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e스포츠 카트라이더 팀이 우승을 한 지 2주가 지났습니다. 대회 우승이 확정되고 선수들은 누구 하나 빠짐없이 눈물을 흘렸었죠. 그들이 보냈던 지난 시즌의 노고가 얼마나 고단했는지 조금은 알 수 있었던 기쁨의 눈물이었습니다.

지난 시즌 준우승을 하면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었던 그들이 이번 시즌 드디어 우승을 해내기까지 어떤 생각을 했는지, 그리고 우승을 하고 어떤 생각들이 들었는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 그들을 만났습니다. 한화생명 선수들은 모두들 빠짐없이 자신들이 가졌던 솔직한 마음을 전해주었는데요. 문호준이 결심한 은퇴의 이유부터 한화생명 선수들의 다음 목표까지 모두 담아봤습니다.

다음은 2020 카트라이더 리그 시즌1 우승팀, 한화생명e스포츠의 문호준, 최영훈, 박도현, 배성빈의 인터뷰입니다.


Q. 우승을 한 지 일주일이 지났네요. 다들 일주일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합니다.

문호준: 저 같은 경우에는 우승의 기쁨이 숫자로 보이더라고요. 유튜브 구독자 수나, 트위치 후원의 수가 정말 많이 늘었어요. 거의 3만 명, 4만 명 정도? 너무 행복한 일주일을 보냈어요.


Q. 아무래도 은퇴를 번복한 게 구독자 상승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요?

문호준: 은퇴를 하면서 파급력이 더 좋아져서, 아무래도 영향이 있었던 거 같긴 해요(웃음). 기사가 잘못 나가서 제가 은퇴를 번복한 것처럼 보였는데요. 정확하게 말하면, 개인전만 은퇴한거고, 팀전은 그대로 뜁니다.


Q. 은퇴 관련한 이야기는 이따가 다시 자세히 들어보기로 하죠. 배성빈 선수는 지난 일주일을 어떻게 보내셨나요?

배성빈: 전 똑같았어요. 우승한 당일 날은 정말 좋았는데, 다음날부터는 똑같은 일상이더라고요. 친구들에게 축하 연락 많이 받은건 정말 좋았어요. 연락 안오던 친구들까지도 갑자기 연락이 오더라고요.

문호준: 내가 봤을 때, 성빈이가 아직 상금을 못받아서 그래. 상금 받으면 아마 또 달라질 껄?

배성빈: 근데, 받아도… 돈을 잘 안 쓰거든요.


Q. 우승한 걸 자축하기 위해 본인에게 스스로 선물을 사준다거나 하진 않았어요?

배성빈: 제가 좀 그런게 없어서요. 그냥 정말 우승만 하고 끝. 그랬어요. 여유 시간이 생겨서 다른 게임도 많이 했던 거 같아요. 롤도 하고, 메이플도 하고. 카트도 계속했어요. 재미있어서.


Q. 카트 프로게이머인데, 롤도 좀 잘하는 편인가요?

배성빈: 사람마다 다르긴 해요. 저는…

문호준: 평균 이상이지. 뭐. 카트 선수 중에서는 탑 급이에요.


Q. 티어가 어디인데요?

배성빈: 저 다이아 2요.


Q. 다이아2요? 정말 잘하시는 거네요. 박도현 선수는 우승한 후 시간을 어떻게 보내셨나요?

박도현: 거의 매일 누워 있어요. 연습할 때 거의 잡을 자지 못했어서요. 부산과 서울을 오가고, 경기하면서 몸이 너무 피곤했었거든요. 누워서 유튜브로 저희 경기한 거를 계속 돌려봤어요. 여운이 많이 남아서, 시상식도 자주 돌려보고 있어요. 제가 조회수 많이 올린거 같아요.


Q. 그런 영상들 보면, 결승전 경기에서 본인이 잘했던 기억, 잘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다 머리 속에 떠오르겠네요.

박도현: 그렇죠. 물론, 우승을 했던 거나 시상식할 때 기분은 정말 좋았지만, 냉정하게 게임적으로 제가 좋지 않았던 부분은 ‘다시는 이러지 말아야겠다.’ 라고 피드백 하고 했어요.


