부담이 크다는 의견이 많다.

아프리카 프릭스가 소극적인 자세일 경우, kt 롤스터는 집중적으로 공략할지 혹은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릴지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유칼'에게는 새로운 미션인셈이다. 합류전에 능한 '쿠로'의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다면 kt 롤스터가 승리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SKT T1과의 1세트처럼 정글-미드 싸움에서 애매한 결과를 낳으면 아프리카 프릭스에게 기회가 넘어간다.


'크레이머' 하종훈-'투신' 박종익 vs '데프트' 김혁규-'마타' 조세형
한 번의 실수도 허용되지 않는 봇 라인, 차이를 만드는 쪽이 승리한다.


딜러 포지션의 덕목은 얼마나 좋은 위치에서 안정적으로 상대를 공격하냐다. '데프트' 김혁규와 '크레이머' 하종훈의 싸움이 단순히 라인전에 끝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대신 kt 롤스터의 봇 듀오는 호전적인 성향이 강해 강공을 펼칠 여지가 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한타에서의 차이다. 두 사람 모두 데스가 많은 편은 아니다. 같이 성장했을 때, '데프트'의 폭발력이 임팩트가 크다. 하지만, '크레이머'의 생존 능력이 더 뛰어나다. '데프트'는 노데스 경기가 10경기(정규 시즌 기준)에 불과하다. 반면, '크레이머'는 34경기 중 15경기에서 노데스를 기록했다.

실책도 '데프트'가 조금 더 많은 편이다. 한타에서 치명적인 데스를 기록하는 실수가 여전히 존재한다. kt 롤스터가 풀어야 할 숙제다. 라인전이 조용히 흘러가면 아프리카 프릭스의 승리 가능성이 커진다. 단, 서포터들의 움직임에 따라 언제든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

'마타' 조세형은 플레이메이킹의 원조 격이다. 그러나 이번 스플릿을 기준으로 하면 최고의 플레이메이커는 '투신' 박종익이다. 분명 라칸과 브라움을 우선순위에 둘 것으로 보이지만, 둘의 성향을 고려해 쓰레쉬와 레오나도 나올 가능성이 충분하다.

활동 영역이 넓은 서포터로 인해 봇 라인전의 주도권은 더욱 중요해졌다. 최근 '마타'는 쉔으로 초반부터 상체에 합류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평소 즐겨하던 플레이며, 이는 '투신'도 마찬가지다. 오브젝트 싸움에서 양 서포터의 플레이가 어떻게 작용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