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
2018-10-10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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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 스파르타 철이의 신화철도 999

정재훈 기자 (Laffa@inven.co.kr)

1년 만에 또 나왔습니다. 장인정신은 몰라도 물량 승부는 알아주는 게임업계의 구로공단 유비소프트다운 릴리즈 속도입니다. 이 순간을 위해 종교, 인종, 성별을 막론한 각 문화권의 다양한 사람들이 공평하게 야근을 했을 것이 분명합니다.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과 같은 스튜디오에서 만든 건 아니니 개발 기간은 1년보다 훨씬 길었을 테지만, 그래도 대단합니다. 전 시리즈의 엔딩을 주파한 팬으로서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밥 먹고 잠만 자면서 50시간을 내리 플레이했고, 엔딩까지 끝냈습니다. 게임은 충분히 했으니 이제는 말을 할 차례군요.

참 말할 거리가 많은 작품입니다.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이하 오디세이)는 지금까지 나온 모든 시리즈 중 가장 오래된 시대를 배경으로 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 시대를 다룬 작품이 나올 거란 상상조차 못 했습니다. 전작인 `오리진`에서 이미 암살단의 기원이 나왔거든요.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인데, 주인공 세력인 암살단의 결성보다 400년도 더 전의 시대가 배경입니다. 태권브이 후속작으로 옹기봇이 나오고 각시탈의 속편으로 홍길동이 튀어나오는 상황입니다.

물론 영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닙니다. 꽤 오래전부터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는 딱히 주인공을 암살자로 만들려는 노력을 보여주지 않았으니까요. 3편은 그 유명한 `다 죽이면 암살이다`가 어울리는 작품이었고 4편의 주인공은 해적 나부랭이였습니다. 최신작인 `오리진`에서는 아예 이집트의 수호자이자 치안 담당인 `메자이`가 주인공입니다. 배경 설정에 불과했던 `이수`족과 에덴의 조각이 수면으로 떠오르면서 시리즈의 주인공은 숭고한 신념에 찬 암살자가 아닌 좋은 혈통을 타고난 금수저로 바뀌었습니다. 인종, 성별, 종교적 다양성을 인정하는 유비소프트도 결국 혈연은 끊지 못했나 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오디세이`라는 작품이 성립할 수 있었습니다. 암살이고 나발이고 수틀리면 그냥 칼부터 꽂아버리던 시대의 이야기. 대놓고 본인을 용병이라 소개하는 인물이 당당하게 주인공을 맡을 수 있는 작품. 그간 유비소프트가 쌓아온 장점을 죄다 섞어 지지고 볶은 걸로 모자라 다른 온갖 게임들의 장점도 따왔으면서 정작 암살단과 암살검은 나오지 않는 그런 작품.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에 대해 이야기해 봅시다.

▲ 가자, 칼부림의 시대로!


※ 본문에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신화의 시대에 고하는 종언
그리스 신화의 끝, 암살단 신화의 끝

"알겠습니다. 보스, 기원전 431년으로 떠나시죠."

작중 첫 분기점인 주인공을 고르는 시퀀스가 지나고 나면, 의사인 비보우 박사가 현실 파트의 주인공인 `레일라 핫산`에게 하는 말입니다.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답게 굉장히 흥미로운 연도를 게임의 시작 연도로 잡았습니다. 기원전 431년. 스파르타와 아테네를 중심으로 한 그리스 도시국가 간의 세계대전급(당시 기준으로) 전쟁인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시작되던 해입니다. 왜 이 대사로 리뷰를 시작하느냐고요? 그건 잠시 후에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 물과 흙을 원하나?

물론, 주인공은 전쟁이 나든 말든 별 상관은 없는 인물입니다. 게임의 시작부터 끝까지, 주인공의 목적은 `가족 찾기`입니다. 온 땅과 바다를 헤집고 다니면서 산 넘고 물 건너 혈통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이 게임의 주요 줄거리죠. 스파르타 철이의 신화철도 999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작품 내에서 플레이어가 처리해야 할 굵직한 대장정은 총 세 가지인데, 이 세 가지 임무를 처리하는 과정의 발단도 주인공의 가족 찾기입니다. 가족을 찾다 보니 전쟁에 휘말리고, 그러다 보니 가족이 어쩌다 헤어졌는지도 알게 되어버려서 그 원인을 직접 다 족쳐버리고, 또 그러다 보니 남들은 모르는 비밀까지 알아버려서 그 일까지 처리하게 됩니다.

