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e스포츠가 시범종목으로 첫 선을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LoL과 스타크래프트2 국가대표 선수단이 본선 무대를 밟는다.

LoL 국가대표 명단이 화려하다. 젠지 e스포츠의 감독이자 명장으로 손꼽히는 최우범 감독과 아프리카 프릭스의 '제파' 이재민 코치가 지휘봉을 잡았다. 여기에 '기인' 김기인(아프리카 프릭스)으로 탑 라인에 공격성을 장착했고, '스코어' 고동빈(kt 롤스터)과 '피넛' 한왕호(킹존 드래곤X)를 정글러로 기용해 다방면에서의 활약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호흡이 중요한 봇 듀오로는 젠지 e스포츠(당시 삼성 갤럭시)의 2017 LoL 월드 챔피언십 우승을 이끌었던 '룰러' 박재혁과 '코어장전' 조용인을 선발했고, 미드 라이너로는 LoL e스포츠 최고의 스타 '페이커' 이상혁을 배치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이번 아시안게임 LoL 국가대표의 라이벌은 중국과 대만이다. 특히, 중국은 한국에게 연달아 일격을 선사했던 RNG 중심의 멤버 구성으로 한국의 가장 위협적인 상대로 평가받는다.

그럼에도 한국 LoL 국가대표팀의 금메달을 기대할 수 있는 건 앞서 밝혔던 것처럼 그 멤버가 화려하기 때문이다. '기인'부터 '코어장전'까지 총 여섯 명의 멤버 구성이 단단하고 한 명씩 따져봐도 실력에 손색이 없다.


탑 : '기인' 김기인
극강의 공격력, 상대를 허무는 스플릿 운영



'기인'의 최근 경기력을 직접 감상한 사람이 있다면, 국가대표 라인업에 '기인'이 포함된 것을 당연하게 생각할 것이다. 그 정도로 '기인'은 엄청난 경기력을 뿜어내고 있다. 모든 면에서 만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특히, 뛰어난 공격성과 똑똑한 스플릿 운영이 돋보인다.

먼저 '기인'은 라인전이 강력하다. 이를 토대로 초반부터 상대를 강하게 압박해 성장에 박차를 가한다. 이에 성공하면 '기인'은 중반 이후 자신의 파괴력을 과시하기 시작한다.

지난 포스트 시즌 경기에서 '기인'은 퀸으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제대로 입증했다. 퀸은 무난하게 성장을 마치면 스플릿 운영에서 그 강점을 드러내기 좋다. 실제로 잘 풀린 '기인'의 퀸은 젠지 e스포츠전에서 그 존재감을 제대로 보여줬다. '기인'의 퀸은 '큐베' 이성진의 자르반 4세를 상대로 강한 압박을 가해 자신 쪽으로 상대 팀의 시선을 집중시켜 팀적인 운영에 탄력을 부여했다.



'기인'이 포스트 시즌에서 기용했던 챔피언은 퀸과 더불어 갱플랭크와 케넨 등 스플릿 운영에 강점을 보유한 챔피언들이었다. 그만큼 현재 '기인'은 우직하면서도 똑똑한 스플릿 압박을 통해 상대 팀의 운영을 방해하고 아군의 운영에는 힘을 실어주는데 특화되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거기에 갱플랭크는 한타와 대치 구도에서도 활약하기 쉬워 '기인'에게 잘 어울린다는 평가다.


정글 : '스코어' 고동빈과 '피넛' 한왕호
정글의 여우 '스코어'와 양날의 검 '피넛'


▲ '스코어' 고동빈(좌)과 '피넛' 한왕호(우)

LoL 국가대표에는 두 명의 정글러가 있다. '스코어'와 '피넛'이다. 이 둘은 최우범 감독이 인터뷰를 통해 밝혔듯이 정글 스타일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스코어'가 지략가라면 '피넛'은 무력을 뽐내는 장수다.

'스코어'는 똑똑한 정글러의 대표주자다. 상대와의 심리전에 능하며 여기서 우위를 점해 초중반 내내 팀에 유연성을 불어넣는다. 그의 심리전과 덫에 걸려들었던 수많은 정글러는 무참히 패배했고, '스코어'의 이런 플레이스타일은 그에게 '정글에 사는 여우'와 같은 별명을 부여했다.

▲ '제어 와드' 하나로 상대 정글러를 꾀어낸 '스코어'와 '마타'

'스코어'의 여우같은 움직임은 지난 한화생명e스포츠와의 대결에서 잘 드러났다. 먼저 그는 근처 수풀 속에 잠시 숨었다가 상대 레드 버프 지역에 난입하는 노련한 움직임으로 상대 정글러를 압박했다. 그 직후에 '스코어'는 상대의 봇 1차 타워 다이브를 미리 읽고 '마타' 조세형과 함께 '제어 와드'를 통한 심리전을 걸었다. '성환' 윤성환은 여기에 제대로 걸려들었고, '스코어'의 연이은 심리전에 무너졌다.

그 외에도 '스코어'는 가끔 허를 찌르는 타이밍에 탑 라인 갱킹을 선보여 성공시켰다. 이러한 플레이 역시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종종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캐리력이 강한 '기인'의 성장을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도 '스코어'의 초반 날카로운 탑 라인 갱킹은 팀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스코어'와는 다른 스타일을 구사하는 '피넛'은 좀 더 무력 쪽에 특화된 정글러다. 뛰어난 피지컬과 센스로 경기 내내 발생하는 교전에서 빛을 발한다. 라이너들이 주도권만 잡아주면 '피넛'이 활개칠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되고, '피넛'은 라이너들의 주도권 싸움 우위에 정글 주도권 싸움 완승으로 보답한다.

