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중반, 각 지역의 우승 팀들이 모여 강자를 가리는 MSI 대회가 막을 내렸습니다. 각 지역 스타들의 대결을 볼 수 있는 국제전인데다, 시즌 변화에 익숙해질만한 시기에 치러지는 대회인만큼 유저들의 관심과 기대 또한 적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기대에 부응하듯, 선수들은 이번 MSI 역시 예상치 못한 결과와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최고 레벨의 팀들이 맞붙어 재밌는 경기를 선사했던 2019 MSI. 이번 MSI 대회에서 특히 눈여겨 볼만했던 일들을 다시 한번 되돌아 봅니다.

▲ 지역 리그와는 또다른 재미 선사한 2019 MSI


■ 자이언트 킬링! 퐁 부 버팔로와 팀 리퀴드, 거인을 쓰러뜨리다

MSI 대회가 진행된 장소가 베트남이어서 더 그랬을까요? 베트남 지역 리그의 퐁 부 버팔로의 활약이 매서웠습니다. 조금 거칠었지만 그 이상으로 화끈한 공격 전략을 펼친 퐁 부 버팔로는 다른 플레이-인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그룹 스테이지 합류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그룹 스테이지에는 쟁쟁한 팀들이 기다리고 있던 만큼, 퐁 부 버팔로가 활약하기는 커녕 1승을 거두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룹 스테이지 진출을 가리는 넉아웃 스테이지에서는 팀 리퀴드에게 3:0 패배를 당하기도 하면서 한계를 드러내는 듯 했습니다.

이런 예측과 달리, 퐁 부 버팔로의 공격성이 다시 빛을 발휘했습니다. 많은 경기에서 공격적인 플레이 스타일을 고수한 퐁 부 버팔로는 내로라하는 팀들을 상대로도 기죽지 않았습니다. 이를 대표하는 듯한 플레이를 보여준 탑 라이너 '제로스'는 한국 유저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죠. 그뿐만이 아니라, 퐁부 버팔로는 대회 우승을 차지한 G2에게 2전 전승을 기록하며 기묘한 상성 관계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 마성의 탑 라이너! 퐁 부 버팔로 '제로스'

▲ 강적 G2를 상대로 승리를 따내는 퐁 부 버팔로 (LCK 유튜브)


IG와 팀 리퀴드의 준결승전도 많은 유저들이 기억하는 장면일겁니다. 시드권을 획득하여 미리 그룹 스테이지에 진출해 있던 중국의 IG와 달리, 최근 국제전 성적이 좋지 못했던 북미의 팀 리퀴드는 넉아웃 스테이지에서 예선을 치르고 그룹 스테이지에 합류했습니다.

이런 흐름은 그룹 스테이지에서도 비슷했습니다. IG는 마지막 SKT T1과의 경기에서만 1패를 기록, 9승 1패 1위로 준경슬에 진출한 반면, 팀 리퀴드는 승보다 패가 많은 4승 6패를 기록했습니다. 상대적으로 팀 리퀴드의 전력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고, IG는 준결승전 상대로 팀 리퀴드를 지목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IG의 승리를 점치는 상황. 여기서 팀 리퀴드가 이변을 일으켰습니다. 글로벌 골드가 불리했던 경기에도 역전에 성공하는 북미의 저력을 보여준 리퀴드는 결국 3:1로 IG를 꺾었습니다. 북미 팬들 조차 예상하기 어려웠던 결과에 커뮤니티는 물론 분석가들의 예측도 뒤집어 졌고, 이번 MSI의 강약 구도를 더욱 재밌게 만들었습니다.

이후 팀 리퀴드는 결승에서 다소 심심한 3:0 패배를 기록하지만, 준결승 IG를 꺾는 모습은 '북미도 강하다'는 모습을 모두에게 각인 시켜는데 성공했습니다.

