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 e스포츠씬에서는 정말 많은 수의 선수들이 존재합니다. 국내 리그만 봐도 1부 리그인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부터 2부 리그인 'LoL 챌린저스 코리아', 그리고 또 그보다 더 밑에서 대회를 꿈꾸는 수많은 선수들이 있습니다. 그 안에는 1부 리그서 활약하며 누구나 알만큼 유명세를 떨치는 선수도 있는 반면, 미처 꽃을 피우지 못 하고 사라지는 선수들도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스베누 소닉붐과 CJ 엔투스에서 탑 라이너로 활동한 '소울' 서현석 선수도 그다지 주목받는 선수는 아니었습니다. 2015년부터 2017년 말까지 꽤 오랜 기간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긴 했으나, 팀의 성적도, 개인의 성적도 그다지 좋지 못했습니다. 경쟁에서 밀리는 건 어쩌면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소울' 선수에게는 욕심과 성실함이라는 무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커다란 장점은 다른 쪽에서 꽃을 피웠습니다. FA 신분에서 시작한 개인 방송에서 말이죠. 꾸준함을 바탕으로 조금씩 시청자 수를 늘렸고,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으며 이제는 어엿한 프로 스트리머로 자리매김하게 됐습니다. 이제는 '소울'이 아닌 '소우릎'으로 돌아온 서현석 선수와의 인터뷰를 함께 만나보시죠.




Q. 안녕하세요, '소울' 선수! 이제는 '소우릎'님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반갑습니다.

'소우릎'이라고 불러주시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이제는 더이상 선수가 아니니까...(웃음) 안녕하세요. 스베누 소닉붐과 CJ 엔투스에서 프로게이머 생활을 마치고, 이제는 스트리머의 길을 걷고 있는 '소우릎' 서현석입니다.


Q. 인터뷰는 정말 오랜만일텐데, 제의가 왔을 때 어떠셨나요?

인터뷰 제의가 처음 왔을 때는 이런 표현을 써도 될지 모르겠지만, '하꼬'는 아니구나 싶었어요. 그래도 어느 정도 인지도가 올라왔구나 싶었죠. 인터뷰 자체가 조금 어색하긴 한데, 부담스럽거나 떨리는 건 없어요.


Q. 먼저 '소우릎'이라는 이름의 유래를 여쭤볼게요. 발음하기 쉽지는 않은데, 어떻게 닉네임을 '소우릎'으로 짓게 됐나요?

원래는 LoL 계정명을 따서 '우르프 라이더'였어요. 근데, 우르프라는 단어가 게임 모드나 스킨 이름으로 흔하게 쓰이니까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프로 때 '소울'이라는 아이디를 썼던 것도 알리고 싶고, '우르프 라이더'라는 이름도 살리고 싶어서 합쳐서 '소우릎'이라고 만들었어요. 어감이 어렵다는 분들도 많았는데, 저는 마음에 들어서 그냥 밀고 갔어요.




Q. 프로게이머 시절을 좀 생각해보면 순탄치는 않았어요. 아무래도 프로는 결과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데, 팀은 물론 개인적인 성적도 좋지는 않았잖아요.

프로게이머를 할 때는 정말 먹고 자고 게임만 했어요. 그런 생활을 하는 와중에 성적도 잘 안 나오고, 연습도 순탄하지 않고, 외부 평가가 좋은 것도 아니고, 내부 평가도 안 좋았죠. 총제적 난국? 힘든 점이 정말 많았어요. 사실 그때 당시에는 힘들다고 느끼지 못 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정말 힘들었던 것 같아요. 긍정적인 부분이 없었다고 해야 하나.


Q. 힘듦을 못 느꼈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요?

성과는 좋지 않았지만, 프로게이머라는 직업 자체는 나한테 맞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에는요. 대신 지금 다시 하라고 하면 절대 못할 것 같아요. 근데, 그때는 그랬어요.


Q. 프로게이머를 하기 전에는 건축학도의 신분이었다고 알고 있어요. 프로게이머의 길은 어떻게 들어서게 됐나요?

별 거창한 이유는 없어요.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엄청 좋아해서 좋아하는 일을 하자는 마인드으로 프로게이머를 시작했어요. 학업에 대한 미련은 없다고 할 수는 없는데, 이미 돌아가기엔 늦었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엄청 아쉽거나 그런 게 아니라 '만약 평범하게 학교를 다녔으면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 딱 그 정도예요.




