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재조명된 언택트 산업 발전을 위해 규제 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여야 의원이 뜻을 모았다.

24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주관한 'IT산업 신모멘텀 창출을 위한 간담회'에서 윤영찬 의원(더불어민주당), 이영 의원(미래통합당)은 글로벌 IT 공룡 기업들과 우리 기업이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유병준 교수(서울대학교)와 티비티 임정욱 대표도 함께 했다.

유병준 교수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가 국내에 도입됐을 경우를 짚었다. 유 교수는 "과거 만화를 규제했을 때 국내 소비는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일본 만화 소비만 늘어나는 결과를 낳았다"며 "국가가 원한 소기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오히려 국내산업만 피해를 입었다"고 예를 들었다.

유 교수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으로 인한 국내게임 산업은 2~3조 원으로 추정되고, 기타 인터넷 산업 규제로까지 확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게임산업 평균 매출액은 약 28.5% 감소하고, 총 생산감소 효과는 5조 2,526억 원, 양질의 취업기회는 3만 4,007명이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임정욱 대표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근무를 발판으로 삼는 스타트업들이 성장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어려움 속에서 기술 스타트업이 경제가 돌아가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 대표는 "앞으로 글로벌 경쟁에서 우리 기업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국가가 디지털 기업을 어떻게 키우는가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 (왼쪽부터) 이영 의원, 윤영찬 의원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암호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이영 의원은 "이번 국회의원 중 이공계 출신은 29명에 불과, 여성 의원 수보다 적다"며 "국회가 이렇다 보니 ICT 기반 새로운 경제 체제에 이해도가 높지 않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이 의원은 "정부나 국회는 선한 의도로 규제를 입안하지만, ICT 산업 발전을 위해 내부적으로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정부가 진흥 정책을 내는 속도보다 산업 발전 속도가 더 빠르면 오히려 발목을 잡는 규제가 된다"며 "정부의 역할은 산업 발전을 위한 마중물에 집중하고, 성장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윤영찬 의원은 "정부나 국회가 산업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말에 공감한다"며 "우리 규제 체계는 70~80년대 국가가 자원을 배분하던 시기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의원은 "늘 국내 관점으로 규제하다 보니 글로벌 경쟁에서 우리 기업이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게임의 룰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인식 변화가 하루빨리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과거 네이버 대관 담당자 시절 일화를 소개했다. 윤 의원은 "음악을 들을 때 19금 노래가 나오면 매번 인증을 받으라고 여성가족부가 압박했었는데, 그러면 해외 플랫폼에도 똑같은 규제를 적용할 수 있겠냐니까 답을 못하더라"며 "음악뿐만 아니라 동영상 플랫폼도 규제로 인해 성장하지 못했고 결국 유튜브에 다 뺐겼다"고 아쉬워했다.

윤 의원은 "글로벌 기업을 우리 규제로 묶으려는 게 아니라, 우리 규제를 글로벌 기준에 맞춰야 한다"며 "국내 여건에 글로벌 기업을 넣으려는 건 실효성도 없고 비대칭 규제를 이어나가는 꼴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 의원은 "이어 망사용료 문제와 같이 글로벌 기업이 특혜를 입는 역차별 문제도 바꿔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 의원은 추진 중인 법안이 산업을 따라갈 수 있도록 '법률 A/S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현재에 맞춰 법을 준비하더라도, 본회의를 통과했을 때 구식이 되는 경우가 잦아 개선하기 위해서다. 이 의원은 "법률 생명 사이클에 활력을 넣어 ICT 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