죄다 어쩌다 되는 것 같지만, 과정을 엄밀히 들여다보면, 또 하나의 그리스 신화이자, 대영웅의 서사시입니다. 시나리오 라이터가 그리스 신화를 얼마나 참고했을지 안 봐도 보일 정도지요. 주인공은 여러 신화적 존재들을 무찌르고, 불가능할 것 같은 임무들을 완수합니다(페르세우스). 최고 권력가의 무리에 가까운 임무를 받아들여 처리하고(헤라클레스), 전장을 넘나들며 전공을 세우며(아킬레우스), 권력자들과의 줄타기를 통해 전황을 흔듭니다(오디세우스) .여기서 살짝 잘못되면 죄다 죽는 거도 비극이 판을 치는 그리스 신화와 비슷하죠.

▲ 가족을 만나려면 티모쯤은 참아야 합니다. (눈빛은 못 숨기는 주인공)

하지만 이 대영웅 서사시는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는 아닙니다.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라는 현실적 배경, 그리고 앞서 말한 기원전 431년이라는 시대적 배경이 또 다른 주제의식을 만들어냅니다. 작중 주인공은 본인이 그리스 영웅의 요소에 딱 들어맞는 행보를 보이면서, 역설적으로 기존의 모든 신화와 비이성의 산물을 끝내버리는 역할도 맡고 있습니다. 신화적 존재들을 찾아다니며 죄다 퇴치하고, 전설적 보물이나 유물도 혼자 싹쓸이합니다. 남아있는 게 없어서 역사가 신화가 될 판이죠. 그런가 하면 예언에 인간의 의지가 반영되었음을 밝혀내며 신이 아닌 인간이 세상의 중심임을 드러냅니다. 신화에 대한 완벽한 부정입니다.

주인공이 뭘 알고 그러는 것은 아닙니다. 주인공도 바다에 나가면 포세이돈을 찾고, 활을 쏠 때는 아르테미스를 찾곤 하지만, 행동의 결과가 신화의 시대를 닫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죠. 배경이 되는 `펠레폰네소스 전쟁`은 역사학자 `투키디데스`에 의해 기록되었습니다. 아테네의 장군 출신인 이 역사학자는 처음으로 `신`을 배제한 인간 위주의 역사를 기록했습니다. 기원전 431년의 펠레폰네소스 전쟁은 처음으로 그리스의 기록에서 `신`이 배제되는 순간입니다.

▲ 뻑하면 신 이름을 뱉으면서 지 손으로 신화의 잔재들을 죄다 없애버립니다.

정리하자면, 유비소프트는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에 신화적 영웅을 통해 신화와 영웅의 시대를 끝장내버리는 모순적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플레이 도중 게이머는 대화 지문을 통해 수시로 `신`과 `인간` 사이에서 선택해야 합니다. 모든 일을 신의 은총으로 돌릴 수도, 혹은 인간 노력의 산물로 말할 수도 있지요. 재미있는 건, 이 게임에서 끝난 것이 단순히 신화와 비이성뿐만은 아니라는 겁니다.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는 어쌔신 크리드이지만 동시에 어쌔신 크리드가 아닙니다. 암살단의 상징인 암살검도 등장하지 않으며, 툭하면 나오던 암살단의 문양도 볼 수 없습니다. 전작인 `오리진`을 통해 암살 잠입 액션 `어쌔신 크리드`에서 액션 RPG `어쌔신 크리드`로의 변화를 꾀한 유비소프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어쌔신 크리드이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만을 남겨둔 채 게임에서 어쌔신 크리드의 잔재를 치워냈습니다. 신작 어쌔신 크리드를 통해 이전 작품들이 풍기던 어쌔신 크리드의 향기를 지워버린 모순적인 상황입니다.

▲ '어쌔신 크리드'의 느낌도 같이 치워버렸죠.

이렇게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가 나왔습니다. 마치 `소림사`와 같습니다. 아직도 사람들은 중국 무술 하면 소림사를 생각하지만, 사실 소림사는 이제 실전 무술보다는 관광 명소에 더 가까운 상황이죠. 유비소프트도 낡고 시대에 안 맞는 게임 내 시스템을 모조리 없애버렸지만, `어쌔신 크리드`로서의 정체성과 세계관은 남겨 두었습니다. 기존 팬덤을 흡수하면서 내적인 변화를 이뤄내는 영리한 수라 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이 작품은, 전작인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에서 보다 캐주얼한 액션 RPG로의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뤄냈습니다. 그래서 게임이 어떻게 되었느냐고요? 안 그래도 이제 그 말을 할 참입니다.


