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메이커' 허수의 기세가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작년 여름 LCK부터 지금까지 그대로 최고다. 잘하는 미드 라이너가 경기에 어느 정도까지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면, '쇼메이커'의 경기가 좋은 본보기가 될 듯하다. T1과 2021 LCK 첫 경기, 그리고 농심 레드포스를 상대한 17일 경기에서 그 힘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요즘 '쇼메이커'는 쉽게 막을 방법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막강하다. T1전 승리 카드 조이를 가져가니 루시안으로, 조이-루시안을 밴하니 신드라를 꺼내 솔로 킬을 내고 시작한다. 어떤 챔피언을 꺼내더라도 그냥 '쇼메이커'가 잘해서 막지 못한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특히, 미드 루시안은 '쇼메이커'의 성장을 잘 보여주는 카드다. 2019 LCK 데뷔년에 '쇼메이커'는 챌린저스 코리아와 솔로 랭크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카타리나를 비롯한 공격적인 챔피언을 솔로 랭크에서 잘 다뤘다. 그런데 LCK 무대만 오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선수였다. 갈리오로 팀을 지원하는 역할을 주로 맡았고, 공격적인 챔피언은 긴장해서인지 미끄러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랬던 '쇼메이커'가 최근 솔로 랭크에서 많이 연습한 루시안 기량을 프로 무대에서 마음 껏 뽐냈다. 이제는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그대로 무대로 가져와 완성할 수 있는 프로게이머로 거듭났다고 보면 된다. LCK 방송 인터뷰에서 본인이 언급했듯이 이전까지 '쇼메이커'의 루시안은 이전 프로 무대에서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한 픽이었다. 지난 롤드컵 결승전 2세트, 사이드 라인에서 끊기며 유일한 패배를 했으니까. 그렇지만 '쇼메이커'는 그 한 세트 패배마저 올해 깔끔하게 털어내는 무대를 보여줬다.



그것도 최고의 플레이로 말이다. 라인전 중심의 루시안-신드라가 로밍형 챔피언처럼 어느새 다른 곳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습을 포착할 수 있었다. 로밍-라인 중심 미드 라이너라는 두 표현의 경계가 무색하게 만드는 경기력이었다. 최근 '쇼메이커'를 자주 상대한 '베이' 박준병은 "상황마다 다르게 라인을 밀고 움직이는 판단이 대단하다. 나는 그냥 포탑에 갇혀 있었다"고 '쇼메이커'의 라인전 능력에 혀를 내둘렀다. LCK에서도 상대 미드와 15분 평균 골드 격차가 1,171(1위)이나 날 정도로 주도권을 꽉 잡고 있었다.

극적인 승부에서도 강했다. '쇼메이커'는 불리한 상황에서 해설자들이 말하는 "기대할 건 특정 선수의 슈퍼플레이뿐이다"는 말을 그대로 실현하는 몇 안 되는 선수다. T1과 마지막 3세트에서 역전승이라는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하는 데도 빠지지 않았다.

17일 경기를 승리한 '쇼메이커'는 KeSPA컵 결승에 이어 LCK에서도 기분 좋게 팬들과 마주했다. DWG KIA 특수 아이템으로 '쇼맨쉽'을 발휘해 어김 없이 웃음을 선사했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인사를 할 때는 장난기를 벗고 진중한 프로게이머의 모습으로 돌아와 클로징 멘트로 '쇼'를 마무리했다.



이미지 출처 : LCK 공식 방송