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없이 흘러갔던 LEC 1주차, 개막전의 주인공은 미스핏츠 게이밍이었습니다. 새롭게 입단한 선수들과 함께 하는 첫 공식 경기였지만, 팬들로부터 개막 전부터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던 미스핏츠. 그리고 로그와 SK 게이밍을 연달아 격추시키며, 기대에 걸맞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팬들을 기쁘게 했습니다.

인벤 글로벌의 유럽 현지 기자인 Adel Chouadria는 경기 후, 막 유럽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서포터 '고릴라' 강범현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미스핏츠의 경기장 개장 팬미팅에서 만난 고릴라는 여전히 친절한 모습이었습니다. 우리에게 늘 보여줬던 모습 그대로 말이죠. 고릴라는 행사 내내 웃음을 머금고 선수들, 그리고 팬들과 끊임없이 소통했습니다.

인산인해를 이루었던 팬미팅이 끝내고서야, 우리는 고릴라와 비로소 마주 앉을 수 있었습니다. 행사가 꽤나 긴 시간동안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열정적으로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진행을 도와주신 미스핏츠의 하지선(@HajinsunTV) 통역, 사진을 제공해주신 DrPuppet(@drpuppet) 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냅니다.





Q. 이전부터 고릴라 선수 본인이 약 2년 마다 팀을 옮겨왔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특히 유럽 팀으로 이적하는 큰 변화를 감행했죠.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이셨는지 궁금합니다.

팀이 2년마다 바뀌는 것이 제게 징크스처럼 따라다니는 듯 했어요. 늘 이걸 깨봐야겠다고 생각했으나 상황상 다 잘 되진 않았었죠. 이번에는 이 팀에서 좀 오래 활동 유지를 해보는 등, 징크스가 깨졌으면 좋겠어요.


Q. 오프시즌 얘기를 해볼게요. 로코도코 등 이적 시즌에 도움을 준 사람들에 대해 잠시 이야기를 해볼까요? 어떤 도움을 줬고 머나먼 미스핏츠로의 이적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궁금하네요.

제가 영어가 완벽하지 않아서, 계약 등 진지한 이야기에 대해 정확하게 소통하긴 힘들더라고요. 로코도코 형이 그 부분을 도와줬어요. 그리고 로코도코 형이 미스핏츠와 이미 친분이 있었어서, 미스핏츠의 구단주가 저를 미스핏츠에 밀어달라고 로코도코 형에게 부탁했다고 해요.


Q. 이번에는 유럽에서 고-한 (고릴라 + 한스사마, 약자로 GoHan: 손오반이라고 불림) 듀오를 선보였어요. 고릴라 선수는 과거부터 경험 많은 원딜러들과 함께 해온 반면, 이번에는 한스 사마라는 어린 선수와 호흡을 맞추게 되었는데, 어떤 기분인가요?

저에게도 큰 변화가 생겼죠. 같이 하던 원딜러 형들의 스타일과, 어린 한스 사마 특유의 공격적인 스타일이 결합되며 제게 좋은 도전이 되고 있어요. 같이 도우며, 서로의 장점을 배우고 있어요.


Q. 어찌보면 현재의 상황이 2014년의 상황과 다른 의미로 겹쳐 보이지는 않는가요? 그 당시에는 고릴라 선수가 지금과 달리 봇듀오 중에서 어린 역할이였죠.

그 시절 나진에서 같이 있던 선수가 세이브, 노페 형들이었죠. 그 때도 새 시즌에 세 명이 바뀌었는데, 이 팀에서도 세 명이 바뀌었어요. 하지만 그 시절엔 막내로 새로 들어가는 입장이었는데, 이번에는 어른으로서 들어가는 입장이라 느낌이 새로워요.

▲ 어린 시절의 고릴라가 몸담았던 2014 나진 화이트 실드의 모습


Q. 그 시절 기억이 나네요. 혹시 어린 시절 함께였던 세이브, 제파, 그리고 노페와는 여전히 잘 지내나요?

세이브 형은 군대에 있어요. 가끔 연락이 오고 최근까지도 주고 받았어요. 정말 오래 알고 지낸 형이라 게임 얘기보단 일상적인 이야기를 해요. 노페 형은 LCK로 돌아왔고, 제파 형도 SKT에 있고. 다들 다른 곳에 있지만, 저와 함께 했던 팀원과 스탭 모두 다 잘 됐으면 좋겠어요.


Q. 그나저나 이젠 팀에서 어른이자 베테랑의 역할을 맡게 되었는데, 책임감이 느껴지겠네요.

책임감도 책임감인데, 그보단 한국에서는 문화 상 막내는 의견을 잘 내지 못하곤 했어요. 그런 게 있죠. 하지만 여기는 너나 할것없이 할 말 다 하고, 분위기가 열려 있어요. 벽이 없어서 좋아요. 그런 문화 차이가 도움이 되고 있어요.




Q. 고릴라 선수의 첫 유럽 무대였어요. 새로운 환경에서 생활하는 것이 마냥 익숙하진 않을 것 같은데, 그래도 오늘 첫 팬미팅에 열심히 참여하는 등 꽤나 잘 적응하고 있는 듯 하네요.

한국에선 시즌 도중에 이런 행사가 진행되는 경우가 별로 없어요. 연습에 집중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전 이런 것이 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환기도 되고, 팬들과 만날 수도 있고요. 저는 팬들 덕에 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자리를 참 좋아해요.