Q. 와우.. 정말 대단하네요. 사실 우승하고 나서는 피드백을 안할 법도 한데…

문호준: 정말 대단하네…


Q. (웃음) 문호준 선수는 그런적 없으세요?

문호준: (도현이가) 그런적 없는데 그런적 있는 것처럼 연기하는데 정말 대단하네요.

박도현: 아, 형! 그때 제가 경기 끝나고 말했잖아요. 그때, ‘아 제가 정말 못했어요.’ 라면서.

(일동 침묵)


Q. ...오케이.

박도현: 에? (성빈이를 보며) 아, 정말 내가 그랬잖아.

배성빈: 말로만 그러잖아. 맨날.

박도현: 아니야. 다들 봤어!

(일동 침묵 후 웃음)

박도현: 아…

배성빈: 난 아이템전 경기는 다시 안봤는데..

박도현: 나도 안봤어.

최영훈: 나도.

문호준: 야! 아이템을 못했는데, 안보면, 뭐야! 그러면! 스피드전은 이겼으면서.

박도현: 난 (아이템전) 봐도 돼(웃음).


Q. 최영훈 선수는 시즌이 끝나고 어떻게 보내셨어요?

최영훈: 수요일, 토요일 둘 다 경기가 있다보니 그동안 휴식을 제대로 취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일주일동안 정말 많이 쉬었어요. 2년 만에 우승한 거라 우승한 기분을 정말 오랜만에 느꼈던 거라 정말 좋았던 거 같아요.


Q. 우승 축하로 물건을 사거나 하진 않았어요?

최영훈: 아직 상금이 안들어왔어서요(웃음).

문호준: 이게 좀 다르긴 해요. 나이가 좀 있는 선수들은 일단 무조건 상금이 있어야 되고. 도현이나 성빈이는 그냥 우승한게 좋은거고요.


Q. 문호준 선수는 몇년 차 때부터 우승보다 상금이 중요해졌나요?

문호준: 저는 처음부터 상금이 중요했어요(웃음).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Q. 아니 하하. 그 때는 엄청 어렸을 때인데, 그 때도 상금이 중요했어요?

문호준: 상금을 받아야 피자와 치킨을 더 많이 먹을 수 있으니까요. 솔직히 그때는 정말 재미있어서 한 거 같고, 지금은 상금보다는 가슴에 별을 다는게 더 중요한 거 같아요.


Q. 한화생명e스포츠팀이 처음 꾸려졌을 때, 박도현, 배성빈이라는 어린 선수 두 명을 영입했어요. 당시에는 팀을 꾸리면서 어떤 그림을 그렸을 거 같은데, 문호준 선수 생각이 궁금해요.

문호준: 사실 성빈이는 신인이라 보기에는 개인전에서 꾸준하게 경기를 해왔었어요. 물론, 팀전은 경험이 없었고. 도현이는 온라인에서는 정말 잘했지만, 대회 경험은 정말 없는 완전 신인이었고요. 그래도 이 두 친구가 워낙 피지컬도 좋았고, 게임을 잘해서 조금만 가다듬으면 잘할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저랑 같은 길드 출신이어서 게임도 많이 해봤고, 게임하는 걸 많이 봐왔기도 했어서 이 친구들 괜찮은 매물인데 왜 팀전에 서지 않을까? 생각을 쭉 해왔었죠.


Q. 배성빈 선수는 문호준 선수가 본인을 이렇게 좋게 평가하는 걸 알고 있었어요?

배성빈: 듀얼 레이스 이벤트전에서 준우승을 했었는데, 기분이 정말 안좋았거든요. 그래서 그 때 연습을 정말 열심히 했어요. 호준이 형이 당시에 제가 다른 팀이었는데도, 연습을 정말 많이 도와줬어서 실력이 많이 늘었었어요.


Q. 문호준과 같은 팀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배성빈: 누구나 문호준과 같은 팀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영훈이 형도 있었고.


Q. 박도현 선수도 문호준 선수가 본인을 좋게 평가하는 걸 알고 있었나요?

박도현: 아니요. 저는 항상 그...

문호준: 하! 너 정말, 기자님들 앞이라고 예의 차리면서 이야기하지마. 좀 하던대로 해.

최영훈: 아, 정말 역겹다, 진짜.

(일동 웃음)

문호준: 알고 있었잖아. 너는 너가 잘하는 것도.

