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CK 외국 캐스터, "발데스" 브랜든 발데스


혹시 독자 여러분께선 LCK 외국 해설진들의 중계를 유심히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물론 우리에게 익숙한, 한국 해설진들의 높은 텐션과 분석은 해외 리그 팬들에게도 이미 유명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해외의 팬들이 지금처럼 LCK에 관심을 갖도록 해준 것은 다름아닌 이들 외국 해설진들의 공이 상당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해설 스타일과는 다른 텐션과 분석으로 색다른 재미를 주기에, 영어 깨나 하는 한국 LCK 팬들 역시 일부러 외국 해설진의 채널을 취향따라 찾기도 하죠.

흔히 외국인 LCK 해설자라고 하면 ‘파파스미디'를 먼저 떠올리게 되지만, 마찬가지로 같이 해설을 진행하는 ‘발데스’ 역시 한국 이스포츠신에서 비교적 오래 활동했습니다. 수년 전 스타크래프트2 중계로 커리어를 시작했으며, 이후 LCK 캐스터를 맡게 되어서도 LCK의 영어 중계 데스크에 없어서는 안되는 상징적인 존재로 발전했습니다. 인벤글로벌은 리프트 라이벌즈 결승전이 시작하기 전, 발데스와 짧은 만남을 가졌고, 자신에 대한 소개와 LCK의 흐름과 진단, 그리고 전용준 캐스터에 대한 존경심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다음은 ‘발데스' 브랜든 발데스와의 인터뷰 전문입니다.
(해당 인터뷰는 리프트라이벌즈 결승전 중 진행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독자들에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브랜든 발데스입니다. 주로 발데스로 알려져있어요. 만 27세이고, 곧 28세가 됩니다. LCK 캐스터는 2017년 스포티비 중계로 시작했고요, 이제 2년 반 정도 했습니다. 캐스터 자체로선 총 6-7년 정도 했고, 한국에서는 7년 반 전부터 살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오래 한국에서 지내셨네요. 생활은 어떠신가요?

한국 완전 사랑합니다. 정말 편하고요. 이제 워낙 오래 있다보니 미국보다 더 고향같은 느낌이에요. 물론 가끔 고향이 그립긴 하지만요.


LCK 캐스터가 되기 전에는 어떤 종목에서 캐스터를 맡으셨나요?

주로 스타2를 많이 했어요. 그 외에도 PUBG나 피파 등 여러 종목을 했어요. 이런 저런 캐스터를 많이 했지만, 처음으로 풀타임으로 캐스팅 시작한건 스포티비에서 했던 스타2 프로리그였어요. 현재 오버워치 리그 캐스터를 하고 있는 ‘울프’와 함께 했었어요.


캐스터 일은 여전히 즐기고 있나요?

사실 웃긴 것은, 어릴 때 저는 말이 많은 스타일이 아니었어요. 내향적이고, 혼자 게임하고, 책읽기 좋아하는 스타일이었어요. 가까운 친구들은 좀 있었지만 외향적으로 활발한 스타일은 아니었어요. 물론 방송 같은 걸 했던 적도 없고요.

그런데 7년 전, 제가 한국에서 다른 일을 하고 있을 때 대타로 캐스터를 할 기회가 생겼어요. 2012년에 진행되었던 OGN 챔피언스 시즌 2였는데,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큰 기회였죠. 방송 경험이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보기로 결정했어요. 이제는 충분히 적응했고 오랜 기간동안 많이 발전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 제 모습이 8-9년 전의 저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느낌입니다.


파파스미디, LS, 아틀라스와 함께 LCK 중계 데스크에 있는데, 각각의 역할이 어떻게 다른가요?

LS와 파파스미디가 분석과 해설을 주로 담당하죠. 저와 아틀라스는 같은 역할을 번갈아가면서 해요. 주로 선수들의 어떤 플레이가 나왔을 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설명하고 묘사하는 것이죠. 물론 그러면서도 신나는 느낌을 관객들에게 줘야 해요. 시청자들이 좀 더 흥분할 수 있게 말이죠. 물론 여기서는 대부분의 관중이 인터넷이지만요(웃음).

아무튼, 제 일은 해설이나 분석과는 좀 달라요. 사실 LoL에서는 해설이나 분석을 하는 사람이 말을 훨씬 많이 해요. 상세 설명을 할 일이 많아서 마이크를 더 오래 잡죠. 예를 들자면, 선수들이 이 아이템을 사는 이유, 이 챔피언을 고르는 이유, 아니면 이런 조합을 사용하는 이유. 이런 것들을 설명하는 것이 해설자의 역할이고, 저나 아틀라스는 그런 대화를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추가 아이디어를 내는 일을 많이 해요.


전용준 캐스터와도 만났을텐데요, 친분이 좀 있나요?

만났죠. 매번 만나고, 뒷풀이 자리가 생기면 이야기를 많이 나눠요. 전용준 캐스터는 ‘몬테크리스토' 같은 옛날 OGN 친구들과도 여전히 아주 친하다고 알고 있어요. 아직 저와는 ‘엄청 친하다’고 하긴 왠지 힘들지만, 늘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하곤 해요.


