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개발자컨퍼런스(NDC) 발표자 소개] 강임성 개발자는 왓 스튜디오의 '야생의 땅: 듀랑고' 프로젝트에서 게임 디자인을 하고 있다. 이전에는 장애아동을 위한 아이패드용 인지 치료 프로그램, 페이스북 소셜 게임, 모바일 도시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 개발에 참여했다. NDC에서는 그동안 2014년 '48시간 만에 게임 만들기: 게임잼 '수줍은 메두사' 포스트모템과 게임 개발의 왕도', 2015년 '한 그루 한 그루 심지 않아도 돼요. 생태학에 기반한 '듀랑고'의 절차적 생성 생태계', 2016년 '차트와 그래프로 덕질하기', 2017년 '게임 디자이너 커리어 포스트모템'을 발표했다.

게임의 도입부는 게임의 첫인상이자 플레이어들이 게임에 필요한 것들을 배우고 익히는 중요한 구간이다.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게임의 도입부도 만들게 되지만 '게임을 재미있게 소개하면서 필요한 걸 알려준다'는 건 사실 꽤 까다롭다. 특히 '야생의 땅: 듀랑고'는 기존의 MMORPG와 장르가 달라 많은 사람에게 낯선 게임이고, 모바일 게임이면서도 기능이 매우 다양해 플레이어의 학습 부담이 큰 편이다.

NDC 2018에서 강임성 개발자는 플레이어가 어떤 문제에 부딪혔는지, 개발팀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법으로 노력했는지 살펴보고, 그 결과 듀랑고의 초반 플레이가 어떻게 바뀌어왔는지를 짚었다. 튜토리얼, 초반 후킹, 온보딩 경험, 학습 곡선, 페이스 조절 등 다양한 게임 디자인 주제를 특정 씬 디자인, 시퀀스 디자인, 레벨 디자인, UX, 데이터 분석 등 여러 영역에서 풀어낸 과정을 설명했다.



게임의 초반 플레이는 보통 '처음 접한 사용자가 무슨 게임인지 파악할 때까지'의 경험을 의미한다. 단순한 게임이라면 수십 초가 걸릴 수 있고 볼륨이 큰 게임이라면 수십 분이 걸릴 수도 있다. 게임의 초반 플레이를 세분화하면 튜토리얼, 레벨 디자인, 스토리, 핵심 플레이 소개, 게임의 완급 조절, 학습 커브 조정, 사용성 UX/UI 디자인으로 나눌 수 있다.
"게임의 초반 플레이는 무척 중요합니다. 엔딩이 없는 게임은 있을지 몰라도 처음이 없는 게임은은 없으니까요. 또한, 후반부가 아무리 재밌어도 초반에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재미가 없어서 그만두면 게임을 열심히 개발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초반 플레이가 중요한 것은 알지만, 잘 만들기는 쉽지 않다. 강임성 개발자는 좋은 초반 플레이는 "게임의 규칙과 조작법이 어떻게 되는지 익히면서도 핵심 플레이에 흥미를 느낄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라고 소개했다. 초반 플레이가 훌륭한 게임으로 강임성 개발자는 '플랜트vs좀비' 튜토리얼을 꼽았다.

초반 플레이의 방법은 게임의 수 만큼이나 많다. 강임성 개발자는 많은 초반 플레이를 플레이어의 자유도를 기준으로 나누었다. 초반 플레이 자유도가 높은 게임은 '슈퍼마리오'가 대표적이다. 플레이어는 게임 내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그리고 버섯과의 충돌이나 추락으로 실패할 때마다 어떤 행동이 바람직한지 배우게 된다. 자유도 높은 초반 플레이는 전통적인 게임에 많았고, 게임에서 도전을 찾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잘 쓰인다. 그러나 잘못 만들면 플레이어가 실패에서 좌절을 느껴 그만두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반대로 자유를 주지 않는 초반 플레이도 있다. 주로 소셜 게임이나 도시 시뮬레이션 게임이 그 예다. 화면에 도움말을 주는 NPC가 등장해 특정 버튼을 클릭하도록 유도하는 식이다. 이때 목표가 되는 버튼 외에는 전부 비활성화시켜 플레이어가 다른 선택을 하지 못하게끔 한다. 이런 초반 플레이는 기존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비 게이머'가 많은 소셜게임에서 실패의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충분히 익힐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잘못 만들면 옴짝달싹 못하는 기분에 오히려 실망하게 된다.