콘텐츠의 용광로
이 작품은 다양한 문화권의 다양한 인종의 다양한 종교의... 여튼 다양합니다.

앞선 단락에서 오디세이가 캐주얼한 액션 RPG로의 변신을 이뤄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캐주얼`입니다. 이미 액션 RPG로의 변화는 전작에서 보여주었으니까요. 물론 대중없는 캐주얼은 아닙니다. 여기서 말하는 `캐주얼`은 대다수의 게이머입니다. 게임을 모르는 이들도 즐기는 모바일 게임의 캐주얼이 아닌, 게임을 어느 정도 했던 이들이라면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오디세이의 지향점이죠.

▲ 기본적으로 금방 익숙해집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지향점을 달성하는 방법입니다. 말이 쉽지 많은 게이머가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쉬울 리 없습니다. 남들이라면 보다 직관적인 UI와 시스템을 고민하고, 캐주얼한 신규 콘텐츠를 고민할 판에 유비소프트는 보다 과감하고, 남다른 스케일로 이를 달성했죠. 어떻게 했느냐고요? 그냥 엄청나게 큰 지도를 만들어두고, 온갖 게임에서 등장한 콘텐츠를 죄다 때려 박았습니다. 콘텐츠의 뷔페이자, 용광로입니다.

오디세이의 콘텐츠는 두 가지 분류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시리즈 전작 콘텐츠들의 재활용이고, 다른 하나는 타 게임의 이름난 콘텐츠들을 이 작품에 맞춰 재구성한 부분이죠. 사실 전작인 `오리진`또한 `위쳐` 시리즈를 비롯한 여러 작품에서 시스템과 콘텐츠를 따온 것들이 보이니 오디세이는 애초에 자유로울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닙니다. 나쁘게 말하면 베끼기지만, 사실 모든 게임은 다른 게임에서 일정 부분을 베끼니까요.

▲ 어디선가 본 시스템(모자이크 번거롭다)

문제는 이 여러 콘텐츠를 어떻게 녹여내느냐입니다. 철도 어떻게 녹이고 제련하느냐에 따라 강철과 연철로 나뉩니다. 그릇에 채소를 몽땅 때려 넣어도 밥과 고추장을 얹는지 드레싱을 얹는지에 따라 음식이 확 달라지죠. 오디세이가 택한 건 모든 것을 담을 그릇을 만들어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실질적으로 오디세이만이 가진 장점입니다.

일단 봅시다. 전통의 뷰포인트는 건재합니다. 암살도 살짝 달라졌지만 건재하며, 전작부터 보여준 스킬 시스템은 자사의 다른 작품인 `파 크라이` 시리즈와 비슷합니다. 이번 작품에서 템플러의 역할을 대신하는 코스모스 교단을 추적하고, 처치하는 과정은 역시 자사의 다른 작품인 `고스트 리콘: 와일드 랜드`와 유사하죠. 계속해서 등급이 바뀌는 엘리트 적인 `용병`들은 `미들어스: 섀도우 오브 모르도르`의 네메시스 시스템과 닮아있습니다. 방패 위주의 전투에서 방패를 버린 전투 시스템의 변화는 `다크소울`과 `블러드본`의 차이점을 보는 것 같죠.

▲ 할게 쏟아집니다 아주

독립적으로 발전된 시스템은 `선택`과 이에 따른 결과입니다. 이는 최근 게임의 트렌드를 따른 것인데, 게이머의 선택과 이에 따라 나뉘는 분기 시스템, 그리고 달라지는 결말은 여러 게임에서 드러나는 최신 트렌드입니다. 몇 달 전 출시된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이 이 시스템을 중심으로 활용한 인터렉티브 드라마 게임이죠.

그리고 이 모든 걸 담기 위한 무대까지 마련했습니다. 이번 작품의 공간적 배경은 기존의 어떤 작품과도 비교가 힘들 정도로 넓습니다. 이 무대는 굉장히 밀도 있게 짜여있고, 실제 그리스 근처의 지형을 최대한 반영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실 이건 전작도 그렇고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의 전통이라 봐도 될 정도니 인정해주어야겠죠. 다소 무리할 정도로 많은 콘텐츠도 이 넓은 공간 덕에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게임을 하다 보면 자꾸 새로운 콘텐츠가 해금되는데, 하면서도 `이걸 언제 다 하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지요.

