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때 보다 치열했던 봄. 인벤팀에서는 스프링 시즌 종료를 맞아, 각 팀 별로 스프링 시즌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세 번째 주인공은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지만, 안타깝게 결승 무대에 오르지 못한 KSV, SKT T1과 kt 롤스터다.
■ 월드 챔피언 KSV. 아쉬웠던 경기력과 정규 시즌 5위의 성적
2017 LoL 월드 챔피언십 우승을 거머쥐며, 월드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된 삼성 갤럭시. 이번 시즌인 2018 롤챔스 스프링 스플릿을 앞두고 KSV에 인수되었다. 새로운 기업에 인수되었지만, '스티치' 이승주와 '레이스' 권지민을 제외 기존에 있던 모든 선수들과 재계약하며 내실을 다졌다.
3년째 유지된 전력, 월드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에 어울리는 검증된 실력. 새로운 출발을 앞둔 KSV는 이번 시즌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KSV는 이번 스프링 시즌 개막전에서 쉽지 않은 상대인 킹존 드래곤X(이하 킹존)을 상대로 2:0의 깔끔한 승리를 거두며, 신호탄을 쏴 올렸다.
시즌 초반, KSV는 정확한 판단과 과감한 교전을 통한 매끄러운 운영을 선보였다. 이는 기존에 가지고 있는 수비적이고 느렸던 팀 컬러를 단숨에 벗어던진 모습이었는데, 빠르고 유기적인 운영을 빈틈없이 해내며 완전체 같은 포스를 내뿜었다.
하지만 4연승 고지를 바라보던 KSV의 발목을 콩두 몬스터가 붙잡았다. 문제는 눈에 띄게 낮아진 경기력이었다. 여전히 1, 2위의 선두에서 경쟁하고 있었지만, 만족스러운 경기력이 나오는 모습은 아니었다. 하지만 불안한 경기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5승 2패의 호성적을 기록한 KSV. 다시 전력을 잘 가다듬는다면, 여전히 상위권을 노려볼만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렇게 불안했던 경기력을 극복하지 못한 KSV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연패라는 뼈아픈 결과였다. 초반에 무결점처럼 보였던 KSV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맹공을 퍼붓는 공격적인 운영에 속절없이 당하며, 빈틈을 보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기존의 팀 컬러였던 '단단함' 마저 잃어버린 모습. 1라운드 후반에 떨어지기 시작한 KSV의 경기력은 좀처럼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어느덧 승리보다 패배하는 모습이 자주 연출되기 시작한 KSV가 연패를 기록하며 중위권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시즌 초반, 연승을 이어가며 상위권에서 치열한 순위 경쟁을 했던 KSV가 이제 포스트 시즌 진출권을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여전히 초반에 보여준 엄청난 경기력의 모습으로 회복하진 못했다. 단, 기존의 팀 컬러인 수비적인 운영을 통한 싸움과 뒷심 있는 모습으로 역전승을 가져오며 분전했다. 이어 bbq 올리버스를 시작으로 3연승을 달성하며 포스트 시즌 진출에 청신호를 띄웠다. 특히, '크라운' 이민호의 챔피언 폭이나 기복 등의 문제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더욱 긍정적인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는 금세 다시 시들었다. 바짝 추격하던 SKT T1에 완패를 당한 것을 시작으로, 이어진 락스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도 패배했다. 이제 포스트 시즌이 정말로 위태한 상황. 승리가 간절히 필요한 시기에 만난 팀은 야속하게도 무서운 기세로 8연승을 달리고 있는 킹존 드래곤X였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다시 만난 킹존 드래곤X. KSV는 특유의 단단함을 살린 조합과 운영으로 2세트를 만회하는 데 성공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자력으로 포스트 시즌 진출 달성이라는 목표를 이루지 못한 KSV. 분하고 아쉬운 마음에 '크라운' 이민호가 눈물을 흘렸다.
이렇게 마무리될 줄 알았던 KSV의 이번 시즌. 강력한 포스트 시즌 진출 후보로 올라온 락스 타이거즈가 진에어 그린윙스에 덜미를 잡혔고, KSV가 운 좋게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게 됐다. 한 번의 기회가 더 주어진 셈. 이러한 와일드 카드 무대에서 만난 상대는 SKT T1이었다. 상대 전적은 KSV가 불리했지만, 두 팀 모두 기세가 좋지 않았기에 쉽게 승부를 예측할 순 없었다.
결과는 SKT T1에 2:1 패배. 사실 자력 진출의 꿈이 무너졌던 때, 포스트 시즌 진출만으로도 감사했을 것이다. 하지만 욕심을 낸다면 더 위를 바라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팀이기에 더 아쉬웠을 것이다. 이렇게 KSV의 봄은 아쉬움과 함께 저물었다.
이번 시즌은 최우범 감독의 말처럼 '간절함'이 부족했던 시즌일지 모르겠다. 삼성 갤럭시부터 새롭게 시작했다고 봐도 무방한 KSV는 그동안 많은 목표를 이뤄냈다. 포스트 시즌 진출부터, 꿈에 그리던 롤드컵 진출과 우승까지. 피를 토하는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업적이다. 그렇기에 만족감 역시 컸을 것이다.