▲ 게임에 따라 초반 플레이가 달라진다

게임이 전하는 스토리에 따라서도 초반 플레이는 달라진다. 스토리에 밀접한 초반 플레이가 있고, 관계가 적은 예도 있다. '시드마이어의 문명'이 대표적으로 스토리와 관계가 적은 초반 플레이를 보여준다. 이런 방법은 세계관이나 스토리 진행보다는 조작 방법이나 게임 규칙 설명이 필요할 때 쓰인다.
"개발 초기 듀랑고는 샌드박스 MMORPG, 길고 다양한 성장을 추구했습니다. 경로를 정해주기보다 플레이어가 재미있는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하고 싶었죠. 그래서 NPC나 퀘스트로 이끄는 것을 지양했습니다. 성장 역시 자유도가 높게 설정했습니다. 어떤 직업이나 기술을 선택해도 꽝이 없는 성장을 추구했죠. 잡캐나 장인의 밸런스가 맞도록요. 또한, 원한다면 성장 방향을 유연하게 바꿀 수도 있게 하고 싶었습니다."

▲ 기획 단계 당시의 듀랑고 위치

강임성 개발자는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테스트를 해보니 낯설었다"라며 "이유를 살펴보니, 듀랑고는 채집과 제작의 비율이 상당히 높았고 성장을 유연하게 만드니 각자의 경험이 천차만별이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문제는 메인 스토리와 NPC, 퀘스트도 없어서 '낯섦'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거기다 익힐 게 많다는 점도 문제로 떠올랐다. 아이템 속성 등 플레이어에게 가르쳐야 할 요소들이 많았다. 그런데 모바일의 작은 화면에서 다양한 기능을 가르치려고 하니 꽤 복잡하게 느껴졌다고 그는 전했다. 의도한 것은 자유로운 게임이었는데, 프로토타입은 스토리에 밀접하면서도 행동을 제한하는 요소와 자유로운 것이 섞인 게임이 되어 버렸다. 이를 플레이어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이끄는 게 강임성 개발자의 일이 됐다.

▲ 될까?

강임성 개발자는 플레이어가 듀랑고 세계에 몰입할 수 있도록 '오프닝씬'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현대인이 공룡이 사는 세계로 워프하게 된 상황을 설명하고 신비감을 조성하는 단계다. 그가 밝힌 듀랑고 첫 오프닝씬은 캠프를 떠난 남녀 친구들이 정신을 차려보니 야생에 떨어진 상황이다. 오프닝씬 이후 모바일에 맞는 터치 조작법을 알려주고, 생존 방법을 노출 시켰다. 예로 "더우면 물에 들어갔다 나오면 좀 시원해질 거야. 그리고 내륙지대는 기후가 시원하니 오른쪽 위에 있는 지도를 보고 내륙으로 들어가도록 해." 식이다.
"오프닝씬 이후에는 프롤로그를 준비했습니다. 여러 의견을 종합해... 고퀄리티 그래픽에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강렬한 인상을 주기 위해 후킹도 주고, 캐릭터 선택이 가능하면서, 조작방식을 설명해, 간단한 전투를 익히게 하고, 그 와중에 백그라운드 다운로드가 되는 프롤로그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강임성 개발자는 프롤로그 단계에서 단순 가이드 메시지보다 캐릭터를 등장시켜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했다고 전했다. 그래서 등장한 캐릭터가 케이(K)다. 그리고 화살표보다는 손가락 아이콘을 노출시켜 다음 해야 할 일을 명확하게 알려줬다고 전했다. 백그라운드 다운로드를 진행한 이유는 앱 설치 후 바로 플레이를 가능케 하면 사용자에게 좀 더 쾌적한 첫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정도면 프롤로그로 충분할 줄 알았는데, 사내 테스트 결과는 예상과 달랐습니다. 프롤로그가 너무 짧다는 의견, 설명이 빈약하다는 의견, 당위성을 크게 못 느꼈다는 의견, 불친절하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거기다 튜토리얼 자체가 있는지도 몰랐다는 피드백도 있었죠."
이런 이유로 튜토리얼 섬 앙코라가 등장했다. 강임성 개발자는 앙코라에 좀 더 의도 있는 동선을 추가하고 환경을 이해할 수 있는 자연물을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피드백이었던 "듀랑고는 공룡 게임인데, 공룡을 보기 힘들다"는 의견을 수렴해 앙코라에 크고 멋있는 공룡을 추가했다.

▲ 내부 테스트의 다양한 피드백을 정리해

▲ 타임라인 순으로 정리한다

▲ 결과를 게임으로 구현해 다시 테스트

그러나 막상 테스트하니 이탈 유저의 차이는 줄지 않았다고 강임성 개발자는 말했다. 이유를 살펴보니, 튜토리얼 단계에서 불필요한 동선이 문제였다고 한다. 개발자의 의도는 유저가 맵을 살펴보게 하는 것인데, 유저는 피곤하게 여겼다. 또는 의도한 디자인과 다르게 동작하는 곳이 있었다. 듀랑고 팀은 '익명의 멀티플레이 게임에서 협동하는' 로망을 구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뗏목 재료를 같이 모아, 같은 뗏목으로 탈출할 사람들끼리 자동으로 친구를 맺어줬다. 그런데, 공동 건설이 아니라 눈치 게임이 됐고, 뗏목 자동 친구는 이후 사유지를 털어갔다. 결국 이 기능은 걷어냈다고 한다.