박도현: 제가 온라인에서는 제가 그래도 잘한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호준이형, 영훈이형, 성빈이랑 같이 해보니까 제가 모자란 부분이 정말 많더라고요. 온라인에서는 그래도 어느 정도 했는데, 오프라인에서는 다 못 뽐내니까… 노하우나 경험이 많이 부족해서 그런 평가가 맞는거 같아요.


Q. 최영훈 선수는 박도현, 배성빈 선수가 팀에 합류한다고 했을 때 어떤 생각을 했어요? 딱, 처음 들었던 느낌이 궁금하네요.

최영훈: 아, 망…

박도현&배성빈: 아,형! 정말 너무하다.

최영훈: 아까 성빈이가 말했던 것처럼 듀얼 레이스x라는 이벤트 리그 때, 솔직히 기대는 안했었어요. 다른 팀에 잘하는 선수들이 워낙 많았어서 기대는 안했었는데, 성빈이랑 도현이가 정말 잘했었거든요. ‘아, 얘네 대회 체질이구나’ 라고 생각이 들어서, 좋은 결과 얻을 것 같았어요. 비록, 첫 시즌은 준우승을 했지만, 다음 시즌에는 우승도 가능할 것 같았고, 실제로 우승도 했네요.

문호준: 그래도 첫 번째 대회는 우승을 못할거라고 생각했죠.


Q. 아, 정말요?

문호준: 말이 안됐어요. 사실. 첫 출전한 대회의 결승전이었고, 야외 무대인데다가 첫 팀전 결승인데, 무조건 긴장을 하게 될거고, 솔직히 우승하기 힘들죠.


Q. 두 선수가 첫 결승전 무대 섰을 때, 긴장을 많이 하던가요?

최영훈: 그랬던 거 같아요. 저도 결승 무대는 많이 서봤는데도 야외 결승 무대에 섰을 때 긴장이 많이 됐거든요. 이 친구들은 애초에 결승 무대 자체가 처음이니까 더 긴장이 됐을거에요. 성빈이는 손을 덜덜 떠는게 화면에 나왔었어요.

배성빈: 저 화면에 나왔던 거 같아요. 개인전할 때, 일직선으로 들어가면 되는 구간인데 부스터를 안써도 되는데 컨트롤에 손을 대고 덜덜 떨고 있더라고요.


Q. 첫 결승에 준우승을 하면서 아쉬움이 많았겠네요. 다음에는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도 했을거 같아요.

박도현: 상대가 잘해서 진거라기보다는 내가 부족한 게 우리 팀이 진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많이 아쉬웠죠. 조금만 더 열심히 했다면 좋았을텐데, 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경험이 부족한게 큰 무대에서는 정말 많이 드러나는 것 같아요. 대신 다음에 결승 무대에 서면 안 떨 자신은 있었고, 이번 결승은 확실히 떨지 않았어요. 우리 팀 다 잘하는데, 떨 이유가 없었죠. 믿고 하면 되니까.

문호준: 긴장했잖아~! 나 에이스결정전할 때.

박도현: 아! 그거는 관전자 모드. 내가 경기한 게 아니잖아요.


Q. 문호준 선수는 첫 시즌에 준우승 거둘거라고 생각했다고 했잖아요. 그래도 정말 준우승을 하니까 많이 아쉬웠을 것 같아요.

문호준: 많이 아쉽죠.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차라리 그 때 준우승한 게 나았던 듯 해요. 그때 준우승을 해서 이번에 우승한 거고, 그 때 경험치도 많이 얻었고, 더 열심히 해야된다는 걸 알았을테니까요.


Q. 지금에야 우승을 했으니 그 때 준우승을 한 게 도움이 됐다는 생각이 들지만, 당시에는 정말 악착같이 열심히 해서 다음 시즌에 우승하려는 마음가짐이 딱 잡혔을 것 같아요.

문호준: 아니요.


Q. 아니에요?

문호준: 네. 접고 싶다. 그만 두고 싶다. 정말 힘들다. 이런 생각했어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은 안들었어요. 그런데 막상 시즌이 시작하고 나니까, 다시 또 준우승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에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이번 시즌 무조건 우승하자는 생각으로, 4강 때부턴 아예 안진다는 생각으로 했어요.


Q. 이번 시즌 우승해야겠다는 생각에 ‘문초리’를 열심히 때리셨는데, 최영훈 선수가 옆에서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궁금해요.

최영훈: 저도 맞았어요.

(일동 웃음).

박도현: 형도 때리잖아 근데.