▲ 맵도 더럽게 넓고요

하지만 결국 끝이 나고, 끝이 나도 또다시 플레이할 생각이 듭니다. 리뷰를 쓰기 위한 플레이 외에 개인적으로는 캐릭터를 바꿔서 2회차를 즐기는 중인데, 다시 해도 재미있습니다. 1회차와는 다른 선택들을 하면서 바뀌는 캐릭터의 대사를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고, 1회차와는 다른 스킬과 무기를 주로 사용하면서 완전히 다른 플레이를 즐기는 것도 재미있죠. 오디세이의 캐릭터 육성 시스템은 의외로 잘 짜여 있어서 마음먹고 원하는 방식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1회차 때는 중반까지 독을 주로 쓰는 암살자로, 후반에는 화염 피해에 집중한 전사로 플레이했고 2회차는 사냥꾼 피해와 동물 조련을 통한 원거리 위주의 전투로 게임을 풀어가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시도는 성공했습니다. 무식할 정도로 많은 양의 콘텐츠를 더 무식하게 넓은 지도에 담아버리는 유비식 게임관이 먹힐지 저 또한 궁금했지만, 확실한 재미로 보답을 받았습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듯, 게임은 재미있으면 그만입니다. 일견 난잡하고 많은 콘텐츠에다 더럽게 넓은 지도이지만, 그 콘텐츠를 거의 빠짐없이 살려냈고, 재미있으니 성공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죠.

▲ 아이템 빌드업의 재미도 있는 편


만점은 될 수 없는 이유
분명히 존재하는 묘하게 아쉬운 어딘가

하지만 오디세이는 분명히 완벽한 게임은 못됩니다. 조금 더 멀리서 바라보았을 때, 오디세이는 콘텐츠와 작품성, 그리고 시나리오의 중심에서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습니다. 전부 다 합격점 안에는 들어오지만, `대단하다`라고 부를만한 부분은 압도적인 맵 크기 외에는 딱히 말하기가 어렵죠. 마치 여러분이 잘 아는 중국 거대 기업의 가전제품의 그것과 같은 느낌입니다. 분명 품질도 많이 따라왔고, 가성비도 훌륭한데 너무 무난해서 오히려 무언가 엉성할 것만 같지요.

▲ 확연히 구분되는 맵상의 밀집도

실제로 게임 중에 이런 점들을 느낄 수 있습니다. 먼저, 맵은 넓지만, 밀도가 균일하지는 않습니다. 초반 케팔로니아, 포키스, 메가리스, 아티카, 그리고 여러 섬까지는 괜찮습니다만, 후반부 영역에 가면 콘텐츠 밀도가 급격히 떨어집니다. 100미터 단위로 늘어서 있던 물음표가 맵 전역에 한두 개밖에 없는 걸 보면 갑자기 플레이 의욕이 꺾이죠. 나중에 DLC로 채워 넣을 수야 있겠지만, 초반부를 디자인하던 끈기가 점점 떨어지는 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개발해서 그런지 다양한 버그도 보입니다. 솔직히 이번 작품의 버그들은 다른 게임이었으면 용납을 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편인데, 단순히 UI 표기의 문제부터 퀘스트나 NPC가 사라지는 문제, 애니메이션의 문제나 메인 시퀀스가 아예 증발해버리는 치명적인 문제까지 보고되고 있습니다. 저는 가벼운 UI 버그나 크래쉬만 경험했을 뿐, 퀘스트나 NPC가 사라지는 경우는 없었기에 큰 문제 없이 1회차를 끝냈지만, 언제나 버그가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안은 있었죠.

▲ 돼지가 바위에 갇힌 날

솔직히 이런 버그들은 이 정도 볼륨의 게임이기에 `이해`되는 것이지, `용납`되는 것들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게임의 진행 자체에 문제가 생긴 경우는 빠르게 수정 패치가 나오지만, 이번 작품의 경우 막대한 게임의 자체적 볼륨 탓인지 수정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불안정한 프레임도 문제입니다. 오디세이의 최적화는 사실 썩 좋은 편은 아닙니다. 5점 만점에 2.5점 정도 될까요? 제가 사용한 컴퓨터는 인텔 7700K CPU, 그래픽카드 GTX 1080에 16GB 램, 그리고 삼성의 32:9 특수 해상도 모니터를 사용합니다. 그리고 중간 옵션에서 평균 35프레임을 뽑아내고 있지요. 아테네 같은 대도시에 들어서면 20대 해상도가 일반적입니다. 이 프레임도 온갖 세팅과 편법을 거친 끝에 확보한 겁니다. 최적화의 끝판왕인 `배틀필드` 시리즈에 비교하면 굉장히 질 떨어지는 최적화입니다. 유저들이 세팅법을 알아내서 공유해야 하는 시점에서 이미 잘했다고는 볼 수가 없습니다.

