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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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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중국의 오보로 무라마사를 꿈꾸다, '블레이디드 퓨리'

원동현 기자 (Wony@inven.co.kr)


⊙개발사: 넥스트 스튜디오 ⊙장르: 횡스크롤 RPG ⊙플랫폼: PC ⊙발매일: 2018년 12월 18일

게임은 참으로 변화무쌍한 미디어다.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예술이 그곳에 담겨있으며, 때로는 역사와 문화마저 같이 자리하고 있다. 거기에 게임 특유의 창의성을 얹어 새로운 변화를 꾀해 또 다른 가치를 창출하기도 한다. 옛것을 새것으로 만드는 놀라움을 간직한 미디어가 바로 게임이다.

최근 텐센트 산하의 넥스트 스튜디오에서는 '블레이디드 퓨리(Bladed Fury)'라는 아주 독특한 게임을 출시했다. 춘추전국시대 배경에 이색적인 설정을 덧입혔다. 화풍은 아주 거칠고 투박하다. 그러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세련미가 느껴지는 오묘한 매력을 가진 작품이다.

출시 전부터 알음알음 입소문을 탔던 작품이다. 넥스트 스튜디오가 꾸준히 좋은 작품을 만든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기도 했고, 블레이디드 퓨리 자체의 존재감이 워낙 걸출했다. 중국판 오보로 무라마사의 탄생을 많은 이가 기대했다.

그리고 지난 12월 18일, 스팀에 블레이디드 퓨리가 출시됐다. 한국어 역시 지원된다. 평가 역시 '매우 긍정적'이다. 그 속에 담긴 동양 판타지를 만나볼 일만 남았다.


춘추전국시대에서 펼쳐지는 2D 활극


넥스트 스튜디오 측은 블레이디드 퓨리 스팀 페이지를 통해 자신들이 오보로 무라마사의 큰 팬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블레이디드 퓨리는 과거 횡스크롤 RPG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바닐라웨어의 두 작품, '프린세스 크라운' 그리고 '오보로 무라마사'와 꽤나 닮아있다. 개인적인 평가를 더하자면, 조작감은 프린세스 크라운, 전반적 분위기는 오보로 무라마사와 흡사하다.

전투는 직관적이다. 단검과 대검을 번갈아 가며 지상 및 공중 공격을 이어가고, 적절한 방어와 회피로 적의 공격을 파훼하면 된다. 여기에 혼식을 통한 특수기로 변칙적인 플레이를 가미할 수도 있다.

동작 하나하나의 타격감과 속도감은 훌륭하다. 단검 특유의 가벼움은 전투에 경쾌함을 더하고, 대검은 중간중간 변칙적인 무게감으로 색다른 리듬감을 선보인다. 공중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콤보 역시 매력적이다.

▲ 다양한 기능을 가진 혼식

다만, 너무나 단순하다. 이는 작품의 오마쥬라 할 수 있는 '프린세스 크라운'과도 비슷한 문제다. 기본 공격의 폭이 좁아, 금새 동일한 패턴으로 굳어버린다. 아울러 높은 데미지를 낼 수 있는 기술 '중영'의 필수 조건이 저스트가드인 탓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수동적인 플레이가 요구된다.

전투에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 사실상 없다는 것 역시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프린세스 크라운과 오보로 무라마사는 기본적인 캐릭터 공격 외에도 다채로운 아이템으로 전투를 다양하게 풀어나갈 수 있었지만, 블레이디드 퓨리는 사실상 대검과 소검에만 의존해야 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힘이 빠지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잡힌 기본기, 다채로운 혼식의 활용법, 그리고 매력적인 보스 패턴 등에는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아름다운 화풍, 중국의 미를 그려내다


블레이디드 퓨리가 출시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던 이유는 역시나 특유의 화풍 때문이다. 과장된 근육, 굵고 거친 선, 수묵화 기법을 활용한 배경 등 동양의 멋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낸 모습이 눈에 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화풍을 일러스트 뿐만 아니라 게임 전반에 생동감 있게 녹여냈다는 점이다.

첫인상은 어색하다. 어딘가 선이 엇나가 보인다. 무언가 지나친 것 같고, 선의 사용이 과한 것만 같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자연스러워진다. 기암괴석을 그린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것처럼, 기이했던 그림이 어느새 내 눈에 자연히 들어온다. 주인공 계강이 두 다리를 쭉 뻗어 달리고, 혼령들이 기괴하게 웃을 적에도 알 수 없는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 어긋난 듯 보이면서도 매력적인 화풍

배경 역시 인상 깊다. 검은 손들이 서로 억세게 엉켜붙은 듯 이루어진 숲, 꿈의 한 장면을 그려낸 듯한 궁궐, 태양과의 대비가 인상 깊은 가시덤불 등 한 폭의 그림 속에서 캐릭터를 살아움직이는 것만 같다.

