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IP를 바탕으로 게임을 만들 때 원작자의 까다로운 감수가 귀찮을 수 있겠지만, 그것은 불편함이 아니라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NTL에서 드래곤볼 온라인의 개발을 맡고 있는 타카미야 코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ICON(국제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이와 같은 말을 남겼다.



[ NTL의 타카미야 코지(좌) ]



과거 콘솔 게임으로 몬스터팜 시리즈를 제작했던 타카미야 코지는 드래곤볼 온라인을 제작하는 과정의 경험을 예로 들며, 유명 IP로 게임을 제작할 때 주의할 점과 서로 다른 국가의 개발팀을 운영하는 것에 대한 노하우를 들려 주었다.



타카미야 코지가 몸담고 있는 NTL은 드래곤볼 온라인 제작을 위해 한국과 일본에 각각의 법인 회사가 있으나 CEO는 동일한 게임 제작사다. 그래서 드래곤볼 온라인은 개발 당시 한국 개발자와 일본 개발자의 의견차로 제작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심심찮게 들리곤 했다.



그렇지만 몇 년의 시간이 걸려서 드래곤볼 온라인은 2번의 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무사히 마쳤고, 머지 않아 오픈 베타 테스트를 앞두고 있을 만큼 비교적 안정적인 서비스 진행 과정을 밟고 있다. 그래서 두 나라의 개발자들이 어떻게 협력을 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회사 운영 방법이 많은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NTL의 드래곤볼 온라인 제작은 한국의 개발자와 일본의 개발자를 퓨전시킨 것입니다. 원작 만화를 보면 주역들끼리 합체하여 더욱 강한 전사가 나왔는데, NTL의 한일 개발자 협력은 바로 그것과 같습니다."



드래곤볼을 좋아해서 드래곤볼 온라인을 제작하고 싶어한 사람들만이 모인 곳이 NTL이라는 것. 또한 일반적으로 알려진 메일이나 메신저로 의견 주고받기를 뛰어넘어서, 워크샵 및 MT나 사내 어학교육은 기본에 심지어 개인 경조사까지 참가하도록 하여 한일 스탭간 친목을 다졌다고 한다.



그 외에도 한국과 일본 양국을 오가는 개발자들은 서로 왔다갔다 하면서 각국의 선물을 사오도록 하였고, 타카미야 코지 자신도 20킬로그램에 가까운 유모차 선물을 구해다 줄 것을 부탁받기도 했다고.






강연회에서 다루어진 또 하나의 주제는 유명 IP로 게임을 제작할 때 주의할 점으로, 타카미야 코지는 그 방법 역시 퓨전이라는 단어로 설명했다.



"사실 드래곤볼 온라인에는 특별히 개성적인 시스템은 찾기 어렵습니다. 드래곤볼 온라인은 기존의 MMORPG 시스템에 드래곤볼의 세계관이나 디자인 및 캐릭터를 추구한 것입니다. 이것이 유명한 원작 IP와 MMORPG의 퓨전이죠."



그는 처음 드래곤볼 온라인을 기획할 때 에네르기파는 스킬, 수행은 퀘스트나 PVP 또는 PVE, 천하제일 무도회는 PVP 토너먼트 등 원작의 요소들을 MMORPG에 대입하면 쉽게 게임을 만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하나의 세계에 손오공이 1만명이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원작의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오리지널 스토리와 세계관로 게임을 만들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드래곤볼 온라인의 시대 배경을 원작에서 250년 이후로 잡고 원작 주인공들의 후손을 게임 아바타로 디자인했으며, 원작에는 없는 새로운 적을 원작자의 협력으로 디자인했다고 한다. 그리고 유명한 원작 IP를 바탕으로 게임을 만들 때 원작의 검수 문제로 고생한다고 지금까지 알려진 생각을 뒤집는 발상을 보여줬다.



"처음 원작을 변형하여 게임으로 만들고자 했을 때 원작을 정형화된 것으로 생각하여 원작 변형을 주저했습니다. 그런데 원작자는 우리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파격적인 디자인을 만들어 준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는 드래곤볼의 원작자 자신이 드래곤볼의 세계를 사랑하고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인 것이죠.


그래서 언제나 우리가 드래곤볼을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면서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결국 IP 계약은 까다로운 것이고 게임 제작의 걸림돌이 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잘 만들기 위해 도움이 되면서 장점으로 탈바꿈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타카미야 코지는 드래곤볼 온라인의 제작과 NTL 개발진의 화합의 가장 큰 공로자로 어떤 인물을 지목하며 강연을 마쳤다.



"유명한 타이틀을 바탕으로 제작한 온라인 게임은 IP와 게임 시스템을 퓨전시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의 협력 역시 개발진을을 퓨전시키는 것이죠. 하지만 무엇보다도 드래곤볼 온라인 프로젝트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드래곤볼의 주인공인 손오공입니다. NTL은 드래곤볼과 손오공을 좋아해서 드래곤볼을 게임으로 만들고 싶어한 사람들만 모인 집단이니까요."



