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랭크 게임과 달리, 한판 한판이 중요한 대회에서는 어느정도 검증된 챔피언을 사용하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각 지역별 대회 챔피언 픽을 살펴보면 당시에 괜찮은 성능을 인정 받은 챔피언 메타를 유추해 볼 수 있죠.

최근 LCK 대회의 챔피언 메타는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지난 시즌에는 전혀 등장하지 않았지만, 이번 시즌 새롭게 등장하여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챔피언들을 살펴봅니다.

※ 챔피언 밴픽 통계는 2019 섬머 정규 시즌과 2019 스프링 정규 시즌을 기준으로 합니다.

▲ 지난 시즌 못 보던 얼굴들! 이번 시즌에 새롭게 얼굴 보인 챔피언들은?


■ 완전한 재발견! '럭스', 이제는 주류 챔피언



지난 시즌, LCK에 단 한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럭스'는 지금은 LCK에서도 현재까지 픽 48회, 밴 33회로 밴픽률 67.5%(전체 7위)를 달성하며 완벽한 대세 챔피언으로 거듭났습니다. 이제는 밴픽 창에 럭스가 등장한다고 하더라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죠.

물론 럭스라는 챔피언에 대한 인식이 처음부터 좋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럭스 서포터는 아군에 제대로 기여하지는 못하면서, 혼자 딜을 넣기 위해 뽑는 픽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죠.

이러한 인식을 깬 전환점은 '여진' 럭스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4월 초, 9.7 패치 무렵 랭크 상위권에서 쓰이던 '여진' 럭스 서포터 운용법이 일반 유저들에게 까지 확산 되었습니다. 견제형 챔피언으로 생각되었던 럭스와 '여진' 룬을 사용하는 방식은 언 듯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여진' 룬이 럭스의 내구성을 보완해내면서 높은 승률을 만들어내면서, 이 둘이 좋은 궁합임을 증명했습니다.

▲ 9.7 패치 무렵, '여진' 럭스가 퍼지면서 랭크 승률도 상승한 모습


여기에 2019 MSI 대회도 LCK에 럭스가 등장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해당 대회에서 럭스는 서포터와 미드 라인으로 각각 한 차례씩 등장했습니다. 특히 4강전에서 북미의 리퀴드가 IG를 상대로 미드 럭스를 사용, 완벽한 승리를 거두면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 MSI에서 IG를 물리친 리퀴드의 미드 럭스 플레이


이런 상황이 모이고 모여, 2019 LCK 섬머 시즌에는 럭스의 픽률이 폭발했습니다. 개막전부터 등장한 럭스는 대부분 서포터로 기용되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간혹 미드로도 기용되고 있습니다. 7월 12일, 젠지 e스포츠가 그리핀을 상대로 럭스 미드로 승리를 거두기도 했었죠.

현재 럭스는 대회와 랭크 양쪽 모두 1티어 챔피언으로 꼽힙니다. 주요 라인은 서포터이며, 실제로 해당 포지션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경향이 있지만, 미드 스왑도 가능한 점도 장점으로 꼽힙니다. 최근 럭스는 9.14 패치로 보호막 수치를 일부 하향하였는데, 앞으로 대회 픽률에도 영향이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시대를 풍미한 챔피언? 라인에서도 활약했던 '파이크'



럭스처럼 타지역에서 활약했던 챔피언 메타가 LCK에 영향을 끼친 사례가 또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서포터 포지션을 플레이하는 것이 아닌, 탑과 같은 솔로 라인에서 서는 라인 파이크가 그것입니다.

직접적인 계기는 럭스와 마찬가지로 MSI 대회였습니다. 대회 우승을 차지한 유럽의 G2는 탑 라이너 '원더'가 해당 대회에서도 종종 탑 파이크를 사용하였으며, 서포터 챔피언이라는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초반에는 끈질긴 유지력을 바탕으로 버텨내고, 궁극기를 배운 중반 이후부터는 공격적인 운용으로 전환하여 난전을 통해 이득을 챙기는 활용법을 보여주었습니다.