Q. 이제는 프로게이머에서 스트리머로 전향하게 됐는데,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사실 제가 인터넷 방송을 즐겨보는 편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CJ 엔투스 시절에 트위치에서 잠깐 스트리밍을 했었어요. 팀에서 나오고 난 후에 다른 팀을 찾기 위해서 집에서 혼자 연습을 하는데, 뭔가 그 시간이 너무 아까운 거예요.

뭐라고 해야 하지. 물론 팀에 들어가려면 솔로 랭크 점수를 올리는 것도 중요한데, 뭔가 지금 이렇게 시간을 소모하면서 바로바로 창출되는 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연습을 하는 김에 방송도 하자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방송 초창기에는 아무래도 전업 스트리머를 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언제쯤 이 길이 나의 길이라는 생각이 드셨나요?

시청자 수가 늘어가는 게 느껴질 때 쯤이요. 그리고, 시청자분들의 반응이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클 때? 그 즈음부터 스트리머라는 직업에 대한 생각을 굳혀갔던 것 같아요.


Q. 개인 방송을 하는 중에 팀 입단 제의가 오지는 않았나요? 초반에는 솔로 랭크 점수도 굉장히 높으셨는데.

사실 국내에서는 챌린저스 코리아 팀은 가고 싶지가 않았어요. 승강전을 더 이상 겪고 싶지가 않아서요. 너무 힘들었거든요. 갈수만 있다면 챔피언스 코리아(LCK)를 가고 싶었는데 나이도 있고, 그간 보여준 것도 없다 보니까 저를 원하는 팀이 없었어요.

해외팀을 찾아보려고 에이전트를 고용하기도 했었어요. 몇몇 제안도 받았고요. 근데, 제가 보여준 거에 비해 과분한 생각일 수 있겠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팀이 아니면 가고 싶지가 않더라고요. 프로로서 남은 시간이 길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무 팀에나 들어가서 흐지부지하게 프로게이머 생활을 마치고 싶지 않았어요.




Q. 앞서 이제는 프로게이머를 다시 하라고 하면 절대 못할 것 같다고 하셨잖아요. 만약에, 아주 만약에 LCK 팀에서 제안이 온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음... 솔직히 저는 아직도 프로 경기를 보면 너무 부러워요. 그래서 LCK 주전 정도라면 도전하고 싶긴 해요. 물론 절대 현실로 될 수는 없는 이야기지만...(웃음) 그게 제 꿈이었으니까 다시 할 것 같아요.


Q. 프로게이머 시절과 지금의 생활에 있어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프로게이머는 그냥 정해진 스케줄 안에서 게임에만 집중하면 돼요. 반면에 스트리머는 방송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해요. 게임을 할 때도 어떻게 하면 시청자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스트리머도 어느 정도 정해진 방송 시간이 있긴 한데, 대신 그 내용을 내가 원하는 걸로 채울 수 있다는 게 다른 점 같아요.


Q. '소우릎'님 하면 또 엄청난 게임 판수와 방송 시간, 그 꾸준함이 장점이잖아요. 솔로 랭크도 작년에는 4,000판, 올해는 벌써 1,000판 이상 하셨더라고요.

사실 작년에는 압박이 엄청 심했어요. 뭐라도 해야 했고, 뭐든 엄청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쉴 시간이 없다고 느껴서 게임도 많이 하고, 방송도 오래 했어요. 계속 스스로를 채찍질 했던 것 같아요. 성실함은 뭘 하든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요.

요즘은 조금은 쉬어주어야 한다고 생각도 해요. 어느 정도의 휴식은 달리는데 더 도움이 되는 것 같거든요. 근데 그게 잘 안 돼서 오히려 문제예요. 쉴 때는 마음이 편하지가 않아요. 하루만 쉬어도, 다음날 방송을 켜면 기분이 이상해요. 적응하는데 또 며칠 걸리더라요.




Q. 보통 오후에 자서 저녁에 일어난다고 들었어요. 그런 생활 패턴에서 오는 힘듦은 없나요?

그건 전혀 힘들지 않아요. 그렇게 생활한 지가 너무 오래 되어서요. 대신 사람을 만나기가 힘든 패턴이긴 해요. 가끔씩 너무 집에만 있어서 오는 공허함이 있는데, 그게 빼고는 다 좋아요.