강연이 끝나고 타카미야 코지가 참석한 기자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인터뷰에서는 드래곤볼 온라인의 게임과 NTL의 사업 구조 등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갔다. 게임 내에서 30레벨에 갑자기 캐릭터의 키가 커진 이유나 레벨업 과정, 드래곤볼 온라인을 바탕으로 한 코믹스의 제작 여부 등이 인터뷰를 통해 밝혀졌다.



다음은 인터뷰의 주요 질문과 답변을 정리한 것이다.



= 게임을 처음 시작할 때 어린아이로 시작했다가 전직 이후 갑자기 성장하게 되는데, 그렇게 디자인한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 게임을 디자인할 때는 원작에서도 손오공이 어린이로 시작해서 어른이 된 것처럼 레벨에 따라 서서히 성장하도록 만들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구현해놓고 보니 성장으로 인한 변화의 임팩트가 생각보다 약해서 30레벨에 전직 퀘스트로 카린을 만나서 한방에 성장하게 하여 임팩트를 준 것이죠.







= 드래곤볼 온라인의 시대 배경은 원작에서 250년 이후의 Age1000이다. 만약 드래곤볼의 후속작이 코믹스나 애니메이션으로 나온다고 할 때 게임 내의 역사 시나리오를 따라가게 되는가?

아직 후속작에 대해 결정된 것은 없지만, 게임의 역사 시나리오가 원작자의 검수를 받은 것이니 게임 세계관을 바탕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 드래곤볼 온라인 제작에 들어간 비용과 시간은 얼마이며, 한국과 일본의 제작자들 비율은 어섷게 되는가?

드래곤볼 온라인의 첫 제작 기획이 만들어진 이후 지금까지 6년의 제작 기간이 걸렸습니다. 제작 비용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이 들어갔지만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어렵습니다. 한국 개발진은 게임의 제작 및 클라이언트와 서버 프로그래밍을 담당하며 60여명이고, 일본 개발진은 게임 기획과 그래픽을 담당하는 10여명 정도로 구성됩니다.



= NTL의 모회사가 반다이남코인가? 만약 아니라면 제작 비용 투자는 어디에서 받았나?

NTL은 반다이남코의 자회사가 아니며, 독립된 회사입니다. 또한 제작 비용은 반다이코리아와 계약하여 거기에서 받고 있습니다.



= 드래곤볼 온라인을 한국에서 개발한 이유는 기술력 외에도 외국 수출을 위해 한국 시장을 시험대로 사용하기 위해서인가?

한국에서 드래곤볼 온라인을 처음 서비스한 것은 MMORPG의 본고장이 한국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외국 수출에 관해서는 반다이코리아가 총괄하고 있기 때문에 그쪽의 방침에 따를 예정이며, 참고로 얼마 전에 대만에서 드래곤볼 온라인 퍼블리싱 발표가 있었습니다.



= 드래곤볼 온라인 게임의 레벨 구성이 20레벨 정도까지는 비교적 빠르지만 그 이후는 갑자기 레벨업 시간이 길어진다. 또한 몬스터 역시 반복 사냥으로 지루하다는 평가가 있다.

게임 내에서 20레벨까지 레벨업 속도가 빠른 이유는 초보자들이 쉽게 레벨업할 수 있고 초반 게임 이탈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또한 20레벨 이상이 되면 본격적으로 원작을 경험할 수 있는 타임머신 퀘스트에 도전할 수 있게 되므로 20레벨이 키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타임머신 퀘스트로 파티 플레이가 중요시되며 30레벨에 전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등 전체적으로 레벨업을 3가지 단계로 나누었습니다.


레벨대마다 서로 다른 디자인의 몬스터가 있다면 최상이겠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앞으로도 몬스터의 인공지능이나 배치 및 밸런스를 조정하여 지루함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드래곤볼 온라인 이후로도 한국과 일본의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할 의향이 있는가? 또한 일본에서도 드래곤볼 온라인과 마찬가지로 협력 프로젝트가 진행중인 것이 있다면 알려달라.

지금은 드래곤볼 온라인만 제작하고 있지만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NTL과 같은 제작팀의 구조를 살려서 일본의 타이틀을 이해하는 것을 시작으로 온라인 게임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또한 일본에서도 여러 가지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지만, 모두 한국과 일본의 회사가 따로 운영되며 NTL처럼 하나가 되어 운영되는 회사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일본에서의 게임 산업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는가?

저 역시 콘솔 게임을 개발해 왔던 사람으로써 현재 일본 게임계는 콘솔 게임이 주류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최근 PS3이나 XBOX360의 게임 제작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면서 제작자들이 게임을 만들 기회가 줄어들고, 게이머층 역시 매니아 취향으로 좁혀가는 분위기입니다.


또한 최근 휴대폰이나 휴대용 게임기용의 게임들의 매출이 늘어나며, 소셜 네트워킹의 요구도 증가하는 것을 본다면 앞으로 콘솔-모바일&휴대용-온라인 게임이 혼재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