최영훈: 저도 맞기도 하고 때리기도 하고. 스피드전을 제가 네 명 중에 제일 못해서 스피드 주행을 더 열심히 하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어요. ‘은퇴각이 보인다’ 이런 말이나..


Q. 문초리를 맞으면 어떤 기분이 드나요?

최영훈: 맞을 때 당시에는 잘 모르는데, 맞고 나면 생각을 많이 하게 되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이게 맞아서 독이 되는 사람이 있고, 맞아서 효과를 보는 사람도 있는데…

문호준: 맞아서 독이 되는 사람은 우리 팀에 못있지.


Q. 문초리를 맞기도 했지만, 최초리를 때리기도 했잖아요. 맞아본 사람으로서 때릴 때도 맞는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게 될텐데, 피드백이 다르게 들어가던가요?

최영훈: 호준이형 마음이 이해도 갔고, ‘어떻게 얘네들 데리고 우승하지?’라는 생각도 들었었죠. 어떻게 받아들이냐가 정말 중요한거 같아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 거기서 더 발전은 없을텐데, 듣고 고치고, 피드백을 하게 되면 더 성장할 수 있으니까요. 당시에는 답답한 것도 있어서 최초리를 들었는데, 그게 좋게 작용하지 않았나.


Q. 이제 당사자들의 입장을 들어볼까요? 어느 분이 먼저 말해볼래요?

배성빈: 저는 이번 시즌은 별로 안혼났던 거 같아요. 대신 저번 시즌은 엄청 많이 혼났어요.

최영훈: 옆에 총알받이가 있었잖아.

박도현: 여기 방탄복이 있었잖아(웃음).

배성빈: 도현이가 많이 혼난 것 같아요.


Q. 원래 옆에서 혼나고 있으면 같이 맞는 느낌이 들잖아요. 그런 생각 안들었어요?

배성빈: 스피드전은 도현이나 영훈이형한테 하는 말을 저도 잘 들었었고요. 도현이가 아이템전 연습하면서 혼날 때는, 제가 전에 같은 걸로 혼이 났던게 생각이 나서…

박도현: 동병상련?

문호준: 너도 한 번 당해봐라?

박도현: 아, 동병상련 아니었어?

배성빈: 아, 둘 다. 둘 다.

박도현: 둘 다? 병주고 약주고네.


Q. 박도현 선수는 뭘 그렇게 많이 혼난 거에요?

박도현: 제가 혼나는 비중이 스피드가 5%라면, 아이템이 95%였어요. 그 95%에서 60퍼센트는 영훈이형한테 혼나고, 45%는 호준이형한테 혼이 났죠. 근데, 제가 혼이 났어야 했어요. 같은 실수를 너무 많이 반복을 해서. 가르쳐 주는 입장에서 같은 실수를 계속 반복하면 분명 답답하잖아요. 피드백 받는 입장에서 솔직히 좀 울컥하는게 있기도 했는데, 제가 하는 플레이를 제가 돌이켜봐도 욕먹을만 했어요.

문호준: 사람이니까 실수를 할 수 있는데, 같은 실수를 두 달 동안 반복 하더라구요. 혼나야죠. 그럼.

박도현: 욕 먹는게 맞다고 생각을 저도 했어요. 문초리, 최초리 이렇게 말을 하지만, 우리팀은 다른 팀에 비해서 피드백을 약하게 하는거 같아요. 저는 울 정도로 피드백 받진 않았거든요.


Q. 그렇게 회초리를 맞아가면서 준비한 게 이번 시즌이에요. 개막전을 한 번 지긴 했지만, 내리 9연승을 달렸잖아요. 점점 혼낼 일이 없어지지 않았나요?

문호준: 더 잘 해줘야 하니까. 더 잘해주지 못하면, 그 시간 동안 다른 팀 선수들이 더 잘해질거니까 그래서 계속 혼냈어요. 잘하고 있을 때, 더 많이 혼냈어요. 풀어지거나 헤이해지지 않게 하려 했어요.

최영훈: 잘하고 있을 때, 기분이 업되다 보면 주체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그럴 때 더 잡아야줘야 본인 스스로 조절하게 되요.


