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이 가득했던 2020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플레이-인 스테이지 B조, 그 중심엔 LGD 게이밍(이하 LGD)이 있었다. 세계 최고의 리그로 꼽히는 LPL의 4번 시드로,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의 패배를 예측하기는커녕 다른 팀들을 얼마나 손쉽게 꺾을지가 관심사였다. 하지만, 현재 LGD는 도전자의 입장이다.

1라운드에서 2승 3패를 기록하는 동안 LGD의 경기력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2승을 챙긴 V3 e스포츠전을 제외하면 탑-미드는 상대보다 뛰어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고, 롤드컵 진출의 일등공신 '피넛' 한왕호는 길을 잃고 방황했다. 설상가상으로 '크레이머' 하종훈은 중후반부에 허무하게 잘리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기도 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밴픽에도 아쉬움이 남았다. 1, 2경기에서 플레이-인 스테이지의 1티어 챔피언인 오른과 오리아나를 모두 상대방에게 내주며 연패했다. 반대로 함정 카드가 된 볼리베어와 릴리아를 두 번이나 가져와 모두 패배했다. 1라운드 단두대 매치에서 기용한 잭스도 상대가 V3 e스포츠가 아니었다면 정반대의 결말을 맞이했을 수 있다.

그런데 LGD의 15분 지표는 승패 결과와는 별개로 플레이-인 스테이지 최상위권이다. 이는 선수 개개인의 우수한 기량과 라인전 노하우를 증명하며, 실제로 LGD가 패배한 세 경기의 시나리오는 초반이 아닌 중반으로부터 시작됐다. 과하게 무리하다가 기회를 내준다던가, 한타에서 팀 호흡이 제대로 맞지 않는다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제 LGD는 다전제에서 본인들이 가장 잘 하는 것이 무엇인지 증명해야 한다. 롤드컵 무대라고 굳이 LPL 스타일의 화끈한 다이브나 치고받는 난전을 펼칠 필요는 없다. 변수를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기보다 본인들의 내공을 믿고 단단하게 플레이하는 것이 최고의 전략이 될 수 있다. 다수의 베테랑이 속한 팀이기에 초신성 팀을 상대로는 압도적인 경험치 차이를 선보일 수 있으리라.

한편, 레인보우7은 경기력의 고점과 저점을 예측할 수 없는 묘한 팀이다. V3 e스포츠에게 패배할 땐 그저 그런 약팀으로 보였는데, 유니콘스 오브 러브를 찍어누를 땐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 가장 화끈한 강팀으로 보였다. LGD와의 대결에선 꾸준히 챙긴 오브젝트와 후반 집중력을 통해 극적 역전승을 거둔 가운데, 엘리미네이션 라운드에서 또다시 이변을 만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2020 LoL 월드 챔피언십 플레이-인 스테이지 엘리미네이션 라운드

1경기 레인보우7 vs LGD 게이밍 - 29일 오후 3시
2경기 파파라 슈퍼매시브 vs 매드 라이온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