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에는 수많은 챔피언들이 존재합니다. 최근 출시된 '파이크'를 포함하여 총 141 종류의 챔피언들이 LoL을 즐기는 유저들에게 다양한 게임 플레이 경험을 보장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렇게 챔피언이 많다보니 균형잡힌 밸런스를 맞추는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겠죠.

단순히 챔피언 뿐만 아니라, 맵-메타-아이템까지 고려해보면 밸런스가 크게 바뀌기도 하는데요. 옛날에는 정말 쓸모 없어 보이던 챔피언 조차 이런 요소들이 맞물리다 보면 어느 순간 최고의 챔피언으로 재평가 받곤 합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릴 '아트록스' 또한 그런 챔피언들 중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오랫동안 고통 받았던 챔피언이지만, 최근에는 랭크뿐만 아니라 대회에서도 활약하고 있죠. 하지만 그런 그에게 곧 대규모 리워크가 적용될 예정이라는군요. 오랜만에 빛을 보자 리워크가 적용된다는 아트록스. 그의 기구한 인생을 살펴보겠습니다.

▲ 오랜만에 빛을 보나 싶었는데 리워크라니?


■ 불리한 스킬 판정에 체력소모까지... '아트록스'는 자살 챔피언?

2013년 6월, 114번째 챔피언으로 출시된 '아트록스'는 거대한 채찍 검과 붉은 색 바탕 외모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강해보이는 외견처럼 물리 공격수로 설계된 아트록스는 높은 공격 포텐셜을 가진 챔피언이었습니다.

▲ 출시 당시 '아트록스'의 스포트라이트 영상


하지만 아트록스는 주류 챔피언이 되기에는 너무 많은 것이 부족했습니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지나치게 큰 체력 코스트였는데요. Q 스킬의 경우 '현재 체력의 10%', E 스킬은 '현재 체력의 5%'를 소모해야 했습니다. 평타 공격을 강화하는 W 스킬은 체력을 %로 소모하진 않았지만, 스킬 레벨을 올릴수록 체력 소모량이 늘어나 부담스러운 것은 마찬가지였죠.

당시 아트록스는 방어 아이템을 섞는 딜탱 아트록스 빌드도 존재했는데요. 문제는 체력을 %로 소모하는 스킬 구조에 있었습니다. 체력을 늘리면 그만큼 손해를 봐야하는 난해한 구조 때문에 아트록스의 활용과 빌드는 항상 매끄럽지 못죠. 이를 보고 일부 유저들은 '자살 하는 것 같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거기에 불리한 스킬 판정도 발목을 잡았습니다. 이동 스킬이자, 이니시에이팅 스킬인 '어둠 강림(Q)'은 선딜이 제법 긴데다 사용 판정도 각종 스킬의 하위 호환으로 끊기기 십상이었습니다. 원거리 공격 스킬인 '고통의 검(E)'은 투사체 속도도 느린 편인데, 점점 좁아지는 범위를 가져서 유독 아트록스에게 엄격한 라이엇의 스킬 설계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트록스의 출시 초기에는 패시브의 공속 버프 능력이 뛰어나고, 부활 패시브를 이용한 다이브 성능을 평가 받아 정글 챔피언으로 활약하는 모습을 보인적도 있었는데요. 이러한 강점이 하향 조정된 이후에는 승률과 픽률이 크게 하락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주류에서 멀어진 아트록스는 오래도록 유저들의 기억에만 남게됩니다.

▲ 2013년 10월 30일 성능 하향 조정 이후로 아트록스는 오랫동안 고통 받는다


■ 딱 잊지 않은 만큼만 변경된 '아트록스', 결과적으로 여전한 '신챔' 신세

아이러니한 스킬 구조, 불리한 판정 등 여러모로 난해한 모습을 보여준 아트록스는 리워크가 절실해 보였습니다. 유저들의 의견 또한 그러했는데요. 라이엇 또한 이를 인지하였지만, 최우선 해결 사항으로 보진 않았습니다. 아트록스는 오랫동안 다른 작업에 우선 순위가 밀렸는데요. '라이즈' 같은 챔피언이 여러 차례 리워크 되는 동안, 아트록스의 리워크 소식은 없었죠.