실제로 이번 섬머 스플릿 정규 시즌에서 '피넛'은 자주 출전한 정글러들 가운데 평균 킬 포인트와 평균 어시스트, 1분당 평균 골드 수급량에서 모두 2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피넛'은 싸움을 좋아하고 또 잘하는 정글러라는 뜻이다. 한 번 주도권을 잡으면 상대 정글러를 끊임없이 괴롭혀 일방적으로 골드를 수급하고 성장 격차를 벌려 싸울 때마다 대부분 이긴다는 뜻이다. 그러면 '피넛'의 존재감은 후반 한타에서도 이어진다.



하지만 '피넛'은 양날의 검과 같은 존재다. 초반 라이너들이 주도권을 잡아주면 더할 나위 없이 활개치지만, 팽팽하거나 밀리는 구도 속에서는 자신의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한다. 만약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피넛'은 자신의 정글링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피넛'의 평균 킬 관여율은 67.7%로 자주 출전했던 정글러들 가운데 11위다. 따라서 '피넛'이 출전한다면 LoL 국가대표팀은 라이너들에게 주도권을 잡기 용이한 챔피언을 쥐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미드 : '페이커' 이상혁
팀적인 플레이에 집중, 아시안게임에서는 과연?



'페이커'는 명실공히 LoL e스포츠는 대표하는 스타다. 현재 활동 중인 많은 프로게이머가 '페이커'의 플레이를 보면서 꿈을 키웠다. 각종 매체에서도 '페이커'를 집중조명해 'LoL은 몰라도 페이커는 안다'는 말이 생겼을 정도다.

데뷔 초부터 뛰어난 캐리력의 대표주자로 손꼽혔던 '페이커'는 오랜 경력 속에서 완숙미를 더했다. 최근에는 남다른 라인전 파괴력과 뛰어난 피지컬로 상대를 압살하기 보다는 갈리오와 라이즈 등 팀적인 운영에 특화된 챔피언을 자주 꺼냈다. 섬머 스플릿에 '페이커'는 갈리오로 6전 4승 2패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확실히 '페이커'의 스타일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데이터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지난 아시안게임 예선전에서 '페이커'가 다시 본인의 캐리력을 뽐내기 좋은 챔피언을 자주 꺼내 승리했다는 점이다. 그가 예선전에서 가장 많이 선택했던 챔피언은 야스오였다. 야스오를 4번 꺼내서 3번 승리했다. 여전히 갈리오나 룰루 등 팀을 우선시하는 챔피언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였기에 더 눈에 띄는 전적이다. 거기에 잭스나 신지드 등 상대 챔피언을 카운터하는 깜짝 픽을 꺼내기도 했다.



자신의 캐리력보다는 팀적인 플레이에 집중했던 '페이커'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자신의 강력함을 스스로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코어'나 '피넛'과의 정글-미드 간 합이 굉장히 중요하다.


봇 라인 : '룰러' 박재혁과 '코어장전' 조용인
극강의 시너지, 때리는 '룰러'와 지키는 '코어장전'


▲ '룰러' 박재혁(좌)과 '코어장전' 조용인(우)

LoL 국가대표 봇 라인을 책임지는 두 명의 선수는 '룰러'와 '코어장전'이다. 두 선수는 젠지 e스포츠에서한솥밥을 오래 먹으면서 극강의 호흡을 자랑 중이다.

먼저 '룰러'는 최고의 차세대 원거리 딜러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선수다. 메타상 봇 라인에서 원거리 딜러 챔피언이 크게 밀리던 시절에도 원거리 딜러 챔피언으로 많이 승리하는 등 기량이 절정이라는 평가다. 특히, 애쉬와 바루스를 자주 꺼내 높은 승률을 자랑 중이다. 단순히 궁극기 지원만 하는 것이 아니라 대미지도 수준급으로 기록하는 것이 '룰러' 애쉬와 바루스의 특징이다. 거기에 스킬 활용 센스도 뛰어나 명장면을 자주 연출했다.



'룰러'의 유일한 단점이라고 꼽히는 것은 지나치게 과감한 위치선정이다. 실제로 '룰러'는 큰 무대에서 종종 이런 실수를 범했다. 하지만 한 번만 자신을 보호해주면 거침없는 캐리력을 뿜어내는 선수가 바로 '룰러'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팀원들이 잘 성장한 '룰러'를 보호해준다면 상대에게 끊임없이 화력을 뿜어내는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그와 함께 하는 '코어장전'은 수비에 강점을 지닌 서포터다. 젠지 e스포츠에서도 '룰러'를 보호하는 역할을 줄곧 해냈다. 든든한 팀의 방패 역할을 자처했다.

최근 '코어장전'은 플레이메이킹 보다는 수비 쪽에 집중했다. 그래서 화려하진 않지만 묵묵하게 팀의 방패라는 자신의 역할을 수행한다. 탐 켄치가 그의 주력 챔피언인 점을 보면 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코어장전'이 팀의 주력 챔피언을 살려내는 걸 보고 있자면, '서포터 캐리'가 꼭 화려할 필요는 없다는 걸 느끼게 된다.

▲ 10승 5패의 전적을 자랑하는 '코어장전'의 탐 켄치

하지만 '코어장전'이 수비만 잘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는 지난 2017 LoL 월드 챔피언십에서 라칸으로 뛰어난 플레이메이킹과 이니시에이팅 능력을 과시한 바 있다. '코어장전'의 LoL 월드 챔피언십 우승 헌정 스킨 역시 라칸으로 제작됐다. 이렇게 보면 '코어장전'은 다재다능한 서포터라고 표현하는 것이 알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