Q. 그래도 맞는 사람 입장에서는 ‘9연승 중인데 내가 왜 맞아야 하나?’ 라는 생각도 분명 들었을 것 같은데요?

박도현: 초기에는 좀 그런 생각이 들긴 했어요. 아니, 왜 채찍만 주고 당근은 안주지? 라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게 제 생각이 짧았다고 느낀게, 저번 시즌에도 저희가 무패 행진으로 완승을 이어가다가 결승에서 고꾸라진거거든요. 그런 일이 다시 생기지 않게 하려고 형들이 잘 잡아준 것 같아요. 그게 현명하고, 맞는 것 같아요.


Q. 저번 시즌 준우승할 때는, 분명 좀 헤이해졌던 부분이 있었던 건가요?

배성빈: 저는 좀 있었던 거 같아요. 지난 시즌에 모든 팀을 상대로 스피드전에서 3:0으로 이겼었거든요. 그렇게 방심했던 거랑, 결승전의 긴장감이 합쳐지니까 독이 됐던 거 같아요. 저희가 연습 때도, 대회 때도, 계속 이기다보니 방심을 많이 했어요.


Q. 그럼 이번 시즌 회초리가 들어올 때는, 형들이 어떤 마음인지 이해를 했겠네요?

배성빈: 근데 저는, 별로 안혼났어서.

문호준: 아니, 제가 성빈이도 혼을 냈는데, 도현이가 너무 많이 혼이 나서 본인 혼난 걸 기억 못하는거 같아요.

박도현: 그럴 수도 있겠다.

배성빈: 저희가 이번 시즌 대회에는 9연승을 했지만, 연습할 때는 안맞는게 많았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준비했던 거 같아요.


Q. 이번 시즌 보내면서 가장 위기였던 순간을 한 분씩 뽑아 볼 수 있을까요?

배성빈: 저는 개막전 때, 맵 바뀌고 나서. 1점도 따지 못하고 져서 그때부터 리그 끝날 때까지 긴장을 풀 수가 없었어요.

최영훈: 코로나로 경기 연기 됐을때?

문호준: 난 매번이 위기였는데(웃음)? 에이스 결정전할 때 위기. 이재혁 에이스 결정전할 때 위기. 난 위기의 콘텐츠였어. 음, 진짜 위기는 4강이었던 거 같아요. 4강에서 락스 게이밍 상대로 이겼을 때. 저희가 결승전까지 가는 과정이 굉장히 편했거든요. 그러면서 긴장이 풀릴까봐 걱정을 많이 했어요.

박도현: 저도 성빈이랑 생각이 똑같아요. 개막전에서 졌을 때, 우승은 개뿔, 4강전도 못올라가는거 아니냐고 이야기했었어요. 그래서 그때 여러가지를 시도했던 거 같아요. 카트 바디도 바꾸고, 연습시간도 더 늘리고, 다들 위기라고 생각해서 더 열심히 했었어요.

최영훈: 개막전에서 졌을 때도 그렇고, 아마추어팀한테 에이스결정전에 갔었을 때도 위기라고 느꼈어요. 프로팀 상대로도 힘들거 같다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어요.


Q. 문호준 선수는 결승 치르기 전부터 이번 시즌을 끝으로 개인전 은퇴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어요?

문호준: 이번 시즌 하면서 개인전은 은퇴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개인전이 너무 재미가 없었어요. 제일 컸던 건, 잘해도 본전. 못하면 퇴물 소리를 듣더라고요. 그리고 지금 대회에서 개인전의 입지가 팀전의 서브 느낌이 굉장히 강하거든요. 개인전 우승의 동기부여도 많이 적고, 그래서 개인전이 하기 싫어졌어요. 상금보다는 나머지 외적인 요소가 너무 소외감이 많이 들어요.


Q. 기사에는 개인전에서 후배들의 앞길을 막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은퇴를 하게 됐다는 말도 있던데요?

문호준: 제가 너무 재능으로 게임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개인전 연습을 거의 안했어요. 이번 리그 통틀어서 개인 리그 연습을 두 시간 정도 한 것 같아요. 나머지 시간은 전부 팀전을 하고. 그런데도 우승을 해버려서, 제가 재능으로만 게임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열심히 하지도 않았는데 우승을 하니 매너리즘에 빠지는 느낌이 네요. 팬 분들은 제가 개인전 은퇴하는 거에 섭섭함을 많이 느끼셨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별로 섭섭하지 않았어요.