오랫동안 챔피언 업데이트가 미뤄지자 아트록스는 점점 일부 장인 유저만 즐기는 챔피언이 되어버렸습니다. 비슷하게 고통 받았던 '누누'나 '트런들' 같은 경우에는 트롤로 활용되면서 기억에 남기라도 했지만, 아트록스는 이런 특징조차 없어 존재감이 옅었죠. 이런 점이 특징이라면 특징이 되어, 유저들 사이에서는 아트록스를 보면 '신챔'이라고 말해주는 것이 유행하게 될 정도였습니다.

▲ 영원한 '신챔' 아트록스. 요즘도 나오면 일단 신챔이라고 말해주는 것이 관례다.
이미지 출처: 6월 17일 LCK 트위치 채팅 캡쳐


그런 아트록스에게도 변화는 찾아왔습니다. 이 시기에는 아트록스에게 득이되는 변경과 독이 되는 변경이 혼재했던 때인데요.

먼저, 라이엇 게임즈가 '그 동안 미루던 숙제를 드디어 했습니다'며 운을 뗀 2017년 3월, 7.5 패치에서 아트록스의 스킬들이 크게 조정되었습니다.여기서 아트록스는 오랫동안 걸림돌이 되었던 % 체력 소모값을 떼어내게 됩니다. Q 스킬과 E 스킬의 현재 체력 % 소모 값이 사라지고, W 스킬을 추가 공격으로 사용할 때 사용되었던 체력 소모마저 삭제했습니다.

▲ 밀린 '숙제'만큼이나 오래걸리고 어려웠던 아트록스의 수정


이외에도 피해량 증가 등, 지속적인 상향 조정이 적용되었는데요. 같은 해 9월 7.19 패치에서는 Q 스킬이 착지 도중 저지 불가 상태가 되고 궁극기 사용시 추가 공격 사거리가 늘어나는 등 불리하다고 평가 받았던 스킬 판정도 어느정도 개선 되었습니다.

이런 패치에 힘입어 아트록스가 잠깐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기도했습니다. 그동안 아트록스는 극딜/딜탱 빌드가 혼재했던 상황이었었는데요. '몰락한 왕의 검'을 기반으로한 극딜 빌드가 정립되면서, 짧은 기간이나마 강력한 모습을 보인 아트록스는 7.5 패치 이후 근접 공격수로의 높은 포텐셜을 재확인했습니다.

▲ 아트록스는 7.5, 7.19 패치 등을 통해 스킬이 변경/개선 되었다. (이미지 7.19 패치)

▲ 이러한 패치 기간에 아트록스가 반짝 활약하기도 했다 (통계 출처: leagueofgraphs)


하지만 모든 변화가 아트록스에게 좋았던 것만은 아닙니다. 아트록스의 상징같은 '부활' 능력은 패시브가 개편되면서 조건부 발동으로 바뀌었고, W 스킬은 체력 소모 값이 사라진만큼, 피해량도 소폭 감소하게 되었습니다.

또, 세부적으로 많은 부분이 변경됐다고 하더라도 리워크 급 변경이 아니라는 점에서 유저들의 관심도 상대적으로 덜했습니다. 패치 적용 이후 특정 기간 승률이 급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정작 픽률은 2.5%를 찍고 다시 하락하면서, 유저들 사이에서 이미 굳어진 아트록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크게 바뀌지 않았음을 확인시켰습니다.

결국 스킬의 대규모 변경 이후 '깜짝' 활약했던 아트록스는 곧 유저들이 챔피언에 익숙해지면서 대처법을 파악하면서 낮은 픽률의 평범한 챔피언으로 돌아가고 말았는데요. 제법 많은 변화에도 이 때의 아트록스는 '신챔' 타이틀을 떼지는 못했습니다.


