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사는 인생에서 '세계에서 가장 ~한'이라는 타이틀이 붙게 되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요? 특히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나 전문적인 분야에서 말이죠.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님을 알기에, 누군가 한 분야에서 꾸준한 모습으로 '세계에서 가장'에 걸맞는 기록을 세우고, 그것이 궁극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그 분야의 '레전드'라고 칭하곤 합니다.

모두가 인정할만한 세계 기록을 세우는 것도 어렵지만, 그것을 20대의 나이에 이룬 두 선수가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봇 듀오'로 알려진 SKT T1의 '뱅'배준식과 '울프' 이재완. 그들은 함께 한 시간 뿐만 아닌, 경이로운 커리어로 실력을 증명해 오며 LoL 리그 역사 속 봇듀오의 레전드로 기록되곤 합니다.

▲ 좌: '뱅' 배준식, 우: '울프' 이재완


2018년 겨울 어느 날, LoL 파크에서 이 오래된 봇듀오를 간만에 만나게 되었습니다. 유니폼을 입은 채 연습실에서 SKT T1 차를 타고 와서 만난 것이 아닌, 편한 차림으로 각자의 집에서 온 그들. 시즌 중에 진행하던 인터뷰와는 시작부터 기분이 사뭇 달랐습니다.

'레전드 봇듀오의 작별 인터뷰'라고 거창하게 가제를 지었던 본 인터뷰는, 그들의 호탕한 모습도 담아내기 위해 영상으로도 촬영이 되었습니다. SKT T1의 공식 유튜브에서 생생한 영상을 발표하기에 앞서, 못다한 이야기들을 팬 분들께 먼저 글로나마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새로운 시작을 앞둔 전설적인 봇듀오이자, 오랜 친구인 그들의 이야기를 아래 인터뷰에서 먼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Q. 언제 나중에 또 이렇게 두 분 인터뷰를 같이 하게 될까요? 모쪼록 작별 인터뷰로 이렇게 만나게 되었네요. 인터뷰에 앞서, 늘 그랬듯 인사 부탁드립니다.

'울프' 이재완: 안녕하세요, T1에 있었던…

'뱅' 배준식: 벌써 그렇게?

울프: '울프' 이재완입니다.

: 안녕하세요 '뱅' 배준식입니다.

울프: 끝이야? 그런 스타일이야?


Q. 과거부터 간만에 짚어 볼게요. 나진 실드에서의 호흡을 맞췄던 이후, 시간을 뒀다가 SKT T1 S팀에서 다시 한솥밥을 먹게 되었죠. 어떤 과정이 있었나요?

울프: 재밌는 사건들이 좀 많았죠. (배)준식이가 참... 제 은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저는 처음에 (나진 실드에서 나온 후) 다른 팀에 간다고 했는데, 준식이가 '야, 그러지 말고 SKT T1으로 가자' 하고 얘기해줬어요. 고마웠죠.

: 당시는 이적 기간이었는데, 제닉스에서 나오고 나서 SKT T1의 원거리 딜러로 지원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당시에는 많은 팀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SKT는 명문 팀이라는 인식이 있었어요. 그 때는 마음이 맞는 서포터와 함께 테스트를 보는 경우가 많았어요. 지금처럼 원거리 딜러, 서포터 각각 테스트를 봐서 입단을 하기보단 테스트부터 같이 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죠.

당시 SKT의 경쟁률이 꽤 셌지만, (이)재완과 제가 가면 그냥 합격할 수 있을 정도로 저희가 경쟁력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재완이에게 ' SKT로 같이 가야 우리 인생이 바뀔 것이다'라고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나요. 그렇게 같이 하게 되었고, 테스트 경쟁 끝에 최종적으로 S팀에 합격을 하게 되었죠.

울프: 그리고 선수 이전에 친구라, SKT에서 (봇듀오로)만나 반갑기도 했죠.

: 그 당시엔 저희가 정말 나이가 어렸고, 다른 많은 선수들 중에서도 가장 어린 편이었어요. 그래서인지 같은 나이라는 것만으로도 의지가 많이 되었어요.

▲ SKT T1 S팀 시절 두 선수의 모습


Q. 그렇게 다시 만나게 된 SKT T1 S팀 시절, 높은 경쟁률을 뚫고 들어간 팀의 느낌은 어땠나요?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경기가 있다면 무엇이 있나요?