다음으로 강임성 개발자가 소개한 사례는 대륙 문제다. 초기 듀랑고의 대륙은 사유지와 자원이 혼재했다. 대륙이 너무 커 모바일 패턴에 맞지 않기도 했다. 그는 대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을섬과 불안정섬으로 나누었다고 말했다. 정착은 마을섬에서 하고 모험과 자원 채집은 불안정섬에서 하게끔 했다.
"새로 생긴 불안정섬에서의 가이드도 처음에는 케이를 등장시켰습니다. 그런데 케이가 계속 등장하니 지루하다는 의견이 있었어요. 그래서 케이와 반대되는 '괴통신'이 추가됐어요. "그... 여자(케이)를 믿나?" 식으로 접근하는 거죠. 그런데 괴통신이 내부 테스트에서 반응이 상당히 좋았어요. 그런데 문제는... 불안정섬에 가기 전에 접는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본격적인 게임에 해당하는 불안정섬에 가기까지 너무 지루한게 문제로 떠올랐다. 그래서 앙코라와 마을섬 사이에 미니 불안정섬에 해당하는 '부트캠프'를 추가했다. 가이드는 이미 유저가 앙코라에서 기본적인 사항을 배운 상태이기에 동선을 엄격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다른 요소보다는 모험 플레이를 예고하는 게 부트캠프의 목적이라고 그는 전했다. 그리고 플레이어와 같은 조난자 NPC를 추가, 생존 전문가 NPC로 듀랑고에서의 생존 방법을 알렸다.

각 단계를 만들고서 듀랑고 팀은 글로벌 베타 테스트를 진행했다. 테스트 결과를 진행하니 세 부분에서 이탈 현상이 집중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앙코라에서 부트캠프로, 부트캠프에서 마을섬으로, 마을섬에서 불안정섬으로 넘어갈 때다. 문제를 자세히 알기 위해 듀랑고 팀은 UX 분석 팀과 초반 플레이의 사용성 테스트를 진행했다. 강임성 개발자는 "테스트 결과 불안정섬의 플레이가 바뀌었고 임무 시스템을 익히는 게 지겹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전했다.

▲ 문제 해결을 위해 듀랑고 팀이 나눈 이야기들

▲ 케이를 대상으로 한 연예시뮬레이션이 될 뻔했다

▲ 열기구가 탄생하게 된 배경

▲ 결과는 타임라인으로 정리한다

초반 플레이는 유저에게 복잡한 경험을 주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강임성 개발자는 전했다. 초기 듀랑고의 경우 부트캠프에서 찰리, 생존전문가, 라마, 리우졔, 노왁, 엑스가 한꺼번에 등장했다. 엔피씨 한 명과의 대화를 마치면 다음 엔피씨가 말을 거는 식이 연달아 일어났다. 이후 각 섬, 레벨마다 엔피씨를 등장시키는 방법으로 바꿔 혼잡하지 않게 바꿨다고 한다.

▲ 완성된 듀랑고 초반 플레이 가이드

▲ 플레이어에게는 이처럼 다가온다

강임성 개발자는 "좋은 초반 플레이는 재미있어야 한다. 초반에 끌리지 않으면, 핵심 재미를 알 수 없으면 많은 유저가 이탈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리고 플레이를 익힐 수 있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유저가 익힐 수 없다면, 초반 플레이 가이드는 실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서 그는 다음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 열기구를 통해 맵을 크게 보여주거나, 거대 공룡, 화려한 집이 해당한다

▲ 사람이 한 번에 받아들일 수 있는 정보는 한정적이다

▲ 전투, 제작, 휴식, 음식 만들기, 스킬 배우기 등 다양한 리듬을 주자

▲ 초반 플레이에 허들 구간을 만들지 말자

▲ A가 끝날 즈음에 B를 알려주는 게 좋다

강임성 개발자의 발표를 정리하면, '초반 플레이'는 게임의 핵심 플레이를 떼어 앞에 붙이는 게 아니다. 다양한 초반 플레이가 쌓여 조화를 이루는 거 자체가 게임일 수 있다. 조금씩 새로운 재미를 익히고 그 재미들이 한데 엮여 또 다른 재미를 만들어가는 것이 게임의 본질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게임의 초반 플레이는 흥미를 유발하면서도 필요한 걸 알려줘야 합니다. 잘 설계하면 초반 플레이는 지루한 설명을 듣는 구간이 아닌, 새로운 재미를 익히는 구간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게임의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초반 플레이 또한 팀의 비전과 목표를 명확히 공유하고 빠르게 반복 수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게임의 어느 단계에 있든지 재미 요소가 새로 등장하는 곳에는 나름의 '초반 플레이'가 필요합니다.

어쩌면 게임은 다양한 '초반 플레이'들의 조합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