■ 리워크 앞둔 아트록스, 혼돈한 메타 속에 날아오르다

그렇게 영원한 '신챔'으로만 기억될 줄 알았던 아트록스에게도 좋은 날이 찾아왔습니다. 룬, 특성 통합과 대다수의 챔피언 스텟이 한꺼번에 조정되면서 혼돈을 불러온 2018 시즌. 특히 최근 아이템과 챔피언이 추가로 조정되면서 라인이나 역할에 상관 없이 다양한 챔피언들이 등장할 수 있는 메타가 도래하면서 아트록스가 활약할 수 있는 판이 마련됐습니다.

과거 아트록스가 비록 인식이 좋은 챔피언은 아니었지만, 7.5 패치 변경 이후 이미 아트록스는 상황에 따라서 확실하게 활약할 수 있는 근접 공격수가 되어 있었죠. 브루저가 활약할 수 있는 메타와, 과거 개선 패치, '정복자' 룬 추가 등 여러 요소가 맞물린 아트록스는 최근들어 게임을 캐리할 수 있는 챔피언으로 인식이 바뀌었는데요. 이는 최근들어 급격히 증가한 픽률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 때는 우스갯소리로 받아들여졌던 아트록스의 '1렙 말파궁' Q 스킬이나, 궁극기를 켰을 때 추가되는 공격 사거리와 패시브 강화 효과까지 합쳐진 아트록스는 솔로 랭크에서 어떤 챔피언을 상대로 패기에 밀리지 않는 챔피언으로 우뚝 섰습니다.

▲ 픽률 10%를 넘어서며 주류 픽으로 올라선 아트록스 (픽률 통계 출처: leagueofgraphs)

▲ 이제는 정말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아트록스의 스킬들


아트록스의 활약은 비단 솔로 랭크 뿐만이 아닙니다. LCK 개막 이전부터 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평가 되었으며, 각종 해외 대회에서도 먼저 등장해 활약하는 장면을 만들어냈습니다. 사이드 운영이 강력하고, 대부분의 챔피언을 상대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점이 강점으로 꼽히고 있는 아트록스는 대회에서도 뜨는 챔피언이죠.

LCK 개막 이후에는 6월 13일, 국대 탑솔러 '기인' 김기인 선수가 처음 꺼내들어 승리를 기록했는데요. 아트록스는 LCK 7일차, 6월 19일까지 총 7번 등장해 6승 1패, 승률 85.7%라는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아프리카 프릭스 '기인' 선수만 사용하다가, 최근들어 '소드-린다랑-칸' 등 다양한 팀이 아트록스를 뽑아 승리를 따낸 점도 주목할만 합니다.

▲ 아트록스를 모스트 픽으로 적극 활용하는 '기인'의 플레이!


이렇게 최근 활약하고 있는 아트록스는 강력한 공격 기반 빌드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룬은 많은 브루저 챔피언들이 선택하고 있는 '정복자'를 선택하고, 아이템은 '거대한 히드라'를 첫 코어 아이템으로 장만하면서 라인 클리어, 공격력, 약간의 체력까지 한꺼번에 챙기는 모습입니다.

이후 아이템은 조금 독특합니다. 보통 많은 브루저 챔피언들이 '스테락의 도전' 등 방어도 함께 챙길수 있는 아이템을 선택하는 편인데요. 아트록스의 경우에는 아주 공격적인 '구인수의 격노검'을 자주 선택하고 있습니다. 이는 패시브를 통한 부활이 가능하고, 맡은 역할 또한 강력한 근접 공격수이기 때문으로 보여집니다.


