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로, 프로게이머의 전성기가 시작되는 시점은 보통 3년 차부터다. 피지컬(나이)과 경험치가 황금 밸런스를 이루기 시작하는 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표본이 되는 선수가 있다. 그건 바로 '에이밍' 김하람 선수다.

2018 시즌 아프리카 프릭스에서 데뷔한 '에이밍'은 이듬해인 2019년 스프링, 안정감은 크게 떨어지지만 퍼포먼스는 확실한 하드캐리형 원딜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어진 섬머에서는 이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캐리력을 조금 낮추더라도 안정감을 끌어올리는 쪽으로 스타일에 변화를 주었고, 급격하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kt 롤스터로 둥지를 옮긴 2020년. 3년 차에 접어든 '에이밍'은 말그대로 만개한 기량을 뽐냈다. '차세대 딜링머신'이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파괴적인 한타 캐리력을 자랑했고, 안정감은 잃지 않으며 완벽한 육각형 밸런스를 갖춘 선수가 됐다.

이제 4년 차를 맞이하게 될 '에이밍'은 새로운 도전을 위해 LPL로 떠난다. 새 출발을 앞둔 그를 만나 올 한 해를 돌아보고, 차기 시즌에 대한 각오와 목표를 들어봤다.



Q. 출국이 조금 늦은 편이신 것 같아요. 어떻게 지내고 계셨나요?

수술한 것 때문에 비행기를 못 탄다고 해서 좀 늦어졌어요. 요새는 솔로 랭크도 하고, 중국 가기 전에 쇼핑도 하고, 쉬면서 지냈습니다.


Q. 어떤 수술을 하셨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편도염에 자주 걸려서 편도를 제거하는 수술을 했어요. 저는 이제 편도가 없는 사람이에요(웃음). 할 때는 무서웠는데, 이제 편도염에 안 걸릴 거라 생각하니까 좋네요.


Q. 중국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됐어요. 원래도 해외 진출을 생각해오셨는지 궁금합니다.

생각은 계속 하고 있었어요. 아무래도 LCK는 조금 수비적인 경향이 있는데, LPL은 공격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걸 경험해보고 싶었어요. 그런 방식이 제 스타일과 잘 맞을 것 같기도 했고요.


Q. 그게 2021 시즌이 될 것이라고 예상을 좀 하셨나요?

항상 LCK 혹은 LPL에서 뛰고 싶었기 때문에 이렇게 한국에서 뛰다가 언제든지 중국으로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어요. 그게 다음 시즌이 될 거라 예상하지는 못했어도, 아예 계획에 없던 일은 아니었어요.



Q. 타지 생활에 대한 걱정은 없으세요? 평소에 적응을 잘하는 편이신가요?

아무래도 프로게이머는 어렸을 때부터 혼자 생활을 많이 하잖아요. 물론 숙소에서 팀원들과 함께 지내긴 하지만, 집에서 따로 나와서요. 그래서 그런 두려움은 없어요. 언어 소통 문제가 가장 힘들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제가 열심히 공부하면 상관없을 것 같아요. 중학교 때 중국어반이었거든요. 다 까먹긴 했는데... 다시 공부해야죠(웃음).


Q. 많은 LPL 팀 중 비리비리 게이밍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다면요?

'킹겐' 황성훈 선수와 '쿠로' 이서행 형이 비리비리 게이밍에 있었던 적이 있어서 물어봤을 때 괜찮다고 판단하기도 했고, 제가 이번에 '제카' 김건우 선수와 같이 하게 됐어요. 이 선수가 워낙 잘한다고 생각해서 '제카' 선수가 있는 곳을 선택하게 된 것 같아요.


Q. '제카' 선수가 올해 비시 게이밍에서 데뷔한 신인 선수잖아요. 어떤 점을 좋게 보신 건가요?

솔로 랭크에서 하는 걸 봤는데, 피지컬도 좋고 잘하더라고요. '제카'랑 하면 잘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래서 마음이 많이 갔어요. 제가 지금까지 동생이 별로 없었는데, 이번에 생기게 돼서 좋네요.


Q. 비리비리 게이밍으로 가면서 김정수 감독님과 호흡을 맞추게 됐어요.

김정수 감독님이 저에 대해 좋게 생각해주셨기도 했고, 앞으로 팀 운영을 어떻게 하실지도 협상 단계에서 조금 들었어요. 그런 부분도 약간 팀을 선택하는데 추가적인 요인이 됐던 것 같아요. 저는 새로운 시작, 새로운 만남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항상 경험을 더 얻고 싶거든요. 이번 기회를 통해 김정수 감독님이 왜 명장이라고 평가받는지 직접 경험하고, 배우고 싶어요.



Q. 되돌아보면, '에이밍' 선수에게 2020년은 어떤 한 해였을까요?

프로게이머는 항상 도전을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2020 시즌은 저에게 새로운 도전이었고, 내가 과연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역량을 알아보는 시즌이었던 것 같아요.

