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스플릿도 어느새 정규 시즌 7주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이례없는 휴식기가 있기도 했지만, 선수들은 온라인 경기로나마 열정을 불태우며 순위 경쟁에 한창입니다. 선수들을 통솔하는 감독-코치 역시 마찬가지죠.

사실 이렇게 바쁜 시즌 중반에 선수와 감독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나 지금 LCK는 2주 간의 공백으로 일정이 더욱 빠듯해져 한 주에 세 경기를 소화하고 있으니 더욱 그렇죠. 그래서 젠지 e스포츠를 이끄는 최우범 감독과의 인터뷰가 성사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을 때 기자는 놀라운 마음이 컸습니다.

최우범 감독은 언론 노출을 선호하는 편이 아니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인벤도 약 2년 만에 가진 두 번째 인터뷰 자리였죠. 피드백을 갓 마치고 등장한 최우범 감독도 정말 오랜만의 인터뷰라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마침 선수들의 콘텐츠 촬영으로 시간이 잠깐 비어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면서요.

인터뷰는 꽤 긴 시간 동안 진행됐습니다. 오랜만인 만큼 묻고 싶은 것도 많았고, 최우범 감독 역시 많은 질문에 가감없는 답변을 이어나갔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최우범 감독이 가진 지도 철학과 비전에 대한 이야기를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Q. 안녕하세요, 감독님! 인터뷰로 뵙는 건 정말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젠지 LoL팀 감독을 맡고 있는 최우범 감독입니다. 인터뷰를 잘 안 하는 스타일인데, 최근에 주위에서 좀 해라, 하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다가 좋은 기회가 있어서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됐네요.


Q. 그간 매체 인터뷰를 자주 안 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감독님들마다 스타일이 다르겠지만, 저는 외부 노출을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이에요. 밖에도 잘 안 나가고, 사람도 잘 안 만나는 스타일이고요(웃음). 저보다는 선수들이 돋보이는 게 더 좋고, 중요하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그게 첫 번째 이유고, 또 사실 그동안 성적이 잘 안 나오기도 했어요. 그래도 인터뷰는 할 수 있기는 한데, 이상하게 인터뷰를 하면 안 좋았던 기억이 많아서 좀 꺼려지기도 했던 것 같아요.


Q. 올 시즌 기세 좋게 연승을 이어나가고 있어서 팀 분위기도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온라인 경기로의 변화도 있고 했는데,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최근에는 바깥에 나가지를 못하니까 생활 패턴이 거의 똑같아요. 기존에는 선수들이 다들 운동을 했었어요. 근데, 코로나19 때문에 운동을 하러 가지 못해서 매일 숙소와 연습실만 왔다 갔다 하면서 일정한 패턴으로 지내고 있어요. 저 같은 경우는 출퇴근을 하는데, 경기 전날에는 집에 안 들어가고 선수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어요.


Q. 온라인으로 경기를 치르는 건 어떤가요? 여러 장단점이 있을 것 같은데요.

긴장감이 너무 없을까봐 걱정이 됐어요. 항상 연습하던 곳에서 하고, 카메라도 없고 스크림 하듯이 해야 하는데, 스크림 성적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대회인 만큼 어느 정도의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요. 그래서 저희는 다같이 유니폼도 입고, 최대한 경기장에 있는 느낌으로 하고 있어요. 덕분에 그나마 긴장감이 유지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Q. 본격적인 올해 이야기에 앞서 지난 얘기부터 살짝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사실 작년은 젠지에게 참 힘든 한 해였잖아요.

일단 작년 스프링 때를 이야기하자면, 저희가 2018년도 월드 챔피언십에서 성적이 안 좋았잖아요. 그 당시에 예전부터 이어져온 마인드가 '항상 열심히 하자'는 거였어요. 열심히 하되, 본인이 하고 싶어서 해야 한다는 걸 추구해왔는데, 주변에서 너무 열심히 하니까 안 좋다는 이야기가 자주 들렸어요. 거기다가 저도 실패를 한 번 하니까 내 방식이 잘못됐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2019 시즌 스프링은 선수들을 정말 프리하게 풀어줬어요. 근데, 성적이 더 안 나오더라고요. 그렇게 스프링이 끝나고 섬머부터는 원래 제 방식대로 돌아왔죠. 아쉽게 포스트 시즌을 못 가긴 했지만, 제 예상보다는 선수들이 더 잘해줬어요. 그래도 선발전까지만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죠.