: 개인 방송에서도 언급을 자주 하는데, 경기를 하는 시간은 경기를 준비하는 시간에 비해 아주 짧아요. 9:1 보다도 더 한 정도죠. 그래서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기보다는 준비를 하면서의 에피소드가 더 기억에 남아요.

가장 오래된 기억을 떠올려보면, S와 K팀이 통합이 되던 당시의 김정균 코치님께 지도를 받았어요. 그 때는 서포터가 이니시를 여는 역할이었어요. 김정균 코치님께서 '이니시를 좀 하라’는 피드백을 재완이 귀에 박히도록 했어요. 재완이가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로(웃음). 아마도 마스터즈 대회 시절이나 그 쯤에, 재완이가 애니로 결국 캐리를 해내고나서 코치님이 ‘드디어 하는구나’ 하고 인정했던 기억이 나네요.

울프: 그땐 제가 그렇게 게임을 했다는 것조차 몰랐어요. '이렇게 게임을 하면 이기는구나' 이런 것도 몰랐어요. 그 시절의 팀은 계속 이기는 팀도 아니었고, 전 정확히 이기는 법을 알지 못했죠. 당시에 코치진이 ‘지금 플레이는 대체 뭐 하는 거냐’ 식으로 말씀을 하셨던 적이 있어요. 저는 그런 엄한 피드백을 받는 게 처음이었어요. 힘들긴 했는데, (시간이 지나며) 점점 나아지고 게임 보는 눈도 달라지며, '그런 게 다 잘 되라고 하는 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신뢰를 갖게 되었죠. 그 이후로 어느 순간부터 알리스타 등 이니시를 여는 챔피언들을 잘 하게 되었죠. 각성한 기분이었어요. 요새도 신인 선수들이 오면 감독님이 그 얘기를 하세요. ‘울프도 처음엔 그랬다’ 하고요.

: 지금 생각하면 당연한 플레이가 당시엔 새로운 플레이였어요. 지금까지도 잘 하는 선수들은 다 그런 변화를 받아들이고, 코칭 스태프들이 지도를 잘 해준 선수들일 것이에요. 앞으로 잘 할 선수들이기도 하고요. 게임이 워낙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해요. 저희는 그런 걸 처음 느껴봤던 그 당시가 기억에 남아요.



Q. 뱅 선수도 그 옛날에 혼난 것이 기억 나기도 하나요?

: 많죠. S팀에서 느끼지 못했던 부분들을, 팀이 통합이 되며 코치님께 집중적으로 지도를 받았어요. 제가 생각했던 게임의 틀이 전체적으로 변한 수준이었죠. 그리고 잘 할 때는 칭찬도 받고, 못할 땐 혼나기도 하고… 아니 혼났다기 보단 알려주신 것에 가깝죠. 14-15년 당시 선수들이 아주 재능이 있었어서, 혼나기 보단 알려주시면 바로 터득하곤 했어요.


Q. 시간이 흘러, 많은 팬들은 2015년과 2016년도의 SKT T1을 전성기로 해석하고 있어요. 성적, 스타일 등 많은 면에서 말이죠. 비로소 '월드 클래스'에 도달했다고 말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죠. 뿌듯함과 동시에 무게감이나 부담 역시 컸을 것 같은데, 어떤 기분이셨나요?

: 무게감에 대해서, 15년도에는 잘 몰랐어요.

울프: 난 16년도도 사실 좀…

: 15년도엔 정말 팬 분들께서 저희가 정말 전성기고, 성적도 좋으니 '선수들도 그 시절을 좋아하겠지' 하고 생각을 하세요. 하지만 저는 그 시절을 다시 살라고 하면 절대로 돌아가기 싫어요. 그 정도로 힘든 기억이에요. 그만큼 준비를 열심히 했고, 제 무빙과 CS 하나하나에 머리 끝까지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그러다보니 우승은 당연하다고 생각을 했죠. 코치님과 롤드컵 결승전 전에 아침을 먹으며, ‘우리가 우승을 못하면 말이 안 된다. 신이 버린 것일 것이다’ 라고 할 정도였어요.

‘월드 클래스’의 무게를 느낀 것은 16년도에 들어섰을 때예요. 팬들이 기억하고 있던 잘하는 모습은 15년도의 모습이었어요. 그 모습에 맞추려고 정말 노력을 많이 했죠. 정말 저희는 최대한의 노력을 했었어요. 결과적으로 좋게 평가해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그 당시 스프링 시즌에서 성적이 안 나올 때 안 좋은 말도 듣고, 반항심도 생기고, 왜 저를 욕하는 것인지에 의문도 들었어요. 프로의 매너리즘이나 정상의 무게가 그때 느껴지기도 했어요. 특히 16년도 초반에 그런 것에 대해 깊게 고민하게 되었죠.