Q. 그렇다면, 게임과 프로 생활 외적으로 베를린에서의 생활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제가 소통이 아직 안 되니까, 혼자 많이 돌아다녀보지 못해서 겪은 건 많이 없어요. 날씨가 우중충한 건 알겠네요(웃음).


Q. 날씨가 안 좋은건 유감이에요. 문득 예전에 인벤과의 인터뷰에서 쇼핑을 하던 모습이 떠오르는데요, 베를린 팬들이 궁금해하는데 이에 대해 설명해 줄 수 있을까요?

한국에서 휴가 때 숙소에만 있다보니, 가끔 나가면 쇼핑을 하곤 했어요. 그 때도 인벤에서 쇼핑 컨셉으로 인터뷰를 진행했었죠. 베를린에서는 아직 쇼핑을 나가지 못했어요. 기회가 되면 꼭 쇼핑을 나가보고 싶습니다.


Q. 이번에는 팀에 대해 잠시 이야기를 해보죠. 여러 국가 선수가 있는 팀에서는 언제나 소통이 이슈인데, 현재 팀 내에서는 누가 커뮤니케이션을 주도하나요?

다같이 의견을 내는 편이에요. 소통이라는게 사실 말이 잘 통해야 하는데, 저는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팀원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어요. 급한 상황에서는 급한대로 문법이 틀린대로, 아는 한 되는대로 말을 해요. 이겨야 하니까. 팀원들이 그런 제 영어를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긴 하네요.

오더 부분에서는, 저는 게임을 오래 하다보니까 스스로 보는 눈이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게임 보는 눈의 기준이라는 것이 사람마다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오더가 한 명에게서만 정해지면 안 된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팀원들의 이야기를 다 들으려고 해요. 상황마다 다르게 오더가 오가요.



Q. 게임 보는 눈에 대해서, 유럽 터줏대감 선배인 소아즈 선수의 눈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요?

소아즈 선수는 저보다 더 오래 했던 선수라, 안 좋은 생각은 전혀 없어요. 게임 보는 눈이 뛰어나죠. 하지만 차이가 있다면, 저는 LCK 기준으로서 이기는 방식에 대한 보는 눈이 있고, 소아즈는 LCS-LEC를 기준으로 하기에 약간의 충돌은 있어요. 하지만 소아즈의 이기는 방법도 맞고, 제가 이기는 방법이 맞을 때도 있으니, 조화가 되면 좋을 것 같아요.


Q. 유럽은 참 먼 지역이기도 하죠. 아들이 유럽으로 이적한다는 소식을 듣고 고릴라 선수의 부모님께선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이런 선택에 대해 존중을 해주셨어요. 한국에선 흔히 한국인이 해외를 간다고 하면 영어를 배우러 간다고 생각을 해요. 이번 유럽 지역 입단은 공짜로 어학 연수도 겸사겸사 가는 느낌이 드는 거죠. 아버지께선 영어의 중요성을 잘 아셔서, 좋은 기회라고 칭찬을 해주셨어요.



Q. 오랜 선수 경력을 이어오면서, 프로 생활에 있어 아버지께 특히 영향을 받은 부분이나, 따로 배운 것이 있으신가요?

아버지께선 회사의 합병이나 사정이 어렵거나 등으로 움직이신 적은 있지만, 자신의 의지로 회사를 옮기신 적이 없어요. 그런 것을 보며 느낀 것은, 아버지께서 책임감과 소속감이 강하다는 것이었어요. 이 회사에 있는 동안 소속으로서 정말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계시죠.

제가 그런 쪽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비록 2년마다 팀을 옮기긴 했어도, 한 팀에서 활동하는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 아버지께 소속감과 책임감을 배운 거죠.


Q. 이 인터뷰를 읽을 한국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그리고 자주 만나게 될 유럽 팬들에게도요.

한국 팬분들께서 경기를 열심히 봐 주시더라고요. 많진 않지만 커뮤니티에도 미스핏츠 경기에 대한 글이 올라오고 말이죠. 여전히 관심을 가져 주시나보다 하죠. 제가 잘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유럽 팬 분들께는, 제가 아직 영어를 잘 하지 못하지만 한 달 내에는 영어로 인터뷰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하고 싶어요.


Q. 곧 영어로 인터뷰하는 모습을 기대해볼게요. 인터뷰를 마무리짓기 전에, 봇듀오였던 프레이 선수에게 전할 인사는 없나요?

처음엔 제가 어려워했던 기억이 나요. 당시 제가 밑바닥이었으면 프레이 형은 위에 있었죠. 그 때문에 당시엔 많이 못 친해졌던 게 아쉬웠습니다. 지금은 많이 친해졌고요. 지금의 프레이 형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물론 프로 생활 역시 정말 계속 하고 싶어했던 형이었으나, 방송을 즐겁게 하는 모습을 보니 방송도 잘 됐으면 좋겠네요. 봇듀오가 갈라섰다고 해서 인연이 끝난 것은 아니니까, 계속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Q. 인터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유럽에 와서 첫 주차가 끝났는데, 잘 마무리해서 좋습니다. 앞으로 남은 경기들도 열심히 해서 '아, 고릴라 잘 하는구나' 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