Q. 그럼 마지막에 결승전에서 에이스결정전에 나섰을 때에도 별다른 생각은 없었나요?

문호준: 제가 우승할 줄 알았어요. 제가 다전제를 져본 적이 없었거든요.


Q. 결승전 마지막 에이스결정전 보면서 긴장이 많이 된 팀원은 없었나요?

배성빈: 저는 기도하고 있었어요. 솔직히 상대가 실수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했어요. 호준이 형은 당연히 잘할 줄 알았거든요. 제발 우승하길 바라면서 재혁이가 실수하길 바랐어요. 근데 실수하지 않더라고요.

문호준: 결승전 에이스 결정전할 때, 평소에는 누가 나갈지를 물어보거든요. 그런데 결승전에서는 제가 바로 나가겠다고 했어요. 뭔가 결승전 부담감을 안겨주기도 싫었고, 나온 맵도 자신이 있었거든요. 결승전 생각해보면 뭔가 다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운도 좋았고, 그 날은 우승하라는 분위기가 있었어요.

최영훈: 처음에는 사실 별생각없이 보고 있었어요. 해설하시는 분들 옆에 자리에 앉아서 구경하고 있었는데, 세 번째 마지막 장면에 이재혁 선수가 너무 잘 파고든거에요. 그래서 긴장을 엄청 했는데, 결국 호준이형이 이기더라고요.

박도현: 그 때 볼 때 제대로 보질 못 하겠는 거예요. 호준이형이 부담감이 얼마나 심할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승리를 확정짓는 순간이 딱 오니까? 그 때 막 가슴이 멍해지는거에요. 그러고 나서는 부스에 들어가서 다들 껴안고 울었죠.


Q. 실패라고 표현하긴 그렇지만 한 번 준우승을 하고, 그리고 나서 이렇게 우승을 할 수 있었네요. 팀장으로서 뿌듯할 것 같아요?

문호준: 뿌듯하기도 한데요. 물론, 이번에 이기긴 했지만 우리가 더 잘해서 2:0으로 이길 수도 있었는데, 어떻게 보면 에이스 결정전에 가서, 어떻게 보면 제가 우승을 시켜준 것처럼 보이게 됐잖아요. 이번 우승에 문호준의 비중이 좀 크다보니, 다음에는 우리 아이들이 더 주목을 받는 그런 우승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팀원들도 모두 잘해줄거고, 시즌이 지날수록 더 우리 팀의 실력이 좋아지고 있어서, 다음 시즌이 시작되면 에이스결정전은 우리 아이들에게 맡겨보고 싶어요. 물론, 중요한 경기라면 제가 뛸수도 있고요.


Q. 최영훈 선수는 준우승 경험이 많았는데, 우승한 기쁨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기쁘다는 말을 하지 않았나요?

최영훈: 그전에는 연습을 많이 하면 우승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2년 동안 준우승만 하다보니 열심해 해도 안되는게 있다는 생각이 드는거에요. 그런데, 이렇게 2년 만에 우승을 하니 정말 갚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문호준: 그런데, 준우승이랑 우승은 정말 천지차이인거 같아요. 솔직히 준우승도 정말 잘한거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여태까지 한 노력과 시간들을 최대한 끌어올려서 나간 결승에서 준우승을 하면 기분이 정말 안좋아요. 마치 예선 탈락한 것처럼 기분이 좋지 않아요. 시상식 끝나고도, 회식을 할 때도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그런데 우승을 하면, 그냥 기분이 좋아요. 엄청 기분도 좋고, 실감도 나지 않고, 기뻐서 울게 되더라고요.

배성빈: 저 이번에 처음으로 기뻐서 울었어요. 만약에 저번 시즌에 우승을 했다면, 눈물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이번 시즌 우승은 정말 특별하게 느껴졌던 거 같아요.


Q. 기쁨의 눈물은 흘려보니까 어떤 느낌인가요?

배성빈: 처음 느껴본 기분이었어요. 우는데, 그냥 좋아요. 웃음도 나고.

문호준: 슬퍼서 울면 눈물이 짠데, 기뻐서 울면 눈물이 달아요.

배성빈: 맞는거 같아요.


Q. 박도현 선수는 눈물이 많은 편이죠? 인터뷰를 하면서 박도현 선수가 섬세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최영훈: 진짜 좀 섬세한 친구에요.

문호준: 예민하고. 섬세하고. 도현이가 감수성이 풍부해요.