울프: 준식이가 얘기했던 것처럼 15년도엔 정말 울면서 준비했어요. 애초에 우승의 경험이 많은 멤버들도 아니었고, '월드 클래스'의 무게를 느낄 겨를도 없었어요. 그 해는 준비한 만큼 나온 것 같았어요.

그리고 16년도엔 성적이 잘 나올 줄 알았어요. 15년도 때만큼 열심히 했어요. 그러다가 많이 질 때는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왜 이러지? 작년과 뭐가 다르지? 작년과 비슷하게 준비했는데. 왜 욕을 먹는거지?'. 그래서 16년도도 15년과 마찬가지로 울면서 준비했죠.

: 연습 과정이 힘들다기 보단, 저희를 응원해주시는 팬분들이 많은 만큼 안좋은 얘기를 하시는 팬분들도 많았어요. 그 때는 어린 마음에 안 좋은 말이 더 잘 보였었죠. 그런 걸 전에 본 적이 없었으니까.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왕관을 썼달까? 그래도 그런 말들에 너무 힘든 건 아니었고,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정도예요.

▲ 큰 명예에는 큰 인내가 필요한 법이었다.


Q. '이겨야 본전' 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작은 실수에 많은 악플을 받아 제법 많은 상처를 받았을 법 한데요. 어떻게 그런 부담을 극복할 수 있었나요?

: 저는 16년 초반부터 심리 상담을 받았고, 그 때부터 제가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팬분들은 저한테 완벽한 모습을 바랄텐데, 제가 그 것에 맞춰가는 와중에 실수를 한다 하더라도, 점차 팬분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바뀌어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욕을 먹는 것도 당연하고, 다른 스포츠도 이는 똑같다고 생각했어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생각하게 되었죠.

울프: 전 사실 악플들의 비율이 굉장히 적다고 생각해요. 좋은 얘기가 9개 있으면 악플 하나 정도? 그래도 아무래도 잘 보이긴 하죠. 하지만 그런 반응도 관심이고, '날 좋아하니까 그러겠지?' 하고 자기 최면을 걸기도 했어요.

: 전 그때 그렇게 생각 못 했어요. '내가 왜 욕 먹어야 하지?' 같은 생각을 많이 했어요.

울프: 그리고 편지들로 많은 도움을 받기도 했어요. 인터넷에 악플은 달리더라도, 편지에까지 욕을 쓰는 사람까지는 없으니까. 설레는 마음에 편지를 열었는데 욕이 있다면 어우… 소름 돋을 것 같아요. 아무튼 편지를 모으곤 하는데, 편지들을 보며 케어를 했죠.


Q. '전성기' 라고 불리운 시절을 지나, 2017년과 2018년에는 상당히 고생을 했죠.

: 고생을 많이 하긴 했죠. 경기력이 안 좋은 것에 대해선 17-18년도든 그 전이든 언제나 똑같은 스트레스를 받아요. 16년도를 겪으며 안 좋은 생각을 한 게, '이렇게 살다가 죽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대체 나는 언제까지 이렇게 기계처럼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도 말이죠.

특히 17년도 스프링 결승 확정 후, MSI의 일정을 듣고서는 머리가 돌아버리는 느낌이었어요. MSI의 기존 2주 일정이 두 배 늘어나 한 달 일정이 되고, 다녀오면 바로 섬머 시즌이 시작된다는 걸 듣고나서… '일정이 너무 힘들다. 우리 언제 쉬냐. 우리는 기계냐' 하는 생각이 들었고 어필을 했어요. 그리고선 팀 차원에서 쉬는 시간에 대해 허락을 받았어요. 그 때부턴 다른 팀에 비해 좀 놀기 시작했죠. 지금 생각해보면 잘못된 것이었…지?

울프: 어떻게 보면 지는 게 당연했지.

: 잘못됐던 것이죠. 프로 게이머로서의 목표가 승리가 아닌, 아니 승리와 더불어 그에 못지않게 좀 쉬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어요. 그렇게 쉬엄쉬엄 하며 한 달 정도 지냈어요. 경기력이 안 좋아지고, 그걸 보며 '이건 아니구나' 하고 마음을 다잡았어요. 하지만 경기력을 온전히 회복하진 못했고, 비판도 많이 받았죠. 당연히 반성하고 있어요. 어쨌든 그렇게 힘들게 보냈어요. 사실 그 경험은 언제든, 딱 그 때가 아니었어도 분명히 그런 시기는 왔을 거예요. 물론 힘들었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지금의 저를 있게 해준 시간이라 생각해요.