하지만 만족해선 안 된다는 것을 이번 시즌을 통해 깨달았을 것이다. KSV는 다시 한번 결의를 다질 때가 왔다. 이미 한번 검증된 월드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에 맞는 경기력과 기량을 다시 회복한다면, 차기 시즌인 섬머에선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만한 팀이기 때문이다. 아쉬움으로 마무리했던 시즌이니 만큼, 다음 시즌이 더욱 기대되는 팀이다.
■ 창단 이후 최다 연패 겪은 SKT T1. 저력을 보여줬지만 아쉬운 시즌
이번 시즌 SKT T1은 새로운 탑 라이너 '트할' 박권혁과 '블라썸' 박범찬을 기용하며 로스터를 보강했다. 주전 멤버인 '페이커' 이상혁과 봇 듀오인 '뱅' 배준식, '울프' 이재완은 몇 년 째 호흡을 맞추고 있는 정예 멤버인 만큼, 커다란 변화로 다가오진 않았다. 또한, 지난 시즌 특급 소방수로 활약한 '블랭크' 강선구와 '운타라' 박의진의 경험치 역시 기대되는 상황이었다.
언제나 강팀이라는 칭호가 어색한 적이 없던 만큼, 이번 시즌에 대한 기대감 역시 컸다. 하지만 시즌 초반부터 연전연승을 거두며 강팀의 면모를 과시하진 못했다. 첫 경기인 락스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선 3세트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1승을 거두었는데, 울프가 정글 포지션으로 출격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이러한 파격적이고 다양한 시도는 큰 거부감이 없었다. SKT T1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긍정적인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SKT T1은 진에어 그린윙스와의 94분에 걸친 초 장기전 끝에 2:1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운영으로 앞서가는 것처럼 보여도 한타 단계에서 급격히 무너지는 장면도 나왔고, 기존의 '강팀'이었던 SKT T1의 색깔을 살리지 못했다.
무서운 기세로 3연패를 기록한 SKT T1은 벼랑 끝에서 MVP와 마주하게 됐다. SKT T1은 연패의 고리를 끊어야 하는 중요한 경기였다. 하지만,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던 MVP에게 패배하며 4연패를 기록했고, 9위라는 충격적인 성적을 남기게 된다. 또한, 이어진 아프리카 프릭스와의 경기에서도 2:0으로 완패하며, 창단 이후 가장 긴 5연패를 맞이했다.
5연패를 기록하는 동안 SKT T1의 선수 개개인의 실수뿐 아니라, 팀원 간의 호흡이나 판단이 맞지 않는 등 다양한 문제가 드러났다. 또한, 밴픽 단계에서의 수 싸움에서도 이득을 취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러 가지 문제와 함께 플레이 메이커인 '페이커' 이상혁과 게임 전체를 조율하는 '블랭크' 강선구의 기량 하락이 눈에 띄었다. 상체가 무너진 SKT T1이 하체만으로 버태기 역부족이었기 때문에 연패의 수렁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이렇게 참혹했던 연패를 bbq 올리버스와의 경기에서 겨우 끊어내는 데 성공한 SKT T1. 신인 정글러인 '블라썸'의 과감한 플레이로, 흥미진진하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 끝에 얻어낸 결과였다. 이어서 KSV를 잡아내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SKT T1이 다시 기세를 가다듬기 시작했다. 단기간 내에 지적받았던 단점을 대부분 개선하고, 예전 경기력과 캐리력을 되찾아가는 모습으로 보였다. 여기엔 뱅의 캐리력이 전성기 수준으로 올라가며 튼튼한 하체 힘을 발휘했던 것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2:0의 완승을 거두는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진 못했지만, 저력 있는 모습으로 차곡차곡 승리를 쌓았다. 마침내 진에어 그린윙스를 잡아내며 6승 고지를 넘어선 SKT T1에게 포스트 시즌 진출이라는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희망도 오래가지 못했다.
킹존 드래곤X와 kt 롤스터, bbq 올리버스에게 연패하며 다시 3연패의 수렁으로 빠지고 만 것.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 것은 SKT T1만의 낡은 승리 공식이다. '버티며 후반을 바라보는 조합'을 선택하는 밴픽부터, 운영까지. 이러한 공식의 최소 조건인 선수 기량이 받쳐주지 못했고, 고집스러운 선택으로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결국 포스트 시즌 진출에 성공한 SKT T1. 와일드 카드전에선 KSV를 2:1로 꺾어내며 플레이오프 1라운드까지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결국 kt 롤스터에게 패배하며 이번 시즌을 마무리했지만, 저력과 가능성을 내비춘 시즌이었다.
