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리그 오브 레전드 리프트 라이벌즈 개막을 하루 앞두고, '루키' 송의진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어느덧 한국을 떠난 지 약 4년, 19세의 나이로 중국 LPL의 문을 두드린 '루키'는 중국 최고의 슈퍼스타 중 하나로 성장했습니다.

잠시 잊혀질 즈음, '루키'는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중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말입니다. '페이커' 이상혁과 다시 만나게 됐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한국에서의 선수 생활이 짧았음에도 불구하고 '루키'가 이토록 많은 관심을 받는 이유는 당시에 '페이커'를 꺾은 몇 안 되는 미드 라이너였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프로게이머들의 시계로 꽤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과거 '페이커'는 인터뷰에서 "자신감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루키' 또한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듯합니다. '루키'도 마찬가지로 "저에 대한 확신이 없어요"라고 답했습니다. 모두 헤아리기 어려운 그 이유,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습니다.





"LCK 선수들을 보면 정말 무서워요. 그 중 '페이커' 이상혁 선수는 아우라가 느껴지던데요"

'루키'가 인터뷰 자리에서 뱉은 첫 마디에는 '페이커'가 있었습니다. 인터뷰 내내 어째서 이 정도로 '페이커'에게 관심이 많을까 궁금할 정도로 이후에도 수없이 언급했습니다. 그래도 가장 우선인 근황부터 들어봤습니다.

"프로게이머니까 게임만 하면서 지냈죠(웃음). 한국에서보다 더 많이 연습하는 것 같아요. 가끔 한국에서 우승했던 시기가 제 경력 중 가장 즐겁고, 잘했던 순간이었다고 회상해요. 비록 그해 롤드컵은 못 갔지만, 롤챔스 우승이 정말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인터뷰 초반 인사치레를 하는 동안, 새벽 스크림을 끝마친 LCK 팀들이 호텔 로비에 들어섰습니다.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는 모습을 보던 '루키'는 살며시 그리움을 표현했습니다.

"아무래도 LPL 팀들은 자주 보니까 별 느낌이 없는데, 이렇게 국제 대회에서 한국 팀들을 보니 반갑네요. 그러면서도 뭔가 거대한 존재같이 느껴져요. 저번에도 호텔 로비에서 SKT T1 선수들을 만났거든요. '뱅' 배준식 선수는 조금 친숙한 느낌이었는데, '페이커' 선수는 섣불리 다가가기 어려운 존재 같더라고요. 연예인 같은 모습이었어요"

'페이커'를 연예인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루키'도 중국 내에서는 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한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어 노래를 녹음한다거나 기타 치는 모습을 촬영하는 등 연봉과 관련된 소문까지 화제를 뿌리고 다닙니다.

"에이. 과장이에요. 기타를 치는 거나 노래 같은 경우는 한국에 있어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 거예요. EDG 같은 곳이라면 팬이 많아서 연예인이 된 감정을 느낄 수 있겠지만, 저는 그 정도까지의 인기는 아니에요. 연봉도 오히려 '페이커' 선수의 연봉이 제 상상을 박살 내던데요(웃음). 저는 남들이 상상할 수 있는 금액이에요. 제 연봉에 대한 추측도 대부분 틀리더라고요. 추정치라도 비슷하면 수긍하겠는데, 너무 과장하셨더라고요"

이쯤 되니 꼭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굳이 '페이커'를 이토록 많이 언급하는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두 사람이 만나지 못한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정말 궁금했습니다. 아니면 곧 대회에서 만나기 때문에 의식하는 것인지 물었습니다.

"사실 '페이커' 선수랑 말 한 번 못 해봤거든요. 한국은 경기 후 악수 문화가 없어서 간단한 대화조차 못 나눠봤어요. 그리고 제 롤모델이니까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어요. 제드대 제드와 역스윕이라는 역사적인 결승전 순간을 여전히 잊지 못해요. 그때 KT B의 연습생이었거든요"



'페이커'가 우상이라고 밝힌 '루키'는 잠시 생각에 빠졌습니다. 꼭 무언가를 빼놓은 듯한 찝찝함이 있는 표정이었습니다. 그러더니 보고 싶었던 사람 그리고 반가운 사람들을 나열했습니다. 거침없는 디스도 함께 포함해서 말입니다.