울프: 17년도의 그 한 달, 두 달이 짧아 보여도 선수에겐 긴 시간이에요. 그 시간에 다른 선수들은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고, 그 차이를 따라가긴 힘들어요. 지금 와서 생각을 해보면 성적이 잘 안 나온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다른 선수들은 그 시간에 많은 연습을 했을 테니까요. 제가 프로를 하며 모토로 삼는 게 ‘후회하지 말자’ 인데, 그 당시가 제겐 후회스러운 시간이 되었던 것 같아요.

: 그런데 만약 그 시간으로 돌아가서 다시 살아보라고 한다면?

울프: 또 놀겠지?

: 놀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을 해요. 만일 누가 제게 '18년도의 로또번호를 미리 알려줄테니, 15년도로 돌아갈래?' 한다 해도, 얼마를 줘도 안 할 정도로 힘들었어요. 그렇게라도 머리를 식히지 않으면 ‘내가 살 수 있을까’ 하는 극단적인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울프: 정말 쉬는 시간이 없었어요. 시즌이 없는 기간에도… 아니 애초에 경기가 없는 시간이 없었네요.

: 당시 성적이 안 나왔던 팀들은 시즌 중간 공백 기간이 기니까, 케스파컵 같은 리그를 많이 만들어달라는 입장이었어요. 저희는 MSI와 롤드컵, 케스파컵 모두를 소화하며 아예 쉬질 못했어요. 일 년 중 가장 길게 쉬는 날이 3일? 4일? 그것도 추석이었어요.

울프: 추석도 딱 3일만 휴식. 그리고 롤드컵 며칠 뒤에 케스파컵을 하기도 했어요. '롤드컵 고생해서 다녀왔으니
마음 편하게 출전해라. 져도 상관없다.' 는 말을 하시면서도 '그래도 스크림은 좀 하고 가야 하지 않겠나' 라고 말을 하시면... 거기서 돌아 버렸던거죠.

: 어쩌면 다른 팀들에겐 배부른 소리겠지만, 당시 일정에 의해 너무나 힘들었어요. 이에 대해 아는 사람이 많진 않을 거예요. 아무튼 저희가 게을렀던 시간은 프로 의식이 좀 부족한 모습이었고, 다신 없을 모습이에요. 프로라는 이름은 굉장히 무거운 거예요. 저희가 프로라는 타이틀을 달면서 인간적인 모습까지 다 고려해달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지금에서야 말하는 건, 저희가 프로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뭐 한 때 그런 과정이 있었다 정도로, 그리고 누구도 탓할 수 없는 잘못된 모습이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Q. 이제 현재로 돌아와서, 작별을 앞둔 봇듀오의 이야기로 넘어가 봅니다. 아마 이번 이동을 결정하면서, 미래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을 법 해요. 내년은 어떤 한 해가 될 것 같으며, 앞으로는 어떤 프로 게이머가 되고 싶나요?

: 프로 게이머들의 환경이 점점 좋아지고 있어요. 굉장히 매력적인 직업이기도 하고 제게도 잘 맞아요. 프로는 오래 할 것 같아요. 저도 오랜 시간을 보내며 성장하고 있고 팬분들과 그런 모습을 같이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행복해요. 아무나 겪을 수도 없고. 의미있게 생각하고 있고요. 언젠간 이런 시간도 끝이 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남은 이 시간을 의미있고 긍정적으로 나누며 살아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물론 프로 게이머로서 경기력은 기본이고 말이죠.

울프: 아까 질문과 이어지는 이야기이기도 한데, 너무 힘들다보니 자주 이야기하곤 했다. ‘아 나 진짜 안 한다. 진짜 그만둔다’. 그러고 뉴스가 나오죠. ‘이재완 재계약’(웃음). 이제 진짜 SKT T1를 떠나며 새로운 도전을 하게 돼요. 아마 프로 게이머는 계속 할 것 같아요. 뭔가의 문제가 있지 않는 한 말이죠. 제가 이번에 가장 기대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새로운 환경이에요. 어느 팀이든 지역에 가든 전 사람 만나는 것, 새로운 환경에 던져지는 것을 좋아해요. '모든 새로운 경험은 좋은 것'이라 생각해서 기대가 돼요. 약간 무섭기도 해요. '내가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것. SKT T1에서 5-6년이라는 오랜 시간을 있었고 말이죠. 그래도 굉장히 기대를 많이 하고 있어요.