▲ IG를 상대로 준결승에서 3:1로 승리한 팀 리퀴드. 대회 최대 이변으로 꼽힌다 (LCK 유튜브)


■ 생소한 픽들의 등장! 놀라움과 승리를 만들어낸 MSI 이색 픽들

지역과 지역 맞붙는 국제전은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픽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이번 MSI에서도 국내 대회에서는 생소했던 픽들이 등장하였습니다. 이렇게 등장한 챔피언들은 그저 놀라움만 안겨주는 픽들도 있었지만, 중요한 순간에 조커 픽으로 활약하기도 했죠.

플레이 인 스테이지 단계에서는 '하이머딩거'와 '소나타' 조합이 눈에 띄었습니다. 디토네이션 포커스미는 '소나타' 조합에 '케일'과 '킨드레드'까지 추가하며 유지력을 극단적으로 강화한 무적 조합을 꺼내들어 1승을 챙겼습니다. 한편, 베가 스쿼드론이 '하이머딩거' 장인으로 유명한 디토네이션 포커스미의 '세로스'를 상대로 역으로 '하이머딩거'를 꺼내들어 승리를 챙기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 플레이 인 스테이지에서 눈에 띈 '하이머딩거', '소나타'


그룹 스테이지에서도 독특한 픽들은 등장했습니다. 특히 G2는 다른 팀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챔피언들을 대담하게 사용해 최종적으로 대회 우승까지 차지한 팀이 되었습니다. G2의 탑 라이너 '원더'는 그룹 스테이지, 준결승, 결승에서 탑 '파이크'를 사용해 100%의 승률을 달성했습니다. 탑 '파이크'는 초반 라인전 단계부터 강한 픽은 아니지만, 우수한 갱킹 호응과 6렙 이후 변수 창출 능력이 뛰어나 중반 이후 게임을 빠르게 굴리는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바텀 '신드라' 역시 제대로 먹혀 들었습니다. G2와 SKT T1의 준결승 5세트, '신드라' 픽을 확인한 SKT T1이 '르블랑'을 선택했습니다. 이에 G2는 '르블랑'의 카운터로 '리산드라'를 선택, '신드라'는 바텀 포지션으로 픽을 확정했습니다. 원래 미드 출신이기도 한 '퍽즈'는 능숙하게 '신드라'를 다뤘고, 함께 등장한 탑 '파이크'와 함께 5세트 승리를 따냈습니다.

▲ 탑 '파이크', 바텀 '신드라'로 승리를 따내는 G2 (LCK 유튜브)


같은 서부권의 팀 리퀴드도 재밌는 수를 보여줬습니다. 준결승 IG와의 경기에서 마지막으로 '조이'를 확인한 리퀴드는 미드 '럭스'로 대응했습니다. '럭스'는 이번 대회에 퐁 부 버팔로가 서포터로 활용한바 있지만 패배를 기록했었죠.

그러나 팀 리퀴드의 미드 '럭스'는 달랐습니다. NA LCS에서 이미 등장한바 있는 '조이-럭스' 구도는 '럭스'가 유리했습니다. 거기다 '바루스-빅토르'까지 기동성이 불리한 챔피언들을 뽑은 IG를 상대로 '스카너-럭스'를 선택한 팀 리퀴드는 IG의 약점을 파고들었고, CC로 챔피언들을 무력화 하며 게임을 승리했습니다.

▲ IG의 '조이'를 카운터 친 팀 리퀴드의 '럭스' (LCK 유튜브)


■ 빨라진 템포 만큼 빨라진 LoL! 국제전 경기, 결승 최단 기록 갱신

리그오브레전드는 지금까지 여러 패치를 통해 게임 템포를 빠르게 만들어왔습니다. 이에 따라 챔피언 메타는 물론 전략과 전술의 방향도 바뀌었습니다. 최근에는 특히 전투를 피하지 않고, 초반부터 게임을 빠르게 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평가 받고 있죠.

