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학교 숙제로 미래의 도시를 그려오라고 하면 아이들의 그림에는 단골로 등장하는 요소가 몇가지 있었다. 일단 자동차가 하늘을 날고 있고, 왜인지는 모르지만 무수히 많은 터널들이 여러 건물을 잇고 있다. 그 다음부터는 각자 취향에 따르지만, 바닷속 도시거나 우주 도시로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위 그림은 1960년대 일본인이 2011년 도쿄의 모습을 그린 상상화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나 과감한 쫄쫄이 패션 등 2018년을 사는 우리에게조차 아직 미래의 것으로 보이는 것들이 그려져있긴 하지만, 수직이착륙 비행기나 걸어다니면서 감상하는 TV는 이미 우리 삶에 익숙해진지 오래다.

'운전자 없이 스스로 달리는 자동차'또한 마찬가지로 인류가 예전부터 꿈꿔온 미래의 모습이다. 1980년대를 풍미한 미국의 인기 TV 시리즈 '전격 Z작전'의 키트만 봐도 인간이 얼마나 오래전부터 이러한 상상을 해왔는지 가늠할 수 있다. 그리고 4차 산업 혁명이 화두로 떠오른 지금, 인류의 오랜 상상은 그 결실까지 몇 발자국만을 남겨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자율주행 자동차에 대한 꿈은 인류의 오랜 소망이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中)

경기도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융기원)에 의뢰해 개발한 자율주행 차량, '제로셔틀'이 이르면 내달부터 실제 도로에서 시험 운행에 들어갈 전망이다. 경기도는 2018년 연중 '제로셔틀'의 시험 운행을 통한 제도/기술 보완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19년 실제 셔틀 운행을 계획하고 있다.

사실, '제로셔틀'의 시험운행 소식은 지난 2017년 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초 17년 12월부터 시험 운행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여러 가지 제반 사항으로 인해 지금까지 연기된 것이다. 그동안 제로셔틀의 개발을 맡은 경기도와 융기원은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의 차량안전기준 및 자율주행 인증을 통과했으며, 경기남부지방경찰청과 협력 하에 임시 번호판을 발급받고 운행 구간 교차로 신호제어기 12대를 교체하는 등 준비를 철저히 했다.

경기도청 관계자에 따르면 '제로셔틀'은 시험 운행 일정만 결정되면 언제든지 운행을 시작할 수 있는 단계. 과연 올해 안에는 공상 과학 영화에서나 보던 운전자 없이 승객을 태우고 다니는 버스를 직접 만나볼 수 있을지, 각종 게임 개발사가 모여있는 판교 테크노밸리 일대를 달리게 될 국내 최초 자율주행 버스 '제로셔틀'에 대해 지금까지 밝혀진 정보를 모아봤다.


한눈에 보는 자율주행 5단계
단계가 높아질수록, 운전자의 역할은 더욱 줄어들게 된다


미국 자동차기술학회(SAE International) 기준 자율 주행 기술 수준은 0~5단계로 나뉜다. 먼저, 0단계의 경우 자율 주행 기술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며 운전에 필요한 모든 것을 운전가가 제어해야 하는 단계다. 1단계는 시스템이 주행 기능의 일부에 보조적인 도움을 주는 수준을 말하며, 크루즈 컨트롤이나 충돌 경고 시스템 등의 기술이 적용된 차량이 이 단계에 속한다.

2단계는 더욱 나아가 부분적으로 자동주행이 가능한 수준을 일컫는다. 주차 보조 또는 차선이탈 방지 시스템 등 특정 상황에서 자동차가 스스로 조향하거나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기 위해 변속이 가능한 단계를 말하는데, 사례로는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기능이 이 단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3단계는 부분적인 자율주행이 가능하며, 시스템이 주행 환경을 인지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단계가 오를수록 운전자의 개입이 더욱 줄어들며, 이 단계에서는 자동차가 스스로 장애물을 감지하고 회피한다거나, 길이 막힌 경우 우회도 할 수 있다. 다만, 특정 상황에 따라 운전자의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4단계부터는 완전한 자율주행이 가능한 단계로, 시스템이 전체 이동 구간을 모니터링하며 스스로 주행할 수 있다. 이 때 운전자의 역할은 출발 전 목적지와 이동 경로를 입력하는 것뿐. 마지막 5단계는 탑승한 운전자 없이도 자신 소유의 차량을 목적지에 보낼 수 있는 등 사실상 무인 주행이 가능한 단계를 말한다.