해외 방송을 보다보면, 영어권 시청자들은 전용준 캐스터가 하는 말을 알아듣진 못해도 아주 좋아하던데요. 캐스터로서 전용준 캐스터에게 배운 것이 무엇이 있을까요?

전용준 캐스터는 전설이죠. 지금까지 엄청 오래 이 일을 하고 있는데… 제가 알기론 최소 20년은 했어요. 그는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이 엄청나고, 카리스마가 넘쳐요. 사실 영어와 한글 중계는 많이 다르기 때문에, 캐스팅에 대해서 제가 직접적으로 배운건 없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의 모습을 보며 영감이나 자극을 많이 받아요. 저희 캐스터와 해설자 모두에게 약간 아버지같은 느낌이기도 해요. 아버지답게 전용준 캐스터 역시 저희를 늘 응원해주고, 좋은 팁을 주려고 노력하곤 해요.

제가 그에게 배운 것 중에 좀 더 구체적인게 있다면… 좀더 시끄럽게 말하는 것?(웃음)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 저는 제가 말해야 하는 정도보다 다소 조용한 편이었어요. 사실 이게 간단한 것 같은데, 전용준 캐스터나 다른 탑급 캐스터들을 보면서, 저 역시 훨씬 더 활발하게 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전용준 캐스터는 언제나 에너지가 넘치잖아요. 이게 제가 그에게 배운 가장 큰 부분인 것 같습니다.

▲ 현장이 커질수록 에너지도 커지는 전용준 캐스터


이제 LCK 얘기를 좀 해볼까요? 작년쯤부터 LCK는 ‘도전자’가 됐어요. 그렇게 된 이유는 뭘까요? 그리고 현재 LCK는 어떤 상태인지, 캐스터의 입장으로서 들어보고 싶네요.

왜 독보적인 1인자에서 멀어졌는가 말이죠? 일단 타 지역들의 실력이 단순히 엄청 좋아졌다고 말할 수 있어요. 지금 보면 심지어 유럽도 유력한 경쟁자가 됐죠. 과거에는 절대 그렇다고 할 수 없었는데 말이죠. 예전의 유럽은 가끔 한국이나 중국팀으로부터 한 경기쯤 이기는 정도였지만 이제는 정말 몰라요. 누가 이전 MSI 결승이 EU 대 NA가 될 것이라 예상했을까요?

전체적인 구도가 분명 바뀌고 있어요. 이제 지역별로 자기 장점을 살리는 플레이를 더 많이 하기 시작했어요. 이제 타 지역들은 LCK를 보면서 ‘우리도 16시간씩 연습하면서 한국 선수들이 하는거랑 똑같이 할거야!’라고 하지 않아요.

메타 역시 한국이 잘 하던 스타일에서 좀 멀어진 느낌이에요. 한국은 원래 느린 페이스로 성장하고, 최대한 실수할 가능성을 줄이는 스타일이죠. 중국같은 경우는 늘 공격적인 것으로 유명했죠. 메타가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플레이에 웃어주기 시작하면서, 한국팀들이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린것 같아요. 한국 스타일이 너무 오랜 기간 최고의 자리를 유지했으니, ‘어서 기존 스타일을 버리고 공격적으로 바꾸자!’ 라고 선회하기 어려웠을 거에요.

요즘 한국팀들 구도를 보면 자유롭고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팀들이 상위권에서 활약하고 있어요. 리프트라이벌즈 결승 1세트였던 킹존과 IG전을 보면, 킹존이 뽑았던 조합은 매우 공격적이었어요. 그들은 맵 전체적으로 주도권을 잡아야한다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게임에 임했죠. 담원, 샌드박스 같은 신규 팀들이 상위권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유도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한국은 바로 상위권 지역으로 따라잡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최강자의 자리에서 그리 오래 떨어져 있지는 않을 겁니다. 저는 이번에도 LPL상대로 LCK가 이길 것이라 예상했고, 롤드컵에서도 역시 강력한 우승 후보가 될 것이라 믿어요. 물론 우승까지 할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최소한 결승은 진출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군요. 그러고보니 SKT T1같은 경우엔 섬머 시즌 1라운드 초중반까지 부진한 모습을 보였죠. 이러한 SKT의 시즌 초 부진, 그리고 지난 MSI 이후 찾아온 부진에 대한 이유가 뭐였을까요?

만약에 제가 그에 대한 명확한 해답이 있었다면 그냥 SKT한테 가서 바로 고쳐줬겠죠?(웃음) 제 생각에는 픽밴이 굉장히 구식이었던 것 같아요. 이번 섬머 초반에 SKT는 연패에 빠졌었어요. 옛날 방식의 픽밴을 고집하고 있었고, 그건 타 팀들에게 큰 기회였죠. SKT가 아무리 최강의 라인업과 전설적인 선수들이 있어도 상대들이 이기기 좋은 픽밴이었죠.

SKT는 새로운 메타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더 필요했던 것 같아요. 지금 보면 꼬마 감독이 무대 위에서 픽밴을 주도하는 것으로 보여요. 조금씩 스타일 변화를 꾀하고 있는거죠. 그런만큼 최근의 두 경기는 이겼잖아요.