: 전 두려움 보다는 호기심이 많아요. 설렘, 궁금함, 재밌겠다는 감정이 커요. 어느 지역에서든 팬이나 구단이나 의욕적이며 좋은 기운이 흐르기 때문에 두려움은 없어요. 게임으로 하나되는 느낌이죠. 새로운 환경과 부딪히는 게 지금이라면 저도 준비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에요.


Q. 가장 어린 봇듀오에서 맏형이 되기까지 5년이 넘는 시간이 있었죠. 과거의 자신에 비해 지금 뭐가 가장 달라져 있다고 생각하나요? 그리고 서로에겐 어떤 변화가 보이나요?

울프: 사람 자체가 변했죠. 오랜 기간동안 만났던 팀원들 모두가 저희를 만들어 왔어요. 제 스스로 가장 달라진 건… 저는 매년 말이나 행동, 예의 부분에서 한두 가지의 실수를 계속 했는데, 언제나 바로 잡아주는 팀원들과 코치님, 감독님이 계셨어요. 실수를 안 하게 된 것. 그게 가장 변한 것 같네요.

: 개인적으론, 프로 게이머 전후로 가장 변한 건 생각의 과정이에요. 기본적인 생각의 단계가 변했어요. 감정이 억제 되었다고 해야 할까요? 어떤 이야기를 해도 그 것이 맞고 틀리고를 깊이 생각해요. 어떤 음식을 두고 누가 맛있다고 하면 그냥 그대로 듣는 것이 아닌, 정말 이게 맛있는 게 맞는걸까? 맛이 없는 게 아닐까? 그런 느낌 이랄까요. 사고방식 자체가 변했어요. 이렇게 생각한 이유가, 게임에는 정답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 정답과 오답을 빨리 파악하는 게 중요하죠. 그런 생활을 하다보니 주변 사람들이 제게 '왜 넌 감정 표현이 없냐'고 묻기도 해요.


Q. 울프가 보기에 그 동안 뱅에게 가장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울프: (웃음)살 부분도 정말 큰 이슈였죠. 처음에는 준식이와 같이 운동을 하다가 저는 중간에 포기했어요. 그거에 대해 ‘얜 뺐는데 넌 뭐하냐’는 소리 참 많이 들었어요. 약간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죠. 일단, 서로 정신적으로 성장을 많이 했어요.

▲ 과거에 턱살을 자주 잡혔던 통통한 뱅의 모습. 이제는 아마도 수염만 잡힐 것이다.


Q. 뱅이 생각한 울프의 변화는 어떤가요?

: 정신적인 성장 같은 것밖에 없어요. 어른들이 말하듯, '어린 애가 이렇게 컸다' 하는 느낌. 점점 어른이 되어가는 느낌이에요. 모습, 지식, 지혜, 말투 모두 말이죠.


Q. 오래 몸 담았던 만큼 모두를 잊을 수 없겠지만, 팀에서 특별히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 지 궁금해요.

울프: (배)성웅이 형에게 한마디 하고 싶네요. 언제나 고맙고 그런 게, 제가 정글도 잠깐 했었으니까요. 성웅이 형과 밤새 토론을 했었어요. 정글을 제가 하는게 맞나 아닌가에 대해서요. 당시엔 정글에 자신도 있고 해서, 성웅이 형에게 '내가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형 현역 때 하던거 배우면 되지 않나' 라고 하니 성웅이 형은 '어려울걸 하…' 라고 하곤 했어요. 매일같이 상담을 했죠. 최병훈 감독님도 감사드려요. 김정균 감독님이 저를 게임 내적으로 성장시켜 주셨다면, 최병훈 감독님은 게임 외적으로 절 성장시켜 주셨어요. 물론 김정균 감독님도 안 그런 건 아니지만 말이죠.

: 워낙 같이 했던 선수들도 많고 한데, 이 자리를 빌어 말하자면… 일단 가장 기억에 남은 건 저를 챙겨주고 받아 주셨던 형들이 생각나요. 17년과 18년에 저희가 맏형이 되면서, 동생 팀원들을 보고 '아 이게 쉽지가 않구나' 하고 느꼈고, 제가 어렸던 시절 형들에게 받은 것들 만큼 다 해주지 못한 것 같아 아쉽기도 해요. 그래도 잘 따라줘서 고맙다고 생각해요. 사무국도 당연히 감사하죠. 정말 불편한 게 하나도 없었어요. 정말 대단하고, 앞으로도 더 잘하실 것 같아요. 감독님과 코치님도 지금까지 다 잘 해 오셨고, 언제든 장점을 살리실 분들이라 생각해요. 다들 감사드려요.