신인 정글러인 블라썸을 필두로 보여준 과감한 플레이나, 다시 돌아온 하체의 캐리력 등 여전히 기대를 걸어볼 만한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SKT T1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승리 공식과 폼 회복 등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 돌아온 SKT T1의 모습은 어떨지 한껏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 여전히 새로운 기록을 남기지 못한채 아쉽게 이번 시즌을 마무리한 kt 롤스터
지난 2017 롤챔스 섬머 시즌 최종 순위 3위를 기록한 kt 롤스터. 차기 시즌인 2018 롤챔스 스프링 스플릿을 앞두고 '러쉬-유칼'이 팀에 합류하며 로스터를 보강했다. kt 롤스터는 라인전 기량을 뽐내며, 장기인 빠른 운영을 통해 스노우 볼을 굴렸고, 금세 승기를 굳히는 식의 플레이 스타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등 경기력이 상승된 모습으로 이번 시즌을 임했다.
시즌 첫 경기인 아프리카 프릭스의 패배 이후, MVP와의 경기에선 2:0 완승을 거두었다. 이어진 SKT T1과의 통신사 대전에선 531일 만에 승리를 거둬내며, 팀 상성마저 깨버렸다. 시즌 초반부터 값진 승리를 거둬낸 kt 롤스터. 그동안 SKT T1만 만났다 하면 패배했던 kt 롤스터이기에 승리는 더욱 달콤했을 것이다.
초반부터 숙적 혹은 상성으로 불렸던 SKT T1을 잡아낸 만큼, 경기력에도 자신감이 붙은 모습이었다. 초반 4K 구도에서 5승 고지를 기록한 kt 롤스터가 2위에 자리 잡았고, 선두 경쟁에 열을 올렸다.
꾸준히 승리를 기록하기 시작한 kt 롤스터가 8승 2패의 호성적을 기록하며 2위 굳히기에 성공했다. 장기인 압박 플레이와 빈틈없고 빠른 운영으로 경기를 휘어잡았다. 강팀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며 달성한 성과이니만큼, '이번 시즌은'이라는 기대를 한 층 더 끌어올렸다.
이러한 순항도 잠시. 락스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2:0으로 완패하며 주춤했다. 1위와 2위의 자리를 다투는 만큼, 승점 1점이라도 중요한 상황에서의 완패였기에, 더욱 아팠다. 지적되던 문제인 '데프트' 김혁규의 잦은 데스와 '대퍼팀' 모드 등 안정성이 크게 떨어지며 패배에 연결되기 시작했다. 또한, 엎친 데 겹친 격으로 1위의 자리를 지키던 킹존 드래곤X가 연승에 박차를 가하며 점점 격차를 벌리기 시작했다.
1위인 킹존 드래곤X와의 격차는 크게 벌어졌지만, 여전히 2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 정규 시즌 2라운드에서 다시 한번 만나게 된 SKT T1을 다시 한번 꺾어내며, 천적 관계를 완전히 청산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상성 극복 이후, KSV와 킹존 드래곤X에게 연이어 패배를 기록했고, 아프리카 프릭스의 매서운 추격으로 금세 3위까지 밀리게 됐다.
여전히 후반 집중력 저하, 데프트의 죽음 등 지속적으로 kt 롤스터를 괴롭혔던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어느덧 더욱 상위권의 순위를 바라보는 것조차 힘들게 된 kt 롤스터. 남은 경기를 모두 승리해 포스트 시즌을 더 높은 곳에서 시작하고 싶었을 때, bbq 올리버스와의 경기를 시작으로 무서운 기세를 되찾기 시작했다.
강력한 라인전과 빈틈없는 탈수기 운영으로 2위에 자리 잡은 아프리카 프릭스를 상대로 2:0 완승을 거두며 정규 시즌을 기분 좋게 마무리 지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역시 '유칼' 손우현의 신인답지 않은 기세와 실력이었다. 라인전 솔로킬은 물론, 슈퍼 세이브까지 엄청난 기량을 뽐내며 팀의 주 측으로 자리 잡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 진출하게 된 kt 롤스터가 SKT T1을 다시 한번 잡아내며 이번 스프링 시즌 총 3승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다음 상대는 kt 롤스터가 시즌 막바지에 완패를 안겨주었던 아프리카 프릭스. 쉽게 승부를 예측할 순 없었지만, 마냥 부정적이진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아프리카 프릭스의 3:1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안타깝게 결승 무대를 밟지 못하게 된 kt 롤스터가 이번 시즌을 정규 시즌 3위의 성적으로 마무리 지었다. 크게 반등하지도, 그렇다고 떨어지지도 않은 성적을 기록한 셈이다.
매번 미묘하게 아쉬움을 남기고 시즌 종료를 맞이하는 kt 롤스터. 이번에도 마찬가지의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시즌 후반에는 단점으로 지적되던 문제들에 대해 피드백을 하는 등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새롭게 합류한 팀원 간의 호흡과 기량 모든 면에서 충분히 기대할만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때문에 기존의 문제들을 극복하고 팀의 안정성을 높인다면 충분히 우승까지 노려볼만한 팀으로 기대된다. 이제 SKT T1이라는 팀 상성을 극복한 것을 발판삼아, 우승과 인연이 없는 팀이라는 타이틀마저 깨버려면 된다. 다음 시즌은 여름이다. 여름의 kt답게 더 많은 기대를 걸어봐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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