▲ 최근 그리핀 '소드' 선수가 랭크에서 사용한 아트록스 빌드



■ 어긋난 타이밍? 아쉬움 남길 아트록스 리워크

하지만 이런 아트록스의 모습은 곧 볼 수 없게 될 예정입니다. '이렐리아' 다음으로 챔피언 업데이트 일정이 잡힌 아트록스는 2018년 6월 11일 챔피언 리워크 트레일러를 공개하고, 다음날 12일에는 인게임 플레이 영상을 공개하며, 아트록스의 챔피언 리워크 완료가 임박했음을 알렸습니다.

물론, 아트록스 챔피언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공개된 리워크 정보와, PBE에 적용된 아트록스를 살펴보면 지금까지와는 크게 다른 챔피언이 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기존의 아트록스가 평타 중심의 공격수였다면, 리워크 아트록스는 스킬 사용을 중심으로 한 챔피언이죠.

▲ 스킬 사용 중심으로 완전히 바뀐 아트록스의 인게임 영상


공교롭게도 리워크 정보가 공개된 시점은 이미 아트록스가 메타 변화에 발맞춰 활약하고 있던 때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오랫동안 리워크를 기다려왔던 유저들조차 '이제야 빛을 보는데 리워크 한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나가 거슬리면 다른 것들도 신경 쓰이기 마련이라고, 크게 변경된 플레이 스타일과 함께, 변경된 성우의 연기나 챔피언 인게임 모델링에 대해서도 유저들은 엇갈린 평가를 내리면서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는 아트록스의 리워크


리워크를 통해 챔피언의 플레이 스타일이 크게 바뀌는 것은 아트록스가 처음은 아닙니다. 예를 들면 과거 폭딜형 원딜의 대표 주자였던 '그레이브즈' 역시, 대규모 원딜 변경을 통해 산탄총을 사용한 콘셉트가 강화되며 플레이 스타일이 크게 바뀐 적이 있었습니다. 이런 변화 끝에, '그레이브즈'는 정글러로서 포지션을 변경하게 되었죠.

이렇게 리워크를 통해 챔피언의 플레이 스타일을 크게 변경하는 것은 유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일인데요. 플레이 스타일을 바꾸는 리워크 방식은 더 좋은 콘셉트를 살리거나, 챔피언 설계를 최신화 할 수 있어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는 반면, 기존의 플레이 스타일을 좋아했던 유저는 강제로 새로워진 챔피언에 적응해야 한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 아직도 원딜 '그레이브즈'를 추억하는 유저도 있다. 플레이 스타일 변경은 일장일단이 있는 셈.


아트록스의 경우에는 타이밍이 좋지 않았던 점도 큰 아쉬움을 남깁니다. 리워크 작업을 시작했을 무렵, 아트록스는 누구나 리워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챔피언이었지만, 막상 리워크 작업이 끝날 때쯤에는 어느새 대회에서도 활약하는 챔피언이 되어버렸기 버렸습니다.

메타 변화와 같은 갑작스러운 요인이 개입된 만큼, 라이엇도 이런 상황을 예측하기는 어려웠을 텐데요. 하지만 아트록스는 2013년 6월에 출시된 이후 오랜 시간 리워크에 대한 요구가 있었고, 라이엇 또한 이를 인지하고 있었던 만큼 좀 더 빠른 개입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홈페이지와 PBE 서버를 통해 공개된 아트록스 리워크의 결과물은 나름대로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다만 플레이 스타일이 지금까지와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과 어긋나 버린 리워크 타이밍 때문에 어딘가 아쉬움이 남는 리워크가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플레이 스타일을 변경하는 리워크와 리워크에 대한 방향성 및 필요성에 대한 고민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라이즈'처럼 자주 업데이트되는 챔피언이 있는가하면, '트린다미어'처럼 오랫동안 방치되는 챔피언이 있는 점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어찌 됐거나 아트록스의 '신챔' 타이틀은 영원하겠습니다. 리워크로 '신챔'이 되어 돌아올 테니까요. 다시 돌아올 아트록스가 지금처럼 활약하며 대회에도 등장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