▲ MSI에서 승리를 따내는 G2 '원더'의 탑 파이크


이러한 영향으로 MSI 대회 이후 LCK에서도 파이크가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탑 파이크만 쓰인 것은 아니고, 서포터는 물론 바텀 딜러 포지션으로도 활용하면서 파이크라는 챔피언 자체에 대한 LCK 팀들의 평가가 올라간 모습이었습니다.

다만 이러한 현상이 계속 지속 되지는 못했습니다. 6월 26일 9.13 패치를 통해 파이크의 범위 공격 능력, 미니언-몬스터 처치 능력을 약화시키면서 솔로 라인에서의 위력을 크게 하향하였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라인 파이크는 랭크 게임에서도 종적을 감췄죠. 충격을 안겨준 라인 파이크는 이제 보기 어렵게 되었지만, 여전히 서포터로 등장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 협곡의 뉴페이스들, 빠르게 LCK 데뷔 성공



144, 145번째 챔피언으로 각각 출시된 마법 고양이 '유미'와 원소의 여왕 '키아나'. 비교적 빠른 간격으로 출시된 두 챔피언은 출시 초 전반적으로 부정적이었던 평가에도 불구하고, 랭크 상위 티어 유저들의 플레이를 통해 챔피언의 유용성과 활용 가능성이 확인되었습니다.

결국 두 챔피언은 오래 지나지 않아 LCK에도 등장했습니다. 시즌 초반부터 밴으로 챔피언을 막았을 정도로 높은 밴률을 보여주고 있는 유미는 지금까지 14승 17패, 승률 45.2%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승률 자체는 그리 특출나진 않았지만, 강력한 라인전 능력과 캐리 챔피언을 보조하는 능력이 인정받았습니다. 특히 대처하는 입장에선 까다로운 구도가 자주 그려지기 때문인지, 밴 비율은 67.9%로 전체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 잘 풀렸을 때 유미의 위력을 보여준 경기 (영상 출처: LCK 유튜브)


최근 출시된 물리 암살자 챔피언인 키아나 역시 LCK에 등장했습니다. 7월 18일 LCK에 첫 등장한 키아나는 한화생명 '라바'와 kt의 '비디디'가 사용하였으며, 현재까지 대회 성적은 3전 3패로 전패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승률이 0%인만큼, 성적이 좋다고 말하긴 어렵네요.

하지만 아직 등장 횟수가 많지 않고, 신규 챔피언인데다 지금까지는 패배가 많은 하위권 팀들만 키아나를 사용한 만큼, 승률을 챔피언 성능으로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습니다. 현재 키아나는 다양한 팀들의 프로게이머들도 시험해 보고 있는 만큼, 앞으로 더 많은 대회 등장도 기대되는 상황입니다.

▲ 현재 랭크에서는 많은 프로들이 '키아나'를 시험 중이다. 영상은 '페이커'의 키아나 플레이
(영상 출처: SKT T1 공식 유튜브)


■ 알고보니 메인 딜러! 서포터에서 바텀 공격수로 직업 바꾼 '소나'



지난 시즌 말, '소나-타릭' 조합, 일명 '소나타' 조합으로 널리 알려졌던 '소나'도 이번 시즌 LCK에 자주 모습을 드러낸 픽입니다. 처음에는 타릭과 함께 조합하여 높은 유지력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조합이 정석이었으며, MSI 대회에서도 그러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LCK에 등장했던 소나를 살펴보면 굳이 타릭과 함께 사용하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탐 켄치'가 소나와 함께 자주 등장한 서포터였죠. 소나는 비교적 약한 초반 구간을 버텨낸 이후 아이템과 스킬 레벨을 갖춘 중후반 이후 힘을 발휘하는 픽입니다. 어떻게 보면 초반부터 힘 싸움을 벌이는 최신 메타와는 동떨어진 모습이지만, 소나의 성장 포텐셜이 뛰어나다 보니 일단 성장하기만 하면 게임을 캐리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죠.