Q. 그럼 방송은 보통 언제 켜시나요?

늦은 밤에 켜서 새벽 다섯시 쯤까지 해요. 거의 새벽 방송인 것 같네요. 시간을 조금 당기고 싶긴 한데, LCK를 피해야 해서 늦어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해설 방송은 '앰비션'님이 워낙 확고하게 자리를 잡고 계셔서... 밥그릇을 빼앗지 않으려고요.


Q. LCK도 자주 시청하시나요? 같은 팀으로 뛰었던 선수들이 여럿 활약하고 있잖아요.

다 챙겨보지는 못 해요. 일어나서 방송 시작 전까지 가끔 보는 정도? 응원하는 팀은 그리핀이요. '리헨즈' 손시우 선수가 있어서는 아니고... '테디' 박진성 선수도 응원해요. '뉴클리어' 신정현 선수는 제외요(웃음). 스프링 결승전에서 예전에 같이 했던 동생들이 등장하니까 너무 보기 좋더라고요. 다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어요.




Q. 시청자 수가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뿌듯하실 것 같아요.

요즘 방송을 켜면 2~3,000명 정도 봐주시는데 이게 최근에 대회에 나가서 거품이 조금 낀 것 같아요. 처음 시청자 수가 늘어갈 때는 부담감이 좀 있었는데, 이제 어느 정도 적응했어요. 처음에는 100명만 봐주시면 좋겠다 싶다가 목표가 점점 늘더라고요.


Q. 대회라면 인벤에서 주최한 '자낳대(자본주의가 낳은 대회)'를 말씀하시는 거죠?

네, 얼마전에 진행된 '자낳대' 시즌2요. 참가 제의를 받았을 때 당연히 하겠다고 했어요. 방송에 도움이 되는 거면 무조건 하겠다는 생각이라 꼭 하고 싶었거든요. 우승도 하고, MVP도 타고, 좋은 팀원들이랑 좋은 스토리를 만들어서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시즌1 때도 욕심이 좀 났었겠네요?) 사실 시즌1 때 코치 같은 것도 한 번 해보고 싶긴 했는데, 방송에서는 안 하고 싶다고 했었어요. 쿨해보이고 싶어서...(웃음)


Q. 사실 이런 말도 있어요. 티어가 떨어지면 시청자 수가 오른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일단, 방송 욕심 때문에 일부러 티어를 떨어뜨린 건 절대 아니예요. 다만, 스트리머로서 게임을 플레이할 때에는 방송과 게임을 모두 잡아야 하다 보니까 집중력이 좀 떨어지는 건 사실이죠. 저도 처음에는 그냥 게임 잘하는 거 방송하면 되는 거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실상은 정말 다르더라고요.

그리고, 실제로 실력이 조금 떨어진 것도 사실이에요. 방송을 안 켤 때에는 LoL을 거의 안 하다시피 해서 그런 것 같아요.




Q. 그럼 방송을 끄고 솔로 랭크에 집중한다면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요?

저 방송 끄고 소위 말하는 '빡겜'하면 한 달만 해도 챌린저 충분히 갈 수 있습니다.


Q. 언젠가 기대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방송과 유튜브를 홍보할 수 있는 시간도 잠깐 드릴게요.

아, 이런 거 잘 못 하겠던데... 저는 약간 그런 마인드가 있어요. 제가 홍보를 안 해도 재미있으면 보고, 홍보를 해도 재미없으면 안 본다. 음, 언제 한 번 제 방송 들러서 봐보셔요. 보시고 재미있으면 계속 보시고, 재미없으면 나가시면 됩니다(웃음).


Q. 자, 이제 마지막으로 멋진 멘트 날리면서 마무리 하도록 할까요? 편하게 말씀하시면 됩니다!

프로게이머 시절에도 그렇고, 스트리머를 할 때도 그렇고 저를 좋아해주시는 분들께 정말 많이 고마워요. 자신과 관계없는 사람을 그렇게 좋아해준다는 것 자체가 너무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뭐 대단한 사람도 아니잖아요. 정말 감사하고, 앞으로도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열심히 하는 '소우릎'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