Q. 흔들리기도 했지만, 감독님이 원래 추구하던 패턴으로 다시 돌아가는 걸로 해결책을 찾으신 거네요.

네, 맞아요. 이번 선수들도 시즌이 시작하기 전부터 다들 열심히 해줬고, 팀 연습이나 개인 연습 모두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고 있어요. 저는 솔로 랭크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감독이에요. 선수들에게 항상 솔로 랭크도 함부로 하지 말고, 최대한 집중하라고 강조하고 있어요.


Q. 실제로 지금 젠지 선수들이 솔로 랭크 순위가 상당히 높은 편이잖아요?

선수들이 정말 잘 따라와줬죠. 솔로 랭크 점수가 올라가면 선수들이 확실히 자신감이 높아져요. 또, 요새는 솔로 랭크에서 잘하는 선수가 대회에서 빛을 내기도 하고요. 예전에는 솔로 랭크와 대회가 많이 달랐는데, 최근에는 상당 부분 비슷해졌어요. 아무래도 피지컬이 중요해지다 보니까요.


Q. 스토브 리그 때, 그러니까 선수 로스터가 완성되기 전에 2020 시즌을 바라보면서 감독님이 원했던 그림이 있으셨을까요? '이런 색깔을 가진 선수들이 오면 좋겠다' 같은 것들이요.

일단, 선수들끼리 친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첫 번째가 이거였어요. LoL이 팀 게임이다 보니까 실력보다는 서로 친하고, 잘 맞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마음 속에 있는 이야기를 피드백에서 다 털어놓을 수 있어야 해요. 쌓아두면 분명 나중에 터지기 마련이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지금 선수들은 처음 왔을 때부터 느낌이 좋았어요. 선수들끼리 워낙 친했거든요. 2020 시즌 멤버가 완성되고, 워크샵에 갔을 때 정말 충격받았던 게 보드 게임을 하면서 저렇게 좋아할 수 있구나 싶더라고요. 새벽까지 정말 재미있게 보드 게임을 하는 걸 보고 신기했어요. 그때부터 팀이 잘 될 수 있을 거란 느낌이 강하게 들기도 했고요.


Q. 혹시 본격적으로 선수를 영입하기 전부터 특별히 욕심나는 선수가 있었을까요? 팀에 꼭 데려오고 싶었던 선수요.

'클리드' 김태민 선수요. 근데, 사실 '클리드' 선수는 이적 시장에 나올 거라고 생각도 못했어요. 그래서 초반 회의 때도 아예 배제를 했었어요. 근데, 어떻게 T1에서 나오게 돼서 저희한테는 좋게 된 것 같아요.


Q. 처음 라인업을 완성했을 때는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우승 후보라는 평가가 정말 많았잖아요.

저는 슈퍼팀까지는 아니고, 밸런스 좋은 팀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또, 시너지가 좋게 날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승은 열심히 하면 당연히 할 수 있을 거라고 봤지만, 아무래도 새로운 팀이다 보니 자리 잡을 시간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죠. 섬머를 그 시기로 봤고요.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좋아요. 이렇게 많이 승리를 챙길 줄은 몰랐어요. 예상치보다 성적이 잘 나오고 있죠. 선수들이 말도 잘 듣고, 정말 열심히 해줘서 감독 입장에선 연습 쪽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아예 없어요. 연승 중인 만큼 경기력도 좋고, 경기력이 가끔 흔들릴 때는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고 더 열심히 하려는 모습도 보이니까요.




Q. 다들 내로라하는 선수들이지만, 초반 연습 단계에서는 감독님이 느끼는 단점도 분명 존재했을 것 같아요. 어떤 것들이 있었고, 어떻게 고쳐나갔는지도 궁금합니다.

초반 연습 과정에서는 스크림 승률은 좋게 나왔는데, 약간 던지는 플레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상하게 역전 당하는 특이한 경기가 많이 나왔어요. 라인전부터 빠르게 굴려가다 보니까 신이 나서 역전을 당하는 패턴? 그런 게임이 좀 심각할 정도로 많이 나왔는데, 감독 입장에서는 쉽게 쉽게 이길 수 있는 게임을 놓치는 걸 보면 사실 이해가 안 되거든요.