휴식이 부족한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었어요. 팀 스케쥴 상 거의 쉬지 못했고, 그게 선수단 전체에게 부담이 되었을 수 있어요. 심지어 MSI에서도 우승하지 못했으니 팬들의 눈에는 실패했다고 여겨지는거죠. 그런 상황에서 심리적으로도 피곤하기도 하고, 어쩌면 서로 신경도 날카로워졌을 수도 있어요. 마침 현재의 메타 역시 기존에 연승을 거두던 시절보다 훨씬 어려워졌고요.

그렇게 SKT는 한동안 슬럼프에 빠졌었지만 저는 분명히 그들이 곧 빠져나올 거라 생각해요. 인게임에서의 의사소통도 개선하고, 픽밴도 좀 더 현재 메타에 빠르게 맞추면 기존의 연승을 거두던 SKT의 모습으로 분명 돌아올 거에요. 그리고 이미 지난 최근의 경기들을 보면 전보다 훨씬 단단해졌고, 팀이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 보여요. 실수도 덜 하고 있고요.




SKT는 그렇고, LCK는 전체적으로 어떻게 흘러갈 것 같나요?

다른 것보다, 꼭 주목해야 할 팀은 담원 게이밍이라고 생각해요. ‘너구리’는 항상 판을 캐리하는 것에 능했어요. 팀들과 다소 성향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인터뷰에서 언급한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 문제를 해결한 것 같아요. 호흡도 잘 맞고요. 그리고 ‘쇼메이커’ 역시 자신의 닉네임처럼 ‘쇼’를 만드는 활약을 하기 시작했어요. 팀적으로 봤을 때 발전을 많이 하는 중이죠. 제 생각에는 3위 정도로 시즌을 마감할 것 같네요.

아쉽게도 SKT는 이미 시즌 초에 너무 많이 졌어요. 분명 다시 올라오겠지만, 한 5등 정도에 마무리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샌드박스도 정말 잘하고 있고 말이죠. 아프리카 같은 경우는… 정말 잘 했는데 저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어요. 팀이 전체적으로 나이가 아주 어린 만큼 경험 부족일 수도 있고요. 그래도 이번 스플릿 최종 순위에서 상위권에 들 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조심해야 할 팀이긴 해요.

당연하게도 킹존은 아주 강해요. 제 생각에는 1등이나 2등으로 마무리하지 않을까 해요. 그리핀은 말할 것도 없죠. 결승에서 다소 부진하는 감이 있지만, 적어도 정규 시즌에서는 황제에요. 리그 전체를 짓밟으면서 1등으로 마무리하곤 하죠. 이번에도 비슷하게 할 거라 생각해요. 여전히 그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결승 때의 활약, 그리고 롤드컵까지 무사히 갈 수 있느냐죠. 세계의 팬들은 롤드컵에 그리핀이 참가하는 모습을 굉장히 보고 싶어하고 있어요.


발데스도 역시 그리핀이 롤드컵에 진출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나요? 이번 리프트 라이벌즈가 그들의 첫 국제무대이긴 했지만, 롤드컵처럼 전 세계 팀들과 상대하는 것과는 다르고 말이죠.

물론이죠. LCK에 그리핀이 처음 들어왔을 때, 그들이 챌린저스에서 전승 우승을 했던 만큼 기대가 아주 컸어요. 모두들 들뜬 채로 그리핀에 대한 얘기를 했죠. 첫 시즌 동안 그리핀은 명성에 걸맞는 활약을 보여줬는데… 결승에서 약간 멈칫했죠. 그런데 그 다음 결승에서도 또 그랬고… 지금 와서는 그 엄청난 기대감이 조금은 줄은 것 같아요.

요즘은 그 기대감이 다시 킹존으로 옮겨갔어요. 킹존이 다시 국제 무대에 다른 라인업으로 어떻게 활약할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있어요.

말은 그래도, 그리핀이 국제무대에서 어떻게 활약할지 궁금한 것은 여전해요. 두 시즌 연속으로 그 모습을 못 봤으니, 아직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고 그들이 증명할 수 있을지 보고 싶어해요.


마지막으로 이 곳에 있으니 질문 드리고 싶은 게 있네요. 리프트라이벌즈가 섬머 시즌 중간에 개최되는 것에 대해 논란이 있기도 해요.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물론 리프트라이벌즈는 재미있는 아이디어에요. 국제대회가 더 많은 것은 전 세계 팬들에게 늘 즐거운 일이니까요. 하지만 저도 한 주간 정규 시즌을 갑자기 중단하고 국제대회를 치르는 것은 다소 힘든 것 같다고 생각해요. 스프링 시즌 동안 좋은 활약을 한 것에 대해 일종의 처벌을 받는 느낌이에요(웃음). 다른 팀들은 쉴 기회를 얻는 동안, 이 팀들은 또다른 큰 대회에서 좋은 활약을 해내는 걸 강요당하니까요.

이걸 어떻게 고쳐야 할 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런 국제 대회가 있다는건 분명 긍정적이에요. 당장 해결책은 없지만, 미래에는 더 나은 변화가 필요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