이들의 이러한 시도는 비단 블레이디드 퓨리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미스터리 퍼즐 어드벤처 '아이리스 폴', 소수민족의 설화를 담은 '니샨 샤먼' 등 다양한 게임들에서 독특하면서도 아름다운 그래픽을 추구했다.

앞서 언급했듯, 블레이디드 퓨리에는 '오보로 무라마사'의 색채가 담겨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일본이 아닌 중국을 배경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개발팀 측은 과거 공지를 통해 중국식 수묵화와 전통적인 극적 요소를 통해 게임의 뿌리가 중국의 미학에 있음을 알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액션 게임으로서도 좋은 퀄리티를 보여 훗날 '오보로 무라마사' 수준의 게임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라 덧붙였다.

그들의 이러한 시도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그들의 색채는 바닐라웨어만큼이나 강렬하고, 매혹적이다.


전쟁과 공주, 그녀의 운명을 담다


"대...대왕께서 돌아가셨습니다...
공주님의 검이... 대왕의 몸을 찌르고 있습니다!"
"이건... 말도 안 돼... 내가... 아버지를...? 언니... 내... 내가 뭘 한 거야?"

전국시대 초, 제나라의 권신 전화는 음모를 꾸며 제 강공을 죽이고 공주 계강에게 누명을 씌운다. 언니 숙강은 사로잡히고, 강 씨의 시대가 망하니, 역사에서 말하는 전제(田齊)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블레이디드 퓨리는 픽션과 팩트가 섞인 팩션 장르의 게임이다. 춘추전국시대를 배경으로 삼고 있으며, 모략에 빠진 공주 계강의 고군분투기를 다루고 있다. 어느날 계강은 깊은 병에 시달리고 있는 아버지를 문안하러 찾아갔으나, 그 자리에 느닷없이 등장한 괴물을 마주한다. 계강은 혈투 끝에 그 괴물을 해치웠으나, 돌아온 것은 아버지를 시해했다는 모함뿐이었다. 그녀는 사랑하는 언니 숙강을 두고 도망자 신세로 전락한다.

▲ 왠지 겹치는 두 공주

시작과 동시에 모험을 떠나는 공주, '프린세스 크라운'의 그라드리엘과 닮았다. 물론 작품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그라드리엘이 아직 앳된 소녀의 모습을 주로 보였다면, 계강은 훨씬 당찬 인물상을 선보인다. 혼령이 가득한 무덤 앞에서도, 적군이 우글대는 적진 중앙에서도 그녀는 시종일관 당당한 태도를 보이며 사람을 매료시킨다. 그 어떤 강적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자신의 검과 방패를 맹렬히 맞부딪힌다.

스토리 진행 중 등장하는 각종 인물 역시 오묘한 매력을 풍긴다. 스토리의 진행인 비선형적인 만큼, 인물 하나하나의 대사와 배경이 더욱 깊게 와닿는다. 계강에게 새로운 힘을 선사하며 인과율을 논하던 '후예', 자신의 몸을 바쳐 계강을 도망 보내던 언니 '숙강' 등 다양한 인물간의 관계성은 블레이디드 퓨리의 남다른 매력 요소다.


텐센트의 강력한 차세대 동력, 넥스트 스튜디오


넥스트 스튜디오의 행보는 매섭다. 허투로 내딛는 한 걸음이 없다. 그들이 선보이는 게임에는 모두 확고한 이념과 기술력이 동반되어있다. 이번 블레이디드 퓨리가 그러했고, 과거 아이리스 폴을 비롯한 각종 게임 역시 그러했다. 명실상부한 중국 인디게임의 명가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렇게 확실한 실적을 낼 수 있는 이유는 그 배경이 텐센트이기 때문이다. 상업성과는 별개로 작품성과 예술성을 자체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착실한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언허드를 비롯해 넥스트 스튜디오의 각종 게임이 전세계의 상을 휩쓸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돈만 벌줄 안다는 텐센트의 오명을 넥스트 스튜디오가 씻어내기 시작했다.

또 하나의 노림수는 '문화화'다. 이들은 꾸준히 게임 속에 중국의 문화를 강렬한 색채로 담아내고 있다. 블레이디드 퓨리가 그 대표적인 예다. 중국의 역사에 대해 잘 모르는 이더라도, 블레이디드 퓨리를 접한 순간 중국의 역사와 예술이 아름답다는 인상을 갖게 만든다. 아주 효과적인 문화 수출인 셈이다.

넥스트 스튜디오는 또 다른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블레이디드 퓨리는 그들의 발걸음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 다음 행보에는 어떤 결과물이 따라올지 사뭇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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