팀적으로 이런 부분을 고치는데 시간을 많이 투자했어요. 제가 화도 많이 냈고. 다행인 건 선수들이 피드백을 빨리빨리 흡수해줘서 시즌이 시작하기 전에는 거의 없어졌어요. 그런 쪽 말고는 다들 잘해주고 있어서 걱정될 게 없었어요.


Q. 그런 부분은 사실 오더나 운영의 문제이기도 하잖아요. 지금 그런 부분을 중심이 되어서 맡아주는 선수가 있을까요?

지금은 '클리드' 선수와 '라이프' 김정민 선수가 콜을 주도적으로 많이 하는 편이긴 한데, 메인 오더는 따로 없고 다같이 이야기하면서 조율하는 느낌이에요. 아직도 콜이 갈리는 경우가 조금씩은 있어서 더 다듬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Q. 팀 컬러가 이전과 완전히 달라지기도 했어요. 감독님의 입장에서도 팀의 전략이나 밴픽을 구상하는 패턴이 좀 바뀌셨나요?

일단, 밴픽하기가 굉장히 수월해요. 선수들이 챔피언 풀이 다들 넓다 보니까 솔직히 감독 코치 입장에선 편하죠. 2019년도에는 아칼리와 아트록스 때문에 고생 좀 했어요. 당시 성적도 보면, 두 챔피언의 상승폭에 따라 우리 팀 성적도 갈렸어요. 올해는 그런 쪽에서는 많이 수월한 것 같아요.


Q. 또, 후반지향형 봇 캐리 팀에서 미드-정글 주도권으로 스노우볼을 굴리는 팀이 됐잖아요.

당시에는 내부적으로 봇 게임을 해야 승률이 잘 나온다는 판단을 내렸어요. 다른 시도를 해보지 않은 건 아닌데, 스크림이든 대회든 역시 봇 위주의 경기를 해야 성적이 나왔어요.


Q. 그런 패턴을 오래 가져가면서 '젠지의 경기는 지루하다'는 오명 아닌 오명도 생겼어요. 이런 평가가 사실 팀 컬러가 달라진 지금까지도 종종 나오고 있고요. 이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 것 같아요.

너무 예전을 생각하시고 그런 이야기들을 하시는 것 같아요. 지금의 젠지는 오히려 초반에 빠르게 끝내려는 팀이에요. 평균 경기 시간도 저희가 1, 2위를 하는 거로 알고 있어요. 밴픽도 초중반에 신경을 쓰는 쪽으로 하고 있고. 일방적인 그림이 자주 나와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하는데, 편견이 약간은 있는 것 같아요. 저희는 라인전부터 강하게 경기를 풀어나가는 팀이에요.




Q. '비디디' 곽보성 선수가 바뀐 운영의 중심인 것 같아요. 감독님이 보시기에 '비디디' 선수는 어떤 선수인가요?

처음에 '비디디' 선수를 보고 놀랐던 게 스크림 경기까지 다 녹화를 하면서 개인적으로 다시 돌려보고 스스로 피드백을 하더라고요. 기본이 잘 잡혀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자기 시간을 따로 투자해서 해야 하는 일인데,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거든요. 아무리 선수들에게 강조해도 잘 안 되는 부분이기도 해요. 그런 쪽에서 '비디디'는 흠잡을 곳이 없는 선수에요.

실력적으로도 예상치보다 지금 훨씬 잘해주고 있어요. 정글과의 시너지가 나면서 더 날아오르고 있는 것 같아요. 거기에 봇도 라인을 푸시하는 상황이 많다 보니 원하는 만큼 상대를 압박하면서 편하게 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고요.


Q. 미드-정글이 주목을 받으면서 '룰러' 박재혁 선수에 대한 평가는 다소 아쉬운 느낌이에요. 여전히 매우 잘하는 선수이지만요.

내부적으로는 '룰러' 선수에 대해 걱정을 했던 적이 없어요. DPM 같은 지표는 저희 입장에서 사실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룰러'는 항상 잘해왔고, 잘하고 있어요. 다만, 되게 큰 실수를 한 번씩 하죠. 어이없게 죽는다던가, 말도 안 되게 잘린다던가. 그런 장면이 임팩트가 너무 커서 아쉬운 평가가 나오는 것 같아요. 저희도 '룰러' 선수가 최대한 실수를 안 할 수 있도록 코칭하고 있어요.