박도현: 음.. 제가 좀 그런 부분이 있는데, 사람들 많은 곳에서 운 건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문호준: 이게 방송에는 나오지 않았는데, 도현이가 부스에서도 많이 안울었고, 트로피 들때도 많이 안울었어요. 그런데 카메라 다꺼지고 사람들이 시상식 준비한다고 그러는데, 그때 정말 펑펑 우는 거예요. 왜 그런거야?

박도현: 사실 트로피를 들 때는 정말 기뻐서 슬펐던 마음이 그렇게 들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시상식 준비하면서 주변이 잠잠했는데, 우리가 연습해왔던 시간들, 고생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거에요. 예전에 감독님이 말씀해주신게, ‘우리가 정말 열심히 하면서 우승을 원하면, 나중에 정말 우승했을 때 너무 기쁠거다’라는 말을 했는데, 그 말이 정말 와닿았어요.


Q. 이렇게 우승을 한 이야기를 나누니 정말 기분이 좋네요. 우승을 한 번 하고 나면, 새롭게 동기를 갖는게 어렵게 되지 않나요?

문호준: 저는 징크스가 생기 더라구요. 이런 걸 안하면 질 것 같고, 이런 걸 꼭 해야 하고 이런게 생겼던 것 같아요. 저는 지금은 없지만 예전엔 그런게 있었어요. 아직까지 가지고 있는 건, 대회 전에는 손톱을 자르지 않는거? 손톱을 자르면 느낌이 이상해지더라고요.


Q. 우승을 하고 났으니, 차기 시즌에 대한 목표도 들어보고 싶네요.

문호준: 저는 팀전 우승. 그리고 우리 팀원들 안에서 양대 리그 우승!

최영훈: 그 안에 나도 포함이야?

문호준: 넌 제외. 어디 개인전 결승도 가보지 못한게(웃음). 도현이나 성빈이가 양대 우승해봤으면 좋겠어요.


Q. 최영훈 선수 목표는 뭐에요?

최영훈: 개인전을 마음에 크게 담아두진 않지만, 개인전은 결승에 가보고 싶어요. 그리고 팀전은 꼭 우승하고요. 우승을 다섯 번 하면 별을 큰 걸로 바꿔주거든요. 다다음 시즌에는 큰 별을 한 번 달아보고 싶어요.

박도현: 팀전은 리그가 이번 년도에 또 열린다면 올해는 저희 팀이 모두 우승했으면 좋겠고요. 개인전은 양대 우승하면 좋겠지만, 제가 아직 모자란 부분이 많아서요. 개인전은 입상만 해도 좋은 목표가 될 거 같아요. 지금은 제가 아직 부족하니 더 열심히 하려고요.

배성빈: 저도 팀전 우승을 꼭 하고 싶구요. 이번에 우승했을 때, 호준이형이 잘해줘서 이긴 것도 있으니 다음에 우승할 때는 다같이 잘해서 우승하고 싶어요. 우승했을 때, 그 느낌을 계속 받고 싶어요.

박도현: 중독됐네.

문호준: 우승 중독이네.


Q. 우승 후에 뒷풀이가 엄청 났을 것 같은데 뭔가 에피소드 있나요?

문호준: 도현이가 엄청 취했어요. 조만간 한화생명 유튜브에서 확인할 수 있을 거에요.

배성빈: 막 회사 사람들한테 누나라고 하고.

문호준: 영상 있는데 보여줄까?

박도현: 아, 안돼요. 정말!


Q. 나중에 영상으로 보면 좋겠네요. 인터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문호준: 제가 양대 우승을 하고 나서 2일 만에 개인전 은퇴를 해서 섭섭해 하시는 팬분들이 많이 계세요. 그 분들에게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연습할테니 끝까지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최영훈: 이번 시즌에도 준우승을 했다면 풀어나가야할 숙제가 있었을텐데, 이번에 우승을 했잖아요. 앞으로도 우승할 수 있도록 이 분위기를 끝까지 이어나가게 열심히 연습하겠습니다.

박도현: 다음 시즌에도 우승해서 저희가 우승자의 자리를 지키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들 사랑합니다.

배성빈: 부모님과 누나에게 정말 감사해요. 새벽에 제가 정말 시끄럽게 하는데, 그런 것도 다 이해해주시고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를 믿어준 팬 분들, 팀원들 모두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