경기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0년 자율 주행차 상용화를 목표로 예산 확보 및 조직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5년, 2020년 경 레벨3 자율주행 자동차의 일부 상용화를 목표로 자동차 기준 및 보험상품, 리콜/검사 제도 등의 인프라를 전국적으로 구축하고, V2I(Vehicle to Infrastructure, 차량과 노변 기지국 간 통신) 지원도로 확대, 기술 개발 실험 도시 구축, 실도로상 C-ITS(차세대 지능형 교통시스템, 차량이 운전자에게 주변 도로, 교통상황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해주는 서비스) 연계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체 개발 차량 '제로셔틀'의 사양은?
최대 시속 25Km/h에 최대 승차 인원 11명, 운전대도 없는 자율주행 4단계 표방


국내 최초로 실제 도로환경에서 시범 운행을 예정하고 있는 제로셔틀은 미래 교통 서비스 준비를 위한 첫걸음이다.

경기도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에 의뢰해 개발한 '제로 셔틀'은 내부에 페달도 운전대도 없는 자율주행 4단계 차량(SAE 기준)을 표방하고 있다. 좌석 수는 6개이며, 최대 승차 인원은 11명. 또한, 100% 전기로 운행되는 친환경 자율주행차로서 한 번 충전으로 시속 25Km의 속도로 5.5km 거리를 왕복 3회 정도 운행이 가능하다. 구동용 19.8kWh, 자율주행시스템용 4.4kWh의 리튬이온배터리를 장착했으며, 배터리 완전 충전에는 7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제로'는 규제, 사고·위험, 환경오염, 미아, 탄소 배출 없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이름으로, '판교 제로시티'로 알려진 제2 테크노밸리 사업의 정체성에 맞는 이름으로 지어졌다.

차량의 제작에는 국내외 주요 기업의 혁신 기술이 적용됐다. 차체는 대창모터스, 레이더는 만도, V2X 단말기는 캠트로닉스 등 국내 기업의 제품 다수가 활용됐으며, 미국 벨로다인 사와 독일의 SICK, IBEO 의 라이더 센서, 이스라엘 모빌아이사의 전후방 카메라 센서 등 외국 기업들의 제품이 장착됐다.

판교 제로시티(제2테크노밸리)는?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시흥동 일대 43만 2천㎡ 면적에 걸쳐 조성될 첨단사업단지로, 판교 테크노밸리와 연계해 창조경제 생태계를 구축하고, 다양한 기능의 융복합을 통한 창조 경제 랜드마크로 육성한다는 것이 경기도시공사의 입장이다. 판교제로시티는 2019년 6월 2단계 준공을 예정하고 있으며, 공사는 판교제로시티 조성이 완료될 경우 1천800여개 첨단기업이 집적되고, 11만명이 근무하는 세계적인 첨단 클러스터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판교 제로시티는 테크노밸리와 함께 자율주행 실증단지로서, 자율주행셔틀 실증에 참여하는 기업들과 산업생태계 조성 또한 준비할 계획이다. 경기도는 2016년부터 약 493억 원을 투자하여 제로셔틀 제작 및 운행, 제2판교테크노벨리(판교제로시티) 내 자율주행 실증단지 조성을 진행하고 있다.

▲ 자율주행 시범운행단지 계획도


작년 12월 계획이었던 시험 운행은 왜 늦어졌나
성능 평가 기준 마련부터 보험 가입까지, '제로셔틀'이 걸어온 길


당초 경기도는 지난해 2017년 12월부터 제로셔틀 두 대의 시험운행을 예정했으나, 국토교통부 산하 교통안전공단 자동차 안전 연구원(KATRI)의 안전성 인증을 통과하지 못했다. 자체 제작 차량 기반이다 보니 안전 및 성능 평가 기준부터 마련해야 했던 것.

융기원은 국토부와 KATRI의 협업을 통해 평가 기준을 새롭게 마련하고, KATRI가 지적한 차폭등 밝기와 각도, 방향에 대한 수정과 차내 손잡이 추가, 차축에 대한 상세 사양 등 차체 안정성을 보완했다. 또한, 최대 시속 25Km의 제로셔틀이 시속 제한속도 80km 도로에서 일반 차량과 함께 주행할 때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도록 다방면에서 보완이 이뤄졌다.

