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9일, 아틀러스에서 2003년에 출시했던 고전 명작 ‘진 여신전생 3 녹턴’이 HD 리마스터로 돌아왔습니다. 악마가 된 주인공이 갑작스럽게 변해버린 도쿄를 탐험하면서 만난 악마들과 협상해 동료가 되거나 해치우고, 도쿄가 변하게 된 원인을 파헤치는 내용을 다룬 세기말 감성의 게임입니다. 요즘에는 진 여신전생 본 편보다 ‘라이트 유저’를 겨냥해 태어난 스핀오프 '페르소나 시리즈'가 더 유명하죠.

발매 전에 체험판을 통해 HD 리마스터를 먼저 즐겨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팬들이라면 필수적으로 구매하게 된다는 ‘매니악스 팩’이 적용되지 않은 버전이어서 다소 아쉬웠는데요. 게임이 출시된 후 이런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직접 ‘매니악스 팩’ DLC를 적용한 버전도 도전해 봤습니다.

더불어 새로 추가된 모드인 ‘머시풀’ 모드도 따로 체험해 봤습니다. 진 여신전생 시리즈는 진행할수록 난이도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초보자들이 적응하기 어려운 게임으로 유명한데, 리마스터의 머시풀 모드는 난이도를 대폭 낮췄다고 하니 궁금했거든요. 최근 게임들은 초보자를 배려하기 위해 RPG의 반복 요소를 획기적으로 줄인 모드나 오토 모드, 스킵 모드 등 다양한 편의 기능이 도입되고 있는 만큼 머시풀 모드도 이런 추세에 발을 맞춘 것 같습니다.

지난 번 리뷰에서는 녹턴 본편의 시작을 조금이나마 다뤘으니 이번에는 ‘매니악스 팩’을 중점으로 소개하려고 합니다. 심층 던전, ‘아마라 심계’와 데빌 헌터 ‘단테’의 이야기가 포함된 매니악스 팩은 먼저 구매했던 여러 게이머 분들도 '이게 있어야 완전체다'라는 언급을 해주신 만큼 굉장히 기대됩니다. 어차피 저도 ‘나태’라는 죄를 저질렀으니 까짓 거 한 번 함께 지옥으로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 체험기 기사 같이 보기
[체험기] 악마랑 협상하는 게임이 있다? ‘진 여신전생 3 NOCTURNE HD REMASTER’

▲ 이전과 똑같은 시점이지만

▲ 음? 뭔가 조금 다르군요

▲ 매니악스 팩을 설치하면 더 많이 보게 될 노신사와 상복 입은 숙녀

▲ 딱봐도 누군지 모를만한 괴한이 이게 도쿄냐며 경악하고 있네요


데빌 헌터가 주인공을 사냥하러 왔다!
데빌 메이 크라이의 ‘단테’와 미궁 ‘아마라 심계’


지난 2020년 11월, 차세대 콘솔 PS5/XSX가 등장하면서 캡콤에서도 새로운 캐릭터와 모드 등을 추가한 ‘데빌 메이 크라이 5 스페셜 에디션’이 출시되었습니다. 데빌 메이 크라이는 콤보를 적절히 쌓아가면서 적을 호쾌하게 쓸어버리는 스타일리쉬 액션이 유명한 게임입니다. 그리고 '데메크'의 대표적인 주인공이자 인기가 많은 데빌 헌터 ‘단테’가 진여신전생 3의 매니악스 팩에서도 등장합니다.

단테는 아마라 심계에 있는 ‘노신사’의 의뢰로 인해 망해버린 도쿄에 찾아오게 되는데, 의뢰가 어떤 내용인지는 몰라도 악마인 주인공을 죽이려 합니다. 그리고 매니악스 팩 기준으로 첫 번째로 만나는 강적, ‘마인 마타도르’만큼 강력한 녀석인지라 상대하기도 버겁죠. 아마라 심계의 5칼파에 도달하면 이런 단테를 영입할 수 있게 됩니다. ‘관통 효과’도 새롭게 추가되었기 때문에 가급적 영입하도록 합시다.

매니악스 팩에는 5개의 계층으로 구성된 특수 던전, ‘아마라 심계’도 추가됩니다. 원래 있던 ‘아마라 경락’보다 훨씬 아래에 있는, 그야말로 밑바닥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곳이죠. 칼파(계층)는 지도를 보고 진행해도 꽤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복잡한 미로같은 맵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꽤 어렵습니다. 초반만 잠깐 진행했음에도 아마라 심계로 인해 확연히 본편보다 볼륨이 더욱 추가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칼파의 각 층을 해제하려면 강력한 마인을 해치워야 하며, 그 마인이 가지고 있는 메노라를 필요로 합니다. 강력한 마인은 스토리 도중 갑자기 난입하기도 하지만 이외에는 직접 찾아야 합니다. 대신 아마라 심계에 서식하고 있는 악마들은 정말 강적들만 모여 있어 전투의 재미를 한층 더 끌어올려주고 끝까지 클리어 하면 막대한 양의 마카를 주기에 ‘매니악스 팩’을 구매하신 분들이라면 꼭 아마라 심계로 들어가보는 것을 권장합니다.