"그래도 반갑고, 보고 싶은 사람들은 대부분 kt 롤스터에요. 오창종 감독님이 이제는 코치가 아니더라고요. 그래도 정말 달라진 게 없는데, 하나가 있다면...... 그때는 주머니에 손은 안 넣으셨던 것 같은데 이제는 자연스러우시네요(웃음). '스코어' (고)동빈이 형은 아직 못 만났는데, 다리가 저렇게 돼서 어떡할까요. 건강한 몸으로 입대를 해야 하는데 말이죠. 참, 그리고 '푸만두' (이)정현이 형도 보고 싶었어요. IG에 잠시 있었을 때, 친했거든요. 그때는 잘생겼었는데, 지금은 정말 배 나온 아저씨처럼 변해서 슬퍼요"

반가운 사람들을 디스하는 재미가 컸는지 '루키'는 특유의 눈웃음을 지어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혹시 한국 복귀에 대한 생각도 해봤는지 물었습니다. '루키'는 "당연하죠"라고 빠르게 대답하면서도 해외 그리고 한 팀에서 이토록 오래 머문 자신이 대견하다고 표현했습니다.

"한국 선수 중에 저처럼 해외 그리고 한 팀에서 오래 머문 선수가 없는 것 같아요. 이런 모습을 보면 제가 정말 대단하긴 해요(웃음). 아무래도 부모님이 물려주신 유전자 덕이 아닐까 싶어요. 학교 다닐 때 말 많고, 수업시간에 딴짓 하는 아이였거든요. 그 성격이 오히려 중국에서 선수들과 친해지는 데 큰 도움이 됐죠. 누나가 일찍 독일과 미국에 생활하고, 형이 상해에 있었어요. 그래서 부모님이 해외 생활에 대해 열려 있어서 편한 마음으로 생활했어요.

한국 복귀도 당연히 생각해봤죠. 그런데 제가 잘 적응할지 모르겠어요. LCK는 정말 목숨을 거는 전쟁터잖아요. 제가 중국에 살면서 느낀 게 조금 자유로움이 있어요. 한국에서는 패하면 후폭풍이 거세요. 꼭 팬들의 반응이 아니더라도 정말 힘겨운 부분이 많거든요. 그래서 복귀를 구체적으로 계획해보지는 않았어요. 또 이곳에서 아직 좋은 성적을 못 냈다고 생각하는데, 많은 팬의 사랑까지 받으니 떠나야겠다는 생각은 어렵죠"


사실 '루키'는 한국 복귀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지만, '페이커'와의 대결을 앞두고 평소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그때랑 다른 점은 두 사람 모두 많은 경험과 경력을 쌓았습니다. 팀에서 고참이 됐고, 더 많은 부분을 생각해야 하는 시기라는 부분은 공통점입니다. 그래서 과거처럼 화려한 승부는 보기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과거 올스타전 때 즐거운 마음으로 라인전을 한 이후로 약 3년 만이네요. 예전이랑 비교해 보면 저희 둘 다 많이 변했어요. '페이커' 선수가 과거에는 뒤 없이 공격적인 플레이로 이름을 날렸잖아요. 원래 그런 플레이가 실수하면 던지는 게 되는데, 저도 그런 성향이었거든요. 이후에도 저는 1~2년 동안 중국에서 공격적인 플레이를 즐겼어요.

그런데 점차 경험이 쌓이면서 패배하는 횟수가 늘잖아요. 그러면 패배에 대한 압박감이 커져요.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재게 되죠. 이제는 팬들의 눈에도 보일 텐데, '페이커' 선수가 팀플레이에 더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어요. 그럼에도 여전히 과감한 플레이를 선보이는 건 '페이커'이기 때문에 가능한 거예요. 예전에는 본인이 팀을 이끈다는 식의 플레이였고, 지금은 팀을 위해 슈퍼 플레이를 시도한다는 느낌이에요"


'루키'의 표현에 따르면 패배에 냉정한 프로의 세계에서 두 사람은 팀을 위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공통점이겠지만, 차이점도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충분히 위상이 오른 '루키'가 여전히 '페이커'를 보고 배우는 이유는 바로 멘탈이었습니다.

"똑같이 눈물을 보였다고 하는데, 그게 뭐가 비슷해요(웃음). '페이커' 선수는 뜨거운 눈물의 느낌이고, 저는 질질 짰잖아요. 저번 스프링 스플릿에 정말 부담이 컸어요. 개막 직후 18연승을 해버리는 바람에 불안했어요. 팬들은 결과만 보고 역대급 포스라고 하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우리 팀이 이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왜 이럴까 걱정이 많았죠. 스스로 완벽하다는 생각이 안 드는데, 우승은 당연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니까 부담감이 따랐죠.