Q. 시즌 초와 가장 평가가 많이 바뀐 건 '라스칼' 김광희 선수가 아닐까 싶어요. 시즌 전에는 의문을 가지는 사람도 많았지만, 지금은 아주 든든하게 제 역할을 100% 해내고 있죠.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잘해주고 있어요. 챔피언 풀도 넓고, 본인이 계속해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항상 열심히 해서 걱정이 안 되는 선수이기도 해요. 저희가 밸런스 좋은 팀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라스칼' 선수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참아야 할 때는 참고, 과감해야 할 때는 과감하게 할 수 있는 선수죠.


Q. 젠지의 새 얼굴하면 '톰' 임재현 코치도 떠오르는데요. 젠지 코치진 내에서 '톰' 코치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요?

저희는 주로 '트레이스' 여창동 코치가 피드백을 이끌어요. 그리고 주영달 코치가 선수들 멘탈을 케어하는 멘탈 코치의 역할을 하고 있어요. '톰' 코치는 선수들과 1대 1로 이야기하면서 '트레이스' 코치가 잡지 못한 세세한 게임 내용을 잡아줘요. 분 단위, 초 단위로 봐야하는 것들을 집어주는 거죠. 그런 쪽에서 선수들에게 도움이 많이 되고 있어요.


Q. 이제 팀들이 어느 정도 완성에 가까워진 정규 시즌 후반부에 접어들었습니다. 감독님이 느끼시는 지금 젠지의 가장 큰 장점과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장점은 일단 라인전이요. 다른 팀보다 확실히 라인전을 잘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단점이라고 하면, 빠른 상황 판단이 부족한 것 같아요. 예를 들면, 경기를 하다 보면 드래곤과 골드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 나오는데, 대처가 늦을 때가 많아요. 그렇게 되면 턴이 날아가게 되거든요. 싸울 거면 확실히 싸우고, 버릴 거면 확실히 버려야 하는데, 콜이 갈릴 때가 있어요. 그런 점은 보완해야죠.


Q. 아무래도 현재 LCK에서 경계 1순위는 T1이겠죠? 젠지와 T1의 결승을 예측하는 사람도 꽤 많고, 1라운드 때 유일하게 1패를 안기기도 했잖아요.

이상하게 T1과 경기를 하면 말리는 경향이 있어요. 아무래도 그게 T1의 특징이자 장점인 것 같기도 해요. 후반으로 가는 경기가 유독 많고, 일부러 후반까지 몰아가는 느낌도 들어요. 또, 선수들이 T1과 하면 긴장을 많이 해요. 저같은 경우도 마찬가지고요.

저희는 밴픽 회의를 길게 하지는 않는 편이에요. 너무 길면 오히려 생각이 더 많아지고, 말리는 경우가 많아서요. 근데, 1라운드 T1전 할 때는 밴픽 회의를 정말 길게 했어요(웃음). 아니나 다를까 더 꼬이더라고요.

플레이스타일도 우리와 상반되는 팀이라 맞물려서 좀 꼬이는 것 같기도 해요. 저희는 라인전이 강한 팀인데, T1은 라인전 단계를 넘어가서 운영적으로 힘을 싣는 팀이잖아요. 그런 쪽으로는 저희가 T1보다는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배울 점도 많은 팀이에요.


Q. 4월 1일에 T1과 2라운드 대결을 앞두고 있어요. 바로 다음 경기죠.

저는 어느 팀을 만나도 이길 확률은 5:5라고 생각해요. 선수들에게 항상 자만하지 말라고 주문하고 있고요. 이번에도 그렇게 생각하면서 연습하고 있어요. 걱정이 되긴 하죠. T1은 항상 넘어야 할 벽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말리지 않고, 우리의 플레이를 잘 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Q.젠지 하면 탄탄한 아카데미로도 유명하잖아요. 최근에 정글 '보니' 이광수 선수와 미드 '카리스' 김홍조 선수를 1군 연습생으로 콜업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두 선수에게서 어떤 장점을 보신건가요?

'보니'와 '카리스' 선수는 아카데미에 있기 아까운 실력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1군 연습생으로 콜업했습니다. 둘 다 당장 다른 1군 팀에서 뛰어도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다만, 저희 미드-정글이 워낙 강해서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죠. 좀 더 배워야 할 점도 있고요.