▲ 매니악스 팩 '단테'와의 첫 전투

▲ 아마라 심계는 칼파의 입구로 들어가면 이런 식으로 '보너스 게임'이 나오더라고요

▲ 아 ㅋㅋ 발판 밟는 건 못 참지

▲ 역시 간지나게 등장하는 간지남, '단테'

▲ 맨 처음 만나게 되는 강적, 마인 '마타도르'

▲ 절대 이 둘을 조심합시다... 절대


넌 너무 자비로워서 주먹 한 방으로도 쓰러뜨리겠다!
신규 난이도, ‘머시풀 모드’

새로 추가된 난이도, ‘머시풀 모드’도 체험해 봤습니다. 머시풀 모드는 말 그대로 ‘의문사’나 ‘돌연사’를 겪고 싶지 않은 유저들에게 매우 권장드리는 난이도입니다. 왜냐면 ‘자비로운’이라는 뜻을 가진 이름답게 전투를 상시 풀 오토 모드로 진행해도 쉽게 진행되거든요. 그냥 주인공인 인수라가 주먹으로 악마들을 뚜드려 패고 다닌다고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편하기는 한데, 발매 당시의 녹턴이나 그 이전의 진 여신전생을 해봤던 분이라면 이게 정말 진 여신전생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레벨과 상관없이 즉사 한 방에 주요 캐릭터가 쓰러져 나가고 선공에 대처 못하면 아차하는 사이에 파티가 전멸하는 고난길은 이제 없습니다. 물론 초보자를 위한 머시풀 모드만 쉬워졌을 뿐 다른 모드는 진 여신전생 특유의 자비없는 어려움과 재미를 그대로 느끼실 수 있습니다.

머시풀 모드 덕분에 초보자 게이머들이라고 해도 진 여신전생 3 녹턴의 세기말 감성을 끝까지 재미있게 즐기며 몰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여신전생 시리즈는 JRPG 중에서도 어렵기로 유명한 작품인 만큼, 초보자들을 위해 진입 장벽이 제거된 것은 환영할만한 일입니다. 너무 쉽다면 윗 단계의 모드를 체험해 보셔도 좋습니다. 다만 언제든 세이브를 해야 한다는 점은 꼭 기억해 두세요.

▲ 풀 오토 모드로 손 놓고 구경만 할 수 있다는 건 굉장히 편하네요

▲ 어떤 강적이 와도 두들겨 패기만 하면 됩니다


핵심은 그대로, 편의성과 부가 기능이 추가된 리마스터
진여신전생 3 녹턴 HD 리마스터

이전 체험기에선 ‘짤막한 본편 플레이’를 보여드렸었는데요. 이번에는 거기서 좀 더 진행했습니다. 스토리 측면에서도 새롭게 보이는 부분이 많았는데, 특히 제 머릿속에 있었던 히지리의 이미지가 많이 변화되었습니다. 아마라 경락의 인도를 대부분 히지리가 맡아서 하며 그의 도움으로 이곳저곳을 이동할 수 있게 되죠.

프레스 턴 배틀 시스템은 화려한 게임들이 난무하는 요즘 기준으로는 약간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지만, 여전히 재미있는 전투 시스템입니다. 오토 모드를 통해 단순 노가다를 줄여줄 수도 있고 내 턴에는 이거, 네 턴에는 저거 하는 식으로 주고받는 전투가 진행되기에 깊은 이해도가 없어도 누구든지 즐길 수 있죠. 물론 모드에 따라 한 턴의 선택이 전멸과 승리를 오가는 쫄깃함을 느껴보실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 몸 속에 기생하는 ‘마가타마’를 변경하는 것으로 주인공의 스탯과 ‘다양한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되니 참고해주세요.

이번 HD 리마스터에서 추가된 ‘음성 풀 더빙’과 ‘중간 저장’ 기능은 굉장히 좋았습니다. 우선 음성 더빙이 추가된 것만으로도 스토리의 몰입도가 높아져 대사에 더욱 집중할 수가 있게 되죠. 그리고 중간 저장은 게임 도중에 급하게 끌 일이 생겨도 바로 저장하고 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좀 더 개선되었다면 좋았을 것 같은 부분도 남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일부 컷신이나 대화에 스킵 및 오토 모드가 없었다는 점. 세기말 스토리를 꼼꼼하게 즐기는 재미는 있지만 덕분에 대화를 일일이 O/X 버튼으로 넘겨야 했는데 기왕 편의 기능을 추가하는 마당에 이런 것도 추가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게임사 입장에서는 정성스레 마련한 스토리를 게이머들이 읽어주길 바라는 것이 당연하지만 요즘에는 그런 부분들 역시 게이머의 선택으로 남겨두는 것이 추세니까요. 그리고 패치가 예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게임 최적화나 간헐적인 프리징 현상 역시 아쉬운 부분입니다.