그런 점 때문에 여전히 '페이커' 선수가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요. 그 선수는 큰 대회에서 정말 강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여전히 멘탈이 약하고, '페이커' 선수의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배우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두 사람의 대결이 더욱 기대됐습니다. 동시에 새로운 강자들과 '루키'의 대결은 어떨까 하는 궁금증도 생겼습니다. 대형 신인인 '유칼' 손우현 그리고 국내 최고의 미드 라이너 중 하나로 성장한 '비디디' 곽보성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습니다.

"이제는 후배 미드 라이너들에게 많이 따라잡혔다고 느껴요. '유칼', '비디디' 선수를 보면 진짜 잘한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좋은 플레이를 보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진짜 감탄을 하게 되더라고요. 실력을 떠나 패기에서는 밀리겠다 싶어요.

원래 스프링 스플릿 때, 솔로 랭크에서는 제가 두 사람을 많이 이겼거든요. 그래서 '그냥 뭐' 이랬는데, 지금은 솔로 랭크에서 만나도 힘겹더라고요. 그래서 이 선수들에게도 여러 가지 배워요. 간혹 신예들의 성장 폭이 폭발적이라 그런 게 아니냐는 이야기를 듣지만, 저는 일부러라도 그런 생각을 안 해요.

성장 폭에 차이가 생긴다는 건 제가 비슷한 노력으로는 못 따라잡는다는 뜻이잖아요. 그래서 그냥 '순수하게 내가 못한다'라고 결론을 내려요. 그러면 충분히 노력으로 따라잡을 수 있는 타이밍이 있을 거라 믿는 거죠"


세대교체라는 말은 기존 선수들에게는 참 가혹하지만, 팬들에게는 새로운 즐거움입니다. 어느덧 '루키'는 세대교체의 대상 중 하나가 됐을 정도로 오래된 선수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빠른 속도로 변화에 적응해야 하고, 도태되지 않기 위한 노력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원래 예전에는 팀원들이 못해도 나만 잘하면 된다는 이기적인 선수였어요. 자신감이 그만큼 넘쳤고요. 경기에서 패하더라도 나는 잘했다는 마음을 위안으로 삼았어요. 그러다 새롭게 등장하거나 한국 선수들이 팀을 옮겨 성적을 내니까 무언가 잘못됐다고 느꼈어요.

더디지만, 나름 단계를 밟으면서 발전한 것 같아요. 팀원들을 위해 게임 내에서 말을 많이 하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팀플레이를 우선으로 삼게 됐어요. 대신 혼란을 겪기도 해요. 제가 쉬는 기간에 게임을 놓으면 정말 폼이 확 죽거든요.

그런 폼으로 솔로 랭크를 하면 패배가 많아져요. 그런데 스크림은 성적이 좋아요. 사리고, 팀플레이를 하니까요. 이게 고민이 되는 부분이에요. 자신감은 떨어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팀적으로는 괜찮은 결과가 나와요. 그러니까 저에 대한 의구심이 들어요. 동시에 저 자신에 대한 만족감도 없고요. 연습하면서 이 정도면 다 올라왔다는 느낌이 있어야 하는데, 이제는 그런 게 없으니까 불안한 마음이 커요"




그래서 이번 리프트 라이벌즈는 '루키'에게 정말 중요한 대회라고 합니다. 중간 점검 개념의 대회이지만, 자신의 만족감을 찾고 싶다는 마음 때문입니다. 리프트 라이벌즈에 임하는 각오와 함께 인사로 인터뷰를 마쳤습니다.

"리프트 라이벌즈가 중간 점검의 느낌이잖아요. 어느 정도 이벤트성이 있지만, 막상 그렇게 즐기기만 하기는 어렵고요. 어떻게 보면 라이엇 게임즈가 참 잔인해요(웃음). 이렇게 재미있으면서 부담스러운 대회를 만들어주시다니...... 제 입장에서 참 중요한 대회이긴 해요. 국제 대회에서 저를 증명해야 하는 부담감을 즐겨보려고요. RNG가 그렇게 잘하고 왔는데, 저희가 못해버리면 얼마나 혼쭐나겠어요.

한국말로 하는 인터뷰가 정말 오랜만이라 정말 즐거웠어요. 그립기도 했고요. 여전히 저를 기억해주시는 한국 팬들이 계시는데, 꾸준히 SNS로 메시지를 주시더라고요. 제가 보기만 해서 답변은 따로 안 드렸지만, 이 자리를 통해 감사 인사를 건네고 싶어요. 조금이라도 남아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웃음).

그리고 중국 팬들에게도 IG가 기대에 걸맞은 성적을 못 내 죄송해요. 제가 이런저런 핑계로 팬들의 질타를 피했던 것 같아요. 이제는 모든 걸 수용하고, 팀을 위해 고쳐나가면서 좋은 결과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많은 응원도 부탁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