두 선수 모두 연습 태도도 좋고, 잘 해주고 있어요. 미래가 촉망되는 선수들이에요. 지금은 LCK 일정이 워낙 빡빡해서 1군 스크림에 참여는 못하고 있지만, 여유가 있었더라면 스크림에 뛸 수 있는 기회도 있었을 것 같아요.




Q. 감독님께서는 스타크래프트 선수를 젠지의 전신인 삼성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쭉 한 팀에서만 지내셨어요. 올해로 19년째인데, 굉장히 드문 케이스이기도 해요.

지금 생각해봐도 신기하긴 해요. 2015년에도 해외에 가려면 갈 수 있었는데, 해외보다는 국내에서 하고 싶은 마음이 좀 더 컸어요. 또, 팀에서 부족함 없이 지원을 잘 해주시기도 하셨어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내가 목표한 것들, 하고 싶어한 것들을 이 팀에서 하고 싶었어요. 그중 하나가 월드 챔피언십 우승이었죠. 부족함을 느꼈다면 다른 팀으로 갔겠지만, 워낙 잘 해주셔서 이렇게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요즘 들어서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내년까지 있게 되면 무려 20년을 있는 거니까(웃음). 감사하면서도, 너무 오래 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어쨌든 좋은 팀에서 이렇게 오래 있었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고, 크게 보면 잘해오기도 해서 만족스러워요.


Q. 중간에 젠지(KSV)라는 해외 거대 자본이 들어오면서 변화하는 과정도 직접 겪으셨어요. 어떤 점이 가장 많이 달라졌을까요?

사옥이 생긴 게 가장 크죠. 오피스 직원분들이나, 다른 종목 선수들과 같이 생활하게 된 게 굉장히 달라진 부분이에요. 당연히 금액적인 부분에서도 좋은 쪽으로 변화가 있었고요. 옛날에는 사옥도 생기고, 이렇게까지 시스템이 갖춰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아직도 e스포츠가 발전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지금도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스포츠가 멈춰 있는데, e스포츠는 진행을 하고 있잖아요. 여러모로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종목이라고 생각합니다.


Q. 신기하시기도 할 것 같아요. 말씀하셨다시피 감독님께서 선수 생활을 하던 때와는 e스포츠의 위상이 완전히 달라졌으니까요.

극과 극이죠. 예전에는 게임한다고 하면 PC방 폐인(?)이 아니냐는 인식이 많았어요. 요즘은 프로게이머 한다고 하면 어른들도 어떤 직업인지를 알고, 인정해주는 분위기잖아요. 아카데미 선수 부모님들이 오셔서 상담하고 이런 것도 보면 신기해요. e스포츠에서 오래 있었지만, 이렇게 빠른 시간에 발전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을 못했어요. 한편으로는 이런 시대에 선수 생활을 하지 못했다는 게 아쉽기도 하네요(웃음).


Q. 최우범 감독님 하면 노력과 연습을 굉장히 중요시 한다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앞서도 살짝 언급된 내용이지만, 여전히 이런 지도 철학은 변함이 없으신 것 같아요.

변화할 뻔도 했지만, 다시 돌아왔죠. 2018년, 2019년 선수들에게는 미안한 마음도 있어요. 앞서 말했듯 그때는 제가 원래 하던 방식대로 하지 않았다 보니까요. 원래는 피드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선수들은 많이 혼내는 편이거든요.

가장 많이 혼난 선수가 '크라운' 이민호 선수예요. 많이 힘들었을 거에요. 혼내는 입장의 저도 그랬고요. 그래도 사이는 정말 좋았어요. 그게 되게 중요한 문제에요. 피드백을 했을 때 선수가 감독을 싫어하게 되면 그건 안 좋은 피드백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모든 선수들이 피드백을 잘 따라와줬던 것 같아요. 보면서 감사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어요.

예전에 젠지 아카데미 선수들에게도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못하는 선수가 잘하는 선수를 따라잡으려면 연습밖에는 방법이 없어요. 정말 천재적인 선수가 아니라면요. 그리고, 심지어 잘하는 선수들도 진짜 열심히 해요. 그러니까 그 선수들보다 더 많이, 더 열심히 해야죠. 거기에 더해 VOD 시청 같은 효율적인 방법이 필요한 거고요.