시험운행을 위해서는 안전기준 인증 뿐 아니라 임시 주행 허가를 받아야 하며, 자율주행 차량이 운행될 도로의 안전 시설 보강 또한 필요하다. 경기도는 2017년 11월부터 '제로셔틀'의 시험 운행을 준비하며 경찰청과 합의해 셔틀 운행 구간 내 교차로 신호제어기 12대를 교체한 바 있다. 또한, 일반인이 탑승할 경우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 사전 동의 및 보험 가입 등의 절차를 담은 운행 매뉴얼 또한 마련했다.


자율주행차량을 위한 보험 또한 준비했다.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은 지난 1월 현대해상과 '자율주행차 보험상품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자율주행차 관련 보험상품 및 서비스 개발을 위한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제로셔틀이 가입한 현대해상 '자율주행차 위험담보 자동차보험'은 6개월간 개발 과정을 거쳐 지난해 11월 국내에서는 최초로 출시된 자율주행차 전용 보험상품이다. 테스트 중 발생 가능한 사고 위험을 보장하며, 주행 중 상대방에게 발생한 손해에 대해 사고 원인을 불문하고 선보상한다.

현재 제로셔틀은 차량 안전기준 인증 및, 임시 주행허가, 주행도로 안전시설 보강 등 일련의 준비를 마쳤으며 언제든지 시범운행이 가능한 상태다. 다만, 차량 안전기준 인증이 예정보다 늦어진 데다 6월 지방선거에 발목이 잡혀 정확한 시험운행 일자는 정해지지 않았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현재 '제로셔틀'의 시험 운행에 대한 일정은 정해진 것이 없으며, 이재명 신임 경기도지사의 공식 취임 이후 이르면 7월 중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국내 최초로 일반 도로를 달리는 '제로셔틀'의 노선은?
'제로셔틀'은 하루 다섯 시간, 판교 테크노밸리 일대를 달리게 된다

제로셔틀이 올해 예정대로 시험 운행을 시작하게 되면, 현재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제2테크노밸리(판교제로시티) 입구에서부터 신분당선 판교역까지 5.5km 구간을 시속 25km로 왕복 운행하게 된다.

제2테크노밸리 입구를 출발한 '제로셔틀'은 대왕판교로를 통해 판교 테크노밸리에 진입, 신분당선 판교역 1번출구에 도착하게 된다. 이후 셔틀은 분당내곡로와 판교로를 돌며 정차한 뒤 다시 제2테크노밸리 입구에 도착할 계획이다.

공개된 자율주행 셔틀 운행 노선에 따르면, 제로셔틀이 한 번 운행할 때 약 15개의 신호등을 통과하며, 12회의 차선 변경을 하게 된다. 순항 속도는 최대 25km/h로, 5.5Km의 주행 거리를 운행할 때 평균 30분의 주행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당초 경기도가 시험 운행 계획을 오전 10시~12시, 오후 2시~5시로 지정했고, '제로셔틀'이 최대 11명의 승객이 탑승할 수 있는 크기인 만큼 시험 운행 기간동안 일반인이 출퇴근시 체험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기도의 계획대로 오는 2019년 실제 셔틀 운행이 시작되면, 판교 테크노밸리에 위치한 게임업계 임직원들은 국내에서 가장 먼저 자율주행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될 예정이다.

▲ 테크노밸리에 진입한 제로셔틀은 대왕판교로를 따라 화랑공원 삼거리까지 직진한다

▲ 우측으로는 넥슨 판교사옥과 NHN엔터테인먼트의 사옥이 보인다

▲ 제로셔틀의 시험운행에 대비한 안내판은 이미 설치되어 있다

▲ 테크노밸리 직장인들의 허기를 달래주는 유스페이스와

▲ 좌측으로 보이는 엔씨소프트의 사옥을 지나면

▲ 화랑공원 삼거리에서 좌회전,

▲ 신분당선 판교역 1번출구에 도착한다

▲ 이후 제로셔틀은 분당내곡로를 따라 직진하게 되며

▲ 여기서는 왼쪽으로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의 건물을 엿볼 수 있다

▲ 이후 봇들사거리에서 판교로 방면으로 좌회전한 셔틀은

▲ 판교테크노 중앙사거리를 통해 다시 판교제로시티로 향하게 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