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모닉스 뮤직 시스템즈(이하 하모닉스)'라는 개발사를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름만 봐서는 게임 개발사보다 음악 관련 업종의 기업으로 보이는 곳이죠. 사실, 그것도 맞는 말입니다.

지난 95년 설립된 이후, 하모닉스는 줄곧 음악 게임 외길을 걸어왔습니다. 대표작 '락밴드' 시리즈를 비롯해 '앰플리튜드', '오디카', '댄스 센트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악 관련 게임을 개발해 왔지요.

또한, 지난 2018년에는 국내 개발사인 '엔씨소프트'와 전략적 파트너쉽을 맺은 바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들은 PC및 닌텐도 스위치, PS4, Xbox One으로 출시될 '퓨저(Fuser)'의 개발에 힘쓰고 있습니다. 퍼블리싱은 파트너인 엔씨소프트의 북미 법인인 '엔씨 웨스트'가 담당하게 되죠.

오늘 소개할 게임 '퓨저'는 지금껏 우리가 즐겨온 음악 관련 게임과는 완전히 다른 게임성을 갖춘 게임입니다. 일반적으로 음악 게임 하면 '음악에 맞춰 버튼을 조작하는 것'이 주된 콘텐츠입니다. 리듬 게임처럼 노트에 맞춰 버튼을 누르던지, 혹은 화면의 춤을 따라해야 하죠.


하지만 '퓨저'는 준비된 음악에 맞추는 게임이 아닌, 음악을 만들어내는 게임입니다. 다양한 기성곡의 구성 요소들을 분해하고, 이를 조합해 새로운 믹스를 만들어 내는 것. 딱 현실에서 DJ들이 하는 일들입니다.

서로 다른 두 객체를 묶으면서, 이를 안정시키는 장치를 '퓨즈(Fuse)'라고 합니다. 그리고, '퓨저'는 이 단어의 인칭대명사가 되겠죠. 음악을 묶고, 이를 새로운 즐거움으로 섞어내는 게임. '퓨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합시다.


어떻게 하는 게임일까?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퓨저는 일반적인 '리듬 게임'과는 전혀 다른 게임입니다. 당연히 플레이 방식에도 큰 차이가 있지요. 게임 내에서 게이머는 총 네 개의 음을 조합해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네 개의 음은 기존의 음악에서 가져오게 되죠. 그리고, 제공되는 음악들 또한 네 개의 음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 어떤 음을 쓸 것인가?

가령 이런 식입니다. '레이디 가가'의 '본 디스 웨이'는 게임 내에서 드럼, 보컬, 건반1, 건반2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50 Cent'의 'In Da Club'은 드럼1, 드럼2, 바이올린, 보컬로 이뤄져 있죠. 이렇듯, 하나의 음악을 구성하는 구성음들을 임의로 가져와 새롭게 믹스하는 것이 게이머의 몫입니다.

물론, 목적의식 없이 섞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게임 내에서 게이머는 프로 DJ이고, 수많은 관객들 앞에서 공연을 합니다. 당연히 관객들은 계속해서 요구 사항을 말하고, 이에 맞게 적당한 음악을 믹스하는 센스가 필요하죠. 그렇게 정해진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관객들이 즐거워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퓨저'의 핵심 콘텐츠입니다.

▲ 대중의 요구에 맞춰줘야 한다.

이와 같은 게임 방식은 '퓨저'에서 처음 등장한 것이 아닙니다. 하모닉스의 이전 작품 중 하나인 '드롭믹스' 또한 이와 거의 흡사한 게임성을 지니고 있죠. 하지만 '드롭믹스'는 PC 및 콘솔 기반의 게임이 아닌, 별도의 기기와 카드가 필요한 실험적 성격의 게임이었습니다. 드롭믹스에서 쌓은 노하우를 기반으로 만들어낸 게임이 바로 '퓨저'라고 할 수 있죠.

▲ 카드와 전용기기로 플레이하는 디제잉 게임 '드롭믹스'


콘텐츠는 얼마나 될까?

이제 중요한건 '콘텐츠'의 양입니다. 모든 음악 게임의 볼륨은 게임성도 게임성이지만, 얼마나 많은 음악이 들어있는가가 중요합니다. 아무리 좋은 게임성을 갖추었다 해도 콘텐츠 볼륨이 떨어진다면 좋은 평가를 듣기 어렵죠.

그나마 '퓨저'는 다른 음악 게임에 비해 콘텐츠 볼륨에 대한 부하는 적은 편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게임의 디자인 때문인데, 각 곡을 네 개의 구성 요소로 나누었기 때문에 이를 조합해 만들어낼 수 있는 믹스의 수는 굉장히 많아지죠.


현재 시점까지 공개된 '퓨저'의 곡은 총 16종. 하지만 출시 시점 기준으로 100종 이상의 음악이 준비되어 있을 것이라 알려져 있습니다. 게임의 완성도나 기타 시스템적 콘텐츠 볼륨은 정식 출시 이후 두고봐야 알겠지만, 일단 곡 수는 출시 빌드 기준으로 치면 충분한 편이지요. 현재 수록이 확정된 곡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In Da Club” - 50 Cent
“Bad Guy” - Billie Eilish
“(Don’t Fear) The Reaper” - Blue Oyster Cult
“Don’t Let Me Down” - The Chainsmokers feat. Daya
“Rock The Casbah” - The Clash
“The Rockafeller Skank” - Fatboy Slim
“Thunder” - Imagine Dragons
“Mi Gente” - J. Balvin & Willy William
“Born This Way” - Lady Gaga
“Old Town Road (Remix)” - Lil Nas X feat. Billy Ray Cyrus
“Good As Hell” - Lizzo
“Party Rock Anthem” - LMFAO feat. Lauren Bennett & GoonRock
“Stir Fry” - Migos
“Better Now” - Post Malone
“All Star” - Smash Mouth
“Regulate” - Warren G & Nate Dogg

▲ 현재까지 공개된 '퓨저' 참여 곡 목록

'퓨저'는 오는 가을, 출시될 예정입니다. '음악에 맞추는' 게임이 아닌, '음악을 만드는' 디제잉 게임. 음악에 조예가 깊은 분들이라면, 올 가을을 기대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