▲ 공격수로 손색 없는 잘 큰 소나의 위력 (영상 출처: LCK 유튜브)


다만 이렇게 자주 등장하던 소나는 6월 30일 이후 LCK에선 선택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6월 26일 9.13 패치를 통해 소나가 소폭 하향된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 성장하기까지 수비적인 운용이 강제되는 면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추가로 최근 9.14 패치에서 소나의 서포터로 자주 쓰이던 탐 켄치의 변경도 너프로 평가 받고 있는 상황으로, 이전보다 소나 픽이 매력적으로 보이진 않을 것 같네요.

▲ 소나에 대한 직접적인 너프. 이외에도 자주 쓰였던 탐 켄치에게도 최근 너프가 적용 된 상황


■ 깜짝 등장? 픽은 적었지만 출현 자체가 인상적이었던 챔피언들

▲ 출현 자체가 인상적! 앞으로의 활약도 기대되는 픽들


이외에도 등장 판 수가 다소 적었지만 등장 자체가 충격적인 챔피언들도 있습니다. 먼저 얼마 전 젠지 e스포츠가 그리핀을 상대로 꺼내든 '볼리베어' 서포터도 유저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상향을 받았던 볼리베어는 현재 랭크 게임을 기준으로 좋은 성적을 보여주는 픽이긴 합니다. 다만 주로 사용된 포지션은 탑이었고, 대회에서 서포터로 등장할 것이라고 생각한 유저는 많지 않았습니다.

딱 한 게임 등장한 것에 불과했지만, 임팩트가 워낙 강렬했기 때문인지 랭크 게임에서는 볼리베어 서포터 픽률도 늘어난 모습입니다. 챔피언 자체는 랭크 상위 게임에서도 승률이 좋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는 앞으로도 활약할 여지가 있을 것 같네요.

▲ 대회에 등장한 '곰'! (영상 출처: LCK 유튜브)


특유의 발 빠른 로밍 플레이로 랭크에서는 게임을 쉽게 풀어갈 수 있다고 알려진 '트위스티드 페이트'도 다시 LCK에 등장했습니다. 트페 자체는 로밍에 특화된 글로벌 궁극기를 보유하여 종종 등장하던 픽이지만, 최근 미드 트페에 AD 빌드가 유행하면서 관심이 더욱 집중되었습니다.

'삼위일체'와 '고속 연사포'를 활용하는 AD 트페는 7월 21일, 아프리카의 '유칼'이 사용하며 승리를 거두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보다 빠른 6월 30일에도 킹존의 '내현'이 트페를 사용했지만 일반적인 AP 빌드를 선택했고, 당시 경기를 승리하지는 못했습니다.

물론 한 경기만을 두고 어떤 빌드가 낫다고 말할 순 없겠죠. 승리를 거둔 '유칼'의 AD 트페 역시 트페만 활약해서 경기를 이겼다기 보다는 다른 선수들의 활약 역시 빛났던 경기였습니다. AD 트페, 과연 LCK에 새로운 카드로 부상할 수 있을까요?

▲ AD 빌드를 사용한 '유칼'의 트위스티드 페이트 플레이 (영상 출처: LCK 유튜브)


리워크로 많은 부분이 달라진 '모데카이저'는 경력있는 신입 같은 챔피언입니다. 리워크 전에는 쓰러뜨린 적 챔피언이나 드래곤의 영혼을 하수인으로 부릴 수 있는 챔피언이었으나, 변경된 후에는 이러한 특징은 삭제 되었습니다. 대신 궁극기로 지정한 챔피언 하나를 영혼 세계로 데려가 1:1 전투를 강제할 수 있게 되었죠.

이런 저런 변경이 랭크 게임을 바탕으로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대회 출전이 기대되었던 모데카이저였지만, 궁극기와 관련된 버그 문제로 대회에서는 한동안 밴 되다가 지난주 드디어 LCK에 출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다만 출전한 첫 경기는 패배를 기록하였고, 최근 패치에서는 상당한 너프가 적용되었죠. 거기에 궁극기 버그 문제로 다시 챔피언이 비활성화 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모데카이저의 본격적인 LCK 활약은 좀 더 멀어진 것 같습니다.

▲ 미뤄진 모데카이저의 활약? 제대로 고쳐진 후 다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