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모르게 픽창에서 싸움이 일어나면, 챔피언 초상화에 누누를 고른 후 유체화와 총명을 들어버리던 시절이 있었다. 강렬한 푸른빛을 선사하던 누누의 초상화는 팀원들에게 현기증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몇 번의 상향 패치로 OP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던 적도 있지만, 그 기간이 길진 않았다. 그 때문일까? 누누에 대한 '인식'은 언제나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다.

이처럼 그간 '트롤'을 대표하는 쳄피언으로 자리 잡은 누누가 8.17 패치로 새 단장을 마치고 소환사의 협곡에 합류했다. 초기에 설계된 챔피언답게 단순한 스킬들로 구성되어 있던 누누가 이전에 없던 독특하고 재미있어 보이는 스킬로 무장했는데, 정글 챔피언에 필요한 다수의 CC기를 장착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누누의 아이덴티티인 '잡아먹기'나 '절대영도'의 큰 변화는 없었고, 속박과 에어본 효과의 스킬들 덕에 기존 누누의 단점이던 갱킹에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되었다. 하지만, 벌써 누누의 리메이크가 적용된 지 약 3주의 시간이 지났는데, 기대와 달리 전체 챔피언 중 꼴등의 승률을 기록하며 큰 활약을 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 리메이크 이후에 뚜렷한 상승세를 타지 못하고 있는 '누누와 윌럼프'


리메이크 이전의 누누는 Q 스킬을 이용한 빠른 정글링으로 정글 주도권을 쉽게 잡을 수 있었으며, 이러한 강점을 세운 카운터 정글링으로 상대 정글의 동선이나 성장을 엉망으로 만들 수 있는 지능적인 플레이가 가능했다. 또한, 후반에도 오브젝트의 주도권이 누누가 있는 팀에 있었기에, 운영적인 측면에서도 강점을 가지고 있다.

누누의 핵심인 Q 스킬은 챔피언에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 외에 큰 변화가 없었던 만큼, 이러한 강점은 여전히 건재하다. 단, 갱킹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수의 스킬이 추가된 만큼, 이전과 달리 누누에게 '갱킹'이라는 항목의 우선순위가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운영의 강점과 더불어 강력한 갱킹력까지 갖게 된 누누의 활약이 기대됐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현재 누누는 전체 티어를 기준으로 모든 챔피언들 중 가장 낮은 승률을 기록하고 있는데, 높은 티어에서도 낮은 승률을 기록 중이다. 특이하게도 낮은 승률과 픽률에 비해 밴률이 높은 편인데, 이는 아군으로 누누를 맞이하고 싶지 않았던 유저들의 흔적인 것으로 짐작된다. 리메이크가 되었지만, 여전히 '트롤'이라는 이미지에 더 가까운 것으로 느껴진다.


▲ 승률은 모든 챔피언 중 뒤에서 1등을 차지하고 있는 누누


▲ 빠른 합류와 강력한 갱킹을 모두 가능하게 하는 '데굴데굴 눈덩이!'


이렇게 리메이크된 누누의 승률이 저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누누의 가장 큰 변화는 '플레이 스타일의 변화'라고 볼 수 있다. 기존에 정글링 위주의 운영을 통해 승리의 계단을 올랐다면, 이제는 이러한 운영과 더불어 강력한 갱킹력을 통한 라인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

하지만 갱킹력이 보완됐다고 해서 육식형 정글러처럼 플레이하기엔 스텟이나 구성에 무리가 있다. 때문에 빠른 합류나 역갱 등을 설계할 때 그 진가가 발휘되는데, 상대 정글러의 동선을 예측하는 등 기존의 지능적인 플레이가 병행되어야 하기에 난이도가 급격하게 상승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라인 지원의 핵심으로 손 꼽을 수 있는 스킬인 '데굴데굴 눈덩이!'가 가지고 있는 단점도 선 갱킹에는 부적합한 모습이다. W 스킬인 '데굴데굴 눈덩이!'는 시전 시 약 1초 정도 적의 시야에 노출된다. 눈덩이를 굴리기 시작하면 방향 전환이 자유롭지 않기에, 금세 목적지를 알아챌 수 있다. 때문에 맵 리딩을 할 수 있다면 누누의 선 갱킹을 피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 된다.

그리고 스킬 자체의 난이도도 의외로 높은 편이다. 스킬 시전 시, 흔히 말하는 '드라이빙'의 매커니즘을 가진 스킬은 사이온의 '멈출 수 없는 맹공'과 '데굴데굴 눈덩이!' 정도인데, 방향 전환이 자유롭지 않고 장애물과 충돌하면 이동이 멈춘다는 제약을 가지고 있다. 거리 조절부터 드라이빙 감각까지, 의외의 숙련도를 필요로하는 스킬인데, 사이온 이외에는 해당 매커니즘을 경험할 기회가 많지 않았기에, 더 많은 적응 기간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 W 스킬은 시전하면 잠시동안 적의 시야에 노출이되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변경된 누누는 먼저 싸움이 열린 곳에 지원을 갔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기에 변화된 플레이 스타일에 적응하기 위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운영'이라는 부분에 강점이 있던 이전의 모습과 달리, 이제는 '운영'과 공격적인 '갱킹' 두 가지를 모두 수행해야만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챔피언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운용을 위해선 초반의 공격적인 운용을 위한 '지배' 룬보다 '결의' 룬을 활용해 팀 내의 든든한 탱커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더 안정도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승률이 조금 더 높은 쪽을 보면, 역시 '결의'의 '여진'을 선택한 모습이다.


▲ '결의' 룬을 선택하면 그나마 낮은 승률을 어느 정도 끌어 올릴 수 있다


실제로, 최근엔 아프리카 프릭스의 '스피릿' 이다윤 선수는 누누를 꽤 많이 플레이한 것으로 확인되는데,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룬은 '결의+마법'이었다. 핵심 룬으로는 '여진'을 선택했고, 탱킹에 도움이되는 '뼈 방패'와 '사전 준비'를 선택했다.

또한, 누누는 여전히 Q 스킬인 '물어뜯기'를 이용해 빠른 정글링과 남다른 유지력을 자랑하는데, 결의 빌드에 '소생'을 선택해 이러한 유지력을 한층 더 극대화한 모습이다. 보조로 선택한 마법 빌드에선 이동 속도와 관련한 '기민함'과 '물 위를 걷는 자'를 선택해 한군 지원에 힘을 실어준 모습이다.

여전히 Q 스킬을 이용해 빠른 정글링이 가능하다는 점. 변경 이전에 비하면 적중 난이도가 완화된 궁극기와 빠른 전장 합류를 도와주는 W 스킬 등을 주축으로, 운영과 갱킹의 균형을 잡고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된다면 리메이크된 누누도 반등의 기회를 노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8.19 패치에서 일부 스킬의 상향이 예고된 만큼, 대회에서의 활약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 아프리카 프릭스 '스피릿' 이댜윤 선수의 누누 플레이
(영상 출처 : I Love L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