아쉬운 점도 있어요. 국제전도 나가고 여러 해외팀을 상대해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으니까요. 그래도 새로운 좋은 사람들도 만났고, 제가 얼마만큼 할 수 있는지도 알았기 때문에 긍정적인 부분도 많아요.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시즌이에요.


Q. 개인 기량으로 따지면, 전성기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평가가 좋기도 했어요.

지표나 평가를 보면 그렇다고 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사람은 자기가 아쉬운 점이 더 잘 보이기 마련이잖아요. 저도 그래요. 제가 실수한 장면이 더 기억에 남고, 어떻게 하면 더 좋아질 수 있는지가 보여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내가 무엇을 더 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된 정도라고 평가하고 싶어요.


Q. '에이밍' 선수가 생각하는 올해의 베스트 경기는?

제가 가장 잘했다고 느낀 경기는 설해원 프린스전에서 케이틀린을 했을 때에요. 그때 제가 아마 21킬 0데스인가 했는데, 이렇게 한 번도 안 죽고 킬을 많이 하는 건 스크림이나 솔로 랭크에서도 잘 안 나오거든요. 그걸 대회 때 해냈잖아요. 제가 한 번이라도 죽으면 무너질 수 있는데, 그러지 않고 잘해내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해요.

그 다음은 아프리카 프릭스와 경기에서 진으로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줬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셔서 그 경기를 뽑을 것 같아요.



Q. 가장 좋아하는 챔피언은 어떤 챔피언인가요? 평타 기반 챔피언을 선호하는지, 스킬 기반 챔피언을 선호하는지 궁금해요.

개인적으로 베인이 가장 좋아요. 구르면서 상대 스킬도 피할 수 있고, 은신도 있고. 상대하는 입장에서 약오르잖아요. 대미지도 세고요. 원거리딜러인데 살짝 암살자 느낌으로 플레이할 수 있어요. 그래서 베인을 가장 좋아하고, 가장 잘할 자신이 있어요.


Q. 베인은 바텀 선수들의 로망이 아닐까 싶어요. 근데, 대회에서 볼 수 있을까요?

베인은 항상 조건이 맞아야지만 등장하는 챔피언이에요. 상대 탱커가 많으면 좋은데, 요새 태양 불꽃 방패가 좋으니까 언제든지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Q. 이제 다시 팀 이야기로 돌아와서, 스크림을 좀 해봤다고 들었어요. 첫 인상은 어때요?

역시 '제카'는 잘해요(웃음). '제카'는 잘하고, 언어 소통만 잘 되면 우리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다른 선수들은 괜찮겠지만, 아무래도 저는 좀 어색하고 그래서 제 플레이가 잘 안 나오기도 하고. 제가 헤쳐나가야 할 부분이죠.


Q. 팀합이나 시너지는 잘 나올 것 같나요?

'제카' 선수가 워낙 잘하다 보니까 호흡을 조금만 더 잘 맞추면 미드에서 알아서 이겨줄 것 같아요.


Q. 인터뷰 내내 '제카' 선수 사랑이 넘치네요(웃음).

'제카' 선수가 동생인데도 저보다 키도 굉장히 크고 잘생겼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엔 형인줄 알았어요. '제카' 선수의 모든 점을 좋아해요(웃음).



Q. 봇에서 호흡을 맞출 '마크' 선수와는 어떠세요?

'마크' 선수를 엄청 잘 알고 있지는 않았는데, LGD에서 '크레이머' 하종훈 형이랑 같이 했던 서포터로 알고 있어요. 제 목표인 롤드컵 진출을 이뤄봤던 선수니까, 제 목표도 이뤄줄 수 있지 않을까요.


Q. LPL에서 특별히 상대해보고 싶은 바텀 선수가 있다면요?

'우지' 선수와 꼭 한 번 붙어보고 싶었는데, 은퇴를 하셔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음, 그리고 '바이퍼' 박도현 선수요. '바이퍼' 선수와 LPL에서 또 만나게 됐잖아요. 중국에서 서로 새로운 서포터를 데리고 다시 맞붙게 되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팀적으로는 강팀이라 불리는 팀들과 붙어보고 싶어요.


Q. 차기 시즌 목표는요?

일단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거요. 어렵다면 어렵고, 쉽다면 쉬운 목표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플레이오프를 뚫고, 롤드컵까지 가고 싶어요. 롤드컵에 진출을 해야 우승도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렇게 하나하나씩 목표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롤드컵에 못 가면 텅 비는 시간 동안 정말 할 게 없더라고요. 프로게이머는 바빠야지만 좋은 인생이라고 들어서, 바쁘게 살고 싶어요.


Q. '에이밍' 선수의 새 출발을 응원하는 팬들에게 인사 전하면서 인터뷰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LCK에서 활동하는 동안 제 플레이를 보면서 좋아해주신 팬분들께 감사드려요. 떠나서 아쉬워하는 분들도 계실 텐데, LPL 가서도 열심히 해서 국제전에서 꼭 다시 만나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의 LPL 활동도 잘 지켜봐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