HD 리마스터지만 전반적인 느낌은 PS2와 거의 흡사합니다. 덕분에 '게임의 분위기'는 원작과 동일하며 원작을 즐겼던 느낌을 살려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심지어 컷신 동영상마저 '3:4 비율'로 PS2에 쓰였던 그 영상을 그대로 가져옵니다. 게임 분위기와 맞물려 의도된 부분같이 느껴지기도 하고 예전 시리즈의 팬이라면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 수 있는 요소지만 진 여신전생을 처음 만나는 게이머라면 다소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리마스터 게임이니 감안해야 하는 부분도 물론 있습니다. 게임의 근본인 시스템까지 뜯어 고치게 된다면 그건 게임이 아예 변해버린 경우니까요. 고전 게임과 추억을 기다리던 사람들은 이런 변화를 반대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다만 기왕 리마스터 하는 김에 게임의 핵심은 그대로 두더라도 좀 더 요즘 추세에 맞는 변화가 함께 하기를 바라는 입장에서 일말의 아쉬움은 있습니다. 내가 예전에 즐겼던 재미를 새로운 게이머들과도 함께 새로운 느낌으로 즐겨볼 수 있다면 그것도 멋진 일일테니까요.

▲ 마가타마를 변경하는 것으로 여러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 아마라 경락에서 어느 정도 길을 제공해주는 히지리

▲ 진여신전생 3 악마합체 영상

▲ 저에게 시간과 예산을 조금 더 주신다면...!

▲ 아니요

▲ 처음엔 살짝 햇갈렸지만 좀 더 돌아다녀보면 금방 힌트를 얻습니다


고전적인 재미를 그대로 간직한 리마스터 게임
편의 기능만 좀 더 추가되었으면...

진여신전생 3 녹턴은 과거 한국에서도 정발되었지만 불완전한 현지화로 많은 아쉬움을 주었던 게임인 만큼, HD 리마스터를 통한 한국어판 발매는 팬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고전 게임을 즐겼던 팬들에게는 너무 좋은 선물이라 할 수 있는데, 요즘 게이머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다소 미묘합니다. 왜냐하면 이 게임, 장점과 단점들이 모두 너무 고전적입니다.

진 여신전생과 페르소나 시리즈의 기반이 된 ‘프레스 턴 시스템’을 정립한 게임이니 최소 ‘페르소나 4 (혹은 더 골든)’을 플레이 해보셨다면 금방 익숙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전반적인 캐릭터의 움직임도 둔하고 맵도 일일이 켜서 확인하면 진행하는 방식은 요즘 기준으로는 불편한 게임입니다. 물론 ‘머시풀 모드’ 도입 등 요즘 게임과의 간극을 줄이려는 노력도 있습니다.

진 여신전쟁은 교섭/설득/성장/합체로 이어지는 ‘악마 시스템’과 세기말 감성을 담은 세계관만 봐도 충분히 즐길만한 가치가 있는 게임입니다. 악마와 교섭하는 맛도 충분해서 선택지 하나 잘못 고르면 악마가 ‘너 싫어.’ 하면서 그냥 가버리기도 하고, 교섭 도중에 ‘잘 먹었어!’ 하고 도망치는 무전취식범 악마가 탄생하기도 하죠.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올때는 화가 나기도 하지만 막상 제대로 영입했을 때는 정말 신납니다. 다양한 육성과 연구를 통해 전설과 신화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고위 악마들을 합체시키는 재미도 일품입니다.

원작 게임이 2003년에 출시되었으니 무려 17년전 게임입니다. 시리즈가 될 정도로 많은 관련 게임들이 출시되었다면 클래식, 고전이라는 말에 어울리는 재미를 갖추었다는 뜻입니다. 리마스터되었지만 여전히 요즘 게임과는 다른 맛이 남아 있습니다. 고전 게임 특유의 불편함은 감수해야 하겠지만 고유의 미장센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시리즈 굴지의 명작은 지금도 여전히 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악마가 되어 마계화가 된 도쿄를 무대로 진실을 찾아 헤매는 주인공. 리마스터와 함께 돌아온 진여신전생 3 녹턴은 프레스 턴 시스템과 악마 합체 시스템이란 장점으로 ‘지금 해도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는 게임’입니다. 물론 취향만 맞아 떨어진다면.

▲ 지옥이 된 도쿄 내에서 동료들은 갈등을 겪고

▲ 악마가 된 소년을 시험에 들게 하려는 자들은 많습니다

▲ 주인공은 과연 이를 어떻게 생각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