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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6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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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게임 개발과 조직 구조, 번지는 어떻게 데스티니 시리즈를 개발했나

신연재, 김수진 기자 (Arra@inven.co.kr)
[▲ 린다 페인/번지/리드]

  • 주제: Keep On Going : 번지의 조직 운영
  • 강연자 : 린다 페인 - 번지 / 리드
  • 발표분야 : 조직 운영
  • 강연시간 : 2019.11.15(금) 15:10 ~ 15:50


  • [강연 주제] 번지는 28년 동안 23개 이상의 게임을 선보인 역사가 깊은 스튜디오다. 린다 페인 번지 리드는 가장 최근의 게임 타이틀인 데스티니와 데스티니2를 개발하면서 발생한 문제점과 조직 개편을 통한 해결 과정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개발사나 프로젝트의 규모가 크든 작든 게임 개발에 필요한 팀과 조직이 꾸려지게 된다. 게임 스튜디오 번지에서 데스티니2 리드를 맡은 린다 페인에 따르면, 이 조직을 어떻게 구성하고 운영하는지가 좋은 게임을 만드는데 있어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15일, IGC 강단에 선 린다 페인은 애자일 원칙을 바탕으로 번지가 겪은 조직 개편의 과정을 청중들에게 공유했다. 헤일로에서 데스티니로, 데스티니에서 데스티니2로 넘어가면서 번지는 기존의 조직에서의 문제점을 발견했고, 대대적인 조직 개편으로 눈에 띄는 성과를 얻었다. 과연, 번지는 어떤 문제점을 발견하고, 어떤 변화를 통해 이 문제점을 해결하게 됐을까.



    ■ Keep On Going - 민첩성과 애자일 원칙

    린다 페인 리드는 게임 개발사를 운영함에 있어 팀의 구조를 구성하는 방식은 굉장히 중요하다는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했다. 그가 이번 강연을 통해 번지의 조직 운영에 대해 공유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번지의 사례가 정답이 될수는 없지만,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영감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게임 타이틀을 개발할 때 팀을 어떻게 꾸리고 운영하는지는 쉽게 해답을 찾거나, 완벽하게 완성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굉장히 복잡하고, 끊임없는 변수가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린다는 게임을 만든다는 건 끊임없는 진화의 과정이라고 이야기했다. 진화는 계속 진행되어야 하며, 하나의 방법에 정착해서는 안된다.

    특히, 게임 업계는 파격적인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플랫폼, 게임 장르, 플레이어의 선호도나 기대 수준 등 많은 요소들이 계속해서, 그리고 빠르게 변화한다. 때문에 게임 개발사의 입장에서는 적절한 대처를 하지 않으면 뒤쳐질 수밖에 없다.

    린다는 이 변화의 속도에 맞춰가기 위해서는 '민첩성(Agility)'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빠르게 움직여서 변화하는 환경을 감지하고, 거기에 적응해야 한다고. 린다는 여기서 번지가 채택한 '애자일(Agile) 원칙'을 소개했다. '민첩성'을 올바르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애자일에 내제되어 있는 원칙을 잘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린다가 강조한 애자일의 원칙 두 가지

    이번 강연에서는 애자일의 12가지 원칙 중 두 가지를 메인으로 다뤘다. 첫 번째 원칙은 개선을 위해 위해 정기적으로 반영과 적응을 반복하는 것이다. 즉, 변화를 계속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일어난 변화에 대해 적응하고, 반성하고, 학습할 수 있는 텀을 갖고, 이 과정을 지속적으로 반복해야 하다는 것이다.

    린다는 사실 게임 개발자는 반성하는 것에 대해 익숙하지 않다고 말했다. 게임 개발자의 목표는 보통 유저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참신하고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전을 위해서 반성의 과정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두 번째 원칙은 팀의 최우선 과제를 플레이어들에게 가치있는 경험을 제공하는데에 둔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말이다. 스튜디오는 결국 게이머들에게 플레이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원칙을 통해 린다가 하고자 한 말은 이 경험이라는 것이 단순히 자신의 분야에만 치중된 것이 아닌 전체적인 게임 경험을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 헤일로에서 데스티니로 - 서로 다른 분야 간의 직접적 협업

    린다는 이어서 번지가 데스티니 시리즈를 만들며 실제로 겪었던 문제점과 이를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번지는 지난 20년 간 번지의 룰과 틀 안에서 게임을 만들어왔다. 헤일로에서 데스티니로 넘어갈 때에도 당연히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기존의 틀을 유지한 채로 데스티니 개발에 들어갔다.

    ▲ 헤일로 시절의 조직 구성

    당시 번지의 구조는 각자의 역할에 맞게 팀이 나누어져 있었다. 전문성에 따라 아트 팀, 애니매이션 팀, 디자인 팀, 엔지니어링 팀, 테스트 팀 등으로 분야를 나누고, 각 팀은 서로를 연결하는 프로듀서를 통해서 의견을 조율했다. 직접적인 협업은 없었고, 각자의 데드라인도 다 달랐다. 다른 팀이 얼마나 일을 진행했는지도 쉽게 파악할 수 없었다.