Q. 마지막 질문입니다. SKT T1과 봇듀오를 그 동안 응원해주신 분들께 한 마디 해주시겠어요?

: 이걸 보시는 분들 중에선 팀원의 팬도 있겠지만 SKT T1 구단, 더 크게 LCK의 팬들, 그리고 LoL 팬들에게도 말을 전하고 싶어요. 항상 경기를 보며 좋은 기운 받아가시고, 협곡이 일상의 스트레스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안좋은 기억을 해소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그리고 지금 남아있는 팀원과 코치진, 사무국 모두 너무 열심히 하고 있고, 열심히라는 표현이 아까울 정도로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저는 떠나게 되었지만 남은 팀원들을 잘 부탁드리며, 많이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고, 제가 떠날 때 많이 위로해주고 격려해주시고 슬퍼해주신 것들도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SKT T1 보며 행복한 감정 많이 느껴주세요.

울프: 제가 안 좋은 생각을 할 때마다 팬분들이 저를 지탱해 주셨다고 생각해요.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말들이, ‘덕분에 경기 보며 많은 힘을 얻어간다’는 거예요. SKT T1을 응원하고 저를 응원하며 팬분 자신도 힘을 얻는다는 말들을 많이 해주셨는데, 그런 메시지가 담긴 편지들을 다 모아요. 그리고 힘들 때마다 한 번씩 열어보죠. '그래도 내가 잘 하고 있구나. 내가 힘이 되어주고 있고, 헛 살진 않았구나' 생각을 해요. 그런 응원들이 제게는 아주 큰 의미고, 버팀목이에요. 제가 뭐라고 그렇게 사랑해 주시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나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어요.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 이상으로 제게 도움이 되었어요. ‘더 체이스’ 영상도 많은 힘이 되었어요. '울프'가 아닌 '이재완'으로서도 말이죠.

항상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 뿐이에요. 저는 팬과 선수 관계가 쌍방통행이라 생각해요. 언제 어디서든 만나게 되면 좋겠습니다. 오래된 팬 여러분들도 항상 연락 자주 하고 지냈으면 좋겠고요. 어떻게 보면 저희가 신인 팀원들을 남겨두고 온 것인데요, 애들 좀 잘 챙겨주세요. 특히 (이)상호나… 이제 시작하는 새싹같은 친구들이에요. 그런 연구결과도 있지 않나요. 양파에 좋은 말을 해줬더니 잘 자란다던가. 우리를 사랑해주셨던 만큼 남은 팀원들을 많이 사랑해 주세요.



Q. 정말 마지막으로, 이 질문을 뺄 수가 없죠. 전설적 커리어의 봇듀오에서 이제는 경쟁자로, 하지만 여전한 친구로 남게 되었어요. 서로에게 한 마디를 한다면요?

: 경기에서 상대로 만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뚜드려 패야겠지만…

울프: 너무 재밌겠는데?

: 가끔 연락하고 지내면… 서로 의지가 되죠. 최근 들어 사람 복이 많다는 생각을 해요. 프로 게이머로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많이 만날 예정일 것 같아요... '좋은 사람이었다. 앞으로도 좋은 사람이길 바란다. 하지만 경기에서 만나면 뚜드려 패 주겠다.'

울프: 일단은 친구니까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게임에서 친구 만나서 뚜드려 패는것만한 재미가 또 없죠. 솔랭에서 만나면 진짜…

: 솔랭을 하기엔 거리가 멀 수도 있지.

울프: 솔랭도 그렇게 재밌는데, 대회에서 만나면 아… 얘가 뭘 싫어하는 지 알고, 어떤 상황을 제일 싫어하는 지 알기 때문에 정말 재밌게 괴롭힐 수 있을 것 같아요. SKT를 상대로 만날 때도 말이죠. '이러면 감독님 머리 좀 아프시겠는데~?'

: 재밌는 스토리죠.

울프: 실제로 다른 팀으로 간 듀크나 임팩트 만나게 되면… 진짜 재밌어요.

: 진짜 마지막 한 문장만 할게요. T1에서 활동하면서 팬분들 팀원들. 같이 한 기억들이 너무나 소중하고, 여러분들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안녕!

울프: 건강 조심하세요!

: 건.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