▲ 멋지다(20fps)

그나마 다행이라면, 제가 나열한 단점들이 모두 개선 가능한 문제라는 것입니다. 게임을 말할 때, 그 게임이 가진 문제가 고칠 수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유비소프트는 꽤 시간이 지난 게임이라 해도 곧잘 사후처리를 하는 편입니다. 맵상의 공백이야 DLC가 채워줄 문제이지만, 버그나 최적화는 시간이 지나면 다 잡아낼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죠. 게임의 기본 시스템 자체가 엉망이라면 답도 없는 상황이지만, 오디세이의 문제점은 다분히 한시적인 부분에 머물러 있습니다.


'어쌔신 크리드'가 갈 곳은 어디인가?
성공적인 액션 RPG로의 완성, 그 이후는?

마무리를 지어 봅시다.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 사도 될 만한 게임일까요?"라고 물으신다면, 저는 `네`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웬만하면 세일 기간을 노리라고 하는 저지만, 이번에는 제 가격을 주고 사도 돈값을 하는 작품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시리즈 첫 작품으로 삼아도 괜찮으냐고 물어보시면 오히려 그 점은 더 나아졌습니다. 배경 시나리오보다 게임 자체에 집중한 디자인 덕에 현실 파트는 엔딩까지 다 합쳐도 서너 번밖에 안되고, 그마저도 짧으므로 게임 내용을 이해하지 못할 일도 적습니다.

▲ 게임 시작 전 할 일: 영화 300 보기

팬으로서 바라볼 때,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의 성공적인 모습은 복잡하게 다가옵니다. 장르적 변화나 게임의 흐름은 반대할 나위가 없습니다. 이미 오랜 팬들은 암살단이 진짜 `암살`만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 아닌, 어떠한 사상과 이념을 나타내는 집단에 더 가깝다는 것을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암살을 하던 암살단이 `사상의 비밀결사`로, `고대 종족의 후손`으로 변해오고 이제는 그 배경만이 아지랑이처럼 존재하는 지금, 기존 팬으로서는 `게임은 재미있지만, 사랑하던 많은 것들이 소거된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만큼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는 대단히 잘 만든 게임입니다. 설정상 없는 게 당연함에도 암살검과 암살단, 그 문양이라도 볼 수 있다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지요. 이변이 없는 한, 유비소프트는 앞으로도 이 길을 걸어갈 겁니다. 항간에 떠도는 루머로는 오리진부터 고대 배경의 3부작이 예정되어 있고, 세 번째 작품은 `로마`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하니 아마 가장 가능성 있는 시간대는 기원전 264년부터 시작된 `포에니 전쟁` 시기가 될 확률이 높겠지요.

▲ DLC에라도 나와서 다행이야...

하지만 어떤 이야기가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오리진`까지는 모든 작품이 암살단과 템플러간의 대립, 사상의 대립,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대립 등 두 집단 간의 갈등을 키워드로 삼아왔습니다. 하지만 오디세이의 이야기는 그와 동떨어진 가족의 화합에 중심을 두었고, 집단의 대립은 거들뿐입니다. 통일성이 깨진 지금 다음의 어쌔신 크리드가 어떤 이야기를 할지는 유비소프트만 아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달리 말하면, 굳이 어쌔신 크리드가 아니어도 전혀 상관없는 게임입니다. 재미는 있는데 제다이는 나오지 않는 스타워즈를 본 기분이고, 여전히 강하고 정의롭지만, 방패는 집에 두고 온 캡틴 아메리카를 보는 그런 기분이죠. 게임 리뷰를 한두 번 쓴 것이 아니지만, 이렇게 복잡한 심정의 마무리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영화가 망해서 스토리는 딱히 밀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한 걸까요? 점점 재밌어지고, 점점 나아지지만, 자신만의 색은 옅어져 가는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의 미래를 어떤 마음으로 기다려야 할지, 고민되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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