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9(이하 C9)이 프나틱과의 4강전을 마지막으로 '2018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일정을 마감했다. 자신들의 역대 최고 성적(8강)을 경신한 C9은 롤드컵 기간 동안 좋은 밴픽과 기대 이상의 경기력으로 북미 팬덤은 물론이고, 전 세계 LoL 팬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선사했다.

사실 2018 시즌 초만 하더라도 C9이 받는 기대는 크지 않았다. 리빌딩을 거치며 오히려 팀의 전력이 약해진 게 아니냐는 평을 들었고, 실제로 스프링 스플릿 성적도 6위에 그쳤다. 2017 롤드컵 8강이라는 성적에 비하면 한없이 초라한 결과였다. 그러나, 시즌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C9은 해답이라도 찾은 듯 경기력을 끌어올렸고, 섬머 준우승에 이어 선발전까지 뚫고 북미 3시드로 롤드컵에 합류할 수 있었다.

그리고, 롤드컵에서 유독 강한 모습을 보였던 C9은 이번에도 북미팀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유일하게 8강에 오른데 이어, 아프리카 프릭스를 무려 3:0으로 제압하고 4강 티켓을 손에 넣었다. 팀 창단 이래 최초의 4강 진출이었을 뿐만 아니라 북미 최초의 4강이었다. 결승까지는 오르지 못했으나, C9은 스스로와 북미 모두에게 큰 선물을 남기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 험난했던 여정, 가까스로 거머쥔 기회

앞서 언급했다시피 C9은 2018 시즌을 맞아 탑-정글 로스터에 변화를 줬다. 한국인 용병 탑 라이너 '임팩트' 정언영과 '레이' 전지원이 팀을 떠났고, 빈 자리를 2부 리그격인 아카데미 출신의 신인 탑솔러 '리코리스'로 채웠다. 정글에서는 1년 간 주전으로 활약한 '컨트랙츠'를 내보내고, '스벤스케런'을 영입했다.

팬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는 변화였다. '리코리스'가 캐리력과 포텐이 있는 선수긴 했으나 신인이었고, '스벤스케런'은 2017 롤드컵을 기점으로 경기력이 무너졌다는 최악의 평을 듣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니키'-'스무디' 봇 듀오 역시 기대감이 적었다. 결국 믿을 건 '옌슨' 뿐이라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 라이엇 게임즈 플리커

스프링 스플릿을 6위로 마감한데 이어 섬머에서도 1라운드 꼴찌라는 최악의 성적을 거두면서 우려가 현실이 된 듯 싶었다. 하지만, 롤드컵 버프라도 받은 듯 C9의 뒷심은 어마어마했다. 2라운드 전승이라는 대기록을 만들어내며 결승에 진출한 것이다. '블레이버'-'옌슨', '스벤스케런'-'골든 글루'라는 두 개의 미드-정글 카드를 적절하게 활용한 점과 신인왕 '리코리스'의 활약, 안정적인 봇 듀오라는 삼박자가 잘 맞아 떨어진 결과였다.

비록 결승서 팀 리퀴드에게 패해 롤드컵 직행에는 실패했지만, 선발전에서 롤드컵 개근을 노리는 TSM을 무너뜨리고 3번 시드를 거머쥐는데 성공했다. 플레이-인 스테이지부터 시작되는 긴 일정이긴 해도, 리그 하위권을 달리던 시즌 초반을 생각하면 6년 연속 롤드컵 진출(2013~2018년)을 이어간다는 자체가 C9에게는 큰 수확이었다.

그러나, C9에게는 더 큰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갬빗 e스포츠의 선전에 진땀승을 거두고 올라간 본선에서 죽음의 조라 불리는 B조에 편성된 것이다. 당시 B조는 한국, 중국, 유럽, 북미 4대 지역 리그로만 구성된 유일한 조였고, 설상가상으로 막강한 우승후보로 불리는 RNG와 디펜딩 챔피언 젠지 e스포츠가 자리잡고 있었다.


■ 상체 중심의 난전 메타, 빛났던 밴픽

그렇게 시작된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 1라운드. 이변은 없었다. 유럽의 바이탈리티를 잡긴 했지만, RNG와 젠지에게 모두 패하며 1승 2패를 거뒀다. 이대로라면 8강 진출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이때, C9의 롤드컵 버프와 뒷심이 또 한 번 발휘됐다. 2라운드에서 세 팀 모두를 잡는 반전의 결과를 만들어내며 1위 결정전까지 올라선 것이다.

2라운드 전승의 중심에는 '팀별 맞춤 밴픽'이라는 '래퍼드' 복한규 감독의 전략이 있었다. 깜짝 카드 헤카림은 녹턴, 르블랑과 함께 젠지의 허리를 무너뜨렸고, RNG전에서는 '우지'를 봉쇄하는 글로벌 스킬과 위협적인 대미지 스킬이 조화를 이룬 조합으로 승리를 거뒀다. 바이탈리티와의 경기에선 사이온-에코에 대항하는 신지드-질리언 픽으로 재미를 봤다.

더불어 상체 싸움이 주를 이루는 난전 메타에서 팀의 에이스 '옌슨'과 떠오르는 탑솔러 '리코리스'는 막강한 존재감을 뿜어냈다. 강력한 탑-미드 덕분에 '스벤스케런'도 자신의 강점인 공격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었다. 베테랑 원거리딜러 '스니키'는 팀에 안정감을 보탰고, '제이잘'은 서포터만이 할 수 있는 슈퍼플레이를 제대로 보여주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객관적인 전력상 열세였던 프나틱과의 4강 대결에서도 여러 깜짝 카드를 꺼내들면서 변수를 창출하려는 좋은 시도를 보였다. 탑 도벽 빅토르의 대처 픽으로 에코를 준비해왔고, 원딜 빅토르와 레오나-리산드라-아트록스로 이어지는 강력한 CC 조합을 꺼내들기도 했다.

▲ 출처 : 네이버TV

라인전부터 파괴적인데다가 운영까지 완벽했던 프나틱에게 인게임에서 빈틈을 허용하며 3:0 패배를 하긴 했지만, 그 안에서 조합의 시너지가 발휘되는 장면은 여럿 나왔다. 특히, 원딜 빅토르가 나온 2세트에서는 CC 연계를 바탕으로 상대를 잘라내거나, 한타 역습을 제대로 가하며 초중반을 끌고가기도 했다. 유종의 미라는 말이 딱 알맞은 경기였다.

C9의 롤드컵은 그렇게 끝이 났다. 비록 결승전까지 오르지는 못했으나, 누구도 예상치 못한 북미 3시드 팀의 선전은 롤드컵의 큰 재미 중 하나였다. 플레이-인 스테이지부터 4강까지 긴 여정 동안 무엇이 나올지 기대되는 밴픽과 인게임에서의 슈퍼 플레이로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준 C9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