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솔을 이용한 싱글 플레이 게임과 가정용 콘솔 시장이 주를 이루는 일본에서도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부터 다른 유저들과 함께 즐기는 온라인 게임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오랜 시간동안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진행해온 개발자들은 지금까지의 일본 온라인 게임시장과 앞으로의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금일(22일), '세덱 2018' 행사에서 마련된 패널 토론 세션을 통해 그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이날 패널 토론에는 스퀘어에닉스의 사이토 요스케 이사, 코에이 테크모 게임스의 카와모토 유타카 디렉터, 세가게임즈의 사카이 사토시 프로듀서, 캡콤의 미야시타 테루키 프로듀서가 자리했다. 이들은 모두 일본에서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온라인 게임의 메인 프로듀서 혹은 디렉터직을 담당하고 있는 현역 개발자들이다.

▲ 스퀘어에닉스, 사이토 요스케 이사

MMORPG '드래곤퀘스트10 온라인' 시리즈는 물론, '니어: 오토마타'의 프로듀서로도 유명한 사이토 요스케 이사는 울티마 온라인, 에버퀘스트 등 다양한 즐길거리가 특징이었던 온라인 게임들이 자신의 인생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소개했다.

그의 기억들은 다른 유저들과 커뮤니티를 통해 집을 만드는 등, 새로운 콘텐츠를 유저가 직접 창조하여 즐길 수 있는 MMORPG에의 흥미로 이어졌고, 정통 RPG 시리즈로서 명성을 이어온 '드래곤퀘스트' 시리즈의 열 번째 정식 넘버링 작품을 MMORPG로 만드는데 이바지했다. '드래곤퀘스트10'의 출시 직전, 원작 시리즈를 사랑하는 팬들의 우려와 걱정은 이루말할 수 없을 정도였지만, 콘솔 유저들이 주를 이루는 일본 시장에서 닌텐도, PC, PS4까지 순조롭게 플랫폼을 확장하며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 코에이 테크모 게임스, 카와모토 유타카 디렉터

카와모토 유타카 디렉터가 담당하고 있는 '노부나가의 야망 온라인'은 올해로 15주년을 맞이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MMORPG' 중 하나다. PS2로 처음 출시됐고, 사무라이나 음양사 등 일본풍의 세계관에서 다양한 전투를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카와모토 디렉터는 15년 전, 당시 일본 게임 시장에서 온라인 게임은 그 누구도 찾지 않을 정도로 인지도가 낮았기에 신작 '노부나가의 야망 온라인'을 MMORPG 장르의 게임이라고 소개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유저들의 반발을 줄이기 위해 처음엔 싱글 모드를 추가하려는 노력도 있었지만, 결국 정식 서비스는 긍정적인 베타 테스터들의 반응에 힘입어 싱글 모드 없이 온전한 MMORPG로 공개됐다.

▲ 세가게임즈, 사카이 사토시 프로듀서

드림캐스트의 대표 소프트인 '소닉 어드벤쳐' 디자이너로서 게임계에 발을 들인 사카이 사토시 프로듀서는 '판타지스타 온라인'의 메인 디자이너를 거쳐, '판타지스타 온라인' 시리즈의 총괄 프로듀서로 거듭난 개발자다. 현재 그는 '판타지스타 온라인2'의 프로듀서 직을 맡고 있다.

그는 판타지스타 온라인이라는 성공적인 전례가 있었기에 온라인 게임 후속작의 개발은 어렵지 않게 이루어졌으며, 과금이 게임 자체의 재미를 헤치지 않도록 하는 것에 가장 집중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판타지스타 온라인2의 과금 요소는 자신의 캐릭터에 애정을 쏟을 수 있도록 돕는 아바타와 몇 가지 편의 요소 구매에 그치는 것이 특징이다.

▲ 캡콤, 미야시타 테루키 프로듀서

마지막 패널인 미야시타 테루키 프로듀서는 '몬스터헌터 프론티어Z'의 프로모션, 패키지 판매, 이벤트 기획 담당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현재는 캡콤의 모바일, 온라인 타이틀 프로듀스를 담당하고 있다.

대략적인 소개를 마친 패널들은 이어서 현재의 일본 온라인 게임이 품고 있는 과제에 대해 자신들의 생각을 발표했다. 여기서 모든 패널의 공감대가 모인 가장 큰 과제이자 문제점은 '신규 유저의 유입'에 관한 부분이다. 그들은 오랜 기간 서비스를 지속하는 온라인 게임이 더 먼 미래를 바라보기 위해서는 일정 주기로 닥쳐오는 정체기를 해소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카와모토 유타카 디렉터는 일본에서 방영되어 화제를 불러모았던 드라마 '빛의 아버지'를 예로 들며, 부모와 자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형태의 온라인 게임을 기획해야 한다고 말했다. '빛의 아버지'는 온라인 MMORPG인 '파이널판타지14'를 부자가 함께 플레이하며 서로를 이해한다는 내용을 담은 드라마로, 지난 2017년 일본 현지에서 방영됐다. 그저 게임을 소재로 삼은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 게임 장면을 활용하여 시청자가 드라마 속 주인공 부자와 함께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구성한 영상이 특징이다.