더 나아가 가장 중요한 건 선수들 본인이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정말 중요해요. 사실 모든 프로 팀이 다 열심히 해요. 저희 팀보다 열심히 하는 팀도 많다고 들었어요. 근데, 제가 강조하는 건 스스로 하고 싶어서 열심히 하냐는 거죠. 감독이 시켜서가 아니라 자신이 부족하다는 걸 깨닫고, 그걸 채우기 위해 열심히 하는 것. 이게 핵심이에요. 지금 젠지 선수들은 그런 면에 있어서는 걱정이 없어요.

좀 더 이야기하자면, 2019년에 '로치' 김강희 선수가 연습을 너무 많이 해서 연습실에 못 들어오게 한 적도 있었어요. 컨디션에 악영향을 끼칠 정도라고 판단했어요. 원해서 하더라도 다음날에 피해가 가면 또 안 돼요. 질 좋은 수면이 상당히 중요하거든요. 잠을 제대로 못자면 경기에도 그대로 드러나요. 사실 어렵죠. 열심히는 해야 하는데, 잠도 잘 자야 하고. 밸런스를 잘 맞춰 스스로 효율적인 연습을 해야 하는 것 같아요.




Q. 팀을 떠난 선수들 입에서 늘 나오는 이야기가 '최우범 감독님은 진짜 정직한 감독님'이라는 말입니다. 이에 대해 감독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정확한 표현 같아요. 저는 사실만 말하는 스타일이에요. 선수들한테나 외부적으로나 특별히 좋게 포장해서 말하려고 하지도 않고, 일부러 안 좋게 말하지도 않아요. 좋은 건 좋다, 안 좋은 건 안 좋다 정확하게 이야기를 하죠. 선수들에게는 마음 속에 있는 이야기도 있는 그대로 잘하고요. 그래서 선수들이 그런 말을 했던 것 같아요. 인터뷰도 너무 거르지 않고 정직하게 해서 안 좋은 경험도 많았거든요(웃음). 그게 나쁘다고 생각은 안 해요. 오히려 좋다고 생각해요. 정직한 게 나쁜 건 아니기 때문에요.


Q. 올해 목표는 당연히 월드 챔피언십 우승이겠죠?

그것까지는 아직 모르겠고요(웃음). 일차적인 목표는 월드 챔피언십 진출이에요. 진출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월드 챔피언십에 가면 거기서 만의 리그가 펼쳐져요. 해외 팀과 계속 부딪히면서 메타가 변해요. 그 변화에 맞춰가는 게 중요하죠. 아마 2018년도에 못 따라갔던 것도 그 부분인 것 같아요.

그래서 월드 챔피언십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가서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해요. 그 한 달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정말 많은 것을 고민하고 연구해야 해요. 가게 되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긴 해요. 어떻게 보면 메타와 메타의 대립이잖아요. 해외 리그 경기도 다 지켜보고 있는데, 그들끼리도 팀마다 색깔이 많이 달라서 어디가 맞고 어디가 틀린지는 잘 모르겠어요. 결국엔 마지막에 우승하는 팀이 메타가 되겠죠.


Q. 이제 마지막으로 함께 고생하고 있는 코치-선수들에게 힘이 되는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기회가 있다면 꼭 '라이프' 김정민 선수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라이프' 선수가 실력에 비해 이번 시즌에 주목을 많이 못 받고 있는 것 같아서요. 아실지 모르겠지만, '라이프' 선수가 스프링 전승 선수에요. 한 번도 진 적이 없어요. 챔피언 풀도 워낙 넓어서 이번 스프링에서 바드나 타릭 같은 챔피언도 가장 먼저 사용하기도 했어요. 정말 잘하고 있다고 이야기 해주고 싶네요.

코치들도 다 잘해주고 있어요. 일정이 바뀌면서 휴가도 없어서 많이 힘들 텐데. 선수들도 마찬가지고요. 미안한 마음도 있네요. 그래도 성적이 잘 나오고 있으니까 계속 이렇게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서로 신뢰를 가지고, 지금처럼만 한다면 이번 시즌은 큰 문제 없을 것 같아요.

항상 잘 챙겨주시는 사무국에도 감사한 마음입니다. 팀이 잘 되려면 감독, 코치, 선수들뿐만 아니라 회사까지 모두 잘 맞물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스프링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다들 힘내서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