    문제는 데스티니 개발은 번지가 지금까지 했던 것과 많이 달랐다는 것이다. 번지는 데스티니를 통해 광대한 IP를 제작하려 했고, 새로운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과정에 있었다. 복잡한 변수들이 많이 발생했는데, 기존의 시스템에서는 이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았다. 각 팀은 자신의 관점에서만 게임에 접근했지, 큰 그림을 보지 못했다. 당연히 플레이어들이 진정 원하는 디테일을 놓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번지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직접적으로 협업하고, 모두가 게임의 전체적인 상황을 알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했다. 그래서 각각 다른 분야의 전문가가 한 팀으로 묶이게 됐다. 그렇게 구성된 팀은 미션, PVP, 레이드, 캠페인, 무기, 방어구 등 게임의 컨텐츠에 따라 나뉘었다. 이제 아티스트와 엔지니어가 옆자리에 앉아서 서로 목표를 공유하고 직접적으로 협업할 수 있었다.

    이렇듯 개선을 위해 변화는 필수적인 요소이지만, 동시에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변화에 반대한다. 번지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린다는 이때 필요한 것은 팀원들이 그 필요성을 직접 느끼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해결 방안을 먼저 제시하며 명령해서는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보다 문제를 먼저 직면하도록 하고, 고충을 인지시켜야 한다. 자발적으로 변화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 데스티니에서 데스티니2로 - 장기적 플랜을 가진 통합된 팀

    린다는 번지가 데스티니2 출시를 앞두고 있을 때에는 팬들의 기대치가 굉장히 커져있는 상황이었다고 이야기했다. 번지는 만족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컸다. 그렇게 2017년 9월 데스티니2가 출시됐는데, 출시 초기에 크게 히트를 쳤다. 번지의 직원들을 매우 기뻐했다.

    ▲ 데스티니2의 엔드 게임에 대한 혹평들

    하지만, 얼마 안가 문제가 생겼다. 캠페인을 다 끝낸 플레이어들은 더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불만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엔드 게임'을 찾기 시작했다. 엔드 게임은 코어 플레이어들에게는 꼭 필요한 시스템이다. 플레이어가 캠페인을 넘어서 수백시간, 그 이상까지도 게임을 계속 하게 만드는 컨텐츠다.

    린다는 번지가 엔드 게임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5개월 간 미친듯이 매달렸다고 전했다. 이 5개월이 데스티니2 팀에 있어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마침내 플레이어들이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고, 번지는 우리가 이렇게 중요한 걸 왜 놓쳤는가에 대해 고민했다. 결론은 현재의 구조가 잘못됐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데스티니의 조직 구조는 팀 레이어, 앞서 말한 것처럼 각 콘텐츠 별로 소규모 팀들이 나뉘어 있다(Team Layer). 이 팀들을 세계관이나 게임 플레이 같이 더 광범위한 분야로 묶어 상위 조직을 구성하고(Area Layer), 그 합이 하나의 시리즈를 담당하는 프로젝트 팀이 된다(Project Layer).

    문제는 이 프로젝트 팀이 사일로화(Siloed) 되어있다는 것이다. 이전 조직 구조에서 각자의 분야별로 나뉘어 구성된 팀들이 그랬던 것처럼 각 시리즈를 담당하는 프로젝트 팀은 완전히 독립적으로 움직였다. 자신이 맡은 시리즈만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했다. 해당 시리즈가 끝나면 그 팀은 해체되고, 차기 시리즈를 위한 새로운 팀이 만들어지는 식이었다.

    때문에 출시가 완료된 시점에서는 게임에 총책임을 질 수 있는 팀이 존재하지 않았다. 라이브 팀이 존재하긴 했지만, 워낙 소규모인데다가 이벤트에 초점을 맞춘 팀이라 게임의 전반적인 시스템을 변경할 수 있는 권한도 없었다. 린다는 프로젝트 팀은 단지 자신이 맡은 런칭만을 고민했고, 당연히 단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번지는 2018년 가을, 다시 조직 구성을 개편했다. 이 과정은 무려 4개월이 소모됐다. 하나로 통일된 팀을 새롭게 꾸렸다. 시스템, 시나리오, 엔진, 섀어드, 뱅가드 등 다섯 개의 분야를 담당하는 소규모 팀이 뭉친 데스티니 프랜차이즈 팀이다. 이 팀은 시리즈가 업데이트 되도 해체하지 않고 유지됐기 때문에 장기적인 플랜을 가져갈 수 있게 됐다.

    ▲ 독립적인 릴리즈 팀에서 하나의 통합된 팀으로

    린다는 일련의 조직 개편 과정을 통해 마침내 데스티니의 라이브 서비스를 플레이어들이 원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출시된 테스티니2: 섀도우킵은 호평을 이끌어냈다. 특히, 엔드 게임에 쏟아지는 칭찬은 장족의 발전이라고 표현할만 했다.

    린다는 이번 경험으로 번지가 깨달은 교훈을 세 가지로 축약했다. 먼저, 팀 구조는 플레이어들에게 최고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어야 한다. 플레이어들이 만족하지 못한다면 조직 구조는 반드시 개편되어야 한다는 게 린다의 설명이다.

    두 번째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변화와 개선 과정들이 빠르고 즉각적인 반응을 가능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팀의 리더는 변화의 주체를 적극적으로 지지해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스튜디오의 이상적인 최종 형태는 안정적이면서도 변화에 잘 적응하는 상태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린다는 헤일로의 방식으로 데스티니를 만들어서는 안되고, 데스티니를 만든 방식으로 데스티니2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걸맞은 변화를 수용하고 이에 적응하는 과정의 중요성을 상기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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