▲ 부모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이 필요하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의 보급과 기기의 현대화에 맞춰 이에 연동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제시됐다. 최근 국내에서 많이 시도되고 있는 인기 온라인 게임 IP의 모바일 게임화, '포트나이트'에서 볼 수 있는 모바일 플랫폼을 포함한 크로스 플레이 지원, 그리고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온라인 게임 계정을 쉽게 관리할 수 있는 '모바일 컴패니언 앱'의 활용 등이 이에 속한다.

이외에도 시대의 변화에 맞춰 MMORPG가 성숙해질수록 '솔로 콘텐츠'를 원하는 유저들이 더 늘어난다는, MMORPG의 존재 의미와는 다소 상반되는 독특한 의견도 등장했다. 회사나 학교생활 등 여러 사람에게 치이는 힘든 일상을 보내고 난 뒤, 온라인 게임 세상 속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추구하는 형태의 유저들이 부쩍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엔드 콘텐츠로 갈수록 상위 레이드 공략에 파티 플레이를 강제하는 지금까지의 추세와 다르게, 혼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솔로 유저용 콘텐츠를 계속 추가하면 이를 선호하는 유저층도 갈수록 늘어나게 될 것이라는 추측을 해볼 수 있다.

유저들 하나하나가 구성원으로서 존재하는 온라인 게임은 그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의 성향에 따라 계속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한다. 사카이 사토시 프로듀서는 계속 같은 모습에 안주하면 곧 좋지 않은 상황을 마주하게 되며, 만약 이러한 상황을 마주하더라도 유저들의 피드백을 반영하여 다시 일어나려는 모습이 온라인 게임 운영에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벌써 15년째 꾸준히 서비스를 이어오고 있는 '노부나가의 야망 온라인'

다음으로 최근 게임의 범주를 넘어 더욱 그 범위를 넓히고 있는 온라인 게임의 가능성에 관한 토론이 이어졌다. 개발자들은 게임 속 연인이 실제 연인으로 발전하는 등의 커뮤니티적 요소부터, 유명 IP 상품과의 콜라보 이벤트, 굿즈, 그리고 VR과 AR 콘텐츠로의 확장까지 최근 주목받고 있는 여러 시도들을 하나씩 이야기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콜라보 이벤트는 찾는 사람이 줄어들면 점점 잊히게 되는 온라인 게임의 한계를 깨고, 새로운 가능성을 키워주는 유용한 방법 중 하나로 꼽힌다. 유저들에게 "여기 이 게임도 있어요!"라고 전할 수 있는 메시지이자, 다른 작품이나 상품의 팬과 공통분모를 형성함으로써 게임의 범위를 배로 확장시킬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인 셈이다.

▲ 서로 다른 두 작품의 콜라보 이벤트는 다양한 가능성을 만든다

이어서 사회자는 네 명의 패널에게 앞으로의 온라인 게임, 그 미래의 모습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사이토 요스케 이사는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속 오아시스와 같은 게임을 지금 이 자리에 참석한 젊은 개발자들이 하루빨리 개발해서 출시해주기를 바란다며, 기대와 응원이 담긴 메시지를 전했다.

카와모토 유타카 디렉터는 10년 전에는 꿈만 같이 느껴졌던 기술들이 모두 현실에 등장하기 시작했다며, AR과 VR을 활용한 더욱 발전된 형태의 MMORPG가 등장하는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카이 사토시 프로듀서는 한국의 온라인 MMORPG '리니지'가 모바일 디바이스에 그대로 옮겨진 것을 언급하며, 오늘날에는 기술의 발전을 통해 디바이스의 제한이 사라지고, 온라인 게임에도 더 많은 가능성이 생겨났음을 강조했다.

끝으로 미야시타 테루키 프로듀서는 그래픽과 디바이스의 발전으로 유저가 직접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게임이 등장했고,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것과 같은 재미있는 온라인 게임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많은 개발자가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하며 자신의 발언을 마쳤다.


8월 22일 개최된 일본 개발자 컨퍼런스 CEDEC 2018의 강연 정보와 뉴스를 현지에 나가 있는 박광석, 윤서호 기자가 생생하게 전달해드립니다 ▶ 인벤 뉴스센터: https://goo.gl/ha5v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