그래서 그럴까요? 이번 MSI 대회에서는 국제전 최단 경기 기록과 결승 기록이 모두 갱신 되었습니다. 최단 경기 갱신의 주인공은 강력한 전투 능력으로도 유명한 IG입니다. 그룹 스테이지 2일 차 6경기, IG와 SKT T1과의 경기에서 IG는 '소나타' 조합을 선택한 SKT T1을 상대로 인베이드를 시도하면서 철저하게 빠른 게임을 진행했습니다. 특히 스노우볼을 상징하는 챔피언 '드레이븐'이 킬을 몰아 먹으며 가속도를 붙였습니다. 시간이 필요했던 SKT T1의 조합은 IG의 공세를 버티지 못했고, 공식 기록 상 16분 1초만에 IG가 게임을 승리했습니다.

▲ 상상을 초월하는 스피드를 보여준 IG (LCK 유튜브)


G2와 팀 리퀴드 간의 결승도 최단 시간을 갱신했습니다. G2는 결승에서도 대담한 대담하고 풍부한 챔피언 픽을 활용했습니다. G2가 '파이크', '이렐리아' 등 변칙적이고 빠른 속도의 챔피언을 선택한 반면, 팀 리퀴드는 '블라디미르', '갱플랭크', '오리아나'와 같이 다소 시간이 필요한 챔피언을 고르며 방패를 들었습니다.

결과는 날카로운 공격이 빛난 G2의 3:0 승리였습니다. 등장이 적었던 탑 '파이크-스웨인'은 성공적으로 먹혀 들었고, 대회 MVP를 수상한 '캡스'의 '사일러스-이렐리아'로 매드무비 같은 플레이로 팀 리퀴드를 무너뜨렸습니다. 1세트 24분 40초, 2세트 27분 58초, 3세트 18분 5초로 마무리된 결승전은 도합 70분 43초로 지난 2018 롤드컵 결승전 IG와 프나틱의 85분 49초 기록을 갱신했습니다.

이번 MSI 결승 경기는 최근 메타 간의 우위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공격적이고 빠른 픽과 전략을 선택한 G2가 수비적으로 나선 팀 리퀴드를 상대로 최단 결승 기록을 갱신했죠. 앞으로도 이런 흐름은 계속 될까요? 모든 팀들의 꾸준한 연구와 적응이 필요할 것같습니.

▲ 전략적인 픽과 공격으로 최단 결승 기록 갱신한 G2! (LCK 유튜브)


■ 힘을 증명하다! 8년 만에 성사된 서구권 간의 국제전 결승

리그오브레전드의 첫 1시즌은 유럽 팀끼리(북미 3위) 결승을 치렀습니다. 그러나 게임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게 된 이후는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국제전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강세를 보였고, 서구권 팀들의 결승전은 다시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2019 MSI에서는 8년만에 서구권 간의 국제전 결승이 성사되었습니다. 북미의 팀 리퀴드와 유럽의 G2는 각각 우승 후보로 거론되던 IG와 SKT T1을 자신만의 색깔로 꺾고 결승전에서 맞붙었습니다. 북미나 유럽, 어느 한 쪽만 잘해서는 성사될 수 없었기에, 이번 결승전은 서구권 전체의 실력 향상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 8년만 성사된 서구권 간의 국제전 결승! (사진 출처: LoL Esports 플리커)


한때 최강으로 군림했던 LCK는 이제 독보적인 1인자의 자리에서 물러섰습니다. 여전히 많은 팀들이 LCK를 경계 하지만, 예전처럼 맹신하지는 않습니다. 심지어 유럽의 G2는 한국인 용병 없이도 이번 MSI 우승을 차지하는데 성공했죠.

과거 우스갯소리가 되었던 'GAP is closing'은 이제 엄연한 현실이 되었습니다. 서구권 팀들의 재활약은 한국 유저들에게도 즐거운 일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지역이 끊임 없이 경쟁하는 구도는 리그의 다양성과 발전을 책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지만, 역시 우승은 더 특별하니까요. 이는 팬 뿐만 아니라 선수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다음에는 더 좋은 결과가 찾아오길 기대해 봐야겠죠?

▲ G2의 값진 우승! LoL 프로씬은 더 강해지고 있